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7 말맛



  모든 말은 삶자리에서 태어나기에, 더 낫거나 더 나쁜 말은 없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태어날 뿐입니다.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쳐들어오던 때에는 총칼로 사람을 억누르던 말씨가 들어와서 퍼지고 새로 태어났어요. 사람을 위아래로 가르면서 임금님이 중국글(한문)을 높이던 무렵에는 임금 곁에 있거나 임금을 따르던 벼슬아치는 중국글에 맞추어 새말을 자꾸 지었어요. 서로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판이라면 미움말이나 막말이 자꾸 태어납니다. 서로 돌보거나 사랑하는 자리라면 돌봄말이나 사랑말이 새록새록 태어나고요. 어느 말을 마주하든 말맛을 헤아립니다. 거칠거나 막된 말을 쓰는 사람한테서는 이이가 여태 겪거나 보내야 하던 거칠거나 막된 나날하고 얽힌 숨결을 읽습니다. 곱거나 포근한 말을 쓰는 사람한테서는 이이가 이제껏 삶을 곱거나 포근히 달래면서 가꾼 숨빛을 읽습니다. 우리말에 ‘윽박·호통’이 있고 ‘자랑·뻐기다’가 있습니다. 이런 낱말은 이러한 말이 태어난 삶자리가 어떤 넋이었는가를 알려줍니다. ‘슬픔’은 슬픈 삶을 알려주지요. ‘기쁨’은 기쁜 삶을 알려줍니다. 이쁘장하게 보이는 말은 속마음 아닌 겉모습을 꾸미는 삶을 알려줍니다. 저는 어디에서나 푸르게 노래하는 숲을 말맛에 담고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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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29. 쥐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젯밤에 자다가 쥐가 났습니다. 오늘도 길손집에 깃들어 누웠다가 쥐가 납니다. 이웃고장으로 나와서 돌아다닐 적에는 책집을 다니며 등짐 무게를 키웁니다. 돌아다닐수록 무게를 더하고, 등짐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도록 다니노라니 욱씬욱씬 올라오는구나 싶어요. 온갖 이야기에 쓸거리가 머리를 맴돌아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듯하게 누워서 파랗게 거미줄을 그립니다. 온몸이 하늘빛이 되도록 추스르고, 온누리에서 가장 튼튼하다는 거미줄 같은 몸으로 피어나자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쥐는’이란 이름을 붙여 노래꽃(동시)을 한 자락 썼습니다. 손에 무엇을 쥐느냐에 따라 마음에 다 다르게 하나씩 자라난다는 줄거리를 다루었는데, ‘쥐는’이란 이야기는 “종아리에 쥐”로 이었네 싶군요.


  수원책집하고 부산책집을 찾아가며 어떠한 책을 맞아들이고 어떠한 길을 읽었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이 숱한 책이 들려주는 속말에 흐를 숨빛은 앞으로 어떻게 퍼지려나요. 몸에 기운이 새로 솟아서 벌떡 일어설 이튿날 새벽에 부디 반짝반짝 눈을 밝히면서 붓을 쥐자고 읊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집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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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풀꽃나무 이야기 (2021.7.10.)

― 익산 〈그림책방 씨앗〉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자라면서 쓰던 글은 바다하고 하늘을 바탕으로 골목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골목꽃하고 골목나무 이야기였습니다. 고흥이란 고장으로 옮기면서 쓰는 글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풀꽃나무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열 살을 지날 즈음까지는 노래꽃(동시)을 신나게 썼고, 큰아이가 열두 살을 접어들 즈음 글꽃(동화)을 쓰자고 생각합니다. 말꽃(사전)을 쓰다가 온갖 말빛이 춤추면 가만히 보다가 문득 붓을 쥐어요. 노래꽃도 글꽃도 한달음에 쏟아집니다. 붓을 못 멈춰요. 팔목도 손목도 뻑적지근하도록 글물결이 일렁여요.


  인천에서 서울을 거쳐 기차로 익산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라는 글꽃을 써냅니다. 익산 〈그림책방 씨앗〉에서 아이를 사랑하는 여러 어버이하고 함께 읽었어요. 쓰기로는 제 마음하고 눈하고 손을 거친 글꽃이지만, 혼자 써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곁님하고 아이들이 함께 짓는 살림자리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요, 온누리 이웃님이 저마다 사랑으로 하루를 짓는 숨결을 맞아들여서 여미는 이야기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아줌마가 아저씨한테 “페미니즘 책을 읽히면 서로 싸우자”는 뜻이 되기 쉽겠더군요. 페미니즘은 안 나빠요. 그러나 크게 빠진 대목이 있어요. 바로 살림입니다. 누가 살림을 맡아야 즐거울까요? 어떻게 살림을 지어야 사랑일까요? 아이는 살림을 어떻게 배우며 가꿔야 아름다울까요?


  아저씨는 ‘페미니즘’이 아닌 ‘살림을 사랑으로 노래하는 삶을 즐겨’야지 싶습니다. 어린씨하고 푸름씨는 아저씨랑 아줌마 곁에서 ‘오늘을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소꿉놀이를 살림놀이로 지피는 어질고 착하고 상냥하게 신나고 아름다워 사랑스러운 하루를 누려’야지 싶습니다. 아저씨란 몸으로 아이들하고 살림놀이(또는 소꿉놀이)를 하는 길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같은 책도 썼어요. 누가 더 하거나 덜 해도 좋을 집안일이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웃고 노래하며 살림순이에 살림돌이로 피어나면 즐겁더군요.


