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8.


《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글/노승영 옮김, 쌤앤파커스, 2019.12.26.



오늘도 구름밭이다. 그래도 오늘은 가랑비가 살짝 내린다. 이러다가 어느새 구름밭이 흩어진다. 가만 보면 구름이 우리한테 장난을 거는구나 싶다. 또는 그저 재미나게 놀자고 부르는구나 싶다. 2011년부터 고흥 시골자락에서 살며 둘레를 보면, 땡볕이건 비바람이건 눈보라이건 이때에 바깥에 나와서 노는 어린이를 못 본다. 시골이라 어린이가 없다고도 하겠으나 참말로 그렇다. 서울이나 큰고장은 어떨까? 땡볕에 구슬땀 흘리며 노는 어린이가 있나? 비를 맞고 바람을 먹으며 깔깔깔 웃고 춤추며 노는 어린이가 있나? 철마다 다르게 마음껏 노는 어린이가 가뭇없이 사라지기에 이 나라가 메마르고, 새로 나오는 책이 ‘인문지식’에 갇힐 뿐 아니라 ‘살림놀이’라고 하는 소꿉판하고 등지지 않을까? 논 적이 없고 놀 생각이 없는 어른들이 으레 따분한 인문지식만 펴는 책이 가득하지 않나? 《소를 생각한다》를 읽고 다시 읽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소 이야기는 몇 줄 없고, 글님이 이녁 아버지하고 싸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일랜드 시골에서 소랑 보낸 나날이 아니라, 스스로 떠안은 걱정거리만 잔뜩 풀어놓을 뿐이다. 책이름만 보고는 ‘시골·소·들·곁짐승’을 다루는구나 싶으나, 막상 종잡을 길 없는 서울내기 푸념만 가득하니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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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6.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박라연 글, 창비, 2018.4.13.



비가 좀처럼 안 오는 고흥 도화면이다. 뭉게뭉게 오르고 하늘을 확 덮기도 하지만 비는 뿌리지 않는 구름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왜 비구름은 아니고 구름밭이기만 해?” “비구름이건 꽃구름이건 언제나 너희가 가장 즐거이 살아가는 길대로 찾아간단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작은아이하고 골짜기에 간다. 물이 매우 적다. 물이 적은 골짜기는 흙이 조금씩 쌓인다. 기운차레 흐를 적에는 바닥에 흙이 쌓일 겨를이 없고, 물살이 느리고 물이 적으니 흙물이 된다. 물이 적을 적에는 골짝물이 그다지 차지 않다. 한켠에 앉아서 글을 쓰자니 물잠자리 둘이 곁에 나란히 앉아서 날개춤을 선보인다. 한참 물잠자리 춤을 보자니 제법 큰 멧제비나비 하나가 나랑 작은아이 사이를 휘휘 감돌다가 날아간다. 나비는 언제나 얼마나 눈부신가. ‘눈부시다’는 햇살하고 나비하고 별빛을 바라보면서 태어난 낱말이지 싶다.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를 읽었다. 노래가 아닌 시라는 이름일 적에는 어쩐지 가락이 사라지는구나 싶다. 가락은 흩어진 채 글씨만 남는 오늘날 시이지 싶다. 스스로 빛나고 저절로 피어나는 꽃가락 같은, 날개춤 같은, 이러한 노래는 어디로 갔을까. 시인이나 문학이란 이름이 아닌 노래벗이나 노래지기나 살림노래라면 고울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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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물 요정 비룡소 걸작선 23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게일러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2021.8.11.

맑은책시렁 248



《꼬마 물 요정》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위니 게일러 그림

 박민수 옮김

 비룡소

 2002.4.27.



  《꼬마 물 요정》(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박민수 옮김, 비룡소, 2002)은 어느 해 어느 날 갓 태어난 꼬마 물님(요정)이 누리는 한 해를 들려줍니다. 꼬마 물님은 ‘한 살’이어도 어버이하고 이야기하고 신나게 헤엄치고 물밖에서 뛰어다닐 뿐 아니라, 요모조모 개구진 장난도 스스럼없이 합니다.


  님(요정)이라서 갓 태어난 뒤부터 마음껏 놀고 노래할 수 있을까요? 물님뿐 아니라 바다님도 별님도 풀님도 들님도 숲님도 모두 이와 같을까요? 그리고 사람이 낳는 아기도 이러할까요?


  사람이 낳은 아기는 “한 살”이라는 나이에는 말을 못 하고 걷지도 못 한다고 여깁니다만, 젖을 빨고 눈을 뜨고 목을 가누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옹알이를 하고 뒤집고 기고 어느덧 일어서기까지 하면서 “한 살”이라는 나이를 눈부시게 놀아요. 어쩌면 ‘옹알이’는 아기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리키는 이름은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는 숱한 님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님입니다. 임금만 임금님이 아니에요. 흙을 만지는 흙님이요, 바다를 가르는 바다님입니다. 숲을 품는 숲님이에요. 어린이도 어른도 어린님이자 어른님입니다. 스스로 하루를 즐겁게 지으면서 노래하는 님이에요. 《꼬마 물 요정》은 스스로 님인 줄 알면서 놀이로 하루로 짓는 빛을 들려주면서, 스스로 님인 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매인 굴레를 보여줍니다.


