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5.6.

오늘말. 무시무시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는 여러 깨비가 있습니다. 우리가 멋모르고 무섭거나 사납게 여기는 도깨비가 있다면, 밥이 좋은 밥깨비에 먹깨비가 있어요. 잠에 빠지는 잠깨비도 있고, 책에 사로잡힌 책깨비가 있고, 즐겁게 노는 놀이깨비가 있어요. 꽃을 사랑하면 꽃깨비일 테지요. 숲이 좋아 숲깨비요, 바다를 반겨 바다깨비입니다. 깨비 아닌 밥바보나 책바보나 놀이바보나 꽃바보라 해도 좋아요. 누가 우리더러 바보란 이름을 붙이며 볼품없다고 놀리더라도 빙긋빙긋 웃으면서 우리 손길을 사랑으로 가꾸면 됩니다. 누구보다 잘하거나 훌륭해야 하지 않아요. 들꽃님이 아닌 들꽃깨비란 이름도 좋습니다. 밥지기 아닌 밥쟁이여도 즐거워요. 우리 온솜씨를 펴서 차근차근 다루거나 만지면서 스스로 빛나면 됩니다. 아직 서툰 솜씨라면, 좀 엉성한 재주라면, 모자란 힘이라면, 이렇게 서툴거나 엉성한 줄 아는 만큼 느긋하게 힘쓰면 돼요. 허술하다고 해서 추레하지 않습니다. 더딘 발놀림이라 해서 멍청하지 않아요. 우리가 어떻게 걸어가려는 생각인가를 헤아려서 손을 보태고 한 발씩 나아가면 됩니다. 꾀를 부리지 않고 한끗을 아쉬워하지 않으면 곧 꽃이 피어납니다.


ㅅㄴㄹ


깨비·도깨비·놈·-쟁이·볼꼴사납다·볼썽사납다·볼품없다·사납다·우락부락·추레하다·멍청이·바보·사로잡다·외곬·반기다·빠지다·사랑·좋다·즐겁다·훌륭하다·잘하다·놀랍다·빼어나다·대단하다·무섭다·무시무시하다·뛰어나다·솜씨있다·멋지다 ← 귀신


솜씨·재주·힘·힘쓰다·애쓰다·빛솜씨·아름솜씨·온솜씨·꽃솜씨·멋솜씨·손·손길·손놀림·발·발놀림·걸음·꾀·끗·생각·알다·잘·쓰다·다루다·만지다·놀리다·잘하다·용하다·대단하다·잘하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 ← 기술(技術), 기술적(技術的),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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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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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5.6.

그림책시렁 665


《Julian is a Mermaid》

 Jessica Love

 Candlewick press

 2018.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던 1992년 가을에 맞이한 잔치마당(학교축제)에서 모든 배움칸(학급)은 꾸밈꽃(가장행렬)을 폈어요. 누나가 있는 동무가 꽃가루(화장품)하고 옷가지를 챙겨 주어 가시내차림(여장)을 처음으로 했는데, 길잡이뿐 아니라 다른 배움터에서 놀러온 이들까지 홀랑 넘어갔습니다. 옷차림만 꾸몄을 뿐인데 못 알아보니 아리송했습니다만, ‘가시내차림’보다는 ‘밝고 가벼운 차림’으로 몸짓이 확 바뀌는 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즈음 사내는 흰빛이나 풀빛인 옷을 걸칠 때조차 ‘날라리’로 여겨, 잿빛이나 검정으로 칙칙하게 살았거든요. 《Julian is a Mermaid》는 어느 날 눈부셔 보이는 천을 몸에 두르면서 바다사람(인어)처럼 꾸미고 꿈나라로 날아간 아이가 할머니랑 맞이하는 새로운 길을 들려줍니다. 우리말로는 《인어를 믿나요?》란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인데, “훌리안은 바다사람(훌리안은 인어)”일 뿐입니다. 옷을 둘렀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다를 품고서 스스로 춤추며 빛나려 하거든요. 우리는 누구나 눈부셔요. 다 다른 몸으로 다 다르게 빛납니다. 틀이 아닌 마음으로 살아갈 길이요 사랑이자 꿈인 오늘입니다.


ㅅㄴㄹ


이 그림책을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줄거리'로 
풀이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렇게만 본다면
그림책이 참으로 따분합니다.

그림책은 '교훈'이 아닌 '삶'을
스스로 새롭고 즐거이 바라보도록 
북돋우는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샘이거든요.

다만
출판사에서 책이름을 엉뚱하게 붙여
이 엉뚱한 이름에 그만
줄거리를 엉뚱하게 읽기 좋겠구나 싶습니다.

어려운 영어가 아니니
영어 그림책을 사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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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 머리 소동 풀빛 그림 아이
마이클 마르첸코 그림, 로버트 먼치 글, 박무영 옮김 / 풀빛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1.5.5.

그림책시렁 653


《꽁지머리 소동》

 로버트 먼치 글

 마이클 마르첸코 그림

 박무영 옮김

 풀빛

 2021.2.25.



