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8.20.
오늘말. 아우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온꽃입니다. 들꽃처럼 다 다르게 피어나요. 우리는 다 다르게 온빛이에요. 뭇별처럼 늘 새롭게 반짝여요. 얼핏 허술해 보인다지만 누구나 즐겁게 온살림이지 싶어요. 우리가 둥지를 트는 곳에서 조물조물 차근차근 하루를 짓습니다. 때로는 잘되거나 잘할 테지만, 좀 안 되거나 못 하더라도 좋아요. 우리 보금자리를 바로 우리가 스스로 포근하게 돌봅니다.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면 속칸으로 들어서기로 해요. 겉모습으로 짜거나 거두기보다는, 겉차림을 꾸미는 길은 이제 그만 걷고, 아늑하면서 느긋이 아우를 오늘을 걸어가기를 바라요. 둘이 뭉치면 더 빛날는지 모르나 혼자 가도 넉넉해요. 마음으로 하나가 될 뿐이에요. 힘들다면 주저앉아도 되고, 다시 기운을 차려 꿈길에 다다를 때까지 걸어가요. 가을내음을 듬뿍 실은 바람하고 섞입니다. 가을햇살이 눈부신 들길로 갑니다. 푸르게 어우르는 곳에서 노래를 이루고, 따뜻하게 내리쬐는 가을볕을 나락 곁에서 누리면서 깃들어 볼까요. 이 가을에 풀벌레가 노래를 불러요. 어느덧 제비는 바다를 가르며 새로 터를 잡을 곳으로 날아가려고 하나둘 모입니다. 

ㅅㄴㄹ

온꽃·온빛·온살림·온삶빛 ← 세계유산

꾸미다·꾀하다·모으다·모이다·뭉치다·묶다·엮다·짜다·거두다·갈무리·건사·하나되다·하나·어우르다·아우르다·부르다 ← 규합(糾合)

속·속칸·안·안칸 ← 규합(閨閤)

깃들다·머물다·닿다·다다르다·가다·자리잡다·터잡다·섞이다·되다·이루다·뿌리내리다·잘되다·잘하다·내려앉다·내리다·눌러앉다·주저앉다·앉다·쉬다·심다·둥우리·둥지·보금자리·둥지틀다·아늑하다·느긋하다·좋다·포근하다·따뜻하다·따스하다 ← 안착(安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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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2 글쓰기가 어렵다면



  글쓰기가 어렵다고 여기는 분이 꽤 많습니다. 글쓰기란 더없이 쉽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럽고 재미난 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라고도 할 테지만, 이러한 얼거리로 가르치는 바탕이나 배움터가 아직 서지 못한 탓이라고도 할 텐데, 우리말꽃부터 ‘어렵고 딱딱한 올림말이나 보기글이나 뜻풀이’가 가득한 탓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놀다’를 “2. 직업이나 일정히 하는 일이 없이 지내다”로, ‘변사체(變死體)’를 “1. 뜻밖의 사고로 죽은 사람의 시체 2. 범죄에 의하여 죽었을 것으로 의심이 가는 시체”로 풀이하더군요. ‘하는 일 = 직업’이니 겹말풀이요, ‘일정히’를 넣은 대목은 “따로 하는 일이 없이 지내다”쯤으로 손질하면 되어요. 그리고 “1. 뜻밖인 일로 죽은 사람 2. 누가 함부로 목숨을 앗은 주검”쯤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한자말 ‘시체’는 “= 주검”이니 이 낱말도 겹말풀이인데, 얄궂거나 어렵거나 겹친 말씨로 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이는 말꽃이 곁에 있다면, 사람들도 저절로 이런 글쓰기를 하도록 부추긴다고 할 만합니다. 글은 쉽게·즐겁게·꾸밈없이 쓰면 됩니다. 글은 사랑으로·살림으로·삶으로 쓰면 돼요. 글은 노래하듯·꿈꾸듯·이야기하듯 쓰면 되어요. 우리 마음을 그리듯 옮기니 글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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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1 좋은 글보다



  말꽃이란 책은 낱말을 그러모아서 보여주고, 낱말마다 쓰임새를 밝히기도 하지만, 이 낱말을 엮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을 쓰는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여러 나라에서는 말꽃을 엮으며 보기글을 글꽃(문학)에서 따오곤 하지요. 어느 낱말을 ‘알맞게’ 살려서 쓴 보기를 헤아리려고 글꽃에서 보기글을 찾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지어낸 보기를 알려주는 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낱말을 알맞으면서 아름답게 살려쓴 보기를 글꽃에서 다 찾아내지는 못해요. 글꽃을 짓는 분이 온누리 모든 낱말을 담아내지는 않거든요. 이때에는 말꽃을 짓는 사람이 ‘알맞으면서 아름답게’ 낱말을 살려쓰는 보기글을 손수 짓는데, 길지도 짧지도 않되 ‘어린이부터 누구나 지을 수 있도록’ 밑틀을 알려주어야 하지요. 이를테면 ‘어버이’란 낱말을 놓고서 “어버이날에 어머니랑 나무를 심을 생각이야”라든지 “내가 부르는 노래는 어릴 적부터 우리 어버이가 상냥하게 들려주었지”처럼 엮습니다. 아마 흔하고 쉬운 보기글일 텐데 ‘아름답게’란 ‘멋있게·보기좋게·대단하게’가 아닙니다. 누구나 손수 짓는 살림자리에서 사랑으로 삶을 가꾸는 마음을 생각하도록 부드러이 이끌기에 ‘아름답게’예요. 꾸밈없이 나누는 사랑을 글로 옮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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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7
배성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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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8.19.

