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08


《THE SPIKE》 56호

 권부원 엮음

 제이앤제이미디어

 2020.6.



  제가 마친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2009년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졸업증명서를 떼야 했기 때문인데, 모처럼 찾아간 배움터 어느 골마루에서 “쩍, 쩍, 쩍 ……” 하는 소리가 울립니다. 낯익은 소리예요. 누가 밀걸레 자루로 엉덩이를 맞는다는 뜻입니다. 배구 이야기를 다루는 《THE SPIKE》가 있고, 2020년 6월에 나온 56호는 이재영·이다영 씨가 책낯에 나란히 나옵니다. 둘은 쌍둥이 배구선수로 이름났고 널리 사랑받았습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에 이다영 씨가 인스타그램에 선배 선수를 비아냥거리는 글을 잇달아 띄우더니 ‘자살 소동’을 벌였고, 이튿날 ‘이재영·이다영 학교폭력’이 불거졌습니다. 쌍둥이 배구선수가 벌인 ‘자살 소동’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여태 가슴에 묻고 살던 생채기를 제대로 건드렸다지요. 배구 국가대표였던 어머니 뒷배에 힘입어 동무하고 뒷내기한테 칼부림까지 하며 돈을 빼앗고 괴롭힌 짓이 드러났는데, 쌍둥이는 집에 숨어 인스타질만 합니다. 때리고 괴롭히는 짓은 좀체 안 사라지고, 때린짓을 일삼은 이들은 어쩐지 뉘우칠 줄을 모릅니다. 철없는 옛날일 뿐일까요. 아직도 철없으니 어떻게 고개숙여야 하는지 모르지 싶어요. 점수·성적만 바라본 우리 민낯입니다.


ㅅㄴㄹ


.
쌍둥이 배구선수 참 어이없더라.
오늘도 인스타질이더라.
이들은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운 적이 없구나 싶다.
참으로 딱한 아이들이다.
아마 그들 스스로 뭘 잘못한 줄
하나도 못 깨달았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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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3.23.

오늘말. 붙임띠


소리를 담아서 들려주는 살림을 놓고서, 끈끈이 같거나 척 붙이는 살림을 두고서, 똑같이 ‘테이프’란 낱말로 가리킵니다. 소리가 같으면서 다른 말은 여럿이니 그러려니 지나칠 만하지만, 영어 ‘테이프’를 ‘소리그릇·소리접시’하고 ‘끈끈이·붙임띠’처럼 새롭게 갈무리하는 우리말로 나타내려는 어른이 드물었다는 대목이 새삼스럽습니다. 눈썰미가 얕은 셈일까요. 눈가늠조차 안 하거나 눈대중마저 없은 셈일까요. 말을 짓는 잣대란 따로 없습니다. 삶을 지으면서 말을 짓기 마련입니다. 틀에 박힌 말짓기가 아닌, 날마다 새롭게 삶을 짓듯 언제나 즐겁게 말을 가르고 나누고 고르면서 이야기를 담습니다. 조각 하나에서 실마리를 얻어요. 토막 하나에서 깨달아요. 누가 도맡는 일이 아니듯, 몇몇이 도차지하는 말짓기가 아니에요. 혼자하는 살림짓기가 아니듯 홀로하는 말짓기가 아니랍니다. 몇몇 사람이 잡고서 흔들 수 없습니다. 모든 말이 비롯하는 자리란 모든 삶이 태어나는 터전이에요. 숨결이 자라듯 생각이 자라고 말이 자라면서 슬기로운 빛살이 처음으로 생기니, 오늘 이곳에서 말 한 마디가 나옵니다. 사랑을 나란히 마음에 심으니 말도 삶도 나지요.


ㅅㄴㄹ


소리그릇·소리접시·끈끈이·붙임띠 ← 테이프


잣대·틀·똑같다·같다·나란히·고르다·고루·가르다·나누다·쪼개다·눈·눈길·눈높이·눈썰미·눈대중·눈가늠·덜다·맞추다·조각·토막·칸 ← 등분(等分)


도차지·혼차지·홑차지·홀로차지·혼자하다·홀로하다·움켜잡다·움켜쥐다·거머잡다·거머쥐다·잡다·쥐다·휘어잡다 ← 매점매석


나온곳·난곳·지은곳·나오다·나다·처음·비롯하다·생기다·자라다·자라나다·태어나다·있다 ← 원산(原産), 원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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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3.23.

