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서 書


 안내서 → 길잡이책 / 길잡이글

 참고서 → 도움책 / 징검책

 고서 → 옛책 / 오래책 / 손길책

 신서 → 새책


  우리 낱말책은 말끝에 붙는 ‘-서(書)’를 다루지 않습니다. 뜬금없이 ‘서(書)’를 “[책명] 유학(儒學) 오경(五經)의 하나. 공자가 요임금과 순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수집하여 편찬한 책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다. 20권 58편 = 서경”처럼 풀이하며 싣습니다. 옆나라 책이름은 굳이 낱말책에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널리 쓰는 ‘책’으로 손질할 만한데, ‘글·글월·글자락’이나 ‘꾸러미·꾸리·꿰미’로 손질할 수 있고, 모든 이야기를 두루 담아서 푸르게 살림을 빛내는 바탕이라는 쓰임새를 헤아려 ‘숲’이라는 낱말로 풀어내어 보아도 됩니다. ㅅㄴㄹ



조선에서의 희소가치 때문에 참고서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 조선에서 드물기 때문에 배움책은 부르는 대로 값이 되어버렸다

→ 조선에 얼마 없기 때문에 곁배움책은 부르는 값대로 치러야 했다

《세계의 명장, 진창현》(진창현, 혜림커뮤니케이션, 2002) 67쪽


일제고사를 중단하도록 권고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 모둠겨룸을 멈추도록 얘기해 달라고 올리는 글월을

→ 함겨룸을 그치도록 이야기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글을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김민아, 끌레마, 2010) 22쪽


지침서들은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 길잡이숲은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 길잡이숲은 서로 엇갈린 얘기를 밝혔다

→ 길잡이글은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했다

→ 길잡이글은 앞뒤가 다른 뜻을 알려줬다

《아내의 역사》(메릴린 옐롬/이호영 옮김, 책과함께, 2012) 174쪽


이 책이 귀한 고서라는 사실을 알아채신 거죠

→ 이 책이 값지고 드문 줄 알아채셨지요

→ 이 책이 값있는 옛책인 줄 알아채셨지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미카미 엔 글·나카노 그림/최고은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5) 73쪽


함께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 함께 밑그림을 쓰면 좋다

→ 함께 밑글을 짜면 좋다

《출산 동반자 가이드》(페니 심킨/정환욱 옮김, 샨티, 2016) 51쪽


철학서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 생각숲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황야의 헌책방》(모리오카 요시유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 11쪽


어떠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국가와 사회를 형성, 발전시켜 왔는지를 개괄해 본 역사서다

→ 어떠한 삶을 바탕으로 남달리 나라와 터전을 닦고 가꾸어 왔는지를 짚는다

→ 어떻게 살며 남다르게 나라와 터전을 이루고 일구어 왔는지를 다룬다

《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김재경 옮김, 추수밭, 2020) 9쪽


하지만 보고서가 책상 위에

→ 그러나 올림글이 책자리에

→ 그렇지만 글월이 책자리에

《노부나가의 셰프 25》(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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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25 펴냄빛



  읽고 새기거나 누릴 이야기를 담은 종이꾸러미를 ‘책’이라 하고 ‘冊’ 같은 한자가 있는데, 우리가 처음부터 “우리 글씨”를 썼다면 한자가 아닌 우리 글월로 이야기를 펴기 마련입니다. 예전부터 쓰던 말 그대로 오늘도 쓸 수 있지만, 오늘 우리가 새책을 써내고 여미어 내놓는다면, 지난살림에서 새롭게 익혀서 나누고 싶다는 사랑이 흐른다고 여겨요. 오랜책만 읽지 않고 새책을 써서 읽듯, ‘책’을 놓고도 얼마든지 새말을 지을 만해요. 우리는 총칼나라(강점기) 일본한테 시달리던 무렵 ‘박다←인쇄’하고 ‘펴내(펴내다)←출판’처럼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지었습니다. 이무렵에 ‘지은이←필자(작가)’처럼 새말을 짓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필자·작가’로도 넉넉했다면 이제는 ‘글님·그림님·노래님’처럼 가를 만하고, 새말을 더 지어야겠지요.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할까요? 저는 곧잘 “우리말로 본다면, ‘책’은 ‘숲’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담고, 품고, 여미고, 이야기하고, 나누고, 푸르게 삶과 넋을 밝히는 꾸러미이기에 ‘숲’이라는 낱말로도 나타낼 만하지 싶어요.” 하고 말해요. 책을 펴내는 곳이니 ‘펴냄터←출판사’요 ‘펴냄빛(펴낸이)←출판사 대표’ 같은 이름도 슬그머니 지어서 쓰곤 합니다.


