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4 바탕말 ㄱ



  낱말책을 엮으려면 먼저 ‘바탕말’을 세웁니다. 어떤 낱말을 싣고서 어떻게 다루느랴를 따지기 앞서, ‘바탕말’이 있어야지요. 달리 말하면 ‘밑말’입니다. 집을 지을 적에 집터에 세간이나 살림부터 갖다 놓지 않습니다. 집으로 지을 터가 오래오래 넉넉하고 즐겁게 이어가도록 ‘바탕·밑’부터 제대로 다지지요. ‘바탕·밑’을 제대로 안 다지고서 기둥을 세우거나 지붕을 올리거나 세간이며 살림을 들이면 와르르 무너집니다. 비가 오면 쓸릴 테고요. 이처럼 낱말책에서도 올림말에 앞서 바탕말부터 가다듬습니다. 이 바탕말은 ‘풀이를 하기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리며 자꾸 보태야 하는 말’이면서 ‘생각을 나누는 길에 바탕이 되는 말’입니다. 이 바탕말은 ‘다른 낱말을 풀이할 적에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칠다’ 뜻풀이 가운데 “13. 몸을 쓰는 일이 많아 힘들다 (숲노래 말꽃)”가 있는데요, ‘몸·쓰다·일·많다·힘·들다’가 바로 바탕말입니다. 그야말로 자주 쓰면서 자주 쓰는 줄 느끼지 못하기에 바탕말이기도 합니다. ‘바람·밥·먹다·살다·사랑·앞·옆’도 바탕말이지요. 낱말책을 엮는 바탕이 될 말을 눈높이에 따라 가눕니다. 어린이부터 읽느냐, 푸름이부터 읽느냐, 어른이 읽느냐를 가누며 바탕말을 셈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3 사전과 사진



  저는 말꽃을 쓰면서 빛꽃(사진)을 늘 신나게 찍습니다. 두 가지는 매우 다른 갈래인 듯하지만 어쩐지 매우 닮아요. 똑같지는 않으나 한둥이 같아요. 하나로 태어난 두 숨결이라고 할까요. 말꽃은 생각을 살찌우면서 마음에 빛을 실어나르는 빛줄기라고 한다면, 빛꽃은 생각을 가꾸면서 마음에 빛이 태어나도록 북돋우는 햇살이라고 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말꽃이든 빛꽃이든 꾸밈없이 담아내는 길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바라보는 눈썰미랑 눈높이랑 눈길을 고스란히 풀어내요. 좋고 싫음이나 옳고 그름이 아닌, 오직 우리 삶결이 그대로 말꽃하고 빛꽃에 드러납니다. 말 한 마디가 아름답다면 그이가 짓는 삶이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왼쪽이거나 오른쪽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빛꽃 하나가 아름답다면 그이가 가꾸는 오늘이 아름답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배웠거나 저렇게 익혔기 때문이 아니에요. 이 대목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말풀이나 멋진 빛그림 하나가 아닌, 우리 스스로 저마다 다른 오늘 하루를 저마다 다른 눈빛을 밝혀 저마다 다른 손길로 일구는 길이 말풀이나 빛그림으로 드러납니다. 자, 저마다 즐기기로 해요. 자, 저마다 노래하기로 해요. 우리는 언제나 다 다르면서 같은 하늘빛이에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4.19. 쉬운 말과 평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숲노래 새책 《쉬운 말이 평화》가 태어났습니다. 펴낸곳에서 책을 보내셨다니, 고흥에 이 책이 닿을 날을 기다립니다. 새책을 받으면 반가이 챙겨서 여러 마을책집을 찾아가려고 생각합니다. 불날(20일)에 닿으면 물날(21일)에 광주를 거쳐 공주에 간 뒤, 공주 마을책집을 들러서 대전으로 건너간 뒤에 대전 마을책집을 들러 하루를 묵고는, 이튿날 포항 마을책집으로 찾아가고, 이다음날은 구미 마을책집으로 날아가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다니려고 버스길에 기찻길을 샅샅이 봅니다만, 이렇게 다 갈 수 있다면 매우 보람차지만 뻑적지근한 마실길일 텐데, 아무튼 책을 받아야 움직이겠지요. 불날에 안 오고 물날에 책이 닿으면 마실길을 줄여야겠고요.


