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9.17.

오늘말. 변변찮다


스스로 즐겁다고 여기면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일이 즐겁게 흐르고, 스스로 하찮다고 여기면 늘 무엇이든 하찮게 구릅니다. 남이 손가락질하면서 값없다거나 쓸데없다고 말한들, 한귀로 흘릴 까닭조차 없이 빙그레 웃어요. 오늘 이곳에서 지을 변변찮은 살림이라 하더라도 가만히 두레를 하고 천천히 품앗이를 합니다. 더 많이 모여서 울력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아이들하고 조그맣게 모둠을 이루어 천천히 들꽃모임을 즐기면 됩니다. 우리는 들두레도 들풀두레도 할 만합니다. 푸른두레나 풀꽃두레도 어울려요. 들꽃 한 송이하고 어우러지는 모임도 새롭고, 나무 한 그루하고 하나되는 살림두레도 싱그러워요. 조그맣다면 조그마하니 즐겁고, 작다면 작아서 즐겁습니다. 낮은길도 높은길도 없어요. 못난이도 잘난이도 없습니다. 금을 긋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핀잔을 하는 마음이야말로 후줄근하지 싶어요. 깔보거나 얕보는 말을 읊는 쪽이야말로 초라하고요. 쓸모없는 풀은 한 포기도 없습니다. 작은이는 작은별에서 작게 빛나요. 하늘을 보면서 하늘빛을 담는 두레입니다. 바다를 보면서 물결을 품는 모임입니다. 들을 보면서 들빛을 얹어 하나로 가는 길입니다.


ㅅㄴㄹ


변변찮다·하찮다·보잘것없다·하잘것없다·값없다·쓸모없다·쓸데없다·작다·작은이·작은별·조그맣다·초라하다·후줄근하다·추레하다·못나다·낮다·모자라다·떨어지다·짐승 ← 미물(微物)


두레·품앗이·울력·모둠·모음·모음터·살림두레·어우러지다·어울리다·하나·하나되다 ← 협동조합(協同組合)


두레·품앗이·살림두레·살림품앗이·들모임·들풀모임·들꽃모임·들두레·들풀두레·들꽃두레·푸른두레·푸른모임·풀빛두레·풀빛모임·풀꽃두레·풀꽃모임 ← 생활협동조합(生活協同組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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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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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글은 2010년에 처음 썼습니다.

어느덧 열한 해를 묵은 느낌글이기에

요모조모 손질했습니다.

이동안 이 만화책은 판이 끊어졌습니다.

헌책집에서 찾아내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라며.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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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9.17.

고양이를 사랑하며 그리나요



《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고양이를 다루는 그림꽃(만화)이 갑작스레 부쩍 늘었습니다. 고양이를 이야기하는 글책이나 그림책도 차츰 늡니다. 예부터 고양이나 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늘 있었습니다만, 오늘날처럼 이렇게 부쩍 나오지 않았습니다. 집고양이 얘기이든 골목고양이 삶이든, 이렇게 이래저래 다루는 책은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를 펼치는 그림책이나 그림꽃책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그려낸 이들은 참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며 그리나요? 그저 바람(유행)처럼 그리지는 않나요? 집에 고양이 한 마리쯤 으레 키우니 손쉽게 고양이 이야기를 그리지는 않나요?


  나와 가까운 자리에 있기에 고양이를 그린다면, 나와 ‘똑같이 가까운 자리에 있는’ 다른 삶을 얼마나 들여다보며 담아내는지 궁금합니다. 글붓(연필) 한 자루 이야기이든, 걸상 하나 이야기이든, 책 한 자락 이야기이든, 신 한 켤레 이야기이든, 슈룹(우산_ 하나 이야기이든 얼마든지 그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보며 담아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림꽃책 《고양이 동네》(이와오카 히사에/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를 만나고 나서 이 그림꽃님이 선보인 《토성 맨션》이며 《파란 만쥬의 숲》이며 《하얀 구름》을 만났습니다. 흔히 다룰 만하면서도 깊거나 넓게 파고드는 일이 드문 이야기를 수수하게 짚어 나가는 붓끝이 정갈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려니 여기거나 그렇겠다고 여기면서 지나칠 대목을 왜 그러하려나 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숨빛을 붓끝으로 담는구나 싶어요.


