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 등짐



  “웬 등짐이 그렇게 커요? 멧골을 오르셔요? 한참을 밖에서 지내는 사람 같아요. 안 무거워요?” “책집에 가는 등짐이에요. 무릎셈틀(노트북)에 책을 짊어지지요. 즐겁게 장만하는 책은 안 무거워요. 신나게 곁에 둘 책인걸요. “에, 저는 들지도 못하겠던데, 거짓말이죠?” “참말이에요. 저는 책을 무겁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얘야, 네가 무거워서 안기 힘들어.’ 하고 여기거나 말하지 않아요.” “아.” “사랑하는 아이를 안거나 업듯, 사랑할 책을 장만해서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간답니다. 그래서 등짐은 되도록 크고 좋은 녀석으로 장만해요. 이 등짐 저 등짐을 써 보고서 알았어요. 작거나 값싼 등짐은 어깨끈이 풀어지거나 끊어질 뿐 아니라 구멍이 나더군요. 이 등짐은 50만 원이 넘는 값을 치렀는데, 열 해 넘게 짊어지면서 두 벌을 맡겨서 어깨끈을 손질했답니다. 제대로 지은 것을 제값을 주고 장만하면 잘 고쳐 줘서 오래오래 쓸 만하고, 등이 한결 좋아요.” 책을 담아서 지기에 어울리도록 짓는 등짐이 드뭅니다. 책을 스물이나 서른, 때로는 마흔이나 쉰을 담고서 뛰거나 달려도 튼튼한 등짐이 드물어요. 두툼한 끈을 겹으로 댑니다. 애쓴 등짐을 쓰다듬습니다. 책을 담는 새로운 제 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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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6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72



《노부나가의 셰프 16》

 니시무라 미츠루 글

 카지카와 타쿠로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5.31.



《노부나가의 셰프 16》(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은 다음길로 나아가는 자리를 들려준다. 이 사람은 이 길을 걸어가려고 이러한 모습을 읽고 느낄 뿐 아니라 받아들이고, 저 사람은 저 길을 나아가려고 저러한 몸짓을 읽고 헤아릴 뿐 아니라 맞아들인다. 똑같은 한 가지를 눈앞에 두고도 둘이 다르게 나아가는 까닭은 참 쉽다. 서로 바라보는 길이 다르니, 똑같은 일을 다르게 맞아들인다. 다만 이 길이든 저 길이든 더 나은 길이 아니라 그저 다른 길이다. 오늘은 이 길을 갈 만하고, 모레에는 저 길을 갈 만하다. 그러니 밥 한 그릇을 차릴 적에 똑같은 밥감을 놓고도 다르게 손질하고 다르게 차려서 다르게 맛볼 수 있을 테지. ㅅㄴㄹ



“나리의 감성이 신선하다는 뜻입니다.” “결국 노부타다라는 남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요리를 만들 수 없다?” “예.” (11쪽)


‘내 바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그래도 요리에 소망을 담아 전하는 것 정도는 허락될까?’ (65쪽)


“나도 바보는 아닙니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하지만 그것을 감출 필요는 없겠지. 앞으로는 기탄 없이 의견을 말해 주길 바라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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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3.


《용수 스님의 사자》

 용수 글, 스토리닷, 2021.3.2.



어제 낮에 인천에 닿아 혼자서 선화동·주안동·학익동·용현동을 걸었다. 해가 기울 즈음 버스를 타고서 신흥동3가에서 내렸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잿빛집에 숨막혀 얼른 도원동을 가로질러 창영동으로 넘어갔다. 오늘은 아침에 여러 이웃님하고 숭의4동부터 인천 도화 1·2동을 걷는다. 지난 열 해 사이에 틈이 되면 이 골목을 걷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부쩍 늘어나는 잿빛집하고 확 줄어드는 골목집 사이가 너무 멀다. 멀쩡한 골목집에 풀꽃나무를 알뜰히 심어 돌보는 골목집이 삽날에 푹푹 찍혀서 눈물짓는 소리를 싸하게 듣는다. 온나라가 잿빛집만 올리면 이 나라는 아무 빛이 없으리라. 살림집을 고작 잿빛집으로만 바꾸려 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사랑인가를 잊고 말리라. 잿빛집에는 돈은 있되 ‘살림·사랑·숲·숨결’이 없다. 잿빛집을 자꾸 지으라고 밀어대는 벼슬꾼은 사람들한테 죽음만 심으려는 짓이라고 느낀다. 어제 인천으로 오는 전철에서 《용수 스님의 사자》를 폈고 저녁에 마저 읽는다.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스스로 빛이 되려는 길에서 스스로 얻은 슬기요, 누구나 이 슬기를 스스럼없이 누리기를 바라면서 나누는 노래이지 싶다. 한 손에는 씨앗을, 다른 손에는 붓을 쥐면서 빛물결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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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2.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이야기, 싸이드웨이, 2019.12.5.



