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행성 그림책이 참 좋아 27
김고은 글.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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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8.30.

그림책시렁 738


《눈 행성》

 김고은

 책읽는곰

 2015.1.15.



  거짓말을 하면 눈덩이처럼 쌓인다고 합니다. 미움이나 시샘을 해도 눈더미처럼 쌓인다지요. 궂거나 밉살스러운 짓을 해도 눈공처럼 자꾸 크고요. 즐겁게 일하거나 아름다이 놀거나 사랑스레 말할 적에도 똑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지요. 무엇이든 같아요. 즐거이 노래하는 마음도, 골을 내며 다투는 마음도, 상냥히 속삭이는 얘기도, 날카롭게 쏘아대는 말도, 언제나 눈처럼 차곡차곡 붙습니다. 이러다가 봄눈처럼 사르르 녹아 들을 살찌우는 빛나고 맑은 물이 돼요. 《눈 행성》에 나오는 어른은 누구 모습일까요? 《눈 행성》에 나오는 아이는 누구 오늘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은 얼마든지 ‘꽃별’도 ‘숲별’도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숱한 어른은 ‘우두머리별’이나 ‘싸움별’로 뒤덮습니다. 때로는 ‘돈별’이나 ‘짜증별’로 휘감아요. 오늘날은 ‘비닐별’이나 ‘플라스틱별’이라 할 만합니다. 고루 어우러지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별이 아닌, 외곬로 치달으면서 매캐하고 어지러운 ‘눈더미별’이 되고 맙니다. 이런 민낯을 그림책으로 담아낼 만할 텐데, 어른처럼 다투거나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구경하거나 팔짱끼는 얼거리보다는, 어른은 잊고서 수수하게 놀고 노래하는 눈잔치를 어린이 놀이로만 그리면 낫겠다고 봅니다.


ㅅㄴㄹ


어른 눈길이 아닌

아이 눈길로

눈더미를 바라보면서 놀고 노래한다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굳이 안 그리면서도

다같이 웃고 새롭게 바라보는

슬기로운 길을 밝히는

그림책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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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8.30.

숨은책 545


《續 主婦之友 花嫁講座 第五卷 習字兼用 手紙の書き方》

 石川武美 엮음

 主婦之友社

 1940.7.31.



  배움터가 서기 앞서는 순이돌이 누구나 집일·집살림을 같이 건사하고 배우며 돌보는 길이었습니다.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라면 글을 익히거나 읽었을 테지만, 수수한 순이돌이는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를 읽으며 해바람비하고 동무하는 나날이었어요. 일본도 우리나라도 ‘국민교육’을 “하루 빨리 글과 셈을 익혀서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싸울아비(군인)나 톱니바퀴(부속품)가 되라”는 밑뜻으로 시켰습니다. 지난날 돌이(남자)만 으레 배움터에 밀어넣어 ‘국민교육’을 시켰는데, 싸움터 총알받이로 잔뜩 내보내야 했거든요. 이동안 순이(여자)는 집일과 아이돌봄을 도맡도록 갈라요. 사람들이 손수 삶을 지어 사랑을 아이한테 물려주던 옛날에는 함께 일하고 쉬고 놀고 배웠습니다.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할 적에는 늘 순이돌이가 어깨동무였어요. 《續 主婦之友 花嫁講座 第五卷 習字兼用 手紙の書き方》는 ‘싸울아비가 되도록 배움터에 들어가는 길이 막힌 순이’를 가르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밥짓기·옷짓기도 가르치지만 ‘글씨쓰기’도 가르칩니다. 일본은 순이한테 글씨를 가르치는 여느 책까지 냈습니다만, 우리는 순이한테 글씨를 가르칠 생각을 안 하기 일쑤였어요. 총칼에 눌렸다고는 하나, 돌이 스스로 눈을 안 떴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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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8 지역작가



  글을 쓰고 책을 곁에 두며 ‘부러 버리’거나 ‘애써 안 품은’ 이름은 ‘지역작가’입니다. ‘마을글꾼’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으나, 갈수록 ‘지역작가’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온갖 ‘바라지(지원사업)’를 휩쓸고, 그 마을·고을·고장에서 벌어지는 벼슬아치(군수·공무원) 검은짓·뒷짓에 눈감는 ‘지역작가’ 모습에 혀를 내두릅니다. “지원사업을 차지하는 지역작가”하고 “지원사업을 펴는 벼슬아치”는 서로 한통속이 되더군요. 태어난 인천, 싸움판살이(군대생활)를 한 강원,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며 지냈고 우리 어버이가 사는 충청, 책골목잔치를 거들려고 열 몇 해를 드나든 부산, 아이들하고 열 몇 해를 살아가는 전남,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하고 책마을 일꾼으로 아홉 해를 살던 서울, 가시아버지 피붙이가 사는 경남, 이 어느 곳을 놓고도 마을글꾼이고 싶지 않습니다. 발이 닿고 마음이 닿는 모든 곳마다 다르게 흐르는 숨결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빛으로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손에 쥐고 글을 여밉니다. 모든 마을·고을·고장에 이웃이나 동무가 살기에, 모든 곳을 다 다르면서 고르게 사랑합니다. 굳이 글이름을 붙여 본다면, ‘숲글꾼·사랑글꾼·살림글꾼’에 ‘노래글꾼·꽃글꾼·놀이글꾼’쯤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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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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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7 한글맞춤틀



