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6.16.

오늘말. 테


두 가지 마음으로 금을 긋습니다. 너랑 떨어지고 싶어서 죽 긋는 금은 울타리예요. 넘보지 말라는,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겠다는 뜻입니다. 너랑 놀고 싶어서 죽죽 긋는 금은 놀이터입니다. 이 가장자리를 따라서 돌치기를 하고, 깨끔발질을 하고, 소꿉을 하는 새로운 테두리예요. 겉보기로는 같은 몸짓이되 속내로는 다른 살림입니다. 눈길을 어떻게 가누느냐에 따라 서로 마지막이 되거나 새롭게 생각을 내놓으면서 만나는 길에 들어서요. 시키기만 한다면 고단합니다. 시킴말을 듣는 쪽도 살피느라 고달프고, 시킴짓을 따라야 하는 쪽도 헤아리느라 벅차요. 속에서 나오는, 그러니까 우러나오는 밝은 눈일 적에는 버거운 일도 힘든 일도 없어요. 고달프기에 굳이 꺼리지 않아도 됩니다. 지칠 만하니 멀리한다지만, 왜 지치는가를 살펴봐요. 즐겁게 눈뜨는 마음빛이 없기 때문은 아닌가요.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려는 웃음꽃을 안 밝힌 탓은 아닌가요. 틀은 저절로 생깁니다. 궂은 일을 삼가기보다는 즐거울 일을 말하고 알리면서 밑틀을 다지지요. 날선 말을 받으니 날카로운 말이 나올 텐데, 나긋나긋한 말을 건네면서 날개짓하는 말을 함께 띄우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금·끝·마지막·막바지·가·가장자리·틀·틀거리·울·울타리·테·테두리 ← 경계(境界)


꺼리다·손사래치다·멀리하다·금긋다·삼가다·살피다·살펴보다·보다·헤아리다·지켜보다·지키다·지켜서다·눈·눈초리·눈길·눈매·매섭다·날서다·날카롭다·자르다·치다 ← 경계(警戒), 경계 구분


알리다·밝히다·말하다·시키다·내리다·맡기다·내다·내놓다·나오다·받다·뜨다·띄우다 ← 발령(發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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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6.15.

숨은책 468


《아버지와 아들 4》

 e.o.플라우엔 글·그림

 이숙희 옮김

 규장문화사

 1987.9.25.



  2005년에 ‘새만화책’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두툼하면서 곱게 펴내 주었습니다. 1987년에 처음 태어난 《아버지와 아들 1∼4》이 다시 빛을 보았어요. 1987년에는 독일로 배움길을 다녀온 어느 분이 알뜰하게 건사하면서 누리다가 독일대사관이 도와서 ‘규장문화사’에서 펴냅니다. 이무렵 여느 펴냄터에서 만화책을 내는 일이 드물었으나, 믿음길을 가는 곳에서 펴내며 여러 책숲(도서관)에 이 책이 깃들곤 했다지요. 그린이는 ‘나치 독일’이 아닌 ‘수수한 독일’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나치 아닌 수수한 사람을 사랑한 나머지 나치한테 붙들려 이슬로 사라져야 했다지요. 이 같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차갑고 매몰차면서 어둡던 나날에 ‘어버이하고 아이’가 어떤 사이로 지낼 적에 아름답게 사랑이 피어나는가를 눈물하고 웃음으로 그려요. 저는 이 작은 만화책을 헌책집에서 보이는 대로 장만해서 이웃님한테 드리곤 했습니다. 알아보고 펴낸 손길이 있고, 눈여겨보며 건사한 헌책집지기 손빛이 있기에 두고두고 되새기는데, 제 곁에 둘 책을 장만하며 헌책집지기 이름쪽을 살짝 꽂아 놓았어요. ‘이문시장 앞 신고서점’은 이제 ‘덕성여대 앞 신고서점’으로 바뀌었고, 이문시장은 잿빛집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ㅅㄴㄹ

#ErichOhser #VaterundSohn


https://www.amazon.co.jp/s?k=Erich+Ohser&i=stripbooks&__mk_ja_JP=%E3%82%AB%E3%82%BF%E3%82%AB%E3%83%8A&ref=nb_sb_n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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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6.15.

숨은책 476


《바바마마를 찾아서》

 아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샘터 옮김

 빛글

 2012.1.20.



