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8.9.

오늘말. 곁장구


얼핏 훑으면 들판에 흐드러진 꽃이 모두 같아 보입니다만, 가만히 보면 모든 꽃은 하나도 안 똑같습니다. 같은 나무에 나란히 돋는 잎도 하나이지 않아요. 다 다른 잎은 크기도 무늬도 빛깔도 저마다 다릅니다. 나무를 제대로 그리려 한다면, 잎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다 다르게 그리겠지요. 풀꽃을 제대로 옮기려 한다면, 풀도 꽃도 하나하나 새롭게 마주하면서 옮길 테고요.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매한가지라고도 하지만, 이렇게 하기에 이 길이요, 저렇게 하기에 저 길입니다. 이 길하고 저 길은 늘 달라요. 우리는 서로 다른 줄 알기에 함께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줄 알아보면서 같이해요. 다른 빛을 알아채기에 믿고, 새로운 숨결을 느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맞잡습니다. 때로는 물벼락처럼 소나기를 퍼붓는 구름은 모두 달라요. 크게 보면 하나이지만 곰곰이 보면 온갖 물방울이 얼크러져요. 한마음이라서 곁장구를 치기도 하지만, 한뜻이 아니어도 북돋우고 싶어 맞가락을 칩니다. 꼭 뜻이 같아야 할까요? 서로 다른 뜻으로 다른 길을 가기에 숲너울이나 이아칠 적에 기꺼이 거들거나 도우면서 즐거이 어깨동무를 하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같다·똑같다·나란하다·같은뜻·같은말·곁장구·곁장단·맞가락·맞장구·맞장단·뜻같다·뜻이 같다·마찬가지·매한가지·하나·하나로·하나되다 ← 동의(同義)


같은뜻·뜻같다·똑같다·같다·나란하다·마찬가지·매한가지·한뜻·한마음·하나·하나로·하나되다·따르다·고개끄덕·고개를 끄덕이다·끄덕이다·끄덕거리다·끄덕대다·끄덕하다·끄덕·끄덕끄덕·믿다·믿기다·믿음·믿음길·받다·받아들이다·같이하다·함께하다·좋다 ← 동의(同意)


날벼락·벼락·불벼락·물벼락·너울·놀·너울거리다·숲너울·숲벼락·하늘너울·하늘벼락·이아치다·이치다 ← 자연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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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늑대길잡이 (2021.6.27.)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숲이란 늑대·곰·범 곁에 토끼·사슴·너구리가 나란히 있는 곳입니다. 숲에서는 모든 들짐승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고서 어우러집니다. 마을은 사람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데, 어느 모로 보면 마을은 “사람이 갇힌 곳”이 되기 쉬워요. 우두머리가 서서 둘레를 이끈다고 할 적에는 “스스로 짓는 삶이 아닌, 남을 따르는 굴레”가 되거든요.


  어버이는 아이를 이끌지 않습니다. 어버이는 사랑으로 낳아 사랑으로 돌보며 사랑으로 노래하는 살림을 아이하고 함께 누립니다. ‘이끈다’고 할 적에는 이른바 ‘기둥(가부장)’입니다. 기둥이 있어 집이 튼튼하다고도 하지만, 집이 제대로 튼튼하려면 ‘기둥 하나’가 아닌 ‘모든 기둥’이어야 해요. 집안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기둥일 적에 비로소 사랑이에요.


  숲에서는 으뜸이나 꼭두가 없습니다. 사람은 으레 범이나 사자를 으뜸짐승으로 삼지만, 짐승 사이에서는 으뜸이나 꼭두가 서야 할 까닭이 없어요. 모든 짐승은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기둥입니다.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예요. 기둥이 될 나무나 풀꽃은 따로 없습니다. 모든 나무하고 풀꽃이 저마다 다르게 기둥이에요.


  서울 양천 푸름이하고 마을책집 〈나무 곁에 서서〉에서 〈늑대길잡이WolfWalkers〉를 함께 보았습니다. 시골집에서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볼 적하고 또 다르게 마음으로 스미는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집니다. 글꾸러미에 이 이야기를 옮깁니다.


  사람은 숲넋이던 무렵에는 누구나 모든 목숨붙이하고 이웃이자 동무였지만, 마을이라는 굴레를 세워서 울타리를 쌓고부터 모든 목숨붙이를 등지면서 싸우는 길로 나아갔습니다. ‘마을 = 울타리’요, ‘숲 = 품’이로구나 싶습니다. 마을에서 안 그치고 고을이 되고 고장이 되다가 나라로 번지니, 어느새 숲말(말다운 말)을 잊거나 잃습니다. 먹물글(지식·이론)을 세웁니다. 꾸미는 겉글(문학·예술)이 불거지고, 차츰 사랑이며 살림하고 멀어집니다. 남이 아닌 스스로 굴레를 쓰고서 삶이 아닌 죽음으로 갑니다.


