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8.13.

오늘말. 해바람비


글씨를 바르게 쓰기까지 꽤 걸렸습니다. 숱하게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운 끝에 비로소 또박또박이라는 글씨를 손에 익혔어요. 가만 보면 글씨에 앞서 똑바로 걷기를 익혔어요. 구부정하게 걷지 말라고, 등허리를 곧바로 펴서 제대로 걸으란 소리를 늘 들었어요. 어깨를 펴고 반듯하게 걸으라지요. 바닥을 쳐다보지 말고 하늘을 바라보듯 똑똑히 눈을 뜨고 걸으라더군요. 아마 열대여섯 살 즈음 되어서야 겨우 제걸음을 찾았지 싶고, 이즈음 아귀힘도 퍽 붙어서 글힘이 또렷했구나 싶습니다. 자리에 맞게 쓰기에 바른말일 수 있고, 치우치지 않고 알맞게 보기에 바른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하루에서 바른말이 태어나고 꾸밈없는 눈빛이 자라며 따사로운 생각이 피어나지 싶어요. 여느 보금자리에서 고우면서 곧게 흐르는 말이 비롯하고 숲처럼 거짓없는 이야기가 크며 풀꽃이며 들꽃처럼 푸른 사랑이 퍼지지 싶습니다. 해바람비를 품는 숲하루를 누리려 합니다. 들사랑이 되려 해요. 언제 어디에서나 숲짓기를 하는 숲눈으로 숲글을 쓰고 숲말을 들려주는 숲길이 되려 합니다. 아늑한 곳이란 숲을 담은 사랑스런 어버이 품이라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바르다·올바르다·곧바르다·똑바르다·제대로·제자리·제때·제·제값·제구실·반듯하다·옳다·곧다·올곧다·맞다·걸맞다·들어맞다·알맞다·그대로·멀쩡하다·여느·수수하다·너르다·흔하다·치우침없다·또박또박·또렷하다·똑똑하다·냉큼·바로·늦지 않다·안 늦다 → 정상(正常), 정상적


숲길·숲결·숲으로·숲넋·숲눈·숲답다·숲뜻·숲빛·숲사랑·숲살림·숲짓기·숲하루·꾸밈없다·수수하다·투박하다·그대로·있는 그대로·거짓없다·푸른길·풀빛길·푸르다·들꽃·들빛·들사랑·들살림·들하루·해바람·해바람비·해바람비흙·부드럽다·보드랍다·푸근하다·따뜻하다·따사롭다·아늑하다 → 자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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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8.12. 좋아합니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저더러 “좋아하는 책이 있나요?” 하고 물으면 “글쎄요. 없을 텐데요.” 하고 대꾸합니다. 저는 책이 좋거나 나쁘지 않거든요. “사랑하는 책이 있나요?” 하고 물으면 “네, 잔뜩 있지요!” 하고 노래합니다. “나쁜 책이 있나요?” 하고 물으면 “글쎄, 나쁜 책이 있을까요?” 하고 되묻습니다. “눈속임이나 겉치레인 책이 있나요?” 하고 물으면 “이 책은 이렇게 눈속임이고 저 책은 저렇게 겉치레이더군요!” 하고 줄줄이 읊습니다.


  가만 보면 둘레 적잖은 분들은 무엇을 어떻게 왜 물어보면서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얻거나 누려야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가부터 모르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에 스스로 틀이나 굴레를 세울 뿐 아니라, 스스로 사슬에 붙들립니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좋고 나쁜 길’을 가리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할 줄 알기에 “스스로 나아갈 길”만 생각하고 나아갑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나아가는 길에는 고비나 고개가 있을 수 있으나, 고비나 고개가 나쁠까요? 가시밭길을 헤쳐야 하면, 가싯길이 나쁠까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요. 그저 고비나 고개나 가시밭입니다.


  저한테 “좋아하는 우리말이 있나요?” 하고 물으면 “없습니다.” 하고 자릅니다. “좋아하는 책집이 있나요?” 하고 물어도 “없네요.” 하고 잘라요. 저한테는 “좋아하는 책집”이 없어요. “사랑하는 책집”하고 “즐거운 책집”하고 “아름다운 책집”하고 “새로운 책집”하고 “놀라운 책집”하고 “멋진 책집”하고 “푸른 책집”하고 “이야기가 샘솟는 책집”처럼 갖은 책집이 있습니다.