  어릴 적에 그림책을 누린 일은 없다시피 하지만, 보임틀(텔레비전)이 바야흐로 집집으로 퍼지던 무렵에 주한미군방송(A.F.K.N.)이 ‘2’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주한미군방송에서 흐르는 말을 어린이가 알아들을 턱은 없으나 만화영화는 그림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세사미 스트리트’하고 ‘바바파파’를 반갑게 누렸습니다. 다만 어릴 적에는 ‘세사미·바바파파’ 같은 이름은 몰랐고 ‘닭사람·인형사람’이나 ‘물렁물렁 분홍이’쯤으로 여기면서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 1994년에 《바바빠빠》란 이름으로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퍽 늦었지요. 2012년에는 ‘빛글’이란 곳에서 ‘바바파파’ 이야기를 일곱 꾸러미로 선보였어요. ‘바바파파’가 처음 태어나서 마주하고 맞닥뜨리는 숱한 이야기에, 바바마마를 만나고 일곱 아이를 낳아서 재미나게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포근히 들려주었습니다. 아름그림책이 뒤늦게라도 우리말로 나오니 고마우나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아름책이기에 꼭 오래오래 팔리거나 읽혀야 하지 않고, 새로 짓는 이야기로 담는 책이 넉넉히 태어나면 좋아요. 그나저나 ‘싸움을 멀리하고 조용하며 푸르게 사랑을 노래하는 마음 고운 바바파파’ 이야기를 주한미군방송에서 처음 알려준 셈인데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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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11.


《부족해 씨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

 쥘리앵 비요도 글·그림/손시진, 키즈엠, 2016.11.11.



함박비가 그친 하늘은 깨끗하다. 비가 내리고 나서 하늘이 새파랗게 피어나는 줄은 어느 고장에 살 적이든 느꼈으나, 시골에서는 논물에 비친 하늘이며 냇물에 비치는 하늘을 만나기 좋다. 바다로 마실을 가면 바다에 비치는 하늘을 품는다. 저녁 여섯 시 마감을 앞두고 자전거를 바삐 달려 우체국으로 갔다. 이튿날 부쳐도 나쁘지 않으나 이튿날은 어떤 일이 있을는지 모르니 바지런히 오늘 끝내려 한다. 면소재지로 갈 적에는 길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며 천천히 구름하고 하늘하고 들을 본다. 논에 내려앉는 새를 바라보고, 올챙이가 헤엄치면서 일렁이는 물자국을 느낀다. 《부족해 씨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어린이보다 어른한테 이바지하는 그림책이지 싶다. 요새는 ‘어른 그림책’이 참 자주 나온다. 어린이더러 “너희가 누릴 그림책은 많잖니? 우리(어른)가 누릴 그림책이 있어야 한다구” 하고 드러내는 셈이라고 느낀다. 따로 ‘어른 그림책’이 있어도 안 나쁘지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누리는 그림책’이면 한결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즐거우리라 본다. 바보스럽거나 매몰찬 어른 터전을 그리는 ‘어른 그림책’보다는 바보스럽거나 매몰찬 어른 터전을 사랑으로 녹이고 기쁨으로 다독이는 ‘누구나 그림책’이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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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10.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오코소 레이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3.8.15.



집 곳곳에서 마주치는 두꺼비가 깃드는 두꺼비굴을 본다. 아, 너는 여기서 자거나 쉬는구나. 뒷걸음으로 슥슥 들어가서 머리를 가만히 숙이면 머리빛하고 흙빛이 똑같다. 눈을 감으면 감쪽같으나 눈을 동그랗게 뜨면 네가 거기 있는 줄 보이고. 작은아이는 여름날 수박으로 끼니를 삼는다. 그래, 좋아.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이틀 만에 한 통을 거의 혼자 다 먹는다. 앵두를 따서 재워 놓는다. 더위가 더 깊어 간다면 앵두따기도 끝나겠지.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를 여러 해 앞서 장만해 놓았는데 그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몇 해를 더 살아낸 몸으로 이 책을 새로 읽으며 무엇을 느낄까? 삶에는 이김도 짐도 없는데, 즐거이 누릴 놀이를 얼마나 생각해 볼 만할까? 나라가 세운 터전에서는 죄다 이기거나 진다. 싸워서 이겨야 하고, 겨뤄서 이겨야 한다. 배움터가 참다이 배우는 터전이 되려면 모든 싸움붙이랑 겨룸붙이를 걷어내야 한다. 놀이로 가고 살림으로 빛나야 한다. 배울 사람이 다녀야 배움터이지. 배울 사람이 아닌, 돈하고 얽히 줄을 대려고 하니 싸움짓이 안 끝날 뿐 아니라, 이름줄을 들이밀면서 갖가지 뒷짓이나 검은짓이 잇따른다.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마침종이나 싸움길이 아닌 사랑길을 알려줄 노릇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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