  어떤 하루이고 싶나요? 무엇을 보고 싶나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고 싶나요? 책에 나오거나 배움터에서 가르치거나 나라에서 밝히는 대로만 들으면서 스스로 마음눈을 뜰 생각은 없는 오늘이지는 않나요?


ㅅㄴㄹ


그 사이에 늪의 요정은 슬그머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피리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높의 요정의 차례가 돌아오자 이렇게 말했지요. “아가야,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렴!” (22쪽)


갈대밭에서 벗어났을 때 꼬마 물 요정의 눈은 휘둥그레졌습니다. 꼬마 물 요정은 생전 처음으로 초원과 꽃과 나무를 보았거든요.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것을 느꼈지요. (59쪽)


늙은 버드나무의 잎사귀에서 물방울이 뚝뚝. 나무줄기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물(빗물)에 젖은 나무껍질은 거뭇한 색깔을 띠며 반짝거렸습니다. 꼬마 물 요정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습니다. ‘아아, 오늘은 공기가 참 신선하구나!’ (79쪽)


“죄송한데요, 아저씨. 저는 사람이 아니라 물 요정이에요.” 키다리 남자가 소리쳤습니다. “뭐라고? 물 요정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그런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냐?” (151쪽)


“나? 나는 물 요정이야. 보면 몰라?” 소년들이 소리쳤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넌 물 요정이구나! 진작 그렇다고 얘기할 것이지! 물 요정이라면 감자를 모르는 것도 당연해. 이리 와서 한번 먹어 봐!” (163쪽)


#OtfriedPreussler #DasgrosseBuchvomkleinenWass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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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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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8.11.

인문책시렁 196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난다

 2017.7.1.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난다, 2017)을 예전에 읽었다. 딱 ‘요즘스러운 글과 책’이겠으나 ‘오래갈 만하지는 않을 글’이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글과 책이 오래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눈을 뜨지 않거나, 삶을 서울스러운 틀이 아니라 스스로 푸르게 가꾸며 바라보는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이러한 글과 책이 오래가기도 하겠지요.


  겉을 꾸미려고 걸치는 옷이라면 삶을 누비거나 누리지 못합니다. 삶을 누비거나 누리려고 걸치는 옷이라면 어떤 옷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삶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이 없고, 가운데나 바깥이 없습니다. 삶에는 서울이나 시골이 없고, 잘생기거나 못생긴 얼굴이 없습니다.


  삶에는 오직 삶이 있습니다. 바람을 한 줄기 마시면서 바람을 쓰면 됩니다. 새벽빛을 보며 새벽을 쓰면 됩니다. 아이랑 놀다가 아이다운 놀이를 쓰면 되고, 풀벌레를 손바닥에 얹고서 지켜보다가 풀벌레하고 동무하는 하루를 쓰면 됩니다.


  요즈막 사람들이 왜 이렇게 겉글(겉치레 글쓰기)에 사로잡히면서 속글(스스로 마음을 사랑하는 글)은 밀쳐낼까 하고 생각하다가, 삶부터 겉멋이 가득한데 속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생각조차 못하거나 안 하니 그럴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삶은, 우리가 스스로 울거나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기에 달라집니다. 안 울거나 안 웃거나 안 노래하거나 안 춤추면 삶은 쳇바퀴나 수렁에 갇혀서, 남(우두머리나 먹물붙이)이 시키는 대로 길들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 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15쪽)


손 편지를 주고받은 지가 오래다. 가장 최근에 받은 편지는 지난봄 샌프란시스코에서 신혼여행을 보내고 있는 새신랑에게서 온 것이었다. “사랑하는 詩人께”로 시작되어 “여기에 와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고 있자니 그저 어디에서건 살아지는 게 답답하고 또 좋습니다. 여백이 많지 않습니다”로 끝맺는 짧은 편지였다. (24쪽)


그리고 그날들이 다 지나자 다시는 아무것도 빌지 않게 해달라고 스스로에게 빌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47쪽)


지금도 종종 뵙는, 종로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고 계시는 한 선생님에게서는 서울의 노포老鋪들과 다양한 독주를 배웠다. (62쪽)


요즘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오늘 하루만 해도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썼고 잡지에 실을 인터뷰 글을 썼다. 오후에는 서대문에 있는 출판사에 들러 윤문을 할 원고 꾸러미를 잔뜩 들고 왔다. 주말에는 낡은 차를 몰고 경남에 있는 한 사찰로 취재를 가야 한다. 제법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돈을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도 있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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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글 - 다 다른 얼굴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얼굴하고 몸매이자 키이기 때문에 저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겉모습이 아닌 속알맹이를 가꾸고 돌보고 북돋우는 푸름이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꾸미는 말이 아닌, 속으로 가꾸는 말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남한테 자랑하려는 말이 아닌,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려는 상냥한 마음으로 말을 찬찬히 가리고 가다듬고 갈고닦아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쉬운 말이 평화》(철수와영희, 20201)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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