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9.8.

오늘말. 노랑돌


옷이 날개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천으로 짠 조각도 옷일 테고, 넋이 깃든 몸도 옷입니다. 빛나는 넋이 입은 몸은 이 삶을 고스란히 겪고 마주하면서 하루를 아름답게 누리는 바탕이지 싶습니다. 몸으로 삶을 보면서 마음으로 참빛을 가꿉니다. 몸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마음으로 온빛을 일굽니다. 알차게 움직이는 몸이 있다면, 더디 움직이는 몸이 있어요. 바람개비를 달고 날아오르는 몸이 있다면, 두 다리로 온누리를 고루 디디는 몸이 있습니다. 가난하게 지내며 이곳에서 슬기로이 생각을 가다듬는 마음이 있고, 큰돈으로 뜻있게 살며 이 땅에서 올곧게 생각을 다스리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스스로 기운을 냅니다. 너머로 가든 어지러운 판이든 스스로 가다듬는 품새에 따라서 고운 나날이기도 하고, 다시없이 나른한 길이기도 합니다. 노랑돌을 손에 쥐면 우리 눈도 반짝일까요? 한밑천이 있을 적에만 힘이 날까요? 돈 때문에 못 할는지 모르고, 돈이 있는 몸으로서 할는지 모르지만, 이보다는 스스로 곧게 짓는 어진 눈길이기를 바라요. 들꽃은 어디에서나 핍니다. 나무는 언제나 자랍니다. 한결같이 참꽃다운 마음이라면 팔랑팔랑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때문·-로서·-에서·눈·눈길·보다·품·품새·결·높낮이·높이·너머·통틀다·두루·고루·틀·테두리·판·자리·기운·힘 ← 차원(次元)


바르다·곧다·곧바르다·온·온빛·온꽃·올바르다·올곧다·옳다·참·참빛·참꽃·참하다·참되다·착하다·빛나다·눈부시다·아름답다·곱다·슬기롭다·어질다 ← 전인(全人), 전인적


날개·바람개비·팔랑개비·팔랑날개 ← 프로펠러


돈·큰돈·벼락돈·우람돈·한밑천·값지다·뜻있다·다시없다·눈부시다·빛나다·아름답다·알짜·알차다·노랑돌·노랗다·노랑·샛노랗다·샛노랑 ← 황금(黃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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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52 힘들게 사네



  웬만한 어른조차 제 등짐을 못 듭니다. 엄청 무겁다고 할 만한 등짐에 사잇짐까지 여럿 겹쳐 들고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립니다. 이런 저를 두고 “힘들게 사네요”나 “고행하시네요” 하고 말하는 분이 있어 “저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즐겁게 이 길을 걸어요.” 하고 말합니다. 즐기는 하루가 모이고 살림하며 노래하니 삶이 사랑으로 나아가거든요. “자가용 좀 몰면 안 힘들 텐데” 하고 묻는 분한테 “저는 글을 쓰고 읽는 길을 가기로 했기에 손잡이를 안 쥐기로 했습니다. 손잡이를 쥐고서 어떻게 글을 쓰고 읽나요?” 하고 말하지요. “무거운 책을 짊어지느라 책을 못 읽지 않나요?” 하고 되묻기에 “전 이 등짐을 짊어지고 걸어다니면서도 글꾸러미(수첩)를 펴서 글을 쓰고 한 손에 책을 쥐어요. 걸으면서도 얼마든지 쓰고 읽어요.” 하고 보탭니다. 몸소 이고 지고 다니면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먼먼 옛날부터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스스로 이고 지며 살았어요. 아기는 어버이가 폭 감싸안을 적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느껴요. 종이꾸러미인 책도 똑같습니다. 두 손에 쥐고 펼 적에 책은 우리한테서 사랑빛을 받아서 반짝거려요. 손에 쥘 책을 등짐으로 이고 지며 집으로 나릅니다. 제 온사랑을 종이꾸러미한테 살며시 베풀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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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51 생각보다 젊네



  글을 써서 제 눈빛·삶길을 나타내려 한 때는 열일곱 살부터요, 마을책집과 우리말 이야기는 열여덟 살인 1992년부터 씁니다. 이즈음부터 제 글을 읽은 ‘나이든 분’은 저랑 얼굴을 마주할 적에 으레 “생각보다 어리네?”나 “생각보다 젊네?” 하고 말합니다. 이런 말에, 스무 살까지는 “아저씨(아줌마)는 생각보다 늙었네?” 하고 대꾸했고, 서른 살까지는 “일할 사람이 일할 뿐인데, 마음을 안 보고 겉모습만 보네?” 하고 대꾸했고, 마흔 살까지는 “마음을 보세요.” 하고 대꾸했고, 요새는 그저 빙그레 웃습니다. 우리말꽃지기(국어사전 편집장)를 스물여섯 살부터 했어요. 바깥(사회)에서 보면 이 나이가 어릴 테고, 속으로 보면 배움터를 집어치우고 오롯이 이 길을 팠기에 이 일을 할 뿐입니다. 우리는 나이로 일하거나 생각하거나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일하고 생각하며 삶을 가꿉니다. 겉모습을 따지기에 사람을 속빛(마음빛) 아닌 몸나이(겉모습)로 따져서 위아래(계급)로 가르려 듭니다. 속살(마음결)을 바라보는 눈빛이라면 어린이나 젊은이한테 눈길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려고 다가서겠지요. 이야기에는 위아래나 높낮이가 없어요. 가르치려 들기에 겉나이나 겉모습을 따집니다. 글님 이름값 아닌 마음을 읽을 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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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도깨비 오니타 베틀북 그림책 39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아만 키미코 글, 김석희 옮김 / 베틀북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1.9.7.

