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8.25. 잠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벽녘에 ‘기조’라는 한자말을 문득 만나고서 가볍게 풀어내면 되겠거니 여기다가 여러 보기글을 살피는 사이에 우리말로 옮길 말씨가 꽤 많은 줄 새삼스레 느끼면서 저녁에 되살피기로 합니다. 그런데 ‘기조’ 하나로 그치지 않고 ‘세력·미학적·실패·연습·핵심적·서사·창’ 같은 낱말을 잇달아 살피고 ‘경지·부여·원칙·도덕적’을 지나 ‘공론’을 매듭짓고 ‘공정’에 닿습니다. 드디어 ‘기조’를 고이 풀어내어 마쳤으나, 잇따른 여러 말씨가 기다립니다. 늦여름 늦장마는 후덥지근해서 등줄기에 땀이 조르르 흐릅니다.


  온갖 풀벌레가 노래해 주기에 기운을 가다듬습니다. 2021년 9월에 미즈키 시게루 님 그림꽃책 《게게게의 기타로》가 새로 나오고, “요괴 화집”이 처음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드디어 우리말로도 만나는구나 싶어 설렙니다.


  더 살필 낱말은 숨을 돌리고서 새벽 두어 시 무렵에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녁 아홉 시부터 붙든 말씨름이 밤 한 시를 넘겼으니 다시 씻고 가만히 등허리를 펴고서 잠결에 머리를 추스르자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무정령 톰티 어린이문학방 12
니나 블라존 지음, 카린 린더만 그림, 이명아 옮김 / 여유당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1.8.25.

맑은책시렁 251


《나무정령 톰티》

 니나 블라존 글

 카린 킨더만 그림

 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6.10.



  《나무정령 톰티》(니나 블라존·카린 킨더만/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를 읽고서 ‘정령’을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ein Baum fur Tomti”란 이름으로 나왔고, “톰티한테 맞는 나무”쯤으로 옮길 만합니다. “나무를 찾는 톰티”나 “나무아이 톰티”라 해도 어울려요. 줄거리로 본다면 ‘정령’이 아닌 ‘아이’라 해야 맞습니다. 또는 “나무빛 톰티”라 할 만해요.


  우리는 ‘몸’이라는 옷을 입은 ‘넋’입니다. 우리 넋은 ‘빛’이에요. 우리가 숨을 거둔다고 할 적에는 “몸이라는 옷을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몸이라는 옷을 내려놓을 적에 “몸을 그동안 입고 살던 넋인 빛”이 사르르 빠져나와요.


  넋이라는 빛한테는 나이가 없습니다. 넋이라는 빛은 가시내도 사내도 아닙니다. 넋이라는 빛은 아무것도 안 먹어요. 넋이라는 빛은 몸을 다스리려고 무엇을 먹거나 씻거나 갈고닦습니다.


  넋이라는 빛은 몸뚱이를 입고 살듯, 몸뚱이는 집이라는 곳에서 지내려 해요. 이리하여 톰티는, 나무에서 태어난 아이인 톰티는, 제가 처음 태어난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나서려 합니다. 태어난 나무를 잃은 나머지 헤매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아이’를 만나요. 그래요. ‘나무아이’가 ‘사람아이’를 만나서 사귀고 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정령 톰티》입니다.


  줄거리만 본다면 썩 볼만할는지 모르나, 막상 책을 펴면 ‘나무아이’를 너무 사람스럽게 그렸구나 싶어요. 나무아이가 나무스럽게 놀거나 생각하지 않아요. 더구나 다른 나무에 깃든 숱한 넋이요 빛도 지나치게 사람스레 그렸습니다.