맑은책시렁 249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배성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1.7.12.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빠르게 달리면서 잊고, 바쁘게 사느라 잃는 이웃하고 동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문득 돌아보면 “착한 초콜릿”이라는 이름부터 ‘착한’을 앞에 붙였지 싶어요. 이윽고 “착한 나들이(여행)”를 말하는 분이 늘었으나 한자말 ‘공정(公正)’을 말하는 분도 꽤 많습니다.


  낱말을 어떻게 가리거나 고르느냐도 대수롭습니다. “착한 손잡이”라 할 적하고 “공정 핸들”이라 할 적은 사뭇 달라요. 아무것이 아닌 낱말 하나일까요? 둘레에서 흔히 쓰는 말씨이면 된다고 여기는가요? 익숙한 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하나요? 어른한테는 쉽거나 익숙하다고 여기면서 아이들한테 함부로 밀어붙이거나 외우도록 내몰지는 않나요?


  세모하고 네모를 예전에는 열네 살 즈음부터 ‘삼각형·사각형’으로 고쳐서 말해야 똑똑하다고 여기는 배움터였는데, 어쩌면 요새는 어린이한테 처음부터 ‘세모·네모’를 안 쓸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착한 말씨”가 자취를 감춥니다. 말을 ‘말’이라 안 하고 ‘-어(語)’라 하는 어른이 참으로 많아요. 왜 말을 말이라 못 하거나 안 할까요? 말을 말이라 안 하는 어른들 모습은 얼마나 ‘착하’거나 ‘참할’까요?


  아주 조그맣다고 여기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지나칩니다. 손잡이 하나뿐 아니라 말씨 하나도, 삶터 곳곳도,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도, 배움터 길잡이나 여느 어버이도, 그냥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아요. 이제 좀 그만 바쁘게 살면 어떨까요? 이제는 제발 그만 빠르게 달리면 어떤가요? 빠른길을 치우고 아늑길을 놓기를 바라요. 빠른밥은 그만두고 사랑밥을 짓기를 바라요.


  씨앗 한 톨처럼 조그마한 살림살이하고 말씨를 사랑스레 아끼거나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봅니다. 씨앗 한 톨만큼 자그마한 일을 등진다면 어느 자리에 있건 나이가 몇 살이건 모두 철딱서니없는 사람이지 싶습니다. ‘착하다’는 ‘참하다’하고 말밑이 같고, ‘차다(가득차다)’하고 잇닿습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숨빛이기에 착하고 참한 오늘 하루를 짓습니다.


ㅅㄴㄹ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손잡이라 ‘착한 손잡이’라고 부른답니다. 덕분에 우체국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공공기관과 업체에서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14쪽)


당장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사람을 병들게 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24쪽)


이 인간공학은 뜻밖에 ‘전쟁’에서 시작했답니다. 전쟁터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와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줄이려는 연구가 인간공학의 출발점이었어요. (32쪽)


지금은 불편을 참지 말라고 말합니다. 불편함을 참는 태도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예전에는 책상 높이가 낮으면 억지로 맞춰 가며 썼지만, 지금은 책상 높이를 조절하도록 디자인을 바꾸는 식으로 환경을 바꿉니다. (43쪽)


사람들이 이곳의 의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료이기 때문이에요. 주위에서는 이처럼 앉아서 편히 쉴 만한 곳이 없었거든요. 음료를 사거나 자릿값을 내야 했습니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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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18.


《에밀, 위대한 문어》

 토미 웅거러 글·그림/김영진 옮김, 비룡소, 2021.3.19.



두이레 앞서 조촐히 펴기로 한 책수다 자리가 사라졌다. 책수다 자리는 그림책 지음이님하고 둘이 함께 펴기로 했는데,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 모두 여러모로 그날에 맞추어 이야깃감을 챙겼는데 뜬구름이 되었다. 사노라면 온갖 일이 있기 마련이라 그러려니 하면서 부천마실을 그렸고, 오늘 새벽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언제나 늦잠이던 두 사람이 일어나서 배웅한다. 늘 일찍 일어나는 작은아이까지 세 사람 배웅빛을 받으니 새롭다. 고흥서 인천 마을책집 〈문학소매점〉까지 여덟 시간 길을 달렸다. 이윽고 부천 〈용서점〉으로 전철을 탔다. 고흥에서 서울을 가려 해도 길에서만 일곱 시간을 보낸다. 지난달에 《에밀, 위대한 문어》를 장만했으나 아이들이 영 시큰둥하다. 얄궂은 옮김말을 모두 고쳐 놓았어도 “문어가 바다에서 보내는 이야기가 없어요” 하면서 심심하단다. 아이들 말마따나 문어한테서 바다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문어가 사람살이로 스며들어서 사람처럼 지내는 줄거리를 담아내는 짜임새이지. 사람처럼 굴 줄 알기에 ‘대단한(위대한)’ 문어일까? 바다를 알고,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를 돌보고, 바다를 누릴 줄 알기에 ‘즐겁고 아름다운’ 문어이지 않을까? 문어를 문어 그대로 그리는 손길은 어디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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