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8.15.

오늘말. 글꾸러미


오늘을 즐겁게 살아가고 싶기에 삶터를 다잡습니다. 때로는 눈대중을 하고, 슬쩍 눈가늠을 합니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누리는가 하는 얼개를 시나브로 세워요. 즐거운 나날이 되고 기쁜 삶으로 피어나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푸른숲을 따라 하루를 가다듬습니다. 빠듯할 때에는 살림을 여투고, 넉넉한 날에는 아끼던 살림을 나눕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알뜰해요. 어느 금에 맞추거나 무슨 잣대만 보아야 하지 않아요. 이 터전에 맞게 차분히 다스려요. 이제는 알차게 추스르는 눈길로 다듬어요. 틀에 박히기보다는 살뜰하게 갑니다. 툭하면 판박이처럼 하기보다는 알뜰하게 생각합니다. 글 한 줄을 써요. 스스로 걸맞게 써요. 모두 읽어 주어도 좋을 테지만, 누구보다 우리 마음에 들어맞도록 차근차근 글자락을 잡아요. 자꾸 다른 눈을 살피면 으레 흐리멍덩한 글월이 되기 마련이에요. 오늘날 흐름에 안 맞아도 됩니다.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적시는 글줄을 여미어 손수 글꾸러미를 묶어 봐요. 종이가 아닌 누리글집에 띄워도 즐겁습니다. 숨결을 살리는 글결이면 됩니다. 숨빛을 북돋우는 눈빛으로 벼리를 엮어 한 올씩 글줄로 풀어내요.


ㅅㄴㄹ


날·나날·때·무렵·즈음·쯤·삶·삶터·터·터전·오늘·오늘날·하루·요새·요즘·이제·어느새·어느덧·모두·다·다들·자꾸·시나브로·으레·흔히·툭하면 ← 시대(時代), 시대적


살뜰하다·알뜰하다·아끼다·알차다·여투다 → 근검절약


글·글꾸러미·글뭉치·글월·글자락·글집·글줄·읽을거리 ← 문서, 문건


맞다·맞추다·걸맞다·들어맞다·알맞다·자·잣대·금·금긋다·마련·따르다·세우다·추스르다·눈·눈길·눈높이·눈대중·눈썰미·눈가늠·눈겨냥·대중·대중하다·다스리다·다잡다·잡다·다듬다·가다듬다·틀·틀거리·틀박이·판·판박이·얼개·짜임새·벼리·결 ← 표준,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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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8.15.

오늘말. 누름꽃


꽃을 눌러서 말립니다.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나 이렇게 하면서 잘 마른 꽃을 둘레에 나누었을 텐데, 우리는 이러한 꽃놀이 살림을 일본을 거쳐서 들였어요. 어떤 이는 일본말 그대로 ‘압화(押花/おしばな)’라 합니다. 어떤 이는 ‘꽃누르미’로 새로 짓습니다. 어떤 이는 ‘말림꽃’이나 ‘마른꽃’이라 하고, 어떤 이는 ‘누름꽃’이라고도 해요. 저는 여기에 ‘가랑꽃’이란 이름을 얹어 봅니다. 나뭇가지에서 마르며 땅으로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잎을 ‘가랑잎’이라 하기에, 마르는 꽃은 ‘가랑꽃’이라 하면 어울려요. 말도 넋도 삶도 우리가 다스리기 나름입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안 나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어린이하고 나누면서 물려주는 살림빛을 헤아린다면, 아이들한테 넘길 말빛을 생각한다면, 아무렇게나 쓰거나 내놓기보다는 곱게 다루고 차근차근 씨앗을 두듯 말 한 마디를 건사하겠지요. 마음에 어떤 줄거리를 놓느냐에 따라 빛도 길도 얼도 다릅니다. 뜻도 꾸밈새도 다르지요. 어떤 마음바탕으로 말을 엮고 생각을 짓겠습니까? 스스로 어떤 살림을 갖추거나 차리면서 오늘을 읽겠습니까? 지긋이 밑길을 헤아리면서 느낌을 돌아봅니다.


