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1.


《꼬마 할머니의 비밀》

 다카도노 호코 글·지바 지카코 그림/양미화 옮김, 논장, 2008.4.15.



구름은 멋지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문득 들으니 다른 고장에서는 소나기도 온다지. 고흥은 참 재미난 곳이다. 회오리바람도 슬몃 비껴 가기 일쑤일 뿐 아니라, 비구름까지 살짝 비키는구나. 이러다 골짜기에 언제 가나 싶으나,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자니 자그마한 파란띠제비나비가 한들거린다. 이렇게 자그마한 파란띠제비나비가 다 있네 싶어 가만히 본다. 크게 태어나는 나비도, 작게 태어나는 나비도 있을 테지. 싸움판살이(군대생활)를 하던 양구 멧골짝에서, 접은 날개만 해도 30센티미터가 훨씬 넘는, 활짝 편 날개가 거의 1미터가 될 만한 사향제비나비 무리를 본 일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꼬마 할머니의 비밀》을 즐겁게 읽고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었다. 두 할머니 이야기를 다루었으나 두 어린이 이야기라 할 만하고, 두 어린이가 만나는 여러 어린이 하루를 담았다고 할 만하다. 아이답게 놀고 말하고 생각하기에 하루가 즐겁다. 아이다움을 잊거나 잃거나 등지기에 하루가 따분하면서 골을 내는 길이 된다. 나이를 먹기에 늙는다고 여기면 늙은네가 된다. 나이를 먹어도 즐겁게 노래하며 놀려는 마음을 돌보면 슬기로운 사랑이 된다. 다카도노 호코 님이 쓰는 글이는 늘 이 ‘노래하는 놀이’라는 어린이 마음이 감돌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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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31.


《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우경윤·김철원 이야기, 우주소년, 2021.3.19



겨울이면 손가락이 얼며 글을 쓰고, 여름이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으며 글을 쓴다. 몸은 이렇지만 마음은 스스로 품은 생각에 따라서 흐른다. 등판에 땀이 송글송글 솟는구나 싶으면 씻고 빨래한다. 이러고서 다시 일하고, 또 씻고 빨래하고 또 일하고, 다시 씻고 빨래하고 다시 일한다. 밤에는 아이들이 잘 자기를 바라며 틈틈이 부채질을 한다. 밤바람이 서늘한 결로 바뀔 즈음까지 밤부채질을 하는데, 으레 자장노래를 부르며 부채질을 했다. 요새는 속으로 노래를 흥얼흥얼하며 부채질을 한다. 가장 좋기로는 나뭇잎을 간질이며 부는 바람이다. 둘째로는 어버이가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가볍게 일으키는 부채바람이다. 《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를 읽는다. “오래된 미래” 같은 말을 꽤 쓰는구나 싶은데 “오래된 앞날 = 오늘”이다. 언제나 오늘이다. 오늘을 보면 된다. 멀리 볼 까닭이 없다. 손으로 지어 몸에 새기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생각을 가꾸는, 이리하여 다시 손발로 하루를 누리는 길을 가면 넉넉하다. 머리를 쓰는 일은 안 나쁘다. 머리만 쓰니 얄궂을밖에. 더위를 안 겪는 사람은 더위를 글로 못 쓰고, 나누거나 생각하지 못한다. 오늘이 없으면 앞날이 없다. 벼슬집(공공기관)에서 에어컨을 치우면 나라가 바뀌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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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30.


《용감한 아이린》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0.12.28.