그림책시렁 754


《꼬마 도깨비 오니타》

 아만 키미코 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김석희 옮김

 베틀북

 2002.11.20.



  아이들은 더울 적에 덥다고 말하면서 시원한 곳을 찾습니다. 아이들은 추울 적에 춥다고 말하며 따뜻한 곳을 찾아요. 때로는 더우면서 안 덥다고 말하거나 추우면서 안 춥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 아이들은 스스로 덥거나 추운 줄 느끼고 알기 때문에 둘레에 덥거나 추운 이웃이나 숨결이 있으면 저희를 내려놓고서 이웃을 헤아립니다. 《꼬마 도깨비 오니타》는 사납이(오니)가 꼭 사납지만은 않다고, ‘사납 어버이’가 저를 낳았어도 얼마든지 ‘사랑 아이’로 살아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린 ‘오니타’는 사납짓이 내키지 않습니다. 언제나 사랑길이 반갑고 즐겁습니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오니타는 사납짓이 아닌 사랑을 그리고 누리고 펴며 품을까요? 오니타는 ‘사납몸’을 입은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밀짚갓을 씁니다. 일본 그림책 “おにたのぼうし”란 “오니타가 쓴 갓”을 가리켜요. 이 아이는 밀짚갓으로 제 몸을 바꿔 보이고 싶습니다. 사람 아이하고 똑같다고, 겉모습은 조금 달라 보여도 마음은 한결같이 포근히 사랑이라고 속삭이면서 빛누리로 나아가려 해요. 우리는 이 빛마음을 어느 만큼 알아보는 셋쨋눈이 있을까요? 우리는 곁에서 자라는 아이 사랑빛을 어느 만큼 헤아리는가요?


ㅅㄴㄹ

#おにたのぼうし #岩崎ちひろ


100점 만점에
1000점을 매기는
아름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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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창비시선 460
권창섭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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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7.

노래책시렁 202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권창섭

 창비

 2021.7.25.



  썩 재주가 없는 몸으로 태어나서 살아오다 보니 “번뜩이는 재주” 같은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었습니다. 마흔 줄 나이를 지나면서 “재주가 없는 몸이야말로 재주이겠네” 하고 느끼는데, 저한테는 ‘번뜩이는’ 눈빛이나 말빛이 없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든 살림을 하든 아이를 돌보든 밥을 짓든 무엇을 하든, 참말로 ‘번뜩이는’ 사람이 있고 언제나 ‘수수한’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는 ‘번뜩번뜩’일 테고 누구는 ‘조촐조촐’입니다.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를 읽으며 번뜩거리는 글길을 느낍니다. 이렇게 번뜩댈 만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어쩐지 저한테는 번뜩글은 그리 마음으로 스미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한 가지 번뜩말은 다른 번뜩말로 잇기 마련이고 자꾸자꾸 번뜩말에 얽매입니다. 번뜩거려야 한다는 굴레에 스스로 갇히지 싶어요. 안 번뜩거리면서 삶을 짓는다면 어떤 말이 피어날까요? 수수하게 살림을 돌보는 눈망울이라면 어떤 말로 하루를 노래할까요? 번뜩말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자꾸 번뜩번뜩하면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 못해요. 새까만 시골 밤길에 번뜩거리는 부릉이 같달까요. 별빛을 보고 싶은데 부릉부릉하면서 시끄럽게 구는 서울내기 같달까요. 노래는 노래이면 됩니다.


ㅅㄴㄹ


흥미로운 것은 인스턴트만 먹고 사는데도 / 설거짓거리가 자꾸 쌓인다는 겁니다 / 몇번은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그냥 내리기도 했어요 / 먹다 남은 것은 마치 제 배설물 같기 때문입니다 / 사실 아직 / 분리배출을 잘하지 못한다는 비밀도 있습니다 (39-죄책감들 2/23쪽)


유명한 사람과 헤어지고 나는 / 07년식 프라이드에 앉아 시동을 건다 / 나는 홀로 차에 앉아 혼잣말을 하고 / 유명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과 5호선에 앉아 있다 (계급/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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