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별나라 - 노라와 세 친구들 노라와 친구들
이치카와 사토미 지음, 남주현 옮김 / 두산동아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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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3.12.

그림책시렁 633


《초롱초롱 별나라》

 이치카와 사토미

 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1996.11.13.



  겨울에는 흰꽃 같은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리고, 여름에는 이슬 같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립니다. 가을에는 노랗거나 바알간 열매가 나무한테서 내린다면, 봄에는 하얗거나 노란 꽃잎이 비처럼 나무한테서 날립니다. 꽃비가 내리는 봄나무 곁에 서면 온몸을 감싸는 꽃내음이 흐드러집니다. 나무랑 꽃이랑 바람하고 하나가 되는구나 싶어요. 별빛이 흐르는 한밤에 두 눈을 감으면 별빛이랑 고요랑 어둠하고 하나가 되네 싶고요. 《초롱초롱 별나라》는 한밤에 별송이하고 노는 어린이 이야기를 그립니다. 별쯤이야 “이리 오렴.” 하고 부르면 되고 “너를 따서 놀게.” 하고 그러모으면 돼요. 별을 어떻게 따느냐 하면, 노래를 부르면서 따면 됩니다. 별하고 어떻게 노느냐 하면, 춤을 추면서 놀면 됩니다. 노래하는 사람 곁에는 별빛이 물결칩니다. 춤추며 노는 사람 둘레에는 반짝반짝 초롱초롱 빛잔치가 어우러집니다. 모든 일손을 내려놓고서 어린이 손을 잡기로 해요. 바쁜 일이 있더라도 가만히 밀쳐놓고서 어린이 손을 맞잡고 둥글게 돌며 춤추기로 해요. 사랑으로 웃고 노래하는 놀이를 아이한테 물려주는 일만큼 어른이 마음 기울여 할 일이 또 있을까요?


ㅅㄴㄹ

#いちかわさとみ #市川里美

#お星さまのいるところ― #ノラとおもちゃとお星さ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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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 3
이희선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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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12.

인문책시렁 170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이희선

 스토리닷

 2021.2.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이희선, 스토리닷, 2021)를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에도, 덮고 나서도, 이웃님이 저마다 이렇게 이야기를 엮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잘난 글’이 아니라 ‘살아가는 글’을 쓰면 됩니다. ‘내세울 글’이 아닌 ‘살림하는 글’을 쓰고, ‘자랑하는 글’이 아닌 ‘사랑하는 글’을 쓰면 됩니다.


  꽁꽁 감춘 이야기를 써도 좋고, 오래 묵힌 이야기를 써도 좋습니다. 남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 살아내면서 마음에 새긴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웃음이나 기쁨만 쓸 글은 아닙니다. 눈물이며 멍울도 얼마든지 쓸 만합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살펴봐요. 기쁨노래 곁에 슬픔노래가 있어요. 웃음노래 옆에 눈물노래가 있어요. 태어나기에 죽고, 오르기에 내려옵니다. 죽기에 새로 태어나고, 내려오기에 새로 올라갑니다.


  우리 몸은 거의 물로 이룹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나무도 거의 물입니다. 돌이나 바위에는 물이 거의 없다고 여기지만, 막상 바위나 돌도 바탕은 물이에요. ‘물이 굳어’서 바위나 돌이란 모습일 뿐입니다. ‘광석’이 뭔가 하고 생각해 보면 모두 어렵잖이 알 만합니다.


  우리가 물이란 몸을 입었다고 한다면, 냇물이나 바닷물처럼 늘 찰랑이는 숨결이라는 뜻입니다. 냇물이나 바닷물에 풍덩 안겨서 가만히 몸을 내려놓으면 어느새 물낯에 떠서 하늘바라기를 누릴 수 있듯, 몸을 옭매거나 누르지 말고 홀가분히 다스리는 길로 간다면 늘 즐겁게 하루를 맞이할 만해요.


  제주라는 터에 뿌리를 조금씩 내리면서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바라볼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예요. 이웃님이 살아가는 고장을 놓고서 이처럼 수수하게 이야기를 엮는다면, 이웃님이 좋아하는 하나를 살피면서 이렇게 조촐히 이야기를 여민다면, 오늘 하루가 얼마나 빛나는 삶인지 마음으로 새삼스레 맞아들일 만하겠지요. 대단한 척하니까 대수롭지 않고, 대단하게 꾸미지 않으니까 대수롭습니다.