  숲노래 새책 《쉬운 말이 평화》는 누리책집에 올랐습니다. 펴낸곳에서 써 주신 알림글(보도자료)을 죽 읽노라니 지난 2008∼2020년 사이에 편 이야기꽃을 간추린 걸음걸이가 휘리릭 스쳐 지나갑니다. 저로서는 책이름에 한자말 ‘평화’가 아닌 ‘사랑’이나 ‘숲’을 넣고 싶었어요. “쉬운 말이 사랑”이나 “쉬운 말이 숲”처럼 말예요. 그러나 이 이름을 쓰고 싶어도 자칫 이웃님(어린이·푸름이·어른 모두)이 우리말 이야기꽃에 흐르는 밑뜻을 제대로 못 읽을 수 있을는지 몰라 “쉬운 말이 평화”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쉬운 말로 함께하기”나 “쉬운 말로 함께살기”나 “쉬운 말로 노래꽃”이나 “쉬운 말로 손잡기”나 “쉬운 말로 어깨동무”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을이자 삶터로 거듭나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책 18쪽 한 토막을 옮깁니다. 이웃님이 《쉬운 말이 평화》라는 책을 그야말로 ‘사랑·숲·노래·어깨동무’로 맞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말과 숲과 마을과 살림과 사람과 사랑이 어깨동무하는 ‘우리말 이야기꽃’을 조촐히 펴고 싶은 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불러 주셔요. 요새는 zoom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지만, 저는 셈틀맡에 앉아서 수다를 떨기보다는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한 다음, 이웃님한테 연필로 노래꽃(동시)을 적어서 드리는 이야기마당을 즐깁니다. 마을책집을 찾아서 나라 곳곳을 다니는 만큼, 즐겁게 날을 잡으시는 곳이 있으면 언제라도 날아갑니다. 이야기삯(강의비)은 숲노래 책을 사서 읽는 값으로 하면 되니 이 대목은 마음을 안 쓰시면 됩니다.



알아듣기 힘든 말을 왜 쓰는가 하면, 끼리끼리 뭉쳐서 울타리를 지키려는 뜻이 있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쉬운지 어려운지부터 제대로 모르는 탓이기도 해요. 어떤 이야기인지 바로 안다면 굳이 어려운 말을 안 써요. 잘 아는 이야기를 어려운 말로 일부러 쓴다면, 이때에는 ‘혼자만 알려는’, 어려운 말로 하자면 ‘지식 독점’을 하려는 셈이라 할 만합니다. 삶으로 녹이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잘 모르는 말을 쓰고, 이런 말씨는 하나같이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이곤 합니다. (18쪽)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9582828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1.4.20.

숨은책 520


《베르사이유의 장미 2》

 마리 스테판 드바이트 글

 노희지 옮김

 소년문화사

 1979.12.15,



  ‘만화방’을 처음 찾아간 어린 날 무척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엄청나게 우글우글한데, 만화책 하나를 몇으로 가르고 까만 끈으로 꿰어서 까만 고무줄에 척 얹더군요. 낱책 하나를 그냥 두면 한 아이가 오래 본다면서 부러 너덧으로 쪼개어 30원을 받습니다. 이러면 아이들이 더 많이 보고, 그만큼 돈을 더 번다지요. 서서 읽도록 실꼬리를 달아 줄에 묶고요. 멀쩡한 책을 쪼개는 손짓이 끔찍해서 만화방에는 다시 안 갔습니다. 동무들이 가자고 잡아끌면 “난 싫다. 차라리 돈을 모아 낱책을 사서 읽을래.” 했어요. 동무들은 《수학의 정석》이나 두꺼운 배움책을 으레 갈라서 들고 다니지만, 저는 아무리 두꺼운 배움책도 통째로 건사했습니다. 줄거리를 읽는 책은 종이꾸러미로 그칠 수 없어요. 일본 만화책을 참 많이 몰래 베낀 우리나라인데,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놓고 몰래책이 갖가지로 나왔어요. 어느 몰래책도 ‘이케다 리에코’라는 이름을 안 밝히더군요. ‘글·옮긴이’는 밝혀도 ‘그린이’는 안 밝히는 눈가림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준 셈일까요. 배고프니 훔친다지만, 배고프면 손수 짓거나 손을 벌리는 동냥을 하면 됩니다. 그나저나 안 찢기고 살아남은 1979년치 만화책이 드문드문 있으니 고마울 뿐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1.4.20.

숨은책 521


《샘이깊은물》 94호

 설호정 엮음

 뿌리깊은나무

 1992.8.1.



  2001∼2003년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할 적입니다.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을 잇던 붓잡이 설호정 님을 만나기 앞서 《샘이깊은물》을 되읽었습니다. 1992년 8월치 〈이 인물의 대답〉을 보면 설호정·김종철 두 분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녹색평론》의 이념을 선생님은 삶에서 어느 정도 실천하세요?” “대부분 못하죠. 그러니까 《녹색평론》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실천하시는지.” “가급적이면 외식 안 하려고 하고.” “보신주의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보신주의 나쁠 거 없어요. 나한테 좋은 게 지구한테도 좋은 거예요. 또 고기 안 먹고. 제 생활은 간단하게 단순하게 살고. 여행을 잘 안 하고. 거의 안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 집하고 여기하고 학교하고밖에 왔다갔다 안 하고. 또 식구한테 빨래 자주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빨리 해결해야 되는 과제가 아파트로부터 나와야 하는 일입니다.” “선생님 가족들이 공감하세요?” “내년이면 애들이 다 우리를 벗어납니다. 대학을 가니까.” “서울로 간단 말이죠?” 《녹색평론》 김종철 님은 대구를 안 버리겠다고 했지만, 설호정 님이 따진 말처럼 2009년에 서울로 갔지요. 글은 스스로 하는 삶만 쓸 노릇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