  매캐한 잿빛이 되고 만 서울·큰고장을 나무라면서 우리가 나아갈 푸른길을 어린이한테 들려주려는 뜻은 좋습니다만, 글님은 이 뜻에 너무 매인 나머지 막상 나무아이도 나무빛도 나무 곁에서 푸르게 숨쉬며 노래할 사람아이 숨빛도 찬찬히 보거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결을 놓쳤지 싶어요. 옮김말도 썩 어린이 눈높이에 안 맞구나 싶어요. 부디 어린이 숨빛을 바라보고 나무 숨결을 곁에서 얼싸안는 삶을 짓는 하루를 누리는 곳에서 글을 쓰고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의 정령은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나무가 있어. 그 나무가 자기한테 딱 맞는 거고. 그런데 야자나무 안의 집은 너무 작아서 잘 때면 몸을 돌돌 말아야 해.” (20쪽)


톰티는 잔뜩 겁을 먹고 어깨를 웅크린 채 주위를 둘러보고는 바짝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통 빤질빤질한 회색뿐이야! 엄청나게 큰 사람들밖에 없고, 용이 아무 데서나 독가스를 뿜으면서 울부짖고 있어!” (29쪽)


길을 걸으면서 톰티 눈에 이 동네가 어떻게 비칠지 살펴보았다. 수많은 아파트,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 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자동차와 전철, 마야는 갑자기 도시가 너무 시끄럽고 너무 황량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30쪽)


“북쪽 나라 자작나무숲은 깨끗한 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불어서 늘 깨끗해. 그런데 여기는 아니야. 봄이 되면 도시에 사는 자작나무 정령은 꽃가루까지 붙어서 날려 보내야 해.” (59쪽)


“난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 집 바로 뒤에 있는 오래된 딱총나무에서 살고 있어. 그런데 너희 셋처럼 나무정령을 다정하게 돌봐 주는 사람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103쪽)


#einBaumfurTomti #NinaBlazon #KarinLinderman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44 열일고여덟


어린배움터를 마치고 푸른배움터로 접어들던 무렵부터 둘레에서는 ‘일자리(직업)’를 생각해야 한다고 부추겼습니다. 열일곱 살이 되도록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즐거울는지 갈피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저 배우고, 배운 뒤 삭이고, 삭인 다음 가꾸는 나날이었습니다. 이러다가 ‘민중서관 콘사이스 국어사전’을 통째로 두 벌 읽으면서 혼잣말을 터뜨렸어요. “무슨 국어사전이 이 따위야? 이렇게 엉터리로 엮어도 사전이라면 차라리 내가 쓰겠다!” 열일고여덟 살에 외친 혼잣말을 까마득히 잊다가 스물여섯 살 무렵 떠올렸고, 마흔여섯 살을 지나면서 되돌아봅니다. 스스로 마음에 심은 생각이라는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씨앗은 그저 씨앗이라 어디에서나 싹틉니다. 귀퉁이나 한복판을 안 가립니다. 사랑이란 해바람비를 줄 적에 잘 자라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열일고여덟 살 푸름이가 마음에 심을 꿈씨앗을 아름말(아름다운 말)로 품도록 낱말책이며 배움책을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아무 말이나 담는 낱말책이 아닌, 아무 얘기나 싣는 배움책이 아닌, 푸름이 스스로 열일고여덟 살을 눈부시게 피어나도록 꿈꾸는 씨앗이 될 아름말로 책을 엮고 글을 쓰고 말을 나누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아름드리 말꽃이 될 일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3 짧고 깔끔하게


낱말풀이는 짧고 깔끔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짧거나 깔끔하기에 다 좋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길게 이야기를 붙일 만합니다. 몇 쪽에 걸쳐서 말밑을 짚을 만하고, 보기글을 스물이나 쉰까지 붙여도 됩니다. 이를테면 ‘가다·보다·있다·살다’ 같은 낱말을 그저 짧고 깔끔하게 풀이하고 그친다면 외려 말결을 헤아리기 어려워요. 글쓰기에서도 이와 같으니, 글을 꼭 짧거나 깔끔하게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낱낱이 밝히거나 꼬치꼬치 캐내어도 좋아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고 읽도록 쉽게 쓴다든지, 풀꽃나무랑 어우러지듯 즐겁게 쓴다든지, 숲이랑 바다를 사랑하듯 노래처럼 써도 아름답겠지요. 글을 쓰기도 어렵고, 쉽게 쓰기는 더 어려운데 ‘아름답게 쓰기’를 해보자고 하면 엄청나게 어려우리라 여기는 분이 제법 많더군요. 그렇지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한 대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해보고 싶기에 자꾸 부딪히거나 넘어지거나 뒤처져도 다시 기운을 내어 달려들지요. 낱말풀이뿐 아니라 글쓰기를 놓고도 ‘짧고 깔끔히’에다가 ‘쉽고 즐겁게’를 보태고 ‘노래하며 아름답게’를 더해 봐요. ‘푸르고 사랑스레’에다가 ‘꽃처럼 피어나고 샘물처럼 솟아나는’을 달아도 좋습니다. 생각을 심는 글쓰기·글읽기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할아버지 (2021.6.20.)