  갈무리해 봅니다. “학교(졸업장)·종교(이교도)·사회(자격)·집단(교복·제복)·군대(지식·이론)·단체(노예) = 덩어리·모둠”입니다. “나(참)·스스로(사랑)·숲(길)·들(온)·바람(빛)·바다(숨) = 하나·하늘”입니다. 굴레(사회·학교)에 깃들지 않을 뜻보다는, 사랑으로 가는 슬기로운 살림을 품는 숲이 되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늑대길잡이WolfWalkers〉는 늑대하고 숲하고 마을하고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 어디에 있는가를 푸름이 눈높이에서 밝혀 주는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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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정령 톰티》(니나 블라존 글·카린 킨더만 그림/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6.10.)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사이 몽고메리 글·레베카 그린 그림/이보미 옮김, 더숲, 2019.9.9.)

《삶의 기술 3 : 플라스틱 프리》(크리킨디센터, 교육공동체벗, 2018.8.1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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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8.8.

오늘말. 쉼칸


예부터 뒷간을 바깥에 두었습니다. 볼일칸에 차곡차곡 들어차는 똥오줌을 삭혀서 거름으로 삼거든요. 오늘날은 쉼칸을 집안에 두고 물을 내려서 쓸어냅니다. 우리 몸을 드나드는 숨결이 땅으로 고스란히 돌아가는 길이 사라집니다. 더 많이 모이고 더 많이 사다 써서 더 많이 버리는 얼거리인 서울에서는 “뒤를 보며 쉬는” 곳이라기보다 “꾸미는(화장化粧)” 곳이 됩니다. 사람도 다치지만 땅도 아픕니다. 사람도 괴롭지만 푸른별도 고단합니다. 사람도 슬플 테고 온누리도 눈물바람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삶길을 지어야 멍울이며 고름이며 가슴앓이를 씻어낼까요. 우리는 어떤 터전을 가꾸어야 힘겹거나 응어리가 진 자리를 달랠까요. 크게 모여야 실마리를 풀지는 않아요. 깊이 생각하는 한 사람이 씨앗입니다. 자그마한 자리에서 슬기롭게 사랑으로 짓는 생각 한 자락이 차근차근 이 별을 돌보는 밑거름이에요. 곧게 등을 펴듯 곧게 바라보고 곧게 헤아리면서 곧게 나아갑니다. 다투거나 겨루지 않습니다. 즐거이 한마당을 이루고 넉넉히 큰판을 펴면서 사이좋게 어우러지면 돼요. 작은 손길이 생채기를 어루만져요. 작은 눈빛이 흉을 보듬습니다. 느긋이 쉽니다.


ㅅㄴㄹ


뒷간·볼일칸·쉼칸 ← 화장실(化粧室), 변소, 측간, 측실(厠室), 칙간


생채기·다치다·아픔·고름·눈물·슬픔·멍·멍울·뒤앓이·가슴앓이·피멍·앙금·응어리·흉·갉다·괴롭히다·괴롭다·할퀴다·아프다·슬프다·고단하다·고달프다·힘들다·힘겹다·버겁다·벅차다·찌르다·쑤시다·쑤석거리다·쪼다·자국·곬·눈물꽃·눈물바람 ← 상처(傷處)


큰모임·모임·마당·한마당·판·큰판·자리·큰자리·겨루기·겨룸·다투다·다툼 ← 대회(大會)


깊다·길다·곧다 ← 도저하다(到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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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8.8.

오늘말. 징그럽다


해가 가장 높은 날이 찾아들면 이제 더위가 수그러드는구나 싶어요. 꼭대기이기에 넘어선달까요. 그렇지만 더위가 가시지는 않아요. 천천히 수그러들 뿐입니다. 해가 가장 낮은 날이 지나가면 이제 추위가 누그러지는구나 싶어요. 꼭두를 넘어간달까요. 그래도 추위는 한동안 그대로입니다. 높으면 높을수록 낮은 곳을 바라보고, 낮으면 낮을수록 하늘을 마주하는구나 싶어요. 머물기만 하지 않습니다. 그지없이 높기에 더없이 낮은 곳으로 가요. 고작 이만큼이냐고 나무라지 마요. 한낱 작은 모습 같으나 바야흐로 무럭무럭 자라서 놀랍게 피어날 꽃이랍니다. 거미를 보면서 “이쪽은 우리가 지나가는 길이니 옆에 치면 어떨까?” 하고 속삭였더니 참말로 옆에 거미집을 짓습니다. 사랑이란 눈빛으로 마주하면 알아들어요. 거미가 징그러울 일이 없습니다. 마음을 안 읽기에 짖궂고, 사랑손이나 포근손이 아니기에 앙큼하지 싶어요. 뛰어난 솜씨여야 따뜻손이지 않아요. 모든 의뭉스럽고 지질하며 능청스러운 눈빛마저 부드러이 달래기에 빛손입니다. 갖은 능글맞고 못되고 얄궂고 꼴사나운 몸짓까지 보드라이 다독이기에 꽃손이에요. 누구나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가장·겨우·고작·한낱·기껏·그저·그지없다·더없다·꼭대기·꼭두·끝·마지막·막바지·끝끝내·끝내·마침내·바야흐로·놀랍다·대단하다·뛰어넘다·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뛰어나다·멋지다·멋있다 ← 궁극, 궁극의


