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5.31.

오늘말. 차림놀이


차림놀이를 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여느때에는 꽃차림으로 다니지 못하다가 어느 하루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차림꽃으로 피어납니다. 틀림없이 여느때에도 꽃날옷을 두르고 싶지 않을까요. 따로 날이랑 자리가 되기에 꾸밈놀이를 해야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겉모습에 휘둘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옷차림으로 사람을 볼까요? 옷차림은 천조각일 뿐 그이가 아닌걸요? 그이는 숨결이라는 빛으로 읽을 뿐인데, 어떤 척을 하거나 시늉을 해야 받아들인다면 이 터전이란 온통 꾸밈길이지 않나요? 삶을 사랑하는 길을 배우는 터전이라면 아름답지만, 남을 흉내내면서 돈·이름·힘을 물려받도록 길들이는 터전이라면 사납습니다. 어린이는 누구 뒤를 따라야 할까요. 어른은 이다음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앞으로도 이 껍데기를 잇는 물줄기를 안 바꿀 참인가요. 앞으로 꾸미거나 차리지 않고 가꾸거나 짓는 사랑스러운 우리 속뜻을 펴는 길을 가야지 싶습니다. 뒷지기를 생각해요. 너머를 살펴요. 이 흐름이 마음에 드나요. 우리가 푸나무라면 줄기에 어떤 잎하고 꽃을 달고 싶은지요. 우리는 저마다 꽃이요 나무이며 빗물이고 바다이자 하늘인 넋이기에 오늘 여기에 있어요.


ㅅㄴㄹ


뒤·뒤따르다·뒷지기·물려받다·이어받다·잇다·배우다·따르다·그다음·나중·너머·이다음·새날·앞 ← 후계, 후계자


갈래·길·결·넋·빛·뜻·흐름·뿌리·바탕·줄기·물줄기·밑줄기·-답다·같다·-스럽다 ← 맥락, 맥(脈)


꾸미다·차리다·따라하다·옷을 바꾸다·놀이·꽃꾸밈·꽃차림·꽃빔·꽃옷·꽃날빔·꽃날옷·꾸밈놀이·꾸밈길·꾸밈꽃·차림놀이·차림길·차림꽃·옷·차림·옷차림·-처럼·-같이·흉내·시늉·척·체·껍데기·겉모습 ← 코스프레(コス-プレ·kosupure), 코스튬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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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5.31.

오늘말. 아늑터


저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아기수레를 안 썼습니다. 우리나라 길바닥이 얼마나 우둘투둘한지 알 뿐더러, 아기가 포근한 품하고 손길을 느끼면서 자라기를 바라서 늘 안거나 업으며 지냈어요. 천기저귀에 유리 물병에 짐이 많은데 버겁지 않느냐고들 묻지만 “이 아이들을 품고 안으면서 어버이 스스로 아늑터가 되는 해는 길지 않아요. 실컷 누리려고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예닐곱 살 무렵까지 안거나 업지만, 아홉열 살을 지나고 열두어 살로 자라나면 안거나 업을 일이 드물어요. 어버이란 스스로 둥지가 되어 아이를 살가이 보듬는 자리가 되자는 뜻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반짝일 즐거운 길로 갑니다. 눈치가 아닌 눈길을 헤아리고, 스스로 바라보려는 하루를 품습니다. 샘물처럼 사랑이 솟는 마음이기에 어버이요, 아이가 기쁘게 사로잡혀서 배울 살림을 물려주기에 어른입니다. 아이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아이를 그윽이 눈여겨보면서 무럭무럭 크도록 온누리를 따뜻고을로 일구려는 뭇눈이 사랑입니다. ‘해야 한다’는 아닙니다. ‘샘 같은 둥우리’가 되어 사랑이 비롯하는 하늘빛을 마음두면서 이 삶을 쳐다보면 누구나 알 만해요.


ㅅㄴㄹ


아기그네·둥우리·둥지·터·품·자리·따뜻고장·따뜻고을·따뜻땅·따뜻터·포근고장·포근고을·포근땅·포근터·아늑터·아늑자리·바탕·비롯하다·샘·샘터·샘물·자라다·자라나다·크다·낳다·내놓다·태어나다 ← 요람(搖籃)


눈·눈길·뭇눈·뭇눈길·눈이 가다·눈길이 가다·눈을 반짝이다·눈이 번쩍하다·마음이 가다·마음이 쏠리다·마음이 가다·마음이 쏠리다·마음두다·빠져들다·빠지다·당기다·끌어당기다·잠기다·사로잡다·잡아끌다·사랑받다·끌다·끌어가다·바라보다·지켜보다·눈여겨보다·쳐다보다 ← 관심사, 관심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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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5.31.

