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3 살아남기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듯하지만, 1995∼2015년 사이에 닫은 책집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스무 해 사이에 4000이 넘는 책집(새책집·헌책집)이 자취를 감추었지 싶습니다. 묵은 전화번호부를 헌책집에서 볼 때면 으레 구경하거나 장만하면서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올린 책집”을 어림하는데, 전화 없이 마을책집이던 곳이 훨씬 많기에, 또 “세무소에 책집으로 안 올린 곳”도 수두룩했기에, 조용히 열고 닫은 곳은 그동안 책집마실을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책벗한테서 들은 얘기를 갈무리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예나 이제나 책을 손에 쥐어 읽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며 하루를 지으려는 길을 간다고 여깁니다. 나라에서는 책읽기를 안 북돋우기 마련입니다. “책읽기 = 바꾸기(혁명)”이거든요. “책읽기 = 낡은 틀·굴레를 벗고 새빛을 찾으려고 나부터 바꾸기”예요. 우리나라를 보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둡니다. 배움수렁이 있는 곳에 “참된 책읽기”는 뿌리내리거나 퍼지기 어렵습니다. 마을책집이 살림을 탄탄하며 즐거이 이으려면 배움책(교과서·학습지)을 치우고 ‘살림책’을 놓아야겠지요. 종이책뿐 아니라 살림과 사랑과 삶을 온몸으로 익히고 누리며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길로 틀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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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과 나
홍그림 글.그림 / 이야기꽃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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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8.21.

그림책시렁 760


《조랑말과 나》

 홍그림

 이야기꽃

 2016.9.5.



  어린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늙은 사람이 됩니다. 아이가 아이답다면, 나이를 가리거나 따지지 않아요. 아이는 나이를 떠나 누구하고나 동무로 사귀고 지내고 어울립니다. 아이답게 뛰놀면서 스스로 즐겁게 자라서 어른이 되면, 이 어른도 나이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나이뿐 아니라 얼굴이나 몸매나 돈이나 이름값에도 얽매이지 않아요. 이와 달리 어릴 적부터 “나이를 먹고 자라다” 보면 “어른이 되기보다 늙은이가 되고” 말아서 나이·얼굴·몸매·돈·이름값을 따지고 얽매이고 맙니다. 《조랑말과 나》를 읽었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즐겁게 놉니다. 나이를 먹은 아이는 그저 늙지만, 놀이를 먹은 아이는 어른이 돼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무엇을 시키는 곳에서 살아가는지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실컷 뛰노는 아이가 기쁘게 사랑할 줄 아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면, 모든 셈겨룸(시험·입시)을 걷어낼 노릇입니다. 아이가 뛰놀 만한 곳에 보금자리를 지을 노릇입니다. 아이가 꿈꾸며 소꿉을 지을 만한 곳이 마을이어야 합니다. 누구하고나 동무가 되는 아이다운 마음을 일고여덟 살까지만 보고 끝이라면, 이때부터는 배움터에 밀어넣는다면, 아이는 그만 조각조각 부서지기 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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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산책 보림 창작 그림책
이성표 지음 / 보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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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8.21.

그림책시렁 765


《파랑 산책》

 이성표

 보림

 2021.6.21.



  비가 오면 빗물을 먹으며 놀았어요. 비가 오니 비를 쫄딱 맞으며 놀았어요. 빗물로 옷이 다 젖으면 문득 걱정스러워요. “아, 집에 가면 또 어머니가 꾸중하겠구나!” 밖에서 놀며 비에 젖은 몸을 다 말리더라도 ‘비 맞은 냄새’는 안 가십니다. 들켜서 어김없이 꾸지람을 듣습니다. 빗물을 그릇에 받으면 해말갛습니다. 반짝반짝한 빗방울 빛살에 폭 빠져들어 한참 바라보곤 합니다. 비는 하늘을 가르는데 왜 맑은 빛깔일까요? 왜 파랑으로 안 보일까요? 바닷물도 파랗게 보이지만 정작 그릇에 뜨면 해말갛습니다. 냇물도 매한가지예요. 그러고 보면 하늘도 땅바닥에서는 파랗게 보되, 정작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저 해말갈 뿐입니다. 《파랑 산책》은 파랑으로 빛나는 나들잇길을 들려줍니다. 파랑이란 빛깔은, 뜨겁되 안 뜨거운 사랑을 나타낸다고 느낍니다. 파랑하고 맞서는 빨강이란 빛깔은, 차갑되 안 차가운 불길을 나타낸다고 느껴요. 모든 풀꽃나무는 파란하늘을 이루는 바람하고 빗물을 머금으면서 자랍니다. 파란하늘 곁에 푸른들이에요. 파랑이 스미니 풀빛인데, 둘 사이에는 해님이 있어 ‘해말갛(해처럼 맑은)’습니다. 우리는 늘 파랗게 몸을 돌봅니다. 파랑을 제대로 볼 줄 안다면, 서울에 잿빛집을 안 올리고, 부릉이를 멈추겠지요.