ㅅㄴㄹ


등산도 싫어하고 자연도 멀리했던 이에게 문득문득 보이는 한라산의 자태는 저절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게 한다. (10쪽)


하얗고 야리야리한 두 살배기 딸이 밥도 영 신통치 않게 먹는 것을 보고 골골거리게 생겼다며 걱정하셨다. 그러고는 “겨울에 감기에 안 걸리려면 여름에 신나게 바다에 넣었다 뺐다 해야 한다”며 소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었다. (30쪽)


제주의 산과 바다도 물론 아름답지만 무심코 올려다보다 만나는 밤하늘 광경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55쪽)


지금은 나도 같이 싸운다. 아니, 같이 토론한다. 요즘엔 내가 이길 때도 있다. (101쪽)


회사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제주토박이 분이 넌지시 알려주셨다. 제주에서는 무언가를 받으면 그냥 보내지 않고 꼭 손에 뭔가를 들려 보낸다고 말이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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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디너 - 다카하시 루미코 걸작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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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2.

모두 꿈인지도


《마녀와의 디너》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12.25.



  《마녀와의 디너》(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를 읽으면 바람아씨나 빛아씨나 숲아씨 이야기가 흐릅니다. 둘레에서 ‘마녀’라는 한자말을 으레 쓰기는 하지만, 정작 ‘마녀’가 무엇인가 하고 제대로 살피는 일은 드물지 싶습니다. 괘씸하거나 모질거나 사나운 아씨가 마녀일까요? 새롭게 살리거나 북돋우거나 거들거나 달래는 아씨가 마녀이지 않을까요?


  바람을 다룰 줄 알고, 빛나는 길을 알며, 숲을 돌보는 길이기에 마녀라고 느낍니다. ‘마(魔)’라는 한자는 섣불리 쓸 노릇이 아닙니다. 더구나 바람아씨·빛아씨·숲아씨를 나쁘게 몰아붙이면서 괴롭히거나 죽이던 사내들 몹쓸짓을 헤아린다면 ‘마 + 녀’라는 이름짓기는 속살림하고 동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바람을 다룰 줄 알고, 빛나는 길을 알며, 숲을 돌보는 사내한테는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요? 아마 한자말로 ‘신선·신령’이라 하지 않나요? 이름부터 곰곰이 볼 노릇이면서, 어떠한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인가를 눈여겨보아야지 싶습니다. 오늘 숱한 사내가 걷는 길을 되새기고, 앞으로 가시버시나 사내·가시내가 나아갈 슬기로운 길을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집안을 돌볼 줄 모르면서 나라나 일터를 제대로 다스리지는 못하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보살필 줄 모르면서 일꾼을 부리거나 바깥일만 잘 해내지는 못하기 마련입니다. 밥을 지어서 따뜻하게 차릴 줄 알 적에 살림꾼이요, 살림꾼이란 살림지기이니, 이 살림지기가 나라지기나 마을지기를 맡아야 나라와 마을이 아늑합니다.


  오늘 우리 삶터를 보셔요. 밥 한 그릇 지을 줄 모르는 이들이 벼슬자리를 꿰차면서 갖가지 잘못을 일삼지 않나요? 아기를 사랑으로 낳아 보듬는 손길을 모르는 채 벼슬질만 하면서 온갖 잘못을 일으키지 않나요?


  바람아씨·빛아씨·숲아씨는 바탕이 사랑입니다. 벼슬을 거머쥔 사내는 바탕이 무엇인가요? 글을 쓰거나 책을 엮는 사람들은, 또 글을 읽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스스로 바탕에 무엇을 두는지요? 이 삶은 모두 꿈인지도 모릅니다.


ㅅㄴㄹ


“타베이 씨, 혹시 마녀를 물리치는 엑소시스트 같은 겁니까?” “뭐, 가사 도우미는 부업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마녀입니다.” (32쪽)


‘그래, 아야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환상의 여자였던 거야.’ (59쪽)


‘하긴, 전에도 집은 잠자러 가는 곳일 뿐. 아내가 만들어 준 식사를 렌지에 데워서 혼자 먹었으니 금방 만든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일에만 파묻혀 보냈지. 일이 좋았으니까. 나는 실수 한 번 없이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았어.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103쪽)


“할아버지, 기저귀 좀 갈아 줘! 거기 있으니까! 그건 할 줄 알지?” “아니, 해본 적이…….” “쯧.” ‘혀를 차?’ (116쪽)


“엄마 님은 용감하게 싸워서 그 남자를 영역 밖으로 쫓아냈답니다.” “진짜? 엄마, 그 자식 이젠 안 와?” “어?. 응.” (194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高橋留美子傑作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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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분 (2021.3.2.)