오늘말. 너른


여러 사람은 여러모로 다르게 생각을 지으면서 여러 가지로 재미나게 삶을 짓습니다. 요모조모 아기자기하게 피어나는 살림꽃이라, 그야말로 온갖 사랑내음이 퍼지고 갖가지 사랑노래가 흐르는구나 싶어요. 다 다르기에 저마다 빛나는 사랑말이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요. 갖은 목소리가 흐르기에 무지개가 되고, 때로는 모둠으로 어울리면서 이 무지개가 새롭게 퍼진다고 느껴요. 왜 사랑이냐고 묻지 말아요. 사랑이어야 하는 까닭을 캐지 말아요. 스스로 사랑이 되어 만나요. 스스로 사랑이 되어 이어요. 사랑으로 열린 눈빛이 아니라면 으리으리한 책숲을 꾸며도 덧없습니다. 사랑으로 너른 마음이 아니라면 목돈을 들여 책누리를 지어도 부질없습니다. 사랑으로 트인 손길이기에 몇 자락 책으로도 책밭을 일구고 책바다가 일렁여요. 돈을 더 거머쥐어야 얼크러지는 집이 아닙니다. 이 끈이며 저 줄을 잡아야 책터를 이루지 않아요. 밑자락에 흐르는 포근한 숨결이면 되고, 바탕을 이루는 푸근한 숨소리라면 돼요. 아는이끼리 모으면 새삼스레 넝쿨이 되어 막히지요. 열매를 맺는 꽃은 탓을 않습니다. 오직 사랑 하나만 품고서 고이 피어나기에 넉넉히 누릴 마루예요.


 ㅅㄴㄹ


여러·여러모로·여러 가지·요모조모·온갖·갖가지·갖은·모둠·모으다·두루·고루·골고루·열린·트인·너른·어울리다·어우러지다·얼크러지다 ← 다차원(多次元)


까닭·영문·왜·탓·뿌리·밑·바탕·집·사이·알다·아는이·아는 사람·끈·줄·이어지다·잇다·가깝다·만나다·맺다·발맞추다·얽다·넝쿨·덩굴 ← 연고(緣故)


책숲·책숲집·책누리·책나라·읽는마루·책마루·책밭·책바다·책터·책자리 ← 도서관(圖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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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29. 리메 리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 낮에 ‘정비례·반비례’를 다 풀어내고서 오늘은 ‘밀폐·밀폐용기’하고 ‘유원지’를 풀다가 ‘존구자명’이라는 케케묵은 말씨를 손보고, ‘리메이크·리테이크’를 비롯해 ‘리빌딩·리모델링·리폼’에서 한참 헤매다가 매듭짓습니다. 한때는 한자말로 ‘개조·개혁·개정’이나 ‘혁신·혁명’이나 ‘변신·변화’를 썼다면, 요새는 영어 ‘리-’를 붙인 갖은 말이 춤춥니다.


  이렇게 한자말하고 영어가 춤추는 사이에서 우리말이 춤추거나 빛나거나 노래한 적은 없어요. 큰일터에서 우리말로 넉넉하게 이야기꽃을 펴면 외려 돋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작은가게도 고치거나 손질할 적에 우리말로 즐겁게 알리면 뜻밖에 도드라질 테고요.


  아주 쉬워요. 고치니 ‘고치다’고 하고 ‘손질하다·손보다’라 하면 되고 ‘다듬다·가다듬다’나 ‘새로하다·새로짓다’라 할 만합니다. ‘다시하다·다시짓다·되짓다’를 써도 되며, ‘새옷·빔’이란 말씨를 살려도 어울립니다.


  배움판하고 글판을 사로잡거나 거머쥔 이들은 한자말하고 영어로 힘을 부리고 돈을 얻으며 이름을 날립니다. 이러다 보니 이이 스스로 바꾸거나 달라지는 일이란 드물어요. 네, 그래요. ‘바꾸다·달라지다’ 같은 수수한 말을 써도 좋고 ‘거듭나다’ 같은 수수한 말씨도 즐겁습니다.


  쉽게 쓰는 말이 외려 어렵다고 투정하는 사람이 꽤 됩니다. “쉬운 말이 어렵다”고 투덜대는 이들은 모두 ‘글힘꾼(문자권력자)’입니다. 어린이한테 물어보셔요. 어린이 가운데 어느 누가 “쉬운 말이 어렵다”고 할까요? 다시 말해서 “쉬운 일이 어렵다”고 말하는 벼슬아치(공무원)도 힘꾼(권력자)이요, “돈을 안 들이고도 쉽고 아름다우며 즐겁게 바꿀 수 있는 길(정책)”을 펴지 않는 벼슬꾼(정치꾼)이며 나라지기(대통령)도 힘꾼이자 거짓말쟁이인 셈입니다.


