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23.


《권법소년 1》

 마쓰다 류치 글·후지와라 요시히데 그림/조은경 옮김, 서울문화사, 1999.5.30.



푸른씨하고 저잣마실을 한다. “가끔은 짐꾼이 되어 보면 어떻겠니?” “음, 그럴까요?” 짐순이하고 저잣마실을 하지만 묵직한 짐을 맡기지 않는다. 부피 있고 가벼운 짐을 맡긴다. “무거운 짐도 주지요?” “응, 부피 있는 짐을 맡아 줄 적에 한결 홀가분해서 그래.” 어젯밤부터 볕살이 기운다. 어제 낮에 해가 꼭대기에 이르렀다고 느꼈고, 밤에는 한풀 꺾이는구나 싶더라. 그렇다고 안 덥다는 뜻이 아니다. 가장 무더운 고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읍내는 마을하고 달리 제비집이 꽤 많다. 마을에서는 풀죽임물(농약)을 끝없이 쳐대지만, 읍내 가게에서는 풀죽임물을 칠 일이 없다. “읍내에는 제비가 많네요. 우리(제비)를 좀 보라는 뜻일까요?” “그렇겠구나.” 그림꽃책 《권법소년》이 건사판(애장판)으로 새로 나온다. 스무 해 만이다! 1999∼2001년 사이에 스물한걸음으로 나온 아름책인데 지난날에는 거의 사랑을 못 받고 사라져야 했다. 그림결도 줄거리도 이야기도 깊이랑 너비에 넋과 생각까지 모조리 아름다운 그림꽃책. ‘무술’은 온몸을 온누리(우주)로 여기면서 사랑으로 다스리는 길인 줄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 푸른씨(청소년)으로 자라도록 북돋우는 할아버지가 나오지. 할배가 할배 노릇을 훌륭히 하는 드문 책이기도 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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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22.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글, 책과함께어린이, 2021.6.25.



섬돌 곁에 틈이 있어 온갖 들꽃이 갈마들며 피고 진다. 바깥일을 보러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미처 돌아보지 못했는데 여름제비꽃이 그새 피고 지며 씨앗까지 맺었다. 제비꽃씨는 안 터지고 고스란히 있다. 마침 큰아이가 마당에서 햇볕을 쬐기에 “이 씨앗을 우리 뒤꼍 파헤쳐진 곳에 살살 뿌리면 좋겠네. 뒤꼍에서 파헤쳐진 제비꽃을 새로 피우도록 이 아이가 이 여름에 씨앗까지 맺었나 봐.” 하고 얘기한다. 참말 그렇다. 봄제비꽃하고 가을제비꽃은 여태 늘 보았는데 여름제비꽃은 처음 같다.한여름에까지 피는 제비꽃이라니.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은 이 땅에서 불거진 끔찍한 피비린내를 이제는 다르게 읽을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 말씨를 헤아리지는 못했어도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려는 줄거리는 높이 살 만하다. 다만 몇 가지는 아쉽다. 모든 싸움은 어른이 일으키고, 모든 싸움은 총칼을 앞세워 서로 빼앗으며 종으로 부리려는 속셈을 드러낸다. 싸울아비(군인)는 아름길(평화)이 아닌 싸움길로 나아가는 첫단추이다. 우두머리(대통령)가 시늉으로 읊는 ‘종전선언’은 부질없지 않나? 싸울아비(군인)하고 싸움판(군대)을 그대로 둔 채 싸움을 멈출 길이란 없으니까. 앞으로는 이 대목도 제대로 짚어 주어야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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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25.


《사랑하라 기모노 소녀 2》

 야마자키 제로 글·그림, 고바야시 구미 살핌/이상은 옮김, 시리얼, 2020.9.25.



