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3.


《코끼리 형님의 나들이》

 나카노 히로다카 글·그림/편집부 옮김, 한림출판사, 1989.9.1.



오늘은 순천에 나들이를 다녀오려고 한다. 이 길에 작은아이 옷가지를 장만할까 싶다가 ‘아냐. 이제는 옷가게에서 아이들이 바라는 옷을 도무지 못 찾잖아. 누리옷집을 봐야겠지.’ 하고 생각을 돌린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읍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시외버스를 탄 다음, 시내버스로 기차역에 가고서, 다시 기차로 갈아타고 구례에서 내린다. 구례구역 건너에 〈섬진강 책사랑방〉이 열었다. 부산에서 〈대우서점〉을 하던 책집지기님이 이쪽으로 옮겼다. 책손은 부산에 대면 훨씬 적을 테지만 달삯을 내는 책집이 아닌 ‘내 가게’로 꾸리시니 매우 홀가분하리라 생각한다. 더구나 ‘내 책집’으로 꾸리면서 찻칸도 널찍하게 마련해 놓으셨다. 작은아이는 섬돌을 따로 오르내리기도 하고 마당에서 달리기도 한다. 이윽고 다시 기차로 순천으로 넘어와서 〈책방 심다〉에 들른다. 〈심다〉 큰아이는 44달이란다. 네살박이 동생하고 책집 안팎에서 숨바꼭질을 하네. 이러고서 고흥에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달게 잔다. 《코끼리 형님의 나들이》는 꽤 묵은 그림책이지. 오래오래 사랑받는 그림책이지. 나들이는 어떻게 할 적에 즐거울까? 이웃이나 동무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이로 만나기에 반가울까? 김밥을 장만해서 저녁으로 올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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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04


《솔밭 아이들 제2호》

 문인숙·권진숙·박소희·명규원 엮음

 송림사랑방교회·송림어린이집

 1988.12.15.



  저는 ‘공부방’에 다닌 일이 없고, 공부방이 뭔지 아는 동무도 없다시피 합니다. 만석동에 살던 동무는 “우리 마을에 뭐가 하나 있긴 하던데, 난 거기 싫더라.” 했습니다. ‘공부’라는 이름부터 듣기 싫은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인데, 왜 가난마을에 찾아와서 가난한 아이들한테 뭔가 가르치거나 함께하겠다는 대학생이나 어른은 ‘공부방’이란 이름을 붙였을까요? ‘공부방’이란 이름이어야 가난마을 아줌마가 아이들을 보내리라 여겼을까요? 가난마을에 깃들어 애쓴 ‘공부방’이 나빴다거나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만, 가난마을 아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은 아니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저 ‘동무로 지내겠다’는 마음으로 같이 놀려고 찾아왔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대학교에서 철학·사상·인문을 익힌 깜냥으로 가난마을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저 ‘마을아이가 마을놀이를 하고 마을노래를 부르는 품으로 조용히 스며들어서 마을어른으로 같이 살’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밭 아이들 제2호》를 1998년에 처음 보았습니다. 송림동 동무들하고 신나게 뛰논 일만 떠오를 뿐 그곳에 공부방이 있었는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가만히 보면, 공부방 어른들은 골목놀이를 하러 소매를 걷고 나온 적은 없었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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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03


《The Music Hour, fifth book》

 Osbourne McConathy·W.Otto Miessner·Edward Bailey Birge·Mabel E.Bray 지음

 Silvey Burdett com

 1930/1937.



  아홉 살 즈음, 할아버지 꽃날(생일)에 이웃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잔뜩 찾아오셨고, 저더러 노래를 불러 보라 하셨습니다. 배움터에서는 ‘음악’이란 이름으로 시험을 치러 줄을 세웠고, 앞줄에 서지 못하면 피리로 머리를 두들겨맞거나 종아리가 부풀도록 맞기 일쑤였습니다. 배움터 열두 해를 통틀어 앞줄에 선 적이 하루도 없는데, 아주 어릴 적 할아버지 꽃날에 부른 노래만큼은 “잘 했다. 잘 부른다.” 소리를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들한테 노래란 줄세우기가 아닌 즐거운 사랑이었을 테니까요. 《The Music Hour, fifth book》은 어린이한테 노래를 들려주고 가르치는 책입니다. 다섯째 자락이 1930년에 나왔군요. 이즈음 우리나라는 총칼로 쳐들어온 이웃나라한테 억눌린 나날이기도 했습니다만, 어린이가 어린 나날을 꽃처럼 즐기고 나누도록 북돋우는 노래를 지으면서 알려준 어른은 몇이나 되었을까요? 시골에서 흙을 짓고 아기를 낳아 돌보는 수수한 어버이가 즐기고 나눌 만한 노래를 짓거나 알린 노래지기(음악가)는 얼마나 있었을까요? 흔히들 ‘임금 곁에서 부르던 노래’만 ‘국악’으로 치는데, 어린이가 동무랑 놀면서 부르는 노래하고 어버이가 아기를 재우거나 들일·살림을 하며 부르던 노래야말로 ‘겨레노래’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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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4. 골짜기



  물은 멧골에서 비롯합니다. 멧골에서 비롯하는 물은 바다에서 비롯합니다. 바다에서 비롯하는 물은 구름에서 비롯합니다. 구름에서 내리는 물은 바다에서 비롯하는데, 이 바닷물은 언제나 멧골에서 비롯합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물은 하나입니다. 다 다른 곳에 다 다르게 있으나, 언제나 흐르고 흘러서 어느 때에는 멧골에 바다에 구름에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물은 우리 몸이나 풀꽃나무나 열매를 이루지요. 흐르는 물이 늘 싱그러이 흐르도록 건사하는 손길일 적에 우리 몸이며 마음을 눈부시게 튼튼하도록 가꾸는 마음길이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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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3. 배움길



  누가 시키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누가 나서기에 따라가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 하니까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누가 좋아하니까 설레지 않습니다. 스스로 배웁니다. 스스로 나섭니다. 스스로 마음을 일으킵니다. 스스로 사랑합니다. 배우려면 스스로 나서서 마음을 일으키고 사랑하면 됩니다. 배우지 않거나 못한다면, 아직 스스로 안 나설 뿐 아니라 마음도 사랑도 어디에서 어떻게 지피는가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마음껏 놉니다. 스스로 놀고픈 마음인걸요. 아이는 마음껏 꿈꿉니다.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하늘이 되어 걷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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