  처음에는 가만히 보다가 고스란히 따라하면서 놀고 배우고 일합니다. 한동안 곰곰이 보다가 살며시 바꾸면서 놀고 익히고 심부름합니다. 어느덧 지켜보기를 끝내고 스스로 마음을 바라봅니다. 살펴보는 눈썰미를 바깥이 아닌 속빛으로 옮기니 하루를 슬기로우면서 새롭게 짓는 길을 문득 알아챕니다. 《꽁지머리 소동》은 스스로 즐겁게 놀고 싶은, 때로는 찌뿌둥한 마음을 누리고픈, 이러다가 모든 마음을 훌훌 털고픈 아이를 자꾸 따라하는 동무하고 어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나하나 본다면 동무들은 즐겁게 따라하는 놀이를 한달 수 있어요. 동무들이 따라한다고 굳이 골을 내거나 짜증을 내야 하지 않아요. 안 쳐다보면 되거든요. 그렇지만 자꾸 쳐다봅니다. 쳐다보면서 스스로 다른 곳으로 마음을 쓰고 말지요. 누가 저를 따라한대서 자꾸 바꾸려 들면 우리 나름대로 하루를 놀거나 즐기려는 길하고 벗어나요. 남이 따라하건 말건 나는 나대로 노래하면 돼요. 남이 안 따라하기에 서운할 일이 없고, 남이 따라하기에 기뻐할 일이 없어요. 2002년에 처음 나온 뒤 오래도록 판이 끊어졌던 그림책이 2021년에 새롭게 나옵니다. 다 다른 하루를 마음껏 뛰놀아요.

.

ㅅㄴㄹ

#StephaniesPonytail #MunschRobert #MichaelMart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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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모부 母父


 모부의 소식을 전해 드리면 → 어버이 살림을 알린다면

 모부와 여행을 갔는데 → 엄마아빠와 마실을 갔는데


  낱말책에 없는 ‘모부(母父)’가 무엇인가 하고 살피니 ‘래디컬 페미니즘’에서 지은 한자말이라고 합니다. 한자말은 으레 사내를 앞에 두는 얼개입니다. 한자말은 예부터 중국을 섬기고 사내를 높이는 틀이었으니 ‘부모(父母)’처럼 쓰겠지요. 그러나 가시내를 앞에 두고 싶다면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엄마아빠’라 하면 되지요. 우리말은 사내 아닌 가시내를 앞에 둡니다. ‘아빠엄마’처럼 말하는 일도 더러 있으나 으레 ‘엄마아빠’처럼 말하지요. 아이 말씨를 지나 철든 말씨로 접어들면 “어머니 아버지”라 합니다.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아우르는 우리말은 ‘어버이’예요. ‘어(어머니) + 버(아버지) + 이’인 얼개입니다. 중국을 섬기면서 사내를 높이는 틀이 낡아빠졌기에 갈아치워야 한다고 여기면, 한자말로 장난을 치기보다는 우리말로 쉽게 ‘엄마아빠’나 ‘어버이’를 쓰면 됩니다. 한 가지를 보태면, ‘가시버시’라는 오랜 우리말은 한자말로 ‘부부’를 가리키는데 ‘가시(가시내·여성) + 버시(벗·남성)’인 얼개예요. 그냥 우리말로 쉽게 쓰면 저절로 어깨동무(여남평등 또는 남녀평등 또는 래디컬 페미니즘)가 됩니다. ㅅㄴㄹ



모부가 살고 계신 부산에는 가지 않기로

→ 어버이가 사는 부산에는 가지 않기로

→ 엄마아빠 사는 부산에는 가지 않기로

《결혼 탈출》(맹장미, 봄알람, 20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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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3.


《도시로올시다! 1》

 니시노모리 히로유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5.3.25.



이른아침부터 낮이고 저녁이고 면사무소에서 마을알림을 시끄럽게 한다. 왜 ‘시끄럽게’인가 하면, 벼슬꾼(공무원)은 으레 쩌렁쩌렁 울리는 말을 펴기만 할 뿐, 스스로 집집이나 마을을 안 돌거든. 사람이 워낙 많아서 어쩔 길이 없다면 모르되, 오늘날 시골에서는 부릉부릉 다니면 된다. 마을살림을 벼슬꾼 스스로 지켜보고서, 묻고 듣고 해야 하지 않을까. 고흥군청하고 도화면사무소 벼슬꾼이 돌림앓이에 잔뜩 걸렸다는데, 어떻게 한꺼번에 잔뜩 걸렸을까? 여태 아무도 안 걸리다가 말이지. 이런 수수께끼 아닌 수수께끼를 놓고 고을지기(군수·읍장)는 아무 말이 없고, 고을사람(군민)을 모조리 살펴야(전수조사) 한다고 하더라. 곰곰이 보면 벼슬꾼 스스로 뭘 잘못한 탓을 고을사람을 들볶는 길로 돌려서 두려움을 심으려는 짓 같다. 《도시로올시다! 1》를 읽고 뒷걸음을 내처 읽는다. 착하고 조용히 살고픈 사람을 들볶는 사납이를 ‘도시로’가 다스려 주면서 착하고 조용한 사람들 마음을 의젓이 북돋아 주는 줄거리를 익살스레 그렸다. 니시노모리 히로유키 님 그림꽃책은 이 익살을 바탕으로 삼기에 빛난다. 조금도 무겁게 가지 않는다. 그래, 이 나라·삶터·마을·배움터·글판 모든 곳에 크게 빠진 하나는 바로 ‘익살·웃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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