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5.


《내가 담그는 뚝딱 고추장》

 바람하늘지기 밑틀·고은정 글·안경자 그림, 철수와영희, 2021.3.8.



면사무소에서는 날마다 ‘비닐·플라스틱을 함부로 태우지 말’고 ‘멧자락 곁에서 불을 피우지 말’라고 알리지만, 정작 어느 마을에서나 무엇이든 태운다. 타다 만 부스러기가 우리 집 마당이나 뒤꼍이나 대문 옆으로 날아드는데 그야말로 온갖 것이 굴러다닌다. 곰곰이 보면 면사무소는 알리는 말만 떠들 뿐 정작 마을을 돌면서 살피거나 다독이지 않는다. 군청도 매한가지요, 농협이든 어디이든 코빼기를 비추는 일이 없다. 벼슬아치나 길잡이(교사)는 모두 책상맡에서 맴돈다. 《내가 담그는 뚝딱 고추장》을 읽어 본다. 어린이도 뚝딱 하고 고추장을 쉽게 담그는 길을 들려준다. 참말로 뚝딱 해낼 수 있다지. 품을 줄이고 손을 덜 써도 즐거이 밥살림을 누리는 길을 알려주니 좋다. 다만, 애써 담근 고추장을 유리병에 두면 좋겠다. 나무숟가락이나 스텐숟가락을 쓰면 좋겠다. 품이나 손이 덜 가도 넉넉히 살림을 짓는 길뿐 아니라, 품이나 손이 제대로 가면서 더욱 따사로우면서 싱그러이 하루를 가꾸는 눈빛을 보태면 좋겠다. 큰가게에서 비닐자루를 못 쓰게 한다고 떠든 지 얼마 안 되지만, 돌림앓이를 앞세워 한벌살림(1회용품)이 부쩍 늘어난 판이다. 땅을 사랑으로 돌보지 않는다면 돌림앓이는 안 끝난다. 나라지기와 우리는 뭘 봐야 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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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6.


《금낭화를 심으며》

 송명규 글, 따님, 2014.10.20.



지난 두어 해 겨울에 고흥이 모처럼 꽤 추웠고, 이때에 유자나무가 몹시 힘들어했다. 이동안 후박나무는 그럭저럭 견뎠는데 지난겨울에는 유자나무뿐 아니라 후박나무까지 매우 힘들었구나. 우리 집 후박나무뿐 아니라 이웃마을이나 읍내 후박나무가 죄 잎 끝자락이 누렇게 시들었다. 여태 본 적 없던 모습이다. 그래도 새잎이 돋고 잎망울이며 꽃망울이 조금씩 부풀려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우리 집 후박나무는 열매를 아예 안 맺다시피 했다. 지난겨울에 모질게 힘들어 열매를 못 맺었다면 올해에는 어떠려나. 《금낭화를 심으며》를 읽는다. 풀꽃나무와 풀짐승과 숲이웃을 아끼려는 마음이 물씬 흐른다. 큰고장이나 서울에 살면서 푸른마음을 건사하는 이웃이 늘면 좋겠다. 시골에 살면서 푸른꿈을 키우는 이웃도 늘면 좋겠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는 외려 숲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려고 애쓰지만, 막상 시골에서는 숲을 멀리하거나 밀어내기 일쑤이다. 바다하고 숲이 하나요, 들하고 숲도 하나이고, 마을이랑 숲도 하나인 줄 잊는다면 우리 앞길은 오직 죽음이다. 나무만 우거지는 숲이 아니라, 나무 곁에 풀꽃이 있고, 풀꽃 곁에 풀벌레가 있으며, 풀벌레 곁에 새가 있고, 새 곁에 갖은 짐승이 있기에 비로소 숲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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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7.