  어느 곳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곳은 어떠하구나 하고 느낄 뿐입니다. 어느 책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책은 어떠하구나 하고 속내를 읽으며 알아챌 뿐입니다.


  왜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책을 내느냐고 묻는 분한테 늘 “저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하루를 사랑하고 싶거든요.” 하고 여쭌 다음에 “이웃님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하루를 사랑하도록 징검다리가 될 책을 쓸 뿐입니다. 그래서 이웃님 누구나 스스로 삶을 슬기롭게 사랑하는 살림으로 푸르게 짓는 숲을 노래하는 책을 쓰시라고 말하지요.” 하고 보탭니다.


  좋아하다 보면 어느새 굴레에 갇힙니다. 싫어하다 보면 똑같이 사슬에 얽매입니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말고, 꿈을 스스로 그려서 하루를 지으시기를 바라요. 언제나 스스로 이 삶을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늘 이뿐입니다. 그래서 모든 책은 헌책이면서 새책이고, 모든 사람은 하늘빛이면서 별빛인걸요. 우리는 다 다른 꽃으로서 다 다른 사랑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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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글 - 쓰고 읽고 주고


저한테 ‘곁책’이란 “쓰고 읽고 주고”입니다. 삶을 쓰고, 살림을 읽고, 숲을 줍니다. 곁에 둘 책을 찾아나서기 앞서, 먼저 제가 스스로 지어서 누리는 오늘 하루를 이야기로 씁니다. 이다음으로 이웃님이 사랑으로 아로새긴 이야기를 만나요.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엮어 우리 아이들이 반가이 물려받을 꾸러미를 헤아립니다. ㅅㄴㄹ


《곁책》(스토리닷, 20201)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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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슈퍼 15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1.8.12.

책으로 삶읽기 695


《드래곤볼 슈퍼 15》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6.20.



《드래곤볼 슈퍼 15》(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1)은 이야기를 가볍게 매듭짓는다. 별을 삼키는 ‘모로’라고 하는 이가 손오공한테 어떻게 무릎을 꿇고 먼지처럼 사라지는가를 보여준다. 먼지가 되기 앞서 ‘모로’는 손오공한테 “몸을 갈고닦는 짓은 힘없는 바보나 한다”고 읊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나 별에 흐르는 기운을 빼앗거나 가로채는 짓이야말로 힘없는 바보나 하는 짓이지 않을까? 참다이 힘있고, 참다이 씩씩하며, 참다이 사랑이요, 참다이 아름다운 이라면 남한테서 빼앗거나 가로채지 않는다. 모두 스스로 짓거나 길어올린다.


글을 놓고 보라. 다른 사람이 쓴 멋스럽구나 싶은 글을 흉내낸다면 무슨 글이 될까? 이도 저도 아닌 글이다. 오늘날 숱한 글은 ‘흉내글’인데, ‘흉내를 내려고 보기로 삼은 글’조차 ‘다른 글을 흉내낸 글’이기 일쑤이다. 아무리 투박해 보여도 흉내가 아닌 스스로 다스리거나 갈고닦으면서 지어낸 빛이 가장 아름답고 튼튼하면서 세다. 아무리 투박하거나 맞춤길에 띄어쓰기가 어수룩한 글이라 해도, 남 눈치나 흉내를 모두 털어내고서 스스로 즐거이 쓴 글이야말로 아름답고 빛나고 사랑스럽기 마련이다.


ㅅㄴㄹ


“오공 녀석은 뭘 저리 놀고 있는 게야! 빨리 끝내라고 했을 텐데!” (16쪽)


“어쩌면 별과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더 강해졌을지도 몰라.” “닥쳐라. 수련 같은 건 약자가 하는 짓이다.” “아깝네. 너만큼 터프한 녀석은 처음 보는데.” (17쪽)


“잘만 되면 모로만 파괴하고 지구를 구할 수 있을 테죠.” “그거, 내가 할 수 있어?” “당신은 이미 신의 힘을 손에 넣지 않았습니까?” (61쪽)


“뭐야, 또 강한 녀석이 나타나려나 싶어서 기대했잖아.” “아직도 질리지 않았나?” (154쪽)


“강한 녀석과 싸우고 싶다니! 매번 고전이나 하면서! 얼마나 민폐인지 아느냐!” (154쪽)


“제 흉내를 내도 소용없습니다. 자신의 전투법을 찾아내세요.” (160쪽)


“위스는 무의식의 극의를 쓰고 있는 건가?” “쓰고 있다고 할까. 천사들은 항상 무의식의 극의 상태에 있다.” (160쪽)


#とりやまあきら #鳥山明 #とよたろ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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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밥 2 - S코믹스 S코믹스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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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12.