  1935∼1936년에 조선어학회에서 펴낸 《한글》이란 달책을 펴면, ‘조선어 맞춤법 통일안’을 세우려고 몹시 애쓰면서 ‘기독교회’와 크게 싸우는 이야기가 빼곡합니다. 뒷날 ‘한글맞춤법’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고장마다 달리 쓰던 말씨(사투리)가 매우 나쁘다고 여기면서 서울말(교양 있는 표준말)을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조선어학회는 나중에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꿉니다. 배움모임(학회) 이름에서 드러나듯 말이 아닌 글을 눈여겨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생각을 담는 말길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쓸 그릇이라는 글길을 파고들지요. 이러다 보니 조선어학회(한글학회) 분들은 “사람들이 어떤 말을 어떻게 가누어 쓰고, 어떤 삶을 어떤 말에 담도록 짓는가 하는 이야기”는 아예 안 다루다시피 합니다. 총칼나라(일제강점기) 한복판에 나온 《한글》은 책이름만 한글로 쓸 뿐, 몸글엔 한자를 새까맣게 써요. 논밭을 지으며 아이를 낳아 돌보는 여느 순이돌이는 ‘우리말이란 생각길’을 연다면, 붓을 쥐어 책을 엮는 글바치는 ‘틀(표준)에 따르는 글씨’만 바라보더군요. 이러한 틀은 안 나쁩니다만, 다름(다양성)을 얕보거나 지나치기 쉽지요. 사투리는 다름·멋·삶·살림이면서 사랑으로 흐르는 생각씨앗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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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8.29. 오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말꽃을 쓰고 엮고 짓는 길이란 ‘고니발질’이라 할까 하다가 ‘오리발질’이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낱말책은 고니(백조)가 되려는 책이 아니라 징검다리를 놓는 책입니다. 낱말을 알맞게 가누어 찬찬히 밝히려고 물밑에서 오리발질을 끝없이 하면서 물살을 가르고 헤엄을 치는 길이 말꽃짓기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터전에서 어떤 낱말로 이녁 생각을 담아내어 말을 하고 글을 써서 이야기하도록 북돋우거나 돕거나 이바지할 적에 즐겁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쉽게 밝혀내어 들려주는 책”이기에 낱말책입니다. 앞에 나서지 않기에 낱말책이요, 다른 모든 책을 돋보이도록 앞세우고 뒤에 가만히 깃들기에 낱말책입니다.


  누가 말을 하면 ‘그 사람이 한 말’이 아닌 ‘그 사람이 말을 골라내어 편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누가 글을 쓰면 ‘그 사람이 쓴 낱말’이 아닌 ‘그 사람이 낱말을 골라내어 엮은 줄거리’를 들여다봅니다.


  낱말책은 늘 스스로 뒷전에 서려 하기에 낱말책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드물는지 모릅니다. 더구나 갈수록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뒷전에 서는 이 낱말책을 제대로 읽고 삭여서 ‘우리 스스로 나타내려는 이야기와 줄거리를 가장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데다가 쉽게 풀어낼 길이 될 낱말’을 새롭게 배우고 알뜰히 익히겠노라 생각하는 이웃도 늘어날 만하다고 봅니다.


  아무 낱말이나 그냥 쓰는 사람은 종(노예)이 됩니다. 스스로 못 서요. 조선이란 나라가 한글(훈민정음)을 지었어도 한글을 멀리하고 중국 한문을 쓴 글바치가 수두룩합니다. 거의 몽땅 중국 한문만 섬겼어요.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로 쳐들어온 다음에는 일본글을 쓴 글바치가 숱하지요. 웬만한 사람들은 일본글을 배웠어요. 글바치뿐 아니라 벼슬꾼(공무원)도 그저 일본글을 배울 뿐, 우리글(한글)을 제대로 익혀서 우리말(한말)을 슬기롭게 쓰겠노라 마음먹은 이는 드뭅니다.


  일본이 물러난 뒤에는 영어를 붙잡은 사람이 많지요. 중국 한문·일본글·영어, 이렇게 세 가지를 붙잡기에 나쁠 일은 없어요. 그저 이 세 가지를 붙잡는 마음은 ‘스스로 종살이(노예생활)로 빠져드는 굴레’일 뿐입니다. 어린이·시골사람·어버이는 중국 한문·일본글·영어, 이 세 가지를 쓸 일이 없다시피 합니다. 누가 중국 한문·일본글·영어, 이 세 가지를 예부터 오늘날까지 붙잡고서 무엇을 하는가 살펴보아야 합니다. 왼날개에 서든 오른날개에 서든, 말을 말답게 다스리려는 마음이 없다면 어린이·시골사람·어버이를 깔보거나 짓밟거나 들볶는 바보짓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숲(시골)을 사랑하며 어버이로서 슬기롭고 아름다우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면, 말을 말답게 다스리는 마음으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우리말 바로쓰기’나 ‘우리말 살려쓰기’조차 아닙니다. ‘쉬운 말이 평화’요 ‘쉬운 말이 사랑’이며 ‘쉬운 말이 삶·살림’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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