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의 집 4 - 개정증보판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김은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1.3.26.

만화책시렁 341


《도토리의 집 4》

 야마모토 오사무

 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11.29.



  앵두꽃을 톡 훑어서 먹으면 앵두꽃 냄새가 퍼집니다. 모과잎을 똑 따서 먹으면 모과잎 내음이 번집니다. 사람들은 흔히 냉이뿌리를 캐서 국을 끓이는데, 냉이꽃이나 냉이씨나 냉이잎이나 냉이줄기도 나물로 좋습니다. 찔레잎이며 민들레잎이며 더없이 반가운 나물이에요. 다 다른 풀잎은 다 다르게 젖어드는 푸른물입니다. 다 다른 꽃잎은 다 다르게 감겨드는 맑은빛이에요. 《도토리의 집 4》을 펴면 ‘별빛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거듭난 여러 어른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은 예나 이제나 똑같이 별빛을 품은 아이입니다만, 어른들은 아직 별어른까지 거듭나지 못한다지요. 생각해 봐요. 별빛아이를 별빛아이로 사랑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가려면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요? 별빛어른이어야 할 테지요. 푸른별에 걸맞게 살아갈 사람이라면 ‘도시인·문명인·문화인’이 아닌 ‘푸른사람’일 노릇입니다. 푸른넋이 되고 푸른눈으로 보며 푸른넋이기에 비로소 푸른꿈으로 푸른글을 쓰고 푸른삶을 가꿀 만합니다. 멀리서 찾지 마요. 곁에서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책으로 배우지 마요. 살림으로 품고 사랑으로 안으며 다같이 아름다이 사람으로 일어서면 좋겠어요. 우리는 푸른이웃이요 푸른벗이며 푸른빛입니다.


ㅅㄴㄹ


“열두 살이면 미아가 될 나이가 아니잖아요? 버스를 탈 줄 알면 혼자서 전화도 걸 줄 알 거예요.” “아뇨. 우리 애는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내 딸은 장애아예요. 귀가 들리지 않고 말도 전혀 못해요. 전화도 걸 줄 모릅니다. 글도 읽을 줄 모르고 쓸 줄도 몰라요. 곤란한 일이 생겨도 말로 도움을 청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이름조차 소리내어 말할 수가 없어요 … 다아, 다아, 라는 소리를 내며 울면서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으면 그게 제 딸이에요. 어딘가에서 다쳐서 웅크리고 앉아 우는 아이가 있다면, 그게 제 아이예요.” (80∼81쪽)


“그래요! 우리는 그걸 원하면 안 되나요? 저 아이는 행복해지면 안 되냐구요? 왜요? 들리지 않아서요? 지능이 떨어져서요? 장애라서요? 그러니까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126쪽)


#山本おさむ #どんぐりの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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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보이는 한자 - 삶을 본뜬 글자 이야기
장인용 지음, 오승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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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아쉬운책 2021.3.26.

맑은책시렁 241


《세상이 보이는 한자》

 장인용 글

 오승민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12.29.



  《세상이 보이는 한자》(장인용, 책과함께어린이, 2020)는 한자란 글씨를 지을 무렵 어떤 마음을 담았는가를 들려주면서, 오늘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쓰는가를 살며시 짚습니다. 글을 제법 알고 책을 퍽 읽은 어른이 보기에는 쉬운 한자를 살펴서 말결을 더 널리 익힐 만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라도 한자는 영어하고 똑같이 바깥말이자 바깥글입니다.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똑같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말을 좋아해서 영어나 일본말이나 러시아말이나 독일말로 죽죽 뻗어 나가며 배운다면 한자도 아주 어렵지는 않아요. 그러나 수수한 자리에서 수수하게 살림을 짓고 살아가는 길에서 한자는 꽤나 높직한 담벼락입니다.


  ‘한자와 한자말을 아는 어른’이라면 ‘온누리가 보이는 한자’로 여길 만하지만, ‘한자를 잘 모르고 한자말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고서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어른’이라면 ‘온누리를 막는 한자’로 느낄 만합니다. 어린이한테는 어떨까요?


  어린이한테 한자를 들려주거나 알려준다고 해서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만, 섣불리 온갖 한자말을 끼워서 가르치려고 들지는 말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린이한테는 한자에 앞서 우리말부터 제대로 들려주고 알려주고 가르쳐야지요. 우리말을 모르는 채 한자를 배우거나 왼들 부질없어요. ‘물’이라는 낱말이 어떻게 비롯했고 어떻게 쓰임새를 펴는가를 모르는 채 ‘수(水)’라는 한자만 가르친들 뭘 알까요? ‘흙’하고 ‘땅’하고 ‘터’ 같은 우리말이 어떻게 비롯했고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제대로 모르는 채 ‘토(土)’라는 한자만 알려준들 뭘 배울까요?