ㅅㄴㄹ


가랑꽃·마른꽃·말린꽃·말림꽃·꽃누름·꽃누르미·누름꽃 ← 압화(押花/おしばな)


다루다·다스리다·여기다·삼다·두다·굴다·하다·쓰다·시키다·내놓다·치우다·팔다·넘기다·뜻 ← 처분(處分)


갖추다·건사하다·마련하다·장만하다·놓다·두다·차리다·차려놓다·있다·되다 ← 구비(具備)


틀·틀거리·밑·밑감·밑틀·밑길·밑바탕·밑판·바탕·얼개·얼거리·짜임새·꾸밈새·판·줄거리·줄기·뼈대·씨알·결·느낌·마음·말·빛·길·넋·얼·알다·뜻·생각·헤아리다·읽다 ← 콘셉, 컨셉, 콘셉트, 컨셉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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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 현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1.8.15.

인문책시렁 199


《눕기의 기술》

 베른트 브루너

 유영미 옮김

 현암사

 2015.9.25.



  《눕기의 기술》(베른트 브루너/유영미 옮김, 현암사, 2015)을 읽으며 ‘눕다’를 가만히 돌아보는데, 글님은 “눕는 살림”을 자꾸 바깥에서 다른 눈치에 매여서 바라보는구나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눕기’를 어떻게 말하든, 다른 책에서 ‘눕기’를 뭐라 다루든, 글을 써서 책을 여미기로 했으면 글님 스스로 누리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생각한 ‘내 나름대로 눕기’를 풀어놓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잠에서 즐겁게 깨어나려 했으나 헛심”이 되었다고 하지만, 글님도 늘 헛심이었을까요? 헛심이었다면 왜 헛심이었을까요? 스스로 마음에 즐거운 꿈을 그리지 않기에 잠들 무렵부터 안 즐겁고, 잠든 동안에도 안 즐거우며, 깨어난 뒤에도 안 즐거운 하루이지 않을까요?


  꿈은 남이 아닌 우리가 꿉니다. 우리가 스스로 꾸기에, 꿈은 늘 스스로 바꾸어 내요. 마음에 안 드는 꿈이라면 마음에 들도록 바꾸는 힘이 바로 우리한테 있어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저 꿈을 지켜보겠다면 얼마든지 꿈을 지켜볼 만합니다.


  꿈읽기도 우리 나름대로 합니다. 남이 꿈풀이를 해주어야 하지 않아요. 스스로 풀어내면 됩니다. 스스로 꾸는 만큼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생각하면, 오늘 맞이한 꿈이 스스로 어떠한 삶길로 나아가라고 하는 뜻인가를 온몸으로 깨닫기 마련이에요.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누우면 됩니다. 즐겁고 싶다면 스스로 마음에 ‘즐거운 생각’이라는 씨앗을 심으면 됩니다. 안 즐겁고 싶다면 스스로 ‘즐거운 생각’은 아예 마음에서 밀쳐내면 됩니다. 늘 이뿐입니다.


ㅅㄴㄹ


누워 있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눕는 행동은 어떤 때는 수동적이고, 어떤 때는 능동적인 행위가 된다. (23쪽)


많은 사람들이 깨어남을 유쾌한 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헛수고였다. (67쪽)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 잠깐 낮잠 자는 것을 제외하면 눕는 건 밤에만 허용되어야 하는 걸까? (85쪽)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어서건, 아니면 더 나은 삶을 찾아 길을 떠나서건, 아니면 유목 문화에 속해서건,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은 이동해 왔고 지금도 이동하고 있다. (138쪽)


이제 여러 가지로 조절 가능한 의자는 온갖 곳에 널렸다. 수술에, 미용에, 아이를 낳는 데, 심각한 혹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여러 종류의 진찰에 이런 의자가 동원된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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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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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8.15.

인문책시렁 204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어슐러 K.르 귄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1.29.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어슐러 K.르 귄/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를 열네 살 푸른씨한테 건네었으나 몇 쪽을 읽다가 접습니다. “이분이 쓴 《어스시의 마법사》하고 너무 다른데요?” 하면서 못 읽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다르니?” “음, 잘 모르겠어요.” “글이 어렵니?” “글도 그렇지만, 뭔가 너무 달라요.”


