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에게도
백기완 지음 / 푸른숲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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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3.30.

노래책시렁 183


《젊은 날》

 백기완

 화다

 1982.3.15.



  호로로롱삣쫑 하고 노래하는 새가 있습니다. 제 귀에는 이처럼 들려서 이렇게 노랫소리를 옮깁니다. 큰아이가 이 새는 어떤 이름이냐고 묻습니다. 고장마다 다르게 이름을 붙이는 새라서 큰아이더러 스스로 느끼는 대로 생각해서 이름을 붙여 보라고 말합니다. 새를 헤아리면 언제나 사람들 스스로 이름을 붙여요. 누가 붙이지 않고, 따로 알리지 않아요. 새를 마음으로 마주하고 사랑으로 동무하는 눈빛으로 이름을 붙입니다. 《젊은 날》은 2021년에 흙으로 돌아간 백기완 님이 처음으로 선보인 노래책입니다. 책이름 그대로 “젊은 날”에 어떤 꿈을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하루를 지었는지를 풀어놓고, ‘나이가 제법 들었으나 아직도 젊은 넋으로 꿈꾸면서 사랑하고 싶다’는 뜻을 엮습니다. 어찌 보면 투박합니다. 이래저래 피가 끓습니다. 그리고 수수합니다. 새는 어떻게 노래할까요? 새가 노래를 하듯이 글을 쓰면 우리 글빛에는 하늘빛 숨결이 흐르리라 생각해요. 개구리는 어떻게 노래하지요? 개구리가 노래를 하듯이 글을 여미면 우리 글꽃은 풀꽃이 되고 나무꽃이 되며 숲꽃이 되는구나 싶어요. 못난 꽃도 잘난 꽃도 없습니다. 못난 글도 잘난 글도 없어요. 스스로 피어나면 모두 글이요, 스스로 노래하면 그대로 노래(시)입니다.


ㅅㄴㄹ


그렇다 /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 구르는 마루 바닥에 /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젊은 날/11쪽)


몰개(파도)는 손짓하고 갈매기는 우짖어 / 쪽배는 출렁이는데 / 왜 이 못난 것은 / 그리움에 젖을까 (갯바람/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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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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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30.

인문책시렁 17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이야기

 싸이드웨이

 2019.12.5.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박지원, 싸이드웨이, 2019)는 열린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삶을 이루기까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읽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지으려 했는가 하는 발자국을 들려줍니다. 글님으로서는 틀(법) 곁에 꽃(예술)을 놓아야 비로소 이 나라가 거듭나리라 여기는 배움길이자 가르침길이었다고 합니다. 틀을 반듯하게 세우더라도 꽃을 곁에 놓지 않을 적에는 그저 딱딱하거나 차가운 쇳덩이에 그친다고, 꽃이 피어날 틈을 두는 틀이어야 하고, 꽃을 돌보는 손길로 삶을 가꿀 줄 아는 틀이어야 한다고 여긴다지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님은 틀(대학교) 쪽에 서서 일합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딱딱하고 차가운 쇳덩이를 바꾸거나 고칠 만한 길을 생각하지만, 좀처럼 틈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틀(권력) 쪽에 서고 나면 주머니를 그득히 채울 만하기에, 숱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바른말(정의·진보)을 내놓지만 속은 빈 겉발림이기 일쑤라고 합니다.


  틀이 아닌 쪽은 어떤 삶일까요. 틀에 들어서지 않기에 가난하거나 고되거나 벅차거나 아프거나 슬픈 삶일까요. 틀에 서서 주머니를 꿰차기에 외려 마음이 가난하고 고되고 벅차고 아프거나 슬픈 길이지는 않을까요.


  2021년에 고흥군청 코앞에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이 잔뜩 들어섭니다. 전라남도에서도 귀퉁이라 할 이 시골자락 군청 코앞 잿빛집은 한 칸에 3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시골 읍내에 높다란 잿빛집까지 올려야 할 만큼 ‘시골에 집이 없’을까요. 시골에서도 잿빛집을 올려야 ‘서울을 닮은 살림(세련된 도시문화)’이 될까요.


  틀이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그저 틀만 있고 꽃이 없다면, 풀 한 포기가 돋을 틈이 없고, 풀꽃을 둘러싼 숲이 없다면, 그 틀은 언제나 딱딱하고 차가운 나머지 아무런 숨결(생명)을 못 낳습니다. 숨결을 못 낳는 곳에는 사랑이 없기 마련이고, 사랑이 없는 데에는 새롭게 날갯짓할 생각이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집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책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일꾼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햇볕이나 비나 바람이나 바다나 들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누구나 넉넉히 누릴 만큼 다 있습니다. 틀을 세워서 혼자 주머니에 쑤셔넣으려 하니 모자라 보일 뿐입니다.


  살림하는 사람은 틀을 세우지 않아요. 살림을 하기에 삶을 지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틀에 서지 않아요. 사랑을 하기에 사람다이 하루를 노래해요. 돈·힘·이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직 돈만 밝히고 오로지 힘만 움켜쥐고 그저 이름에 얽매이니 바보가 될 뿐입니다. 꽃돈이 되고 꽃힘이 되고 꽃이름이 될 노릇입니다. 꽃손이 되고 꽃눈이 되고 꽃몸이 될 삶입니다. 틀(법·사회·정치·권력)은 이제 그만 읽고서 틈(꽃·풀·숲·사랑·살림)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그저 제가 읽은 책들을 저 나름으로 소화하고 정리했을 뿐입니다. 전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에요. (18쪽)


우리나라는 교보문고 정도 되는 대형서점에서도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든가 전문적인 학술서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일본은 후쿠오카만 하더라도 그런 방면의 다양성은 훨씬 낫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교보문고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그런 다양성을 꾀하면서 훌륭한 내실을 보여주는 서점들이 몇 군데 있어요. (56쪽)


