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쌈짓돈


우리말 ‘돈’은 재미있게 태어났습니다. 돌고돌아서 돈이라고 하는데, 참말로 ‘도’라는 말밑이 ‘돌다·동그라미’하고 맞물릴 뿐 아니라, ‘동글동글·둥글둥글’로 나아갑니다. 곁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동글동글한 사람이 되고, 살림돈을 어떻게 건사하느냐에 따라 돌머리 같은 사람이 됩니다. 아이들은 소꿉돈부터 만납니다. 어른은 주머니를 차면서 샛길로 가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돈이 있기에 잘 다루거나 돈이 없기에 못 다루지 않아요.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삶을 가꾸는 길을 어버이나 어른한테서 슬기롭게 물려받느냐에 따라 참말로 달라질 뿐입니다. 처음이 대수롭습니다. 첫길을 잘 닦을 노릇입니다. 첫밗이 어설펐다면 이다음에는 꾸밈없이 다시 배우면서 밑자락을 가다듬어야지요. 뿌리가 아름답고 튼튼해야 줄기도 아름답고 튼튼히 올라요. 쌈짓돈이기에 숨겨 놓기도 하지만, 쌈짓돈이라서 그대로 이웃하고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느 길에 설 적에 사랑다울까요? 우리는 어떤 몸짓이 되기에 이 땅에 빛으로 태어난 보람이 될까요? 워낙 가난했기에 넉넉히 나누는 길이 있고, 짜장 가멸찼기에 즐거이 함께하는 길이 있습니다.


ㅅㄴㄹ


돈·곁돈·쓸돈·살림돈·쌈짓돈·소꿉돈·주머니·곁주머니 ← 용돈(用-)


모름지기·워낙·짜장·참·참말로·처음·첫길·첫밗·첫자리·고스란히·꾸밈없이·밑·밑동·밑바탕·밑자락·밑줄기·뿌리·바탕·싹·-답다·-다운·나다움·나다·태어나다·나오다·그대로·도로·있는 그대로·제대로·제자리·예전·옛·옛날·옛적 ← 본래(本來), 본래의, 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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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3.15.

오늘말. 값하다


빚을 지면 갚습니다. 빚을 지나 돌려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고맙게 쓰고서 되돌려주려 했으나 살림이 팍팍한 탓에 값을 물어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빌고서 다시 빌어야 하는 쪽도, 새로 빌려주는 쪽도 고단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서로 동무요 이웃이라면 다독이는 손길이 되어 다시금 돈을 대고 새삼스레 기운을 냅니다. 오늘 누리는 꽃돈을 앞으로 꽃보람으로 줄 수 있기를 꾀합니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고 하는데, 사랑을 받는다면 사랑을 돌려줄 테고, 미움을 받으면 미움을 돌려주려나요? 미움을 받지만 사랑으로 달래어 외려 꽃으로 돌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값을 생각합니다. 사람은 어떻게 사람으로서 값하는가를 생각하고, 사람답게 삶을 갈무리하는 숨결을 생각합니다. 무리를 지으면 서로 챙기면서 도울는지 모르나, 떼거리가 되는 바람에 끼리끼리 어울리거나 울타리를 쌓기도 해요. 동아리인지 막짓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누구나 섞이면서 함께할 만한지, 허울은 한동아리이되 밥그릇을 거머쥐려 하지는 않나 하고 돌아봐야지요. 같이할수록 값진 열매입니다. 더불어 누리기에 단물이 빛납니다. 혼자 쥐지 말고, 온집이라는 눈빛으로 나아가 봐요.


ㅅㄴㄹ


갚다·돌려주다·되돌려주다·되돌리다·물다·물어주다·빌다·치르다·다독이다·달래다·값·값하다·돈·돈값 ← 보상(補償)


꽃·꽃덤·꽃돈·꽃보람·드리다·바치다·올리다·주다·챙기다·받다·얻다·쥐다·잡다·낚다·거머쥐다·거머잡다·돌려받다·치르다·값·값하다·돈·돈값·보람·열매·사랑·단물 ← 보상(報償)


무리·떼·떼거리·사람들·사람·모임사람·모둠이·모둠벗·동아리·섞이다·우리·같이하다·함께하다·더불다·온집·온집님·한집·한동아리 ← 대원(隊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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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허울좋다