  물이나 흙이 대수롭고 뜻있기에 ‘숲’하고 얽힌 한자가 무척 많다는데, 우리말도 매한가지예요. 우리말도 ‘숲’하고 얽힌 낱말이 대단히 많아요. 무엇보다도 ‘살림’을 짓고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는 길을 밝히는 우리말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런 우리말을 바탕으로 한자를 나란히 놓고, 또 영어도 함께 놓으면서, 오늘 우리 삶터에서 어른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말글살이를 하는가를 넌지시 나무라면서 어린이가 앞으로 새길을 새말로 열도록 북돋아야지 싶습니다.


  말은 외워서 못 써요. 말은 오로지 삶으로 녹여내어 즐겁게 놀면서 재미나게 익히고 새롭게 지어서 씁니다.


ㅅㄴㄹ


하늘이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면 땅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손으로 만질 수도 있어. 거기서 식물들이 자라고 동물들도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 흙과 돌에 관련된 글자가 많은 건 당연한 거야. (24쪽)


물이 들어간 글자가 많은 것은 물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61쪽)


원래 ‘민(民)’은 백성이라는 뜻이 아니었어. 한자가 만들어지던 시기엔 전쟁에서 사로잡은 다른 나라 포로들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눈을 찔러 멀게 하고 노예로 부렸다고 해. ‘민(民)’은 그 모습을 나타낸 글자였지.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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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푸르면서 파랗게 (2021.2.5.)

― 목포 〈지구별서점〉



  두 어린씨한테 “목포에 가 볼래?” 하고 묻습니다. 큰아이는 시큰둥하고 작은아이는 “갈래! 갈래!” 하고 뜁니다. “가면 그날 못 돌아오고 하룻밤 묵어. 버스를 여섯 시간쯤 타야 하고.” “음, 버스를 오래 타면 힘들지만, 밥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면 되지.” 요새는 시외버스나 기차에서 밥이나 주전부리를 못 먹게 합니다. 몰래 먹는 분이 꽤 있지만, 예전처럼 시끌벅적하게 먹는 사람은 확 줄어 냄새가 적고 바닥에 쓰레기가 덜 뒹굽니다. 고흥에서는 어디를 가도 멀기에 한두 나절은 가벼이 길에서 보내는데, 아이들은 이때에 아버지처럼 ‘아무것도 안 먹기가 가장 속이 좋은’ 줄 압니다.


  고흥읍으로 나가고, 광주로 간 다음, 광주 마을책집에 들러 숨을 돌리고서 목포로 갑니다. 목포 시내버스를 탈까 싶지만 작은아이를 헤아려 택시를 탑니다.


  길그림으로만 볼 적에는 몰랐는데 〈지구별서점〉은 목포 기차나루 코앞에 있더군요. 이다음에는 더 수월히 올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작은아이는 다리를 쉬면서 그림놀이를 합니다. 아버지는 골마루를 천천히 돌면서 푸른 이 별을 헤아리는 마음을 들려주는 책집을 누립니다.


  우리가 사는 이 별을 바깥에서 보면 푸르면서 파랗다지요. 뭍(들숲)은 푸르고, 물(바다)은 파랗다지요. 푸르면서 파란 기운이 어우러지기에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만나고 삶을 지으며 살림을 가꿀 만하리라 봅니다. 풀꽃나무를 맞아들여 푸르게 노래합니다. 바람·하늘·바다를 하나로 받아들여 파랗게 빛나는 숨결이 됩니다. 왼손에는 풀씨를 놓고, 오른손에는 바람을 둡니다. 왼손에는 풀꽃을 얹고, 오른손에는 구름송이를 담습니다.


  어떤 책이 즐거울까요? 어떤 책이 재미날까요? 어떤 책이 값질까요? 어떤 책을 아이랑 읽을 만할까요? 어떤 책을 앞으로 이 땅을 돌볼 어린씨·푸른씨한테 물려줄 만할까요? 어떤 책을 곁에 두면서 넋을 푸르고 얼을 파랗게 보듬을까요?


  책집 〈지구별서점〉에 있는 동안에는 호젓합니다. 책집을 나서서 길손집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는 자동차 소리가 가득합니다. 책을 읽으려면 두 손을 폅니다. 책집으로 가려면 두 발을 디딥니다. 책을 지으려면 두 손에 붓이랑 호미를 쥡니다. 책을 나누려면 두 발로 이웃이며 동무한테 찾아갑니다.