엉큼하다·앙큼하다·의뭉스럽다·자분거리다·지저분하다·지질하다·더럽다·능글맞다·능청스럽다·느물거리다·짖궂다·얄궂·못되다·징그럽다·꼴사납다 ← 요사(妖邪), 요사스럽다


사랑손·포근손·따뜻손·빛손·꽃손 ← 약손, 치유능력, 만병통치, 만병통치약, 백병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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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노래는 꽃 (2021.7.8.)

― 인천 〈시와 예술〉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1년에 동무가 물어요. “야, 그 시집 뭐야? 나도 빌려 주라.” “응? 그런데 시험문제에는 안 나오는 시집인데?” “그래? 그런데 넌 왜 읽어?” “시를 시험문제 때문에 읽냐. 읽어서 좋으니까 읽지.” “넌 태평하네. 시험문제에 안 나오는 책도 읽고.” “뭐가 태평해?” “넌 시험 잘 보니까 걱정이 없어서 아무 책이나 읽잖아?” “아무 책이라니? 아름다운 책이니 읽지.” “관둬라. 말이 안 통하네.” “네가 더 말이 안 되지.”


  이제 와 돌아보면 셈겨룸(시험)에 허덕이는데 ‘교과서에도 시험문제에도 안 나오는 시를 담은 책’을 읽는 사람이 엉터리예요. 그렇지만 배움책이나 물음종이에서 다루는 글은 하나같이 따분하고, 삶을 등돌렸다고 느꼈습니다. 셈겨룸을 잘 해내야 하더라도 마음을 빼앗길 생각이 없습니다. 둘레에서 바라는 셈(점수)을 잘 받도록 종이를 채우기와,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리기는 다르다고 여겼습니다. 


  얼핏 스치면서 본다면 〈시와 예술〉은 조그맣습니다. 얼핏 스치더라도 발걸음을 멈추고서 눈빛을 밝힌다면 〈시와 예술〉은 조촐합니다. 살짝 두리번거린다면 마을책집에서 고를 책이 몇 없습니다. 살며시 마음을 기울여 하나하나 본다면 마을책집에 들를 적마다 한 자락 두 자락씩 장만하는 책으로 우리 살림집이 피어납니다.


  책을 더 손쉽고 싸게 사고 싶다면 누리책집이나 큰책집을 사귀면 됩니다. 책을 그저 즐겁게 노래하면서 사랑하고 싶다면 마을책집으로 이따금 마실하거나 틈틈이 나들이하면서 바람을 쐬면 됩니다.


  책은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우리 마음그릇만큼 읽으면 돼요. 마음그릇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마구 읽다가는 그릇이 깨집니다. 마음그릇을 가꾸는 책이 아닌, 마음그릇 겉모습을 반지르르하게 꾸미는 책만 쥔다면 겉만 멀쩡할 뿐 속은 곪아들기 마련입니다. 책은 늘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며 읽을 노릇이지 싶어요.


  이 땅에서는 예부터 노래가 흘렀습니다. ‘시(詩)’가 아닌 ‘노래’입니다. 누구나 노래했고, 누구나 노래를 즐겼어요. 이러던 어느 무렵부터 노래가 억눌리고 ‘시’조차 아닌 ‘詩’가 우쭐거립니다. 배움책이나 물음종이에서 다루는 ‘詩’는 으레 삶하고 등진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습니다. 이름나다는 곳에서 펴내는 시집과 문학상을 받은 시집도 쌀섬을 갉는 생쥐 같습니다.


  오늘 이곳을 노래하면 될 텐데요. 보임틀(텔레비전)을 뒤덮은 뻔한 가락이 아닌, 일노래하고 놀이노래하고 살림노래이면 됩니다. 오늘 하루를 사랑하면 될 텐데요. 살부빔질이 아닌 스스로 아이랑 어른이 되는 슬기롭고 숲빛인 사랑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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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박라연, 창비, 2018.4.13.)

《그대의 하늘길》(양성우, 창작과비평사, 1987.10.10.)

《죽음의 자서전》(김혜순, 문학실험실, 2016.5.24.)

《reminiscence》(Jung A Kim, KEHER, 20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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