오늘말. 좀체


도무지 안 되겠구나 싶으면 손을 떼는 길이 있습니다. 영 아니다 싶으면 그만하는 길이 있어요. 눈꼽만큼도 알아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가벼이 떠나는 길이 있지요.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물러설 수 있어요. 참말로 그만두어도 됩니다. 아무리 애쓰더라도 담치기에 그칠 때가 있고, 아무래도 어렵다면 새길을 생각할 수 있어요. 뭐 아직 때가 아닐 수 있어요. 할 자리도 펼 터도 아니기에 돌아서야 할 만합니다. 서울에서만 해야 하지 않고, 큰마당이 아니라서 서운할 까닭이 없어요. 더 커야 좋을 까닭이 없고, 수수하기에 빛이 안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를 읽기로 해요. 좀체 안 된다면 푹 쉬어 봐요. 쉬 해내기 어려운 일이 있기 마련이고, 쉬 풀리면서 하나도 힘이 안 드는 일이 있어요. 모름지기 마음을 먹고서 첫발을 내딛기 나름입니다. 어찌해야 좋을까 모르겠다면 두 손을 다 내려놓고서 낮잠을 자도 좋아요. 몸에서 힘을 뺀 채 단잠에 들다 보면 어쩐지 기운이 새로 솟아요. 푹 자고 일어나서 마을길을 걷고, 봄을 맞이해서 찾아온 새를 헤아리먀 숲길을 걸어요. 이리하여 우리는 다시 서지요. 꿈길 앞에, 사랑자리 곁에.


ㅅㄴㄹ


도무지·영·눈꼽만큼도·쉬·통·아니·참·참말·참말로·하나도·조금도·좀처럼·좀체·죽어도·아무리·아무래도·아주·짜장·무릇·모름지기·뭐·어찌·어쩐지·그래서·그러니까·그리하여·이리하여·다시 말해·말하자면·곧·그야말로·이야말로 ← 도시(都是)


서울·고을·고장·마을·곳·자리·터·크다·큰고을·큰고장·큰골·큰마당·큰물·큰바닥 ← 도시(都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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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yotes (Paperback)
Wilfrid Swancourt Bronson / Sunstone Pr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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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3.23.

그림책시렁 638


《Coyotes》

 Wilfrid Swancourt Bronson

 sunstone press

 1946./2007.



  지네를 집에서 보며 자라지 않았다면 지네를 알 길이 없습니다. 거미를 꽃밭에서 보며 크지 않았으면 거미를 알 턱이 없습니다. 개구리를 논에서뿐 아니라 풀밭에서 만나며 놀지 않았다면 개구리를 알 노릇이 없고, 제비랑 바람을 가르며 뛰어놀지 않았으면 제비를 알 수 없습니다. 집에 지네가 있어도 마음으로 지네를 바라보지 않으면 지네를 몰라요. 꽃밭이며 마당이며 곳곳에 거미가 있어도 마음으로 거미한테 다가서지 않으면 거미를 모릅니다. 개구리나 제비뿐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마음으로 서로 느끼려고 하는가요? 마음으로 서로 눈빛을 읽으려고 하는지요? 《Coyotes》는 1946년에 처음 나오고 2007년에 새로 나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찻길·하늘나루·큰고장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누구도 쓰거나 그리기 어려운 그림책일 텐데, 그린이는 어릴 적부터 늘 곁에 두고 동무랑 이웃으로 삼은 숨결을 차곡차곡 옮겼습니다. 처음엔 물끄러미 지켜보지요. 이윽고 이웃으로 사귀지요. 어느덧 동무가 돼요. 한마음으로 ‘코요테’가 되어 삶자국이며 살림결을 눈부신 숨결로 글·그림으로 여미어 냅니다. 사랑스런 푸른별 한켠을 밝혀 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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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먹는 늑대야 물들숲 그림책 9
유승희 그림, 이준규 글 / 비룡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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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3.23.

그림책시렁 626


《꽃을 먹는 늑대야》

 이준규 글

 유승희 그림

 비룡소

 2015.5.26.



  오늘 곁에 아이들하고 어우러지기에 아이들이 어떻게 뛰놀면서 마음을 키울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제 곁에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이 아닌 ‘이웃 아이들’을 생각할 텐데요, 모든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꿈꾸면서 하루를 그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뭘 꼭 배워야 하는 하루가 아닌, 언제나 스스로 생각하고 나아갈 길을 헤아리는 씩씩한 숨결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이라고 말할 적에는 ‘사람 아이’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늑대나 여우네 아이도, 풀꽃나무네 아이도 가리킵니다. 새나 바다벗 아이도 아우르지요. 그야말로 모든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아야 이 별이 푸르고 아름답습니다. 《꽃을 먹는 늑대야》는 늑대 한살이를 되도록 안 치우친 눈길로 그리려는 듯합니다. 다만 이제는 늑대를 들이나 숲이나 멧골이 아닌 짐승우리에서 겨우 ‘구경할’ 뿐입니다. 이 나라 늑대를 살필 길이 없고, 이웃나라 늑대를 책이나 그림으로 들여다봐야 해요. 여러모로 애써서 빚은 늑대 그림책일 테지만 ‘늑대도 아이가 뛰놀도록 돌보고 이끈다’는 대목을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 왜 늑대가 꽃냄새를 맡고 꽃을 먹겠어요?


ㅅㄴㄹ


살짝 아쉬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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