고흥으로 돌아오는 오늘은 부산 서면역부터 걷는다. 들길이나 멧길이나 숲길이라면 이 길은 가벼울 텐데, 큰고장 한복판을 걷자니 골이 아프다. 골목으로 걸으려 했더니 부전시장. 아침부터 저잣길은 사람도 수레도 오토바이도 물결친다. 얼핏 둘러보니 과일값이 고흥에 대면 1/3이다. 알도 굵고 값도 싸고, 큰고장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을 알겠다. 표를 끊고 기다린다. 기차를 탄다. 눈을 살짝 붙였다가 동화를 한 꼭지 쓴다. 순천에 닿아 기차를 내리고 〈책방 심다〉로 찾아간다. 이튿날부터 토·일에 맞추어 와온바다에서 ‘버스 책집’을 연다고 한다. 〈책방 심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 바닷가를 누리겠구나. 순천 버스나루로 간다. 비로소 고흥으로 들어선다. 이제 밀치고 새치기하는 사람물결에서 벗어난다. 책읽는 사람도 새채기를 할까? 책읽는 사람은 무엇을 할까? 우리는 언제쯤 새치기 아닌 사랑을 할까. 《용감한 아이린》을 생각한다. 아이린은 ‘용감’보다는 ‘의젓’하다. ‘야무지’다. 속빛이 포근하면서 꽉 찬 아이라고 할 만하다. 눈밭을 걷는 아이린은 눈밭이 아닌 ‘마음에 담은 꿈’을 그린다. 아이린은 누구한테서 이 의젓한 몸짓을 물려받았을까. 아이린은 누구한테서 이 야무진 마음빛을 이어받았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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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8.1. 생각하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말과 삶이 다른 사람은 없다고 느낍니다. 모든 사람은 말하고 삶이 같습니다. 겉치레로 말하는 사람은 겉치레로 나아가는 삶입니다. 속사랑으로 말하는 사람은 오직 스스로 빛나는 사랑으로 가는 삶입니다.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면서 정작 어른이란 몸인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강의·강좌·수업’을 많이 듣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모든 살림살이를 새롭게 가꾸려고 눈을 밝힐 적에 배웁니다.


  보기 하나를 든다면, 아무리 살림살이가 바뀌더라도 부엌은 ‘부엌’입니다. 그런데 부엌을 부엌이라 안 하고 ‘주방’이나 ‘키친’이라 말하는 사람이 꽤 됩니다. 이분들은 왜 부엌을 부엌이라 안 하고 주방이나 키친이라 할까요? 아이들이 이런 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바꿀 적에 ‘바꾼다’고 안 하고 ‘개혁’이라 하거나, 고칠 적에 ‘고친다’고 안 하고 ‘혁명’이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일본스런 한자말 ‘개혁·혁명’을 붙들어야 할까요? 요새는 ‘혁신’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도 꽤 퍼집니다. ‘혁신학교’도 있다지요. 우리말 ‘새·새롭다’는 언제 쓸 생각일까요?


  그러나 ‘개혁·혁명·혁신’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에 붙들린 그들을 탓할 일은 없습니다. 그들은 ‘바꾸다·고치다’가 어떤 뜻이요 쓰임새인지 몰라요. 쉽고 수수한 두 낱말을 언제 어떻게 쓰는가를 제대로 모르기에 이 낱말을 못 쓰거나 안 씁니다. 이리하여 ‘뜯어고치다·갈다·갈아치우다·갈아엎다·뒤엎다·판갈이’ 같은 낱말은 더더구나 못 씁니다. 밑말부터 모르고 마음을 못 기울이니, 밑말에서 가지를 친 여러 우리말은 더더구나 몰라서 못 써요.


  우리말 ‘틈’하고 ‘새(사이)’가 있는데, 두 낱말이 어떻게 닮고 어떻게 다른가를 가려내는 어른을 아직 못 봅니다. 그리고 ‘틈·새’가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면서 ‘틈새’처럼 둘을 붙은 낱말도 있는데, ‘틈·새’에다가 ‘틈새’가 어떻게 다른 낱말인지, 또 ‘틈바구니’는 또 어떻게 다른 낱말인지를 똑똑히 가려서 어린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아는 어른도 아직 못 봅니다.


  아니, 못 본다고 하는 말은 좀 지나치고요, 집에서 수수하게 살림하던 여느 할머니 아주머니는 이런 낱말을 잘 가누시더군요. 글을 쓰거나 길잡이(교사·교수) 노릇을 하거나 책 많이 읽은 분들만 이처럼 수수한 삶말을 영 몰라요.


  살아가는 길이란 생각하는 길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낱말은 우리 생각을 고스란히 담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글은 좋고 나쁨도 옳고 그름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생각과 삶을 담아낼 뿐입니다. 자, 생각해 봐요. 어린이한테 어떤 말과 삶과 넋을 물려주고 싶은지요? 아이 앞에서 어떤 말과 삶과 넋을 보여주고 싶은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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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지음 / 가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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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2021.8.4.