― 인천 〈아벨서점〉



  고작 2분만 책시렁을 돌아볼 틈이 있어도 두 시간 길을 달려가곤 합니다. 아슬아슬 1분이나 5분만 책칸을 살필 겨를이 있어도 하룻밤을 들여 찾아가곤 합니다. 다른 날 느긋이 새롭게 와도 좋아요. 그렇지만 마침 움직이는 길이기에 다른 볼일을 살짝 줄이거나 당기거나 늦추고서 책집이라는 곳에 깃듭니다.


  봄에 꽃망울이며 잎망울을 터뜨리는 나무 곁에 한나절을 나란히 서거나 앉아서 꽃내음하고 잎내음을 맡아도 즐겁습니다. 다문 2분이나 2초라도 봄나무를 쓰다듬고서 푸른내음을 맡아도 기뻐요.


  느긋하게 찾아가야 넉넉하게 누리는 줄 압니다만, 빠듯하게 찾아가더라도 반가이 누리는 길이라고 느껴요. 이다음은 이다음이요, 오늘은 오늘이거든요. 더 많이 읽어도 되지만, 바로 오늘 만나고픈 책을 읽어도 돼요. 가게를 언제 닫는지 어림하면서 〈아벨서점〉을 찾아간 저녁나절입니다. 낮에 인천에 닿아 관교동부터 학익2동까지 걸었고, 자칫 늦겠구나 싶어 버스로 용현동을 가로질렀고, 숭의1동하고 신흥동3가 쪽을 더 거닐고서 택시를 탔습니다.


  지난해인 2020년에는 〈아벨서점〉에서 처음으로 책을 못 샀습니다. 199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 책집에서 책을 샀으나 그만 지난해에는 책을 못 사고 밤골목에서 책집 빛꽃만 남겼습니다. 새해 새봄에 찾아들었어도 막 가게를 닫으려던 때였고, 가벼이 몇 마디 말씀을 여쭙고는 골마루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책집 골마루를 빙 돌 적마다 숲을 빙 돈다고 느낍니다. 이 책집에서는 이 숲을 돌고, 저 책집에서는 저 숲을 돕니다. 좋은 숲도 나쁜 숲도 없이 모두 다르게 푸른 숲입니다. 우람한 숲도 조그만 숲도 없이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숲입니다.


  쪽틈이라 할 2분이라면, 아이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르기에 넉넉합니다. 쪽겨를이라 할 2분이라면, 책집 골마루를 휘돌면서 책 두어 자락 손에 쥐기에 넉넉합니다. 1000만 원이나 200만 원을 손에 쥐고서 책숲마실을 하지는 않습니다. 2000원이든 1만 원이든 5만 원이든 살림돈을 주머니에 챙겨서 책숲마실을 합니다. 주머니에 넣은 돈을 헤아리면서 어느 책을 집으로 데려갈 만한가를 돌아봐요. 집으로 데려가지 못하더라도 책집에 서서 읽을 책을 만납니다.


  서서 읽어도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장만해서 읽어도 마음으로 젖어듭니다. 빌려서 읽어도 마음으로 잠깁니다. 산 책을 다시 사서 읽어도 마음으로 피어납니다. 마을에서 샘터인 책집은 우리 몸에 새숨을 불어넣도록 동무가 되어 주는 쉼터입니다. 왜 굳이 아직까지 종이책을 쥐냐고 묻는다면, ‘종이 = 나무 = 숲’이니까요.


ㅅㄴㄹ


《買物繪本》(五味太郞, ブロンズ新社, 2010.4.25.)

《Cool Time Song》(Carole Lexa Schaefer 글·Pierr Morgan, Viking, 2005.)

《천국의 열쇠 上·下》(A.J.크로닌/김정우 옮김, 청한문화사, 1987.1.10.)

《새 삶을 위하여 上·下》(R.슐러/설영환 옮김, 청한문화사, 1987.1.10.)