― 광주 〈일신서점〉



  첫여름에는 한창 익는 매화알을 훑어서 재웁니다. 폭 재우지요. 어릴 적에는 이런 말을 얼핏 지나치면서도 재미있구나 싶었어요. “열매를 재운다”니, 잠을 자도록 한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가만 보니 그렇지요. 달콤가루에 재울 적에 여러 달이나 한두 해를 가만히 두어요. 비로소 뚜껑을 여는 그날까지 고이 잠들도록 둡니다. 두고두고 잠들기에 새롭게 깨어나요. 애벌레라는 몸에서 나비란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숨결처럼, ‘재울’ 적에는 어쩐지 새롭게 ‘채우는’ 빛이 됩니다.


  문득 작은아이한테 “광주에 있는 책집에 다녀와 볼까?” 하고 묻습니다. “그럴까요?” 하고 되받는 아이하고 짐을 꾸려서 길을 나섭니다. 아침해를 받으면서 즐겁게 걷습니다. 고흥서 광주까지 두 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이윽고 전철로 갈아타지만, 또 땡볕을 받으며 걷지만, 이렇게 책집마실을 나오는 여름날은 짙푸른 나뭇잎에 반짝이는 기운을 한껏 누립니다.


  광주 금남로 한켠에서 헌책집을 꾸리는 〈일신서점〉입니다. 자전거를 끌면서 헌책을 모으는 할배는 나날이 등허리가 굽습니다. 얼마 앞서 예전 자리에서 옮겼다고 하는데, 매우 조그맣습니다. 얼추 1/8 즈음 줄인 자그마한 헌책집에서 책손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나무그늘에 앉아서 책손을 기다리더라도, 겨울에는 어디에서 책손을 기다리려나요.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길가에서 추위를 한몸에 받으면서 기다릴까요. 겨우 걸상 하나 놓고서 앉을 만한 안쪽에서 기다릴까요.


  책을 석 자락 고릅니다. 크기를 확 줄이면서 7/8에 이르는 책을 버려야 했을 텐데, 헌책집에서 버리는 책은 그야말로 숨을 거두는 끝길입니다. 두 평쯤 될 곳에는 어떤 책을 얼마나 건사할 만할까요. 이곳에 깃든 책은 누가 눈여겨볼까요. 2000년에 나온 우편번호부를 넘기면서 아직 잿빛집에 덜 잡아먹힌 마을이름을 헤아립니다. 얼추 이무렵부터 잿빛집에 우편번호가 새로 붙었지 싶어요. 요새는 잿빛집을 바탕으로 우편번호를 짜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온몸으로 품은 책집지기 할아버지 곁에 부채가 있고, 거리나무가 있습니다. 이 거리나무 곁에서 깨어난 매미가 노래하고, 이따금 잠자리하고 나비가 찾아들 테며, 여름이 저물면 풀벌레가 노래하러 살며시 찾아오겠지요.


  날마다 새롭게 깨우는 책이 묵어 갑니다. 오롯이 새로 일깨우는 책이 잠들어 갑니다. 여러 손길을 돌고돌면서 빛나던 책이 더는 돌고돌 틈을 찾지 못하면, 눈빛도 생각도 숨결도 싱그러이 깨어날 길이 없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돌고돌면서 언제나 맑은 빗물과 구름처럼, 모든 책은 돌고돌 적에 비로소 빛나고 해맑습니다.


ㅅㄴㄹ


《우리말 역순사전》(유재원, 정음사, 1985.9.25.)

《옛말본》(허웅, 과학사, 1969.10.9./1982.3.15.세벌고침)

《우편번호부 2000·5》(편집부, 정보통신부, 2000.5.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