  밤빛을 바라보면서 작은아이한테 〈Wolfwalkers〉를 틀어 줍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The Secret Of Kells〉하고 〈Song of the Sea〉에 이어 새 이야기꽃을 아름다이 엮었어요. 오늘 장만한 책을 읽으면서 ‘늑대 노래’를 귀로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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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조금 바꿉니다》(정다운과 다섯 사람, 자그마치북스, 2020.8.18.)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김원희, 달, 2020.8.13.)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봄날, 반비, 2019.11.29.)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편집부, 편않, 2020.9.1.)

《박단순의 책》(박단순 이야기, 시네마MM, 2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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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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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3.25.

오늘말. 알아서


시키지 않아도 제 나름대로 하는 사람이 있고, 시켜야 비로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다른 만큼 늘 제 그릇대로 힘을 기울이고 손을 쓰고 몸을 움직여서 배웁니다. 깜냥이 안 되거나 주제넘을 일이란 없다고 여겨요.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하기 마련이고,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하거든요. 첫째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대단하거나 멋져야 하지 않습니다. 으뜸이나 꼭두여야 빛나지 않거든요. 우두머리 노릇을 해야 아름답거나 훌륭하지 않아요. 알아서 생각하고, 알아서 익히고, 알아서 가꿀 줄 아는 숨결이기에 비로소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다고 봅니다. 온누리 어느 곳에나 쓰레기란 처음부터 없습니다. 무엇이든 어디에서나 마음껏 살려서 쓸 만해요. 그렇지만 넘치다 보니 어느새 쓰레기로 바뀌어요. 흘러넘치고 쉽게 버리고 보니 어느덧 찬밥입니다. 섣불리 안 버려도 좋을 텐데, 쓰레기를 줄이려는 삶보다는 참답게 삶을 밝히는 길이라면 한결 좋아요. 참삶길로 가 봐요. 푸른길을 걸어요. 푸른짓기를 하고, 온살림을 빛내기로 해요. 저 높은 곳으로 가려는 생각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서로서로 살림지기가 되어 마주하면 더없이 반갑습니다.


ㅅㄴㄹ


깜냥·주제·그릇·힘·손·몸·나름대로·그 나름대로·제 나름대로·알아서·하다·-마다·-만·-한테·마음·맘대로·멋대로 ← 재량(裁量)


지기·어른·위·손위·높다·길다·첫째·첫손·대단하다·멋지다·끝내주다·훌륭하다·놀랍다·으뜸·꼭두·머리·꼭대기·우두머리·꼭두머리 ← 장(長), 짱(長)


쓰레기 줄이기·쓰레기 없애기·안버림·안버리기·안버림살림·쓰줄삶·쓰레기를 줄이는 삶·온살림·온살이길·참살림·참살이·참삶빛·참삶길·푸른길·풀빛길·푸른살림·풀빛살림·푸른삶·풀빛삶·푸른짓기·풀살림·제버림·제대로 버리기·즐안삶·즐안살림·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살림·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삶 ←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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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9.


《날마다 한 줄 수수께끼 동시집 다줄께》

 김영숙 엮음·광양 마로초 3학년 2반 24명 글, 심다, 2021.3.1.



함께 쓸고 닦는다. 아이들이 “아, 힘들다.” 하면 “이제 그만 쉬렴.” 하고 말한다. 혼자 마저 쓸고 닦고, 아이들이 쓸고 닦은 자리를 새로 쓸고 닦는다. 아이들은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빈틈없이 해낼까? 글쎄, 때로는 빈틈없이 해낼는지 모른다만, 굳이 따질 까닭이 없다. 아이들은 늘 아이들 몫만큼 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하고 놀듯이 한다. 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면 된다. 아이들은 빈틈없는 사람이 아니라 즐겁게 놀면서 살림꽃을 헤아리는 상냥한 사람으로 자라나면 넉넉하다고 본다. 아이들은 솜씨꾼도 재주꾼도 되어야 하지 않지. 아이들은 신바람으로 하루를 짓는 놀이를 누리면 아름답다. 《날마다 한 줄 수수께끼 동시집 다줄께》는 여덟 살 어린이하고 날마다 수수께끼 놀이를 꾀한 길잡님이 갈무리했다. 그냥 알려주거나 말하기보다는 “한 줄짜리 수수께끼 놀이를 해볼까?” 하면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줄도 석 줄도 아닌, 열 줄도 스무 줄도 아닌, 오직 한 줄짜리 수수께끼를 아이들 스스로 내도록 이끌면서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새삼스레 바라보도록 북돋운다. 그나저나 이 책은 누리책집에 없으니, 전남 순천 〈책방 심다〉로 찾아가야 만난다. 또는 〈책방 심다〉한테서 책을 받은 마을책집 책시렁에 고이 놓일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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