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4. 씨날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며칠 앞서 ‘십자가’라는 한자말하고 ‘씨줄날줄·가로세로’를 놓고서 곁님하고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말에서 ‘씨실·날실’하고 ‘가로(가다)·세로(서다)’하고 어떻게 얽히는가를 풀면서 ‘십자·십자가’라는 한자말도 풀어낼 실마리가 나오겠다고 여겼다가 잊었어요. 이러다가 오늘 아침 ‘십자말풀이’를 손보면서, “그렇지, 요새는 다들 ‘가로세로 낱말풀이’라 하지, 누가 ‘십자말풀이’라 하나?” 싶더군요.


  말이 길다면 ‘가로세로풀이’라 하면 됩니다. ‘씨줄날줄풀이’이기도 하니, 더 줄여 ‘씨날풀이’라 할 만하고 ‘바둑말풀이’라 해도 어울려요. 그러니 십자가란 ‘씨날틀’인 셈입니다.


  일본 한자말에 익숙한 틀대로 사는 분한테는 ‘비상사태·비상시국’이나 ‘이상사태·이상상태’가 아무렇지 않겠으나 어린이한테는 도무지 뭔 소리인지 알 길이 없을 뿐더러 부질없어요. ‘큰일’이요 ‘벼락’이며 ‘빨간불’이라고 쉽게 풀어내면 좋겠지요. 이러면서 ‘산파·산실’하고 두 가지 ‘경계’를 손질하는 실마리를 한 올씩 풉니다. 그리고 ‘식전’이라는 낡은 말씨는 ‘새벽·아침’이나 ‘이른·미리·먼저·-부터’로 풀면 참으로 쉽고 부드럽네 싶어요. 어느 책을 읽다가 ‘식전주’란 말이 나오던데 이때에는 ‘입가심술’이라 하면 됩니다.


  모든 말은 생각에서 오는 터라, 생각을 꾸준히 한다면 누구나 즐겁고 쉽고 사랑스레 말을 하고 글을 쓸 만합니다. 생각을 안 하거나 쳇바퀴에 가둔다면 새말이나 새글이 태어나지 않아요. 모름지기 어린이 눈으로 보고 아이 눈빛으로 생각하면서, 여기에 어른이라는 슬기로운 철빛을 담아내면 누구나 즐거이 오늘 하루를 말꽃을 피우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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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31.


《고물 로봇 퐁코 1》

 야테라 케이타 글·그림/나민형 옮김, 소미미디어, 2020.9.9.



낮에는 뜨끈한 햇볕이고 밤에는 서늘한 별빛이다. 우리 집에서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이 기운은 바뀐다. 읍내는 큰고장하고 매한가지요, 서울이나 큰고장은 낮에는 푹푹 찌고 밤에도 덥겠지. 풀꽃나무에 따라 다른 기운이다. 집 둘레로 나무가 우거지면 여름이 선선하고 겨울이 포근하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사는 분 가운데 마당을 두고 나무를 살뜰히 건사하는 분이라면 풀꽃나무가 얼마나 이바지하는가를 알리라. 몇몇 새뜸(신문)에서 다루기는 했으나 아직도 풀꽃모임(환경단체)은 입을 다무는데, 이 나라는 ‘멀쩡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새로 심어서 돌보는 돈(보조금)’을 나라에서 대주면서 ‘탄소줄이기’를 한다고 들먹인다.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썩은물에 고인물인 판이다. 나라(정부)가 없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만하리라 본다. 《고물 로봇 퐁코 1》를 보았고 곧 두걸음을 볼 생각인데, 일본에서는 어느새 열걸음이 나온 이 그림꽃책을 우리말로는 언제쯤 따라가려나. 사람도 곁사람(로봇)도 나이를 먹으면서 슬기롭게 피어난다기보다, 삶을 짓는 대로 어질게 자라나지 싶다. 나이만 먹으면 꼰대요, 어질게 피어나기에 어른이지.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은 나잇값을 못하는 철바보라고 스스로 밝히는 셈이라고 느낀다. 참 그렇다. ㅅㄴㄹ


#ぽんこつポ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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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30.


《연필》

 김혜은 그림, 향, 2021.4.30.