연느님 말, “내뱉은 대로 해내면 되지!”



《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가연

 2017.9.15.



  오랜 우리말로 ‘하느님(하늘님)’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ㄹ이 떨어져 ‘하느님’이라고만 합니다만, ‘-님’을 붙이는 말씨는 매우 흔해요. 나라를 다스린다는 임금을 놓고 굳이 ‘임금님’이라 했습니다. 꽃이나 풀을 놓고 ‘꽃님·풀님’이라 해요. 해나 별이나 달을 놓고 ‘해님·별님·달님’이라 하고, ‘이웃님·동무님’처럼 쓰며, 사람 사이에서 ‘어머님·아버님·누님’처럼 씁니다.


  이러한 ‘-님’은 아무한테나 붙이지는 않으나, 누구한테나 붙일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하느님’이란 하늘을 가리키는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높거나 거룩하거나 뻬어난 아무개를 가리킬 적에 살며시 빗대는 이름으로 삼기도 해요. 이를테면 연예인 가운데 어느 분은 ‘유느님’ 소리를 들어요. 운동선수 가운데 ‘연느님’ 소리를 듣는 분이 있지요. 그런데 운동선수 가운데 ‘연느님’은 하나가 아닙니다. 둘이지요. 하나는 피겨 선수요, 하나는 배구 선수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다》(김연경, 가연, 2017)는 배구 선수로서 ‘연느님’ 소리를 듣는, 때로는 영어로 ‘갓(God)’을 넣은 ‘갓연경’ 소리를 듣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름잡는 김연경 님이 쓴 책입니다. 어떻게 배구판에서 온누리에서 으뜸가는 자리에 서서 뛰는가 하는 삶을 찬찬히 돌아본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아직 끝이 아니다》는 배구판에서 으뜸자리에 선 사람으로서 우쭐거리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푸름이(고등학생)로 접어들 무렵까지 키가 매우 작아서 늘 받기(수비 훈련)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키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문득 자리에 설 틈을 한 판 얻고, 이렇게 꼭 하루 자리에 설 틈을 얻으면서 ‘이 틈이 앞으로 또 올는지 알 수 없다’면서 악을 쓰고 용을 쓰면서 온힘을 뽑아낸 이야기를 다룹니다. 온몸을 불사르면서 꿈을 이루는 길을 걸어온 푸름이가 어떤 삶을 보냈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 연느님(또는 갓연경)이 된 김연경이라는 배구 선수입니다만, 어릴 적에는 언니가 배구판에서 새 한 마리처럼 날아올라 공을 맞은쪽에 내리꽂는 모습에 반해서 “나도 언니 따라서 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운, 몸도 키도 자그마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다만 언니가 처음 배구를 배울 적에는 학교에서 ‘주먹질’이 흔했다고 해요. 두 딸아이가 운동 선수라는 길을 걷는다고 할 적에 어머니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지요. 눈에 넣어도 아플 수 없는 두 아이가 배구를 배우며 늘 ‘맞아서 몸에 멍이 드니’까요.


  배구 선수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읽다가 살며시 덮고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이들을 때리는 어른으로서 운동 선수를 이끄는 엉터리짓을 멈출 수 없을까요? 요즘도 ‘운동부 주먹질’이 곧잘 도마에 오릅니다. 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든지, 나이나 줄(계급) 따위로 억누르면서 막말을 일삼는다든지, 이런 낡은 버릇을 왜 털어내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2021년 2월 무렵, 우리 배구판은 배움주먹질(학교폭력)을 일삼다가 뒤늦게 들통난 두 사람 이야기가 엄청나게 불거졌습니다. 주먹질을 일삼은 두 사람은 여태 뉘우칠 줄 모를 뿐 아니라, 고개를 뻔뻔하게 들고 다닌다지요. 그런데 연느님은 이런 주먹잡이(불량배) 이야기를 벙긋도 안 해요. 주먹잡이를 나무라기보다는 함께 땀흘리는 동무를 바라보면서 “다시 해보자!” 하고 기운을 북돋아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아직 끝이 아니다》는 꿈을 이룬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꿈을 이룬 이야기라기보다, 꿈을 이루려고 얼마나 마음을 쏟고, 얼마나 땀을 바쳤으며, 얼마나 힘을 다했는가를 적은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이렇게 해야 뜻을 이룬다’는 책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아무런 틈도 나한테 찾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하려는 일, 스스로 가려는 길만 바라보면서 밑바탕부터 차근차근 다스리고 꿈만 보며 즐겁게 한길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보다 푸름이(청소년)가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날이 까마득하다고 느끼는 푸름이가, 배움수렁(대학입시)에 지친 푸름이가, 입시학원하고 보충수업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터전에서 고달픈 푸름이가, 작은고장(중소도시)이나 시골에서 자라는 푸름이가, 한 줄 두 줄 찬찬히 새기면서 읽어 봄직하다고 생각해요.


