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3.29.

책하루, 책과 사귀다 7 많이 드셔요



  저 스스로 안 하는데 남더러 하라 말하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안 즐기는데 이웃더러 해보라 얘기하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하기에 동무한테 들려주고, 저 스스로 누리기에 아이들한테 물려줍니다. “많이 먹어.” 같은 말을 어릴 적부터 꺼렸습니다. 왜 많이 먹어야 하는가 싶더군요. 어린 저로서는 ‘밥보다 놀이’였기에 “안 먹어도 좋으니 마음껏 놀아.” 같은 말이 반가웠어요.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서 밥자리에 있다 보면 “많이 먹으셔요. 왜 이렇게 안 먹으셔요?” 하고 물어보십니다만, 저는 누구한테도 “책 많이 읽으셔요. 삶을 많이 배우셔요. 옷을 많이 입으셔요. 더 많은 책집에 다니셔요.” 하고 말하지 않아요. 제가 책을 많이 읽거나 여러 책집을 다니더라도 저로서는 늘 ‘즐거움’ 하나일 뿐 ‘많이’가 아닙니다. 즐겁도록 알맞게 먹으면 되고, 즐겁도록 알맞게 입으면 되고, 즐겁도록 알맞게 벌어서 살림을 지으면 돼요. 모든 책은 ‘즐겁게’ 읽어야 할 뿐입니다. ‘많이’ 읽거나 ‘더’ 읽지 맙시다. 모든 글이나 말은 ‘즐겁게’ 쓰고 나눌 뿐입니다. ‘많이’ 쓰거나 읊지 맙시다. 아이들한테 많이 먹이지 마요. 아이들한테 많이 읽히지 마요. 어른인 우리 스스로 늘 즐겁게 하루를 짓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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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8. 집으로



  마음껏 놀면서 자라는 어린이입니다. 실컷 조잘거리면서 크는 어린이입니다. 무엇이든 해보면서 철드는 어린이입니다. 언제나 꿈을 그리면서 사랑스러운 어린이입니다. 어른은 어떻게 자랄까요? 어른은 언제 클까요? 어른은 얼마나 철드는가요? 어른은 스스로 무슨 꿈을 그리기에 사랑스러울까요? 마실을 같이 다니면서 쉬잖고 뛰고 떠들던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까무룩 잠듭니다. 이제는 어버이 어깨가 아닌 서로 어깨를 나란히 기대어 꿈나라로 갑니다. 집으로 가면 몸을 곧게 펴고 드러눕겠지요. 잘 자렴. 내려서 집까지 폭 업거나 안아 줄 테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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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7. 밥주걱



  만지면서 배웁니다. 요것을 만지니 요것한테서 흐르는 기운을 배워요. 조것을 건드리니 조것이 흘러온 기운을 배우고요. 만져 보지 않고서는 어떻게 다루는가를 알지 못해요. 건드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쓰는가를 알 길이 없어요. 아이들은 무엇이든 손으로 느끼고 혀로 살피고 눈으로 깨닫고 마음으로 알려 합니다. 서툴게 만지다가 쏟거나 엎을 수 있어요.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어긋나거나 틀릴 수 있어요. 아이한테 틈을 줘요. 아이가 틈새를 누리도록 해요. 해보고 다시 해보고 또 해보면서 스스로 삶을 맛보도록 아이 손에 밥주걱을 쥐어 주기로 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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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7
임옥희 외 지음, 인권연대 기획 / 철수와영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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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72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인권연대 밑틀

 임옥희·로리주희·윤김지영·오창익 글

 철수와영희

 2020.10.24.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20)는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인권’은 ‘사람길’이 아닌 ‘사내가 살아갈 길’이란 뜻이었고, 이 틀을 깨려고 ‘여권’이란 말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짓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아내’란 낱말은 일본말 ‘내자(內子)’를 그대로 옮긴 말씨입니다. ‘안사람 = 안해 = 아내’이거든요. ‘바깥양반’도 일본말이지요. 겉모습은 한글이어도 속내는 일본 살림을 드러냅니다. 이러구러 우리나라는 조선 오백 해에 일제강점기 서른여섯 해를 거치면서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를 가르치되 늘 뒷전에서 들볶이던 가시내’라는 틀이 섰어요. 이동안 사내는 붓을 쥐고 거들먹거렸습니다.


  다만 이러한 틀은 벼슬아치나 임금붙이에서나 있었어요.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를 돌보는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이 일하고 쉬고 놀고 어우러지면서 지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림을 꾸리고 손수 집밥옷을 짓고 아이를 낳아 돌보던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라는 길을 걸었어요. 이와 달리 먹을 갈아 종이에 붓글씨를 쓰던 한 줌조차 안 되는 이(사내)들은 가시내를 억누르면서 종으로 부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틀은 오늘날에도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사내가 집안을 꾸리는 틀은 ‘먹붓종이를 만지던 옛날 사내’하고 똑같거든요.