ㅅㄴㄹ


2016년에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처럼 

조금 길게 이름을 붙여서

'스토리닷'이라는 작은 펴냄터에서

이야기꾸러미를 선보였어요.


이윽고 《우리말 글쓰기 사전》처럼

이름을 조금 줄였다가


《책숲마실》처럼

이름을 더 줄였고


2021년에는

《곁책》처럼 그 짧은 이름도

더 줄였어요.


이다음에는 외마디로 붙이는

이름으로도 

책을 선보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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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취준의 여신님 1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후지시마 코스케 협력, 아오키 유헤이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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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7.1.

일수렁에서 찾는 일빛



《오! 취준의 여신님 1》

 아오키 유헤이 글

 요시즈키 쿠미치 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1.31.



  《오! 취준의 여신님 1》(아오키 유헤이·요시즈키 쿠미치/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를 읽으면서, 그림꽃 하나가 새롭게 그림꽃으로 피어날 적에 우리 삶자리에는 이야기꽃이 새록새록 피어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 그림꽃책은 《오! 나의 여신님》을 바탕으로 오늘날 일수렁(취업난)을 익살스럽게 담아냅니다. 그림꽃님은 예전에 도움이로 곁그림을 맡았고, 이제는 스스로 서서 이야기를 새로 짜는데, ‘빛님(여신)’인 베르단디가 빛님(신)이면서 어떻게 ‘빛님 아닌 사람’ 사이에 섞여서 일자리를 찾는가를 보여줘요. 이야기를 이처럼 짜면서 큰고장 일거리 속내하고 민낯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앞으로 펼칠 이야기에서 어떤 일거리를 찾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큰고장 큰일터가 아닌 작은시골 작은마을에서 수수하게 밭일을 하거나 들일을 하는 길을 다뤄 본다면 훨씬 재미나리라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김을 말리고 미역을 훑는 일거리를 다뤄도 무척 재미나겠지요. 비질을 하는 일꾼이라든지, 밥을 짓는 일꾼이라든지, 바느질을 하는 일꾼이라든지, 자전거를 손질하는 일꾼이라든지, 아이를 돌보는 일꾼이 있고, 집살림을 맡는 일꾼이 있습니다.


  일수렁(취업난)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우리 곁에 있는 수수하면서 숱한 자리를 돌아본다면 서로서로 수월하면서 즐거이 어우러질 빛줄기를 찾을 만하다고 봅니다. 마을 한켠에 조촐하게 책집을 열면서 스스로 일빛이 되어도 좋습니다. 나무를 짜고 풀꽃을 돌보면서 살림을 거느리는 일빛이 되어도 좋아요.


  서울바라기여야 일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돈만 벌어야 일이 되지 않습니다. 이름을 얻는다든지 차림옷(정장)을 둘러야 일꾼이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일으킬 줄 아는 즐거운 몸짓이기에 일이요 일빛이며 일꾼이고 일벗입니다.