  돈을 들이거나 힘을 쏟아야 바꾸거나 고치거나 달라지거나 새롭지 않습니다. 마음을 들이고 사랑을 쏟기에 비로소 바꾸거나 고치거나 달라지거나 새롭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바로 오늘부터 ‘어려운 말’이라는 힘(권력)을 송두리째 버리고서 가장 쉽고 수수하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놀이하는 삶말·살림말·사랑말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서 즐겁게 쓰는 길을 걸을 적에 어른스러운 어른이요 사람다운 사람이면서 스스로 빛나는 넋이 되리라 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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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레인보우 2
송채성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5.29.

울타리가 벅차지만



《Mr. Rainbow 2》

 송채성

 시공사

 2004.2.25.



  《Mr. Rainbow 2》(송채성, 시공사, 2004)가 2000년대 첫무렵이 아닌 2020년에 나왔다면 사뭇 다르게 사랑받았겠거니 싶습니다. 이 그림꽃책이 처음 나오던 무렵을 떠올리면 손사래치거나 꺼린 사람이 수두룩했고, ‘참 먹고살기 좋아졌나 보구나’ 하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몸을 부비는 손길이 아닌 사랑을 바라는 손길일 뿐인데, 왜 ‘먹고살기 좋아졌다’고 말할까요? 먹고살기 안 좋을 적에는 사랑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길이 가장 대수롭다는 뜻일까요. 총칼나라(군사독재·일제강점기)에서는 모든 사랑은 집어치우고서 그저 살아남는 길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총칼을 앞세우는 이가 불거지는 자리를 제대로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총칼에 짓밟히거나 총칼을 휘두르는 사람을 곰곰이 바라봐야지 싶습니다. 사랑이 없기에 총칼을 쥡니다. 사랑을 모르거나 등지기에 총칼로 윽박지릅니다. 서로 사랑이라면 총칼뿐 아니라 돈이 아니어도 만납니다. 서로 사랑이라면 겉모습이나 몸매를 안 따집니다. 서로 사랑이라면 언제나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보금자리를 즐거우며 따사롭고 아름다이 가꾸는 길로 나아갑니다.


  가만히 본다면 2000년 언저리는 이 땅에 사랑이 사랑스럽게 깃들기 어려운 때였다는 소리요, 오늘날이라고 썩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다만, 돈도 이름도 힘도 몸매도 겉치레도 종잇조각(자격증·졸업장)도 아닌, 오직 맑고 밝게 사랑으로 씨앗을 심는 분이 꾸준히 있기에 이 삶터 곳곳에 사랑 이야기가 퍼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나라에서 북돋우지 않습니다. 사랑은 마을지기나 고을지기가 북돋우지 않습니다. 사랑은 벼슬아치나 먹물붙이나 글쟁이가 북돋우지 않아요. 오직 따사로운 눈빛으로 마주하면서 포근한 숨결로 아기를 낳아 돌볼 줄 아는 수수한 살림자리 사랑꽃이 피어나기에 사랑을 북돋웁니다. 배움터에서 가르치지 않는 사랑이요, 벼슬자리에서 알려줄 수 없는 사랑입니다. 책으로는 모르는 사랑이요, 언제나 맨몸으로 숲을 품는 손길에서 자라나는 사랑입니다.


  무지개돌이(미스터 레인보우)는 사랑을 속삭이고 싶습니다. 그저 사랑이기를 바랍니다. 눈에 비치는 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스미는 눈빛으로 사랑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일찌감치 지핀 송채성 님 붓끝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ㅅㄴㄹ


“애들만 넘어지란 법 있나요? 자, 어서 일어나세요.” (63쪽)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애한테 사랑고백을 받은 거야?” “어머, 그 애 취향도 이상하네.” “난 생각지도 못했어. 내 행동이나 말들이 민영이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갈 줄은.” “당연한 거 아냐? 그 애에게 있어선 넌 그냥 보통의 남자일 뿐인데.” (88쪽)


“내가 널 좋아하는 게 그렇게 잘못하는 거니? 이렇게 비참해져야 할 정도로. 나, 가슴이 너무나 아파. 그래도 난, 너만은 다른 남자들하곤 틀릴 줄 알았는데. 그만 내려 줘. 나 혼자 가도 괜찮으니까.” “난 달라! 난, 다른 남자들하곤 틀리단 말야. 난 …….” (96∼97쪽)



“자, 난 이렇게 다른 남자들하곤 틀려. 그래서 그동안 나, 네게 바보같이 상처도 주곤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할 수만 있다면 다시금 너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 같이 부르지 않을래?” “미안. 술이 좀 과했나 봐.” (100∼101쪽)


“남자라면 그래야죠. 소중한 걸 지킬 수 있으려면.” “어머머, 얜 웃기지도 않아.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게 어딨어?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 지키면 되지.” (157쪽)


“아까 물었던 거, 우리 어떻게 될지. 잘은 모르지만, 이거 하난 확실해. 앞으로는 더 멋진 날들일 거란 거.” (2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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