  단맛을 본 이야기는 거의 없이, 쓴맛을 본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에요. 오늘 우리 곁에서 ‘하느님 김연경’ 소리를 듣는 그 엄청나거나 멋지거나 놀랍거나 대단한 사람이, 참으로 오랜동안 ‘아무것도 아닌 꼬마’로 살아오면서도 웃고 춤추면서 즐겁게 제 길을 걸어온 이야기가 나와요.


  할 말을 하는 배구 선수 한 사람은 “내뱉은 말은 꼭 이룬다”고 다짐한다지요. 자리에 서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만 한다지요. 그리고 이녁 스스로 성평등을 따지려는 생각은 없이 ‘그저 한 사람으로서, 오직 사람으로서’ 서로서로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힙니다.


  배구 선수이기에 겉모습이나 몸매 아닌 배구 솜씨로 바라보아 주기를 바라는 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키가 더 커야 운동을 더 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귀여겨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아직 끝이 아니다” 하는 생각으로 땀을 흘릴 줄 아는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온누리에 으뜸가는 배구 선수 한 사람으로서도,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살림을 가꾸는 우리로서도,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로서도, 참말로 끝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꿈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이제껏 했는데 늘 쓰러지거나 고꾸라졌으면, 다시금 일어나서 나아가면 됩니다. 웃으면서 일어서고, 춤추면서 한 걸음을 내딛으면 됩니다. 우리 곁에서 연느님이 속삭여요. 넘어졌으면 일어나자고, 더 해보자고, 다시 넘어지면 또 일어서자고, 한 판 해서 안 되니 두 판 더 해 보자고. 우리가 입으로 내뱉은 말은 참말 누구나 모두 이룰 수 있다고.


2017.12.20.물.ㅅㄴㄹ

2021.8.4.물


나는 엄마에게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힘든 일을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약을 바르며 아픔을 참고 있던 큰언니의 모습보다 허공으로 점프하며 네트 너머로 공을 날려 보내던 큰언니의 모습이 나를 더 매료시켰다. (31쪽)


나는 고민이 많았던 유년 시절의 나에게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기본 실력을 탄탄하게 해서 선수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데 온힘을 다하자고 말했다. (41쪽)


코트 위에서는 딱 하나만 생각한다. ‘무조건 이긴다.’ (76∼77쪽)


코트 위에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훈련을 해왔고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 말이다. (119쪽)


‘내뱉은 대로 해내면 되지 뭐!’ 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보다 내뱉은 말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체육관에서 배구공을 한 번 더 잡는 것을 선택했다. (121쪽)


재활이란 몸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대면하고 하나하나 점검하는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들, 코트 위에서 훈련해 온 대로 몸이 움직이고 감각이 살아나고 공이 시야에 들어와 내가 낼려보낼 방향을 판단하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135쪽)


그때 나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답변을 했다. “기자 분들이 선수의 미모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하신 것 같아요. 여자 배구를 소개하는 기사에 대부분 ‘미녀 3인방’ ‘미녀들의 대결’ 등 ‘미녀’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남자 배구에선 ‘미남 대결’이란 말이 없잖아요. 왜 여자 배구만 유독 그런 단어를 써야 하는 거죠? 선수들 모두 먼저 배구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을 거예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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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선수가 갓 배구판에 나올 적부터

여태까지 이녁 모든 경기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2021년 도쿄에서 땀흘리는 모습을 문득 보다가

2017년에 쓴 느낌글을 조금 손질한다.


김연경 님은 책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 2027년 즈음

다음 책도 써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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