  2021년 우리나라는 서울지기(서울시장)·부산지기(부산시장)를 새로 뽑습니다. 서울지기·부산지기 모두 응큼짓(성폭력)을 저질러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들은 두 손으로 흙을 만지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꾸리는 사내가 아닌, 먹붓종이를 손에 쥔 사내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살림을 모르거나 등돌린 채 나라일을 맡거나 글을 쓰거나 가르치는 모든 사내’는 바보짓을 일삼기 쉽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가시내도 매한가지이지 싶어요. 응큼짓(성폭력)은 사내만 하지 않습니다. 살림을 짓지 않는 가시내도 똑같이 응큼짓을 해요. 다시 말해서, 살림을 안 짓고 참사랑하고 등진 채 글만 파는 먹물붙이(지식인)는 사람길(인권)하고 동떨어진 응큼짓(성폭력)이며 막짓(폭력·갑질)으로 기울고 만다고 느낍니다.


  이런 오늘날 우리는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를 새롭게 바라볼 만합니다. 여태껏 ‘길(인권)’을 ‘사람’이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길을 사람으로 보도록 ‘응큼짓·막짓 먹물붙이 사내’가 아닌 ‘살림을 짓고 사랑을 가꾸는 사람, 이 가운데 가시내라는 포근사랑’이라는 눈썰미를 키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자리에 서면 참말로 모든 사내·가시내가 바보짓이나 막짓이나 응큼짓을 합니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지으며 숲을 사랑하는 자리에 있으면 어떤 사내나 가시내도 바보짓·막짓·응큼짓을 안 해요.


  우리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껍데기만 사람이 아닌, 속알맹이가 참답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기에 즐거이 살림을 짓고 돌보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서로 사람이기에 가시내랑 사내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아이를 낳아 돌봅니다. 서로 사람일 때라야만 오늘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들하고 즐겁게 놀면서 꿈을 가꾸는 어른이 되어요.


ㅅㄴㄹ



‘사내 녀석들이 본래 그렇잖아.’ ‘뭘 그까짓 걸 갖고 앞길이 구만리인 남자애들 인생 망치려고 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관행이었죠. (21쪽)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은 관리의 대상이었다는 거예요.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역할을 규정하고 기획합니다. (77쪽)


자기들도 아는 거예요. 그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심한 거예요. 딱히 욕을 하는 이유가 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86쪽)


저도 그렇지만 대학 안에 있으면 현실감각이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현실의 물적 조건, 가장 절박한 그 순간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이론을 위한 이론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148쪽)


20대 이후 남성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50대가 되면, 여성보다 세 배나 많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군대에서 익힌 잘못된 군대 문화, 가부장적 질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결국은 남성 자신이 스스로의 목숨을 더 많이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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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3.26. 지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갈무리쪽(메모리카드)에 담은 빛꽃(사진)을 셈틀로 옮기기 앞서 또 지웠습니다. 옮겼는지 안 옮겼는지 알쏭하기에 “그럼 지우고 보자!”고 여기면서 꾹 지우고서 “아차, 안 옮겼네?” 싶어 부랴부랴 갈무리쪽을 되살리려 하지만 하나도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저녁나절에 한참 끙끙대다가 두 손을 듭니다. 이레 동안 어떤 살림살이를 빛꽃으로 담았나 하고 돌아봅니다. 여러모로 속쓰리더라도 바로 이 손으로 단추를 섣불리 눌렀어요. 더듬더듬 되새기면서 이튿날부터 새로 찍자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뛰놀며 짓는 웃는 몸짓을 그만 지우고 말았으면 내내 아팠을 텐데, 그나마 우리 집 봄꽃하고 잎망울을 담은 빛꽃을 잔뜩 지웠으니, 다시  하나하나 다가서면서 찍으면 될 테지요. 똑같은 바보짓을 새삼스레 할 적에 곰곰이 생각합니다. 집안일을 잔뜩 해서 팔다리에 힘이 빠질 적에 곧잘 글판을 잘못 쳐서 글을 통째로 날릴 때가 있습니다. 졸음이 쏟아지지만 더 용을 쓰며 빛꽃을 갈무리하자고 여기다가 그만 오늘처럼 확 날릴 때가 있어요.


  힘들거나 고단하면 다 내려놓고 드러누울 노릇이에요. 가만히 누워서 파란하늘을 그리고, 온몸에 힘을 빼고 꿈나라로 가야지요. 온몸에 힘을 빼기에 새롭게 기운이 차올라요. 힘이 빠져 해롱거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 들면 언제나 비틀거리다가 넘어지거나 자빠집니다.


  재미있어요. 힘들기에 쉬면 기운이 새로 솟아요. 고단하기에 다 내려놓으면 어느새 눈을 번쩍 뜨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풀꽃나무도 밤에 고이 쉬면서 새벽에 이슬을 머금고 깨어나기에 푸르듯, 사람도 밤에는 별빛을 가슴에 품으면서 새벽빛을 바라기에 아침을 반가이 맞이하지 싶습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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