ㅅㄴㄹ


‘어마어마한 숫자의 말들이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다! 고작 1분 간의 자기소개에 대체 얼마나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거야?’ (29쪽)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그러면서도 모든 걸 용서해 주는 듯한, 취업 활동 중에는 자신을 멋지게 보여주기 위한 다소의 허세, 자신을 더 크게 꾸미는 일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아이의 미소 앞에선―’ (49쪽)


“후미 씨다운 게 뭔데요? 물론 대학이나 인턴으로 일할 때 만난 친구들 눈에는 꿈을 좇는 후미 씨가 ‘후미 씨답지’ 않을지도 모르죠.” (140쪽)


“인간은 모두 빛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겐 다양한 특징이 있고 다채로운 마음을 갖고 있죠. 단 하나도 똑같지 않습니다.” (20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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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よしづきくみち #ああっ就活の女神さま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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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8.


《와카코와 술 11》

 신큐 치에 글·그림/문기업 옮김, AK comics, 2019.10.15.



고흥에서는 제비가 넘쳐나도 안 쳐다본다. 2011년에 고흥에 깃들어 그해 늦여름에 800을 웃도는 제비떼를 만났다. 이제 이 나라를 떠나 바다를 가로지르려고 들 한복판에 모여서 떼춤을 추던데, 이듬해부터 이 무리가 확 줄었다. 이러다 지난해 다시 300 안팎이 되는 제비떼를 보았다. 서울 양천 한켠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돌보아 함께 날갯죽지를 북돋운다. 이런 제비를 지켜보는 사람이 꽤 많다. 고흥 같은 고장은 ‘제비쌀’을 선보인다든지 ‘제비잔치’나 ‘봄제비·여름제비·가을제비 만나기’를 ‘푸른길(생태관광)’로 꾀할 만하다. 처마 밑에 제비집을 건사하는 시골사람한테는 ‘제비돌봄삯’을 주어도 좋겠지. 바깥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창밖으로 민둥갓(-산)을 자꾸 본다. 멀쩡한 나무를 밀고 어린나무를 심으면서 “탄소 줄이는 장난질”을 나무라는 이가 드물고, 벼슬꾼은 이런 장난질로 돈을 굴린다. 밤에 보금자리에 닿아 씻고 몸을 추스르며 《와카코와 술 11》를 조금 읽는다. 어울리는 살림길은 어렵지 않다. 나무를 사이에 두고 만나면 된다. 아름다운 나라길은 까다롭지 않다. 숲을 복판에 두고 새길(정책)을 꾀하면 된다. 나무도 숲도 풀꽃도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람이 아닌 곰팡이라고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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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7.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글/이재화 옮김, 더숲, 2020.11.18.



아침에 서울 동묘앞으로 간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노래꽃을 쓴다. 새삼스럽지만, 버스나 전철에서 손따릉 아닌 글적이를 펴고서 글붓을 쥐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이러다가 무릎에 글적이를 편 사람을 보았으니, “숙제를 해야 하는 어린이”. 몇 해 만에 들어선 동묘앞은 언제나처럼 바글거린다. “걸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사람이 물결을 이룬다. 틈새두기란 뭘까? 아침부터 먹고마시며 노는 사람이 흐드러지는 곳이 수두룩하다. 틈새두기는 눈가림 아닐까? 밀치고 밀리는 전철이며 빈자리 없는 시외버스나 북새통 큰가게(대형마트)는 봐주면서, 다섯 사람이건 스무 사람이건 책모임이나 책수다를 한다든지 촛불을 드는 자리는 왜 막을까? 이윽고 전철을 타고서 서울 양천으로 가서 빛그림(영화) 〈늑대길잡이(wolfwalkers)〉를 함께 누린다. 오늘 다시 이 빛그림을 보면서 ‘마을은 삶터가 될 수도 있지만 사슬터가 될 수도 있겠다’고 깨닫는다.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를 재미나게 읽었다. 옮김말에 더 마음을 쓰면 한결 아름답겠지. 내세우지도 외치지도 않으면서 숲과 들과 숨결을 노래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로·그린’을 내세우거나 외치기보다는 ‘숲’을 곁에 두는 살림으로 가면 좋겠다. 숲이면 된다. 푸르면 넉넉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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