  이 땅에서 살아온 어린이 삶자취를 돌아보면서 수수하게 빛나는 꽃글(동화)을 남긴 여러 어른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쓴 꽃글(동화)하고 살핌글(평론)은 확 달라요. 꽃글은 어린이 눈높이하고 나란히 서서 썼다면, 살핌글은 순 일본 한자말이 가득한 딱딱한 틀로 썼더군요. 어느 모로 보면 어슐러 르 귄 님이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꽃글하고 여느 살핌글은 다른 낱말로 썼을는지 모릅니다. 또는 이녁 책을 우리말로 옮긴 분이 우리말을 거의 안 헤아리면서 일본 한자말을 잔뜩 집어넣었다고도 할 만합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를 죽 읽다가 ‘다른 책에 붙인 토막글’은 어쩐지 우리 터전하고 영 안 맞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녁 글을 한 자락으로 죽 모으는 뜻도 있겠지만, 확 덜어내고 단출히 엮으면 훨씬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도톰하게 이녁 글을 많이 싣기보다는, 몇 자락을 싣더라도 우리말스럽게 글을 찬찬히 손질하고 가다듬을 노릇일 텐데 싶기도 해요.


  “words are my matters”가 어떻게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로 바뀌는가 아리송한데, 낱말 하나마다 우리가 지은 삶과 살림과 사랑이 깃들기에 “낱말이 대수롭다”고 할 만하겠지요. 둘레(사회)에서 쓰는 대로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서 아무 낱말이나 그냥그냥 데려와서 쓴다면, 우리 생각이 없이 둘레(사회) 흐름에 마음을 내맡기는 쳇바퀴이기 마련입니다. 수수하거나 투박한 사투리라 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짓고 엮은 낱말로 이야기를 펼 적에는, 언제나 ‘대수롭게(대단하게)’ 빛나는 길을 스스로 여는 하루가 된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상상력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에요. 이윤 추구의 어휘들에 상상력이 낄 자리는 없습니다. (22쪽)


장르 중독자들은 책이 패스트푸드처럼 쉽기를 원해요. 자기들이 읽고 싶어하는 게 뭔지 알고 싸구려 처방을 제공해 주는 거대한 온라인 상업 소설 판매자에게 가거나, 도서관 서가에서 손을 쭉 내밀어 공짜 약을 받고 싶어하지요. (37쪽)


모글리는 모든 동물의 언어로 “우리는 한 핏줄이다. 너와 나는!”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진정 힌디어로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힌디어가 모글리의 어머니가 쓰던 말이고, 어머니의 핏줄이죠. 모글리가 누굴 배신해야 할까요? (62쪽)


전 이야기와 시를 써요. 그게 다예요. 그 이야기나 시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메시지”는 제게 그 글이 갖는 의미와는 전혀 다를 수 있어요. (93쪽)


인간 역사의 대부분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은 글을 아예 읽지 못했다. 읽고 쓰는 능력은 힘없는 자와 힘있는 자의 정체를 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힘이었다. (124쪽)


경영자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부서들에서는 “좋은 책”이란 수익이 높은 책이고 “좋은 작가”란 다음 책이 지난번보다 더 잘 팔릴 거라 보장할 수 있는 작가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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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13.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

 제르다 뮐러 글·그림/이원경 옮김, 비룡소, 2020.7.27.



올해 첫 무화과를 누린다. “우리 집 무화과”는 우리 집에 어울리는 맛. 달달하되 지나치지 않다. 해바람비흙을 듬뿍 머금은 맛. 우리 집 열매를 먹든, 가게에서 사다 먹든, 손에 쥐거나 눈으로 보거나 혀에 닿으면 다 다른 맛이 퍼진다. 이 열매가 그동안 무엇을 받아들인 삶길인지 속눈에 훤히 보인다. 비닐집에서 키운 열매는 비닐맛하고 비닐냄새가 난다. 《채소의 신》이란 책에 나오기도 하는데, 비닐집에서 키운 열매나 풀죽임물을 잔뜩 머금은 열매를 먹어야 할 적에는 더더욱 사랑을 기울여 달래야 한다.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를 읽었다. 아이들은 한 벌 읽고 더는 안 읽는다. 나쁘거나 아쉬운 책이라 더 안 읽지는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우리 집 나무”를 늘 보니, 그림책에 나오는 나무 이야기는 휙휙 건너뛰곤 한다. 갈수록 풀꽃나무나 숲을 다루는 그림책이나 글책이 늘기는 하되, “늘 풀꽃나무나 숲을 곁에 두는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며 다루는 그림이나 글”은 아직 드물다. 풀꽃나무나 숲을 “구경하러 가서 이따금 둘러본 눈빛”으로 담은 책이 너무 많다. 왜 서울을 못 떠날까? 왜 시골로 못 갈까? 왜 숲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손전화를 끄고 숲에 깃들어 나무를 품으면 그림꽃 글꽃이 흐드러지게 쏟아지는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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