중학교에 올라온 제게 대구라고 하는 공간은 너무나도 외로운 곳이었어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이가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으니 하굣길의 헌책방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그때 헌책방 주인 분들은 저 같은 학생이 책을 샅샅이 헤집고, 몇 시간이나 구석에 앉아서 줄곧 그 책들을 읽는 것을 눈감아 주었던 것 같아요. (60∼61쪽)


우리나라의 법률 교육이라고 하는 게 철두철미 폐쇄적이고 도그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법률가가 되어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기란 대단히 힘든 법입니다. (92쪽)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엔 일반적인 지식 사회, 지식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책’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근대적 지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에서 교과서라고 하는 것이 미신적 권위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95쪽)


저는 바깥세상에 대곤 정의와 진보를 얘기하면서 자기가 속한 학문, 대학, 가정, 학연, 지연, 혈연을 너무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던 것 같아요. (125쪽)


우리나라의 대다수 학자는 번역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이 한글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그런 걸 꺼리는 것 같은 인상까지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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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11


《尋常 小學國史 上卷》

 文部省 엮음

 大阪書籍株式會社

 1920.10.22.



  일본에서 일본 어린이를 가르치려고 1920년에 펴낸 《尋常 小學國史 上卷》을 천안에 있는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어쩐지 판짜임이나 글씨나 줄거리가 낯익구나 싶더니, 1923년에 조선 어린이한테 가르치려고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普通學校 國史 兒童用》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尋常 小學國史》는 일본 어린이가 배울 책이니 일본 발자취를 담을 텐데, 《普通學校 國史》는 우리나라(조선) 어린이가 배울 책이지만 우리 발자취가 아닌 일본 발자취가 가득해요. 그런데 이 배움책 사이사이에 손글씨로 적어서 슬쩍 붙인 종이가 있습니다. 꽤 많아요. 왠 종이를 이렇게 붙였나 하고 들여다보니 ‘우리 발자취’를 일본글로 적었더군요. 아, 그무렵(일제강점기) 어린이를 가르치던 어른이 쓰던 배움책 같아요. ‘국사’란 이름인데 일본 발자취만 가르칠 수 없다고 여겨, 서슬퍼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몰래 가르친 자국이네 싶어요. 일본 배움책을 다룬 곳(發賣所)은 ‘國政敎科書共同販賣所’입니다. 오늘 우리는 ‘국정교과서’란 이름을 쓰는데 일본 제국주의 옷을 물려입은 셈입니다. 털어낼 티끌이란 무엇일까요? 씻어낼 허물이란 뭘까요?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요?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오늘을 들려주면서 앞길을 그릴 적에 참다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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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5


《가정의 벗》 185호

 양재모 엮음

 대한가족계획협회

 1984.1.1.



  모든 아이는 어른 눈빛이나 몸짓이나 말결에 흐르는 마음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하는 거짓말을 알아채지만 마치 모르는 척하고, 그냥 어른들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듯 군다고 느껴요. 우리 마음에 사랑이 흐른다면 아이는 늘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를 못 돌보지 않아요. 가멸차기 때문에 아이를 잘 보살파지 않아요. 아이는 돈으로 자라지 않고, 어른도 돈으로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요. 《가정의 벗》은 ‘대한가족계획협회’라는 곳에서 펴낸 달책이라는데, 185호를 보면 1984년 무렵에 퍼진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같은 알림말이 눈에 띕니다. 그래요, 1984년 그무렵 마을 곳곳에 이런 ‘나라 알림말(국가 표어)’이 붙었어요. 예전에는 ‘여러 아이’를, 이러다가 ‘두 아이’를, 이윽고 ‘한 아이’를 낳자는 나라 알림말이 우표에 깃들기도 했어요.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돈을 받고서 아기를 꽤 여러 나라로 보냈습니다. 누가 어느 집에서 낳은 아기이든 포근히 아끼고 사랑하는 터전하고는 멀었어요. 오직 사랑을 바라는 아기일 테니 어른인 우리도 오직 사랑을 아기한테 물려주면 될 텐데요. 나라에서 ‘가족계획’을 안 세워도 좋으니 모든 마을하고 살림집에 따사로이 사랑이 흐르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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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3.29.

책하루, 책과 사귀다 8 존경하는



  책하고 얽혀 “어느 분을 존경하셔요? 스승이 누구예요?” 하고 묻는 말이 몹시 듣기 싫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똑같은 사람이자, 저마다 새로우면서 빛나는 숨결인 사랑을 품고 살아가기에, ‘누가 누구를 우러르거나 높이거나 섬기거나 모시거나 받들거나 따를 수 없다’고 느껴요. 저는 으레 “왜 누구를 존경해야 하지요? 왜 누구를 스승으로 두어야 하나요?” 하고 되묻습니다. 저처럼 되묻는 사람은 아예 없다시피 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한테서나 배울’ 뿐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존경하지 않’되, ‘굳이 높이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를 높일’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국민학교를 다니던 열 살 무렵, 배움터에서 낸 ‘존경하는 인물 써 오기 독후감 숙제’에서 “나는 나를 존경합니다. 어느 누구도 존경할 수 없기 때문이고, 내가 나를 존경할 줄 알 적에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하고 적어서 냈어요. 이러고서 흠씬 두들겨맞았지요. 1984년 배움터 길잡이는 이런 글쓰기를 장난질이라고만 여겼어요. 우리는 누가 쓴 글이든 기꺼이 배울 만하되, 우리 스스로 쓴 글에서 가장 깊고 넓게 사랑을 배워요. 부디 스스로 높이고, 돌보고, 사랑해 주셔요. 우리한테는 우리가 스승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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