  오늘날 배움터(학교)는 삶터나 살림터가 아니지요. 배워서 길들이려는 곳인 나머지, 아이어른 모두 스스로 묻도록 안 가르치고 말아요. 우리 보금자리는 삶터나 살림터로 나아갈 적에 언제나 스스로 하루를 그리며 살아갈 노릇이니, 스스로 묻고 스스로 배워서 스스로 사랑하는 삶길이나 살림길로 피어나지 싶습니다.


  마을책집 〈그림책방 씨앗〉에서 그림책을 돌아봅니다. 아이어른이 살림빛을 함께 가꾸고 지으며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살핍니다. 재미난 그림책도 안 나쁘지만, 이보다는 사랑으로 살림하는 오늘을 노래하는 그림책이 즐거워요.


ㅅㄴㄹ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제르다 뮐러/이원경 옮김, 비룡소, 2020.7.27.)

《일요일, 어느 멋진 날》(플뢰르 우리/김하연 옮김, 키위북스, 2021.7.1.)

《여름날, 바다에서》(파울라 카르보넬 글·마저리 푸르쉐 그림/성소희 옮김, 달리, 2020.6.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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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7.29.

오늘말. 마을책숲


나라에서는 ‘국어’란 한자말을 쓰는데, 이 이름은 나라에서 틀에 맞추려는 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스스럼없이 ‘우리말’이라 하고, 우리가 스스로 살아가며 나누는 말이란 뜻입니다. 우리말은 따로 ‘삶말’이라고도 합니다. 삶에서 비롯하니까요. 꼭두길님이나 으뜸길잡이가 짓는 우리말이나 삶말이 아닙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금’이라 하고, 하늘을 쳐다보며 ‘하늘금’이라고 수수하게 이야기하는 여느 말씨가 삶말입니다. 고을에 있기에 고을책집이에요. 마을에는 마을책숲이 있어요. 고을책밭처럼 말끝을 바꾸어도 어울려요. 이리하여 밥 한 그릇을 수수하면서 즐겁게 나누려고 마을밥이며 고을밥을 짓지요. 고장밥도 짓고 오래오래 이은 오래밥도 짓습니다. 옛날 옛적부터 먹은 옛밥도 있고, 삶말처럼 살림을 짓는 사람이 손수 지은 살림밥이 있어요. 그렇다면 마을말에 고을말에 고장말이 있을 테고, 오래도록 쓴 오래말이 있겠지요. 삶말처럼 삶밥이 있고, 살림밥처럼 살림말이 있고요. 이 마을을 헤아려요. 이 고을을 그려요. 푸르게 빛나는 마을숲을 생각하고, 푸른별 어디나 싱그러이 고을숲을 꿈꾸어요.


ㅅㄴㄹ


꼭두길님·꼭두길잡이·꼭두길잡님·으뜸길님·으뜸길잡이·으뜸길잡님 ← 일타강사(一star講師)


물금·바다금·곧은금·곧은줄·반듯금·반듯줄·바른금·바른줄·똑바른금·똑바른줄 ← 수평선(水平線)


하늘금 ← 지평선


고을책집·고을책가게·고을책밭·고을책숲·고을책터·마을책집·마을책가게·마을책밭·마을책숲·마을책터 ← 동네책방, 독립서점, 소형서점, 지역서점, 오프라인 서점, 향토서점


고을밥·고장밥·마을밥·옛밥·오래밥·텃밥·살림밥 ← 향토요리, 향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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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7.29.

오늘말. 로서


있는 자리마다 마음씨가 달라 말씨가 다릅니다. 서는 높이마다 생각이 다르니 몸짓이 달라요. 말할 만한 깜냥이 모자랄는지 모르고, 아직 주제를 모르는 채 나댄다고 여기곤 해요. 감이 되는지 안 되는가를 누가 가를까요? 그릇이 작은가 큰가를 누가 잴까요? 우리는 저마다 우리로서 스스로 바라봅니다. 때가 되기에 말할 만해요. 아이는 아이 이름으로 말할 수 있어요. 어른은 어른이란 바탕으로 말할 줄 알 테지요. 스스로 위라고 여겨 누르지 마요. 사르르 풀어요. 어루만지거나 토닥이려는 이름꽃이 되면 좋겠어요. 섣불리 주무르려 들지 말고, 어깨띠를 내세우지는 마요. 재주가 있건 없건, 힘이 크건 작건, 우리는 마음하고 마음이 닿기에 이야기를 합니다. 징검돌을 놓아요. 서로 오갈 수 있도록 조촐히 길을 내요. 다독일 줄 아는 부드러운 매무새로 마주해요. 한 가지씩 짚으면서 새길을 풀어요. 밑틀이야 천천히 닦으면 돼요. 솜씨야 없어도 즐거워요. 아름누리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손을 잡아요. 사랑나라로 거듭나는 나루를 닦아요. 마음이 오가는 마음나루로, 노래가 흐르는 노래나루로, 꽃글월을 주고받는 글나루로 한 땀씩 엮어 가요.


ㅅㄴㄹ


자리·높이·몸·감·깜냥·주제·그릇·-로서·만하다·수·줄·밑·밑감·밑바탕·밑틀·밑솜씨·바탕·바탕틀·솜씨·재주·힘·이름·이름값·이름띠·이름꽃·이름빛·어깨띠·팔띠·되다·있다·좋다·내세우다 ← 자격(資格)


주무르다·두드리다·누르다·짚다·풀다·어루만지다·토닥이다·다독이다 ← 마사지(massage), 안마(按摩)


멎다·멈추다·서다·닿다·대다·내리다·타고내리다 ← 정거(停車), 정차(停車)


길목·길머리·징검돌·나루 ← 정거장, 정차장, 정류장, 정류소,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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