커피를 사러 해날(일요일)에 읍내를 간다. 하루쓰기(일기)를 챙긴다. 해날 저녁 다섯 시에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는 손님이 혼자. 호젓하게 하루글을 쓴다. 어제랑 그제 이야기를 오늘 적는다. 두 아이가 곁에 있기에 두 아이랑 하루쓰기를 따로따로 하면서 하루·이레·달·철·해를 새삼스레 짚는다. 이 가게 저 가게 사이를 걸을 적에는 책을 읽는다. 나는 스스로 보려고 하는 곳만 볼 뿐이다. 《사랑하라 기모노 소녀 2》을 읽으며 이웃나라에서는 그들 겨레옷을 그들 나름대로 사랑하는 길을 차곡차곡 여민다고 느낀다. 우리는 우리 겨레옷을 얼마나 사랑하거나 누릴까? 오늘날 ‘우리옷’은 뭘까? 조선옷이나 고려옷이나 백제옷이나 신라옷이나 고구려옷이나 발해옷을 얼마나 알거나 누리나? 다 떠나서 2020년을 가로지르는 ‘오늘옷’이 있을까? 틀에 맞추는 차림새가 아닌, 스스로 빛나면서 노래하는 차림새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무엇을 걸친들 겉치레가 되겠지. 예부터 이은 살림길 셋은 ‘집·밥·옷’이다. 여기에 새롭게 ‘글그림(책)’이란 살림이 붙었고 ‘누리판(인터넷)’이란 살림이 붙을 만할 텐데, 저마다 다른 숨빛을 저마다 즐겁게 가꾸는 길일는지, 아니면 남을 쳐다보거나 따라가는 길을는지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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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24.


《초록 거북》

 릴리아 글·그림, 킨더랜드, 2021.6.5.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에 가서 장만한 커다란 수박이 곪았단다. 한 조각을 떼어 맛보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너희 아버지는 맛을 몰라.” 하고 곁님이 퉁. 작은아이 혀는 조금이라도 쉬거나 곪으면 꺼린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김치나 동치미나 찬국수나 크림이나 요거트를 몸에서 안 받아들였다. 치즈조차 조금만 먹어야 했고, 달걀도 조금만 먹어야 한다. 혀로 느끼는 결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가 “우리나라 사람이 왜 김치를 못 먹어?” 하고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이라 해서 다 똑같아야 합니까?” 하고 따진다. 곪은 수박은 통째로 땅한테 돌려주어 흙으로 가도록 한다. 저녁을 짓고서 《초록 거북》을 돌아본다. 아이들은 한 벌 읽고서 그럭저럭이었다면서 더 들추지는 않는다. 거북에 빗대어 어버이하고 아이 둘이 맺는 삶을 그렸는데, 늙기에 낡고 어리기에 젊다고 하는 틀이 썩 못마땅하다고 여길 수 있다. 어버이가 되면 늘 무겁게 등짐을 짊어지고 아이한테 모두 챙겨 주는 얼개는 자칫 굴레처럼 보일 수 있다. 줄거리는 ‘내리사랑 치사랑’이라 할 텐데, ‘참사랑’이란, 물려주고 물려받을 사랑이란 뭘까? 즐겁게 걷고 스스로 노래하고 사랑으로 살림하는 길이란 뭘까? 그림님이 시골에서 산다면 다르게 엮었으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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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13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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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7.27.

책으로 삶읽기 692


《불멸의 그대에게 13》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10.31.



《불멸의 그대에게 13》(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으면 바야흐로 싸움을 마친 다음에 맞이하는 나날을 그리려 한다. 나쁘다고 여긴 무리를 물리치려고 온힘을 다한 이들은 싸움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할 만할까? 여태 싸우느라 갖가지로 장만한 싸움연모는 어떻게 될까? 싸움밖에는 할 줄 모르던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할 만할까? 더는 싸우지 않아도 될 적에 사람들은 참말로 아늑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이 살아갈까? 총칼로 치고받으면서 몸을 갈기갈기 찢어야만 싸움인지, 아니면 몸은 멀쩡히 두지만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싸움으로 어느덧 바뀐 오늘날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노릇이다.


ㅅㄴㄹ


“잘 했다. 앞으로는 너 자신을 구가(謳歌)해라.” (33쪽)


‘모두가 각각 있을 곳은 어디지? 모두의 행복은 어떤 걸까? 나는 어떡해야 하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되나? 이 물은 어디로 갈까? 돌은 왜 뾰족한 것과 둥근 것이 있지? 나는 작은 돌이 더 좋은데. 타피오카는 맛있어. 아아, 나는 뭐지? 이대로 물속에 숨어버리면 다들 나를 잊어버릴까? 안 되겠어. 뭐라도 해야지. 모래레 뭔가 하다 보면 머리도 맑아지겠지.’ (60쪽)


“괴, 굉장하다! 넌 뭐든지 될 수 있구나!” “하지만, 누구도 될 수 없어.”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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