ㅅㄴㄹ


어쩐지 그리다 만 듯해서 아쉬운.

서울(도시)에서 노니는 길을 그릴밖에 없는지 모르나,

작은마을(중소도시)이나 시골길이나

골목길에서 한결 느긋이 거닐고

아이랑 실컷 뛰노는 눈빛이 된다면

이 그림책이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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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잘 쓰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이고은 지음 / 사계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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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8.21.

그림책시렁 766


《책상, 잘 쓰는 법》

 이고은

 사계절

 2019.1.30.



  어릴 적에는 우리 아버지가 일터(길잡이로 일했기에 국민학교)에서 이레마다 잔뜩 가져오는 문제집하고 참고서가 책상에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아버지는 막내를 챙긴다며 ‘교사용 문제집·참고서’를 엄청나게 가져오셨을 테지만, 어머니조차 “애가 학교에서 내는 숙제도 다 해내기 벅찰 만큼 많아서 잠도 못 자는데 어떡하라고.” 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제가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두니 몇 해를 안 쳐다보고 말도 안 했고, 우리 집 아이들이 배움터(초등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놀며 살림을 익히니 여덟 해째 말을 안 섞고 전화조차 안 받습니다. 《책상, 잘 쓰는 법》을 읽다가 어쩐지 골이 띵합니다. 아이들은 책자리(책상)를 어떻게 건사하거나 누리거나 써야 즐거울까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뭘 챙겨 주고 싶을까요? 아이들이 초·중·고 열두 해를 버티어서 다음 네 해를 또 견디고서 마침종이(졸업장)를 거머쥐어 돈을 잘 버는 일자리를 찾도록 뒷배하려는 생각인가요? 아니면, 아이가 스스로 하루를 지으시면서 신나게 뛰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떠들고 살림살이를 느긋이 배우면서 사랑이 피어나는 보금자리를 온몸으로 깨달아 온마음으로 펴는 길을 함께 걸어가려는 생각인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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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말
장프랑수아 샤바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김지희 옮김 / 오후의소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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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8.21.

그림책시렁 724


《꽃들의 말》

 장프랑수아 샤바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김지희 옮김

 오후의소묘

 2021.6.10.



  무화과가 달기에 따먹지는 않습니다. 꽃찔레(장미)가 고와서 돌보지는 않습니다. 까마중꽃도 부추꽃도 즐거이 톡 훑어서 누리고, 비름나물도 망초도 질경이도 넉넉히 나물로 삼습니다. 부들꽃이 피고 토끼풀꽃이 피는 빛살을 헤아립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풀잎하고 나뭇잎에 맺는 물방울을 바라봅니다. 모든 꽃은 저마다 다르게 빛나고, 모든 열매는 서로 다른 씨앗을 품고서 영급니다. 《꽃들의 말》을 아이들한테 보여주었더니 옆으로 치웁니다. 그림이나 이야기가 어린씨한테 안 어울리고 겉도는구나 싶습니다. 그리운 마음을 찾는 어른한테는 얼핏 어울릴 만할까요. 사랑이란, 그리움이란, 좋아하기란 무엇일까요? 사랑은 그리움이나 좋아하기는 아니에요. 사랑은 늘 사랑입니다. 그리웁거나 좋아하기에 사랑이 되지 않아요. 그리우니 그리움이고, 좋아하기에 좋아하기입니다. 곁에 두는 빛에 따라 스스로 품는 생각이 다릅니다. 생각이 다르기에 삶이 달라요. 짝을 맺어야 즐거울 사람이 있고, 혼자서 홀가분히 노래하기에 즐거울 사람이 있어요. 눈치를 보는 곳에는 사랑이 없습니다. 눈치가 아닌 마음을 보기에 사랑이 자랍니다. 꽃은 늘 속삭입니다. 사람도 늘 속삭여요. 꽃을 ‘사람눈 아닌’ 꽃눈으로 마주해야 꽃말이 스밉니다.


ㅅㄴㄹ

#lesfleurspar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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