《은여우 15》

 오치아이 사요리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활짝 핀 앵두꽃을 바라본다. 밝다. 하얀 바탕에 발그스름한 기운이 감돌면서 달포근하다. 달달하듯 포근한 이 꽃송이는 잎이 비바람에 조금 흩날려도 속살이 떨어지지 않는다. 야무지다. 앵두나무 곁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가지치기를 안 했기에 둥그스름하게 퍼지며 자라는 앵두나무는 낮에도 밤에도 반짝거린다. 하루 내내 하얗게 빛난다. 사랑받으면서 살아가는 숨소리가 통통 울린다. 《은여우 15》을 읽으며 반갑다. 한동안 우리말로 안 나오다가 다시 꾸준히 나오는구나. 끝까지 이렇게 가 주면 좋겠다. 사람이기에 사람을 볼 텐데, 사람이기에 이웃 숨결을 볼 수 있다. 풀꽃 숨결을 보고, 풀벌레 숨빛을 읽고, 새랑 구름 숨노래를 느낄 만하리라. 동무하고 마음을 나누고, 저마다 무럭무럭 크는 따스한 사랑을 가꿀 만하겠지. 바람이 불어 앵두꽃을 팔랑인다. 벌이 하나둘 찾아들고 앵두잎이 조물조물 올라온다. 부추는 꽤 올라왔다. 알싸한 물이 오르며 토실하다. 돌나물도 살살 올라온다. 봄에는 모든 풀이 새롭다. 틀림없이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보았지만 올해 볼 적에는 처음 만나는구나 싶도록 좋다. 이제 겨울잠은 다 깼겠지? 아니, 늦잠을 자도 돼. 일어나고 싶을 때에 일어나렴. 네 숨빛을 마음껏 펼치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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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59


《のはらひめ》

 中川千尋

 德間書店

 1995.5.31.



  제가 꽃을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어릴 적에는 토끼풀꽃이나 개나리꽃을 톡 훑어서 귀에 꽂거나 머리에 얹으면서 놀았습니다. 순이만 꽃순이여야 하지 않아요. 돌이도 꽃돌이가 될 만합니다. 배움수렁을 거치고 열린배움터를 두 해쯤 다니고 새뜸나름이로 살다가 책마을 일꾼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는 꽃을 살짝 잊었습니다. 떠난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려고 무너미마을을 오가는 사이에 문득 꽃내음을 다시 보고, 떠난 어른이 멧꽃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깨닫습니다. 멧꽃을 사랑하기에 멧꽃 같은 글을 쓰셨더군요. 2007년 4월에 인천으로 돌아가서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며 골목마다 핀 들꽃을 새삼스레 봅니다. 어릴 적에는 뛰놀며 흘깃 보았고 어른이 되어서야 제대로 보더군요. 《のはらひめ》는 우리말로 옮기면 ‘들순이’쯤. 들에서 맨발로 놀다가 들꽃을 엮으면서 동무하고 노래하는 소꿉을 다뤄요. 나카가와 치히로 님 그림책을 하나둘 읽다가 일본책까지 장만했습니다. ‘들꽃아이·들빛순이’ 마음을 담은 손끝을 곧바로 느끼고 싶었어요.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들순이에 숲돌이라면 아름다워요. 꽃아이랑 꽃어른이 손잡고 꽃노래를 부른다면 우리 삶터는 꽃터로 피어나겠지요. 꽃처럼 말하면 곱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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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1


《한석봉 천자문 만화(학습) 교본》

 ? 글·그림

 삼일출판사

 1980.9.



  아버지는 어린배움터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동시를 썼습니다. 집에 커다란 낱말책하고 자그마한 옥편이 있었어요. 여기에 《한석봉 천자문 만화(학습) 교본》이 있었지요. 열 살에 마을 할아버지한테서 천자문을 배웠는데 이 만화책이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1971년에 처음 나온 듯하고 꾸준히 새로 찍으면서 펴낸해만 달리 적던데, 같은 글·그림을 숱한 곳에서 고스란히 베끼고 훔쳐서 그대로 내기도 했습니다. 누가 쓰고 그리고 엮었을까요? 천자문을 만화로 엮자는 생각은 누가 했고, 어떻게 마무리를 했고, 일삯을 얼마나 받았을까요? 모든 글씨에는 뜻하고 소리가 흐릅니다. 한자뿐 아니라 한글에도 뜻이랑 소리가 나란히 있어요. 우리 나름대로 바라보고 겪고 생각한 숨결을 글씨로 옮겨서 나누는구나 싶어요. 겨울에 꽃처럼 내리는 눈, 봄날 새롭게 트는 잎눈, 둘레를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빛, 우리가 든든히 디디는 온누리, 함께 모여 살아가는 나라, 흙빛을 가리키는 ‘누렇다’라는 낱말까지 ‘누’에는 갖가지 숨결이 감돌아요. 마을 할아버지는 썩 재미나게 가르치진 못했지만 온힘을 다하셨어요. 온마음을 재미랑 즐거움을 더할 적에 말이 빛나고 글이 살아나지 싶습니다. 말빛은 삶빛으로, 다시 삶빛은 말빛으로 이어간다고 느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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