작은아이가 반죽을 해주어 부침개를 하려는데 부침개반죽이 아닌 빵반죽이라, 물을 부어 다시 개는데 마지막 부침개는 부침떡이 된다. 부침개를 하면 한 판을 새로 굽기 무섭게 앞서 구운 부침개는 아이들 입으로 들어간다. 부침개로 너끈히 한끼가 된다. “아버지는 안 먹어요?” 하고 묻는 말에 “응, 걱정 말고 실컷 드셔요.” 후박나무는 봄여름에 가랑잎을 낸다. 늘푸른나무는 으레 봄여름에 가랑잎을 내지. 가을에 우수수 잎을 떨구는 아이는 가을 끝자락까지 짙푸르게 잎을 매달고. 후박나무가 내놓는 후박가랑잎은 날마다 소복소복하다. 웬만한 잎은 흙으로 돌려보내고, 틈틈이 몇 잎씩 주워 책 사이에 끼운다. 샛노랗게 물들기도 하고, 흙빛이 남기도 하고, 푸른물이 덜 빠지기도 하고, 후박가랑잎은 그야말로 온갖 물빛이 달라 줍고 건사해도 자꾸 손이 간다. 문득 ‘잎갈피’라는 이름을 지어 본다. 《연필》이라는 그림책은 겉싸개를 벗겨 보아도 이야기가 있다. 글붓 한 자루가 태어난 곳을 그리고, 글붓 한 자루가 나아가는 길을 그린다. 숲하고 풀꽃나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결 빛났을 테지만, 이만큼으로도 살뜰하다. 요새는 목소리만 높은 그림책이 너무 많은데, 이 틈새에서 조용하면서 조촐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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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29.


《어머니의 루이비통》

 송일만 글·사진, 맑은샘, 2020.5.6.



한삼덩굴은 얼마나 뻗고 싶을까. 담쟁이덩굴은 어디까지 덮고 싶을까. 우리 집 뒤꼍 한삼덩굴이 석류나무랑 모과나무랑 유자나무랑 매화나무를 감고서 오르려 하기에 틈틈이 낫으로 석석 벤다. “너희가 애쓰는 줄 아는데, 나무 곁으로 오면 섭섭하지.” 하고 속삭인다. 옆집이 집을 새로 올린다면서 담을 허물었는데, 이때에 우리 집 바깥담을 타고 자라던 담쟁이덩굴 뿌리까지 죽인 듯하다. 올해에는 바깥담을 타고 멋스러이 뻗고 푸르게 일렁이는 담쟁이를 못 본다. 새로 씨를 뿌려서 돋도록 해야겠구나 싶다. 담쟁이가 자라고 뻗으면서 오래된 집은 담벼락이며 지붕이 한결 든든하고, 더위도 가린다. 모든 풀과 덩굴은 저마다 사람한테 이바지한다. 한삼덩굴은 나물로 먹기에 꺼끌꺼끌하다지만, 풀잎이며 풀줄기를 훑어서 갈면 풀물(녹즙)로 꽤 맛있다. 《어머니의 루이비통》을 조금씩 읽는다. 제주라는 고장에서 나고자란 글님 이야기가 수더분히 흐른다. 제주를 비롯해 웬만한 고장마다 구경놀이(관광)에 목돈을 쏟아붓는데, 아름다운 터라면 굳이 목돈을 안 들여도 좋다. 수수하게 흐르는 삶결이 외려 멋스러이 돌아볼 구경놀이가 될 테니까. 마을사람이 마을을 스스로 사랑하며 살도록 지켜보면 된다. 숲이, 마을이, 사람이, 다 스스로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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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28.


《주무르고 늘리고》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유문조 옮김, 스콜라, 2018.8.16.



작은아이 심부름으로 주전부리를 사러 읍내에 나간다. 아이들이 어버이 심부름을 하기도 하지만, 어버이도 아이들 심부름을 한다. 둘은 서로 믿고 맡기면서 삶을 짓는다. 어버이로서는 손이 달려 아이한테 맡기고, 아이로서는 힘이 달려 어버이한테 맡긴다. 저마다 해낼 만한 길을 헤아려 차근차근 가꾸고 돌보고 보듬는다. 작은아이 심부름은 조그맣기에 읍내에 나와 볼일을 일찍 마친다. 시골버스로 돌아가기까지 제법 남는다. 무엇을 하면 즐거울까. 노래꽃(동시)을 쓰자. 900살 느티나무 곁에 앉는다. 글꾸러미를 편다. 오늘은 ‘심부름’으로 글이름을 적고서 척척 쓴다. 심부름이란 무엇이요 어떤 보람이자 뜻이 영그는가를 갈무리한다. 《주무르고 늘리고》를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반죽이란 재미있다. 이 재미난 반죽을 어른만 할 수 없지. 이리하여 어른들은 아이한테 으레 반죽을 맡긴다. 우리 어머니도 그러했고, 나도 그렇다. 주무르면서 손수 빚는다. 늘리고 토닥이면서 손빛하고 손길을 담는다. 손수 지을 적에 더욱 맛나거나 값지거나 빛날밖에 없지. 바로 우리 기운을 듬뿍 담았으니. 잘생기거나 못생기지 않는다. 그저 우리 숨결을 고이 담아서 우리 몸이며 마음을 북돋운다. 손으로 쓰고, 손으로 누리고, 손으로 나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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