《잠든 그대》(배창환, 민음사, 1984.12.10.)

《여왕코끼리의 힘》(조명, 민음사, 2008.2.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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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쪽자취 (2020.10.30.)

― 전주 〈한가서림〉



  군대에 들어가던 1995년까지 소설책을 곧잘 읽었으나, 군대를 마친 뒤부터 소설은 아예 안 읽다시피 하고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어린이책을 펴내는 출판사에서 책팔이(영업부) 일꾼으로 지내던 2000년 무렵까지 역사책을 꽤 읽었지만, 어린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엮는 일꾼으로 지내는 2001년부터 역사책도 아예 안 펴다시피 합니다. 소설책이나 역사책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으나 덧없더군요. 소설로 삶을 읽기보다는 ‘온몸으로 마주하는 삶에서 고스란히 삶을 읽는’ 길이 낫겠다고 느꼈어요. 다른 책을 바탕으로 엮는 역사책으로 자취를 읽기보다는 ‘온마음으로 사람과 풀꽃나무와 별을 마주하면서 자취를 읽는’ 길이 낫다고 느꼈고요.


  1947년에 나온 《20th century bookkeeping and accounting 19th edition》은 대학교재로 쓴 듯합니다. 이 책을 읽은 분 자취가 사이에 ‘단국대학 제2부 1966년 제1학기 강의시간표’로 남아요. 1966년에 이 영어책으로 ‘회계’를 배웠구나 싶어요.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며 읽었지만 《미래의 충격》 책낯이 새삼스러워 뒤적였더니 책자취에 “辭典과 良書의 殿堂 民衆書籍 全州電話 2-6476”라 적힌 쪽종이가 붙습니다. ‘전주 민중서적’ 자취예요.


  지난날에는 책집에서 책을 팔 적에 ‘일본처럼 팔림종이를 붙이거나 끼워’서 팔림새를 살폈습니다. 이 팔림종이가 온것으로 남은 책이라면 책집에서 안 팔린 채 돌고돌았다는(반품·재고처리) 뜻이요, 뒤쪽이 뜯겼다면 팔렸다는 뜻입니다. 아주 조그마한 종잇조각이지만, 책이 걸어온 자취입니다. 마을에서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 흐른 책이 남긴 자국입니다.


  꾸러미(전집)로 파는 어린이책은 있되, 하나하나 땀흘려서 엮은 어린이책이 드물던 무렵에 베끼거나 훔치거나 ‘덤핑’이란 이름으로 나돌던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 꽤 많습니다. “국제판컬러텔레비전 최신가정학습도서관”도 이런 꾸러미 가운데 하나일 텐데요, 글·그림을 이우경 님이 맡았군요. 책낯하고 속그림이 다르고, 그린이를 따로 안 밝혀 놓아서 못 알아보기 좋겠더군요. 그러나 속그림을 보고는 바로 알아챘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첫길을 연 분이 이우경 님입니다. 어린이 삶을 헤아리고 어린이 앞길을 살피면서 어린이스럽게 붓을 잡은 분이에요.


  새로 나오는 책도 틀림없이 알차거나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새책이 나오려면 옛책이 바탕이 됩니다. 새로 짓는 터전이나 살림도 참으로 알뜰하거나 멋집니다. 그런데 옛자리나 옛살림이 밑돌이 되기에 새길을 닦거나 열어요. 새책 곁에 헌책이 있으니 책숲이 빛나요. 헌책 곁에 새책이 나란히 있어서 서로 곱지요.


ㅅㄴㄹ


《샤갈/타오르는 추억》(벨라 샤갈 글·마르크 샤갈/김성림 옮김, 홍성사, 1978.8.20.)

《국제판컬러텔레비전 50 최신가정학습도서관 : 효녀심청》(이우경 글·그림, 학원출판공사, 1990.5.25.)

《만화 사자소학》(박진우 엮음, 고려출판문화공사, 1990.4.30)

《빠빠라기》(에리히 쇼일만/김정우 옮김, 예지원, 1990.7.15.)

《가까이》(이효리, 북하우스, 2012.5.24.)

《20th century bookkeeping and accounting 19th edition》(Paul.A.Carlson·Hamden L.Forkner·Alva Leroy Prickett, South-Western pub, 1947)

《미래의 충격》(앨빈 토플러/윤종혁 옮김, 한마음사, 1982.1.5.10./1982.3.20.5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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