부딪히면서 먹고살다


《던전밥 2》

 쿠이 료코

 김완 옮김

 소미미디어

 2016.3.1.



  《던전밥 2》(쿠이 료코/김완 옮김, 소미미디어, 2016)을 읽으면 온갖 숨결이 춤추듯 어우러진 곳으로 뛰어든 이들이 조금씩 가닥을 잡는구나 싶은 마음을 엿볼 만합니다. 으레 툭탁거리지만 툭탁거리고 나서 무엇 때문에 어떻게 툭탁거렸는가를 생각합니다. 물러나거나 헤아릴 대목은 물러나거나 헤아리고, 스스로 지키고 싶은 대목은 끝까지 지키려 합니다.


  거침없다는 듯이 달려가고, 느긋하게 머뭅니다. 걸어온 자취를 되새기고, 나아갈 곳을 어림합니다. 저마다 재주를 하나씩 펴고 나누면서 차근차근 힘을 모으고 시나브로 슬기롭게 피어나려 하지요.


  다만 《던전밥》에서 줄거리를 이끄는 이들은 ‘마주치는 마물’을 무찌르면서 밥으로 삼아요. 바깥자리에서 먹을거리를 짊어지고서 움직이자면 너무 버거울 뿐더러 얼마 못 버티거든요. 여태 먹을 일이 없던 밥을 먹습니다. 이제껏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밥으로 끼니를 잇습니다.


  그동안 밥으로 안 삼았다면, 그동안 겉모습으로 손사래쳤다는 뜻입니다. 어쩔 길이 없으로 밥으로 삼는 사이에 맛하고 숨결은 겉모습하고 사뭇 다른 줄 차근차근 깨닫습니다.


  밥만 이와 같지 않습니다. 옷이나 몸매도 겉으로만 따지면 속을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하는 일도 매한가지요, 글 한 줄이며 책 한 자락도 똑같습니다. 겉모습이나 이름값이나 돈셈으로만 보려 한다면 속내를 못 읽거나 엉뚱하게 알기 쉽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그리면 됩니다. 하루를 어떻게 누리려는가를 헤아리면 됩니다. 다른 사람 눈치는 내려놓고서 오직 스스로 마음을 사랑하는 길을 바라보면 됩니다.



“저건 스켈레톤. 이건 인간. 저건 구울.” “어떻게 알아?” “생물과 뼈와 썩은 살점의 발소리는 전혀 다르잖아.” (6쪽)


“골렘의 등에서 야채를 수확해 주게.” “뭔가 무성하게 우거졌다 싶었더니, 이거 전부 야채야? 진짜네. 골렘 입장에서는 기생당하는 셈 아냐?” “오히려 식물이 뿌리를 내리면 흙이 단단해지지, 공생관계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잡초는 뽑아 주게.” (13쪽)


“너 같은 놈들이 이 성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우리는 지상 놈들을 발견하는 대로 죽이지.” “억지야! 그럼 당신들도 왕좌에 도전하면 될 거 아냐! 아니면 오크는 빼앗는 것밖에 못해?” “기세 하나는 등등하구나. 마음에 들었다. 넌 산 채로 불에 던져 주마!” “거 봐! 그렇게 금방 폭력에 호소하지!” (48쪽)


“등에 타기를 기다렸던 말인가? 공격하려면 언제든 공격할 수 있었는데. 왜?” “글쎄, 성공률 때문에? 마물의 생각은 이해를 못하겠어.” (174쪽)


“이렇게 하고 보니 이해하게 된 것이 또 하나. 물 위를 걷는 건 제법 기분이 좋군.” (182쪽)


#ダンジョン飯 #九井諒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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