아이가 아버지를 부릅니다. “자, 봐요. 또 이가 빠졌어요.” 아이 몸에서 틈틈이 이가 빠집니다. 젖니가 빠지고 어른이가 나오려 하거든요. 처음 이가 흔들리다가 빠질 적에는 서운해 하더니, 해마다 이갈이를 하는 사이에 혼자서 척 뽑기도 하고, 이가 군데군데 빠진 입을 헤 벌리며 보여줍니다. “이제 어금니가 나겠구나.” “오늘은 앞니가 빠졌어요.” 이를 보며 나이를 헤아립니다. 이가 튼튼히 새로 나면서 한결 무럭무럭 큽니다. 이 튼튼 몸 튼튼으로 자라나는 아이는 마음 튼튼 생각 튼튼으로도 나아가겠지요. 우리 몸은 밥을 받아들이면서 삶을 배웁니다. 우리 넋은 새롭게 살아내어 익히는 살림에 따라서 아스라히 이야기를 담습니다. 같이 나들이를 다니면서 빛이 나는 얼굴로 웃는 어린이입니다. 가볍게 걷는 발걸음은 붕붕 뜨는 듯합니다. 아직 어설피 글씨를 쓰지만 빙그레 웃으면서 줄기를 세우는 나날이지 싶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뜻이란, 나날이 노래하려는 얼거리이지 않을까요. 뭔가 세우거나 올리기보다는, 허울좋은 틀거리를 짜기보다는, 겉으로도 환하게 피어나는 즐거운 사랑을 풀고 읽고 알아 가며 어우러지는 살림이라고 여깁니다.


ㅅㄴㄹ


간니·어른니 ← 환치(換齒), 성치(成齒)


배냇니·젖니 ← 유치(乳齒)


마음·보다·생각·꿈·헤아리다·여기다·알다·읽다·풀다·빛·길·숨·넋·얼·뜻·틀·틀거리·얼개·얼거리·판·뼈대·줄기·어렴풋하다·붕뜨다·비다·흐리다·뿌옇다·아스라하다·아슴푸레하다·어설프다·에두르다·엉성하다·허울좋다·겉돌다·겉발리다·겉치레·허울·겉·겉옷·옷 ← 관념, 관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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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93


《조선말 규범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직속 국어사정위원회 엮음

 학우서방

 1968.2.20.



  2021년에 《쉬운 말이 평화》라는 책을 내놓기까지 걸어온 ‘말 배움길’을 헤아리면 어느 하나도 만만하지 않았고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남녘하고 북녘으로 갈렸고, 둘로 갈린 나라만큼 서로 쓰는 말결이 꽤 갈렸어요. 북녘책을 쥐어서 읽어 보고, 북녘사람을 만나서 말을 섞어야 실마리를 열 텐데, 북녘은 어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인지, 또 어떤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쓰는지 알기 어렵더군요. 헌책집에서 만난 《조선말 규범집》은 북녘 맞춤길을 살핀 조그마한 책이고,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학우서방’은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겨레한테 책으로 배움길을 이으려고 힘쓴 곳이라지요. 다만 남녘은 일본 한겨레한테 이바지하지 않았대요. 북녘만 이바지했답니다. 앞으로 두 나라가 하나로 된다면 맞춤길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까요? ‘두 갈래 말’로 삼아 서로 다른 틀을 지키고 가꾸도록 해야 할까요? 영국 영어랑 미국 영어가 다르듯 남녘 우리말하고 북녘 우리말도 조금 다르되 서로 아끼는 길이 나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북녘에서는 남녘책을 스스럼없이 읽고, 남녘에서는 북녘책을 홀가분하게 읽는 터전을 열어야 할 테지요.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사이좋게 손잡으면서 마음을 맞추기를 빌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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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3.14.

숨은책 502


《여류보도사진가 마가레트 버크-화이트》

 장양환 엮음

 해뜸

 1988.7.17.



  1998년 여름이 저물 무렵 사진기를 다루고 사진을 찍는 길을 처음 배웠습니다. 동아리 뒷내기(후배)한테서 사진기를 빌렸는데 새뜸나름터(신문배달지국)에 도둑이 들어 이레 만에 잃었습니다. 새뜸(신문)을 나르며 얻는 일삯으로 사진기를 어떻게 갚나 싶어 아찔했는데, 우체국에서 “손님은 오랫동안 적금을 부어 주셨고, 외대학보에 꾸준히 글을 실으니 믿을 수 있어서 30만 원을 빌려줄 수 있어요.” 하고 얘기했습니다. 처음 받은 빚(은행대출)으로 사진기를 둘 사서 뒷내기한테 하나 돌려주고, 다른 하나를 아끼면서 썼습니다. 빚은 석 달에 걸쳐 갚았습니다. 열린배움터를 그만두기 앞서 신문방송학과 네 해치 수업을 다 들었는데, ‘보도사진’도 있어요. 강사는 사진기 다루는 길만 들려주었고, 스스로 헌책집을 돌며 여러 사진책을 뒤적이면서 눈길을 틔우려 했습니다. 《여류보도사진가 마가레트 버크-화이트》를 이무렵 만났어요. 앞에 붙은 ‘여류’란 이름이 거슬렸으나 예전에는 이렇게 했겠지요. 마가레트 버크-화이트란 분은 오롯이 새롭고 상냥하면서 참한 눈썰미에 손길로 사진길을 연 분이라고 느끼거든요. 저한테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를 알려준 스승이라면 이분을 꼽습니다. 사진에 사랑을 포근하게 담으셨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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