아침 일찍 길을 나서려는데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서 “오늘 가요?” 하고 묻는다. “응. 오늘 누나랑 빨래를 해봐. 하루를 즐겁게 그리고, 놀이도 살림도 스스로 지어 보렴.” 후박나무랑 동백나무를 스치며 나설 즈음 큰아이도 일어나서 손을 흔든다. “잘 놀고, 잘 배우고, 잘 지내. 아버지도 잘 다녀올게.” 마을 앞 첫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서울 가는 버스표를 끊고서 한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도 읽고 노래꽃도 쓴다. 오늘 만날 이웃님을 생각하면서 한 자락 두 자락 여민다. 시골에서 우리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데, 이 고흥조차 ‘마당 없는 잿빛집’에서 사는 분이 부쩍 는다. 서울이나 큰고장뿐 아니라 시골 읍내는 아예 젯빛집투성이가 된다. 잿빛집에서는 잿빛을 읽겠지. 마당 없는 집에서는 마당살림이나 햇볕이나 눈비바람이 아닌 손전화를 읽겠지. 삶이라는 길은 얼핏 읽을는지 모르되, 살림이나 사랑이나 사람이라는 길을, 숲이나 숨결이나 새나 풀벌레라는 길을, 이제 다들 모조리 잃거나 잊는 길은 아닐까? 잃거나 잊는 투성이에서 무엇을 새로 읽으려나? 책을 읽다가 덮는다. 눈을 사르르 감는다. 내 마음으로 저 하늘빛이 파랗게 물들기를 바란다. 구름꽃을 읽으며 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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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


《ひさの星》

 齊藤隆介 글·岩崎 ちひろ 그림, 岩崎書店, 1972.3.30.



빗줄기가 굵다. 바람이 세다. 하늘이 까맣다. 시골이라 조용하기도 하지만, 오가는 사람도 부릉이도 없는 듯한 하루이다. 오로지 빗소리하고 바람소리만 흐른다. 하루 내내 비하고 바람을 마주한다. 오늘은 무엇을 씻어 주려는 비바람일까? 우리 집 마당에서 우람하게 자란 후박나무가 요새 시들거린다. 왜 그런지 안다. 마을에서 비닐·플라스틱 붙이를 자꾸 태우느라, 매캐한 바람이 후박나무한테 고스란히 퍼졌다. 나무는 매캐한 기운을 받느라 버겁다. 나무 한 그루는 우리 몸인데. 나무 한 그루가 우리를 살찌우는데. 나무 한 그루가 서기에 마을이 푸른데. 《ひさの星》을 읽었다. 아이하고 어버이 사이에 미처 흐르지 못하고 트이지 않은 마음을 아프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무를 바라보지 않는 눈길이라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까. 나무를 못 보기에 아이를 못 보지 싶다. 나무를 아랑곳않으니 아이를 아랑곳않는 눈빛이 되지 싶다. 조그마한 들풀을 아낄 줄 알기에 자그마한 아이를 아끼는 길로 나아가 어느덧 사랑이 될 테지. 수수한 곳에서 수수하게 살림을 펴기에 어버이란 사랑으로 자란다. 아이만 자라지 않는다. 어른도 어버이도 사랑이란 빛으로 자라날 적에 바야흐로 참사람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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