  일본에서 나온 이름은 “ねこみち”입니다. 우리말로는 “고양이 동네”라기보다 “고양이길”이 어울립니다. 고양이가 가는 길, 고양이가 바라보는 길, 고양이가 살아가는 길, 이런 길을 다룬다고 할 만한데, 찬찬히 읽노라면 “엄마길”이나 “엄마가 바라보는 길”이나 “엄마가 살아가는 길”을 그리네 싶어요.


  처음부터 주루룩 읽고 나서, 군데군데 문득문득 펼쳐서 읽습니다. 그림꽃님은 “고양이를 맡아 기르고 챙기며 보살피는 엄마”가 바라보는 길을 고양이하고 나란히 놓으면서 그렸구나 싶습니다.


  이 《고양이 동네》에 나오는 고양이 ‘타이츠’는 ‘엄마 곁에 가장 오래 머무릅’니다. 누구보다 엄마 곁에 있을 때 고양이 타이츠는 가장 느긋하며 사랑스럽습니다. 엄마는 고양이 타이츠한테 늘 말을 겁니다. 고양이 타이츠는 사람 말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듣는데, 못 알아들어 가만히 있는다 여길 수 있고, 엄마가 들려주는 말을 마음으로 새긴다 할 수 있습니다. 엄마도 ‘고양이가 내 푸념을 들어 준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집님과 매한가지로 고양이 타이츠한테 말을 겁니다.


  이렇게 고양이한테 말을 거는 엄마가 이 《고양이 동네》를 이어가는 고갱이일 수 있구나 싶어 다시금 책을 펼칩니다. 그래, 이름은 “고양이 동네”이지만, 이 고양이 마을을 오롯이 그리자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 한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며 담아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에 머물며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아빠도 아이도 아닙니다. 바로 엄마입니다. 어깨동무(성평등)이니 무어니 떠들어도 이 나라뿐 아니라 이웃 일본도 돌이(남자)는 돌이끼리 바깥일을 합니다.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순이(여자)는 집에 머물며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꾸립니다. 순이돌이(남녀)가 함께 집일을 하며 함께 집에서 지내고 함께 마을을 들여다보거나 함께 사랑하는 일은 너무 드뭅니다. 마을을 깨끔하게 가꾸거나 정갈하게 돌보는 몫은 온통 순이가 합니다.


  엄마는 아빠를 일터로 보내고 아이를 배움터로 보냅니다. 혼자 집에 덩그러니 남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며 이불을 말린 다음 가게로 가서 저녁거리를 마련합니다. 마른 빨래를 걷어 옷칸에 넣고 ‘어제와는 다른 저녁거리’를 생각하다 보면 곧 하루가 저뭅니다. 참말로 “이대로 괜찮은 걸까(23쪽)” 하는 생각이 절로 날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숨을 짓는 엄마 옆에 고양이 타이츠가 다가와 살며시 앉습니다. 고양이 타이츠가 엄마 곁에 앉아 마을을 함께 바라봅니다.


  고양이랑 함께 살아가며 고양이 이야기를 살가이 풀어내는 책을 보면 반갑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를 풀어내었기에 반갑기도 하지만, ‘살가이 풀어내는 그린이 마음결’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곁에서 노상 같이 살아가는 님을 살가이 보듬으며 이야기 하나 엮는 일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글이든 그림이든 그림꽃이든 빛꽃(사진)이든, 우리 곁 살가운 벗이나 이웃이나 살붙이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거나 껴안으며 알뜰살뜰 담는 사람은 아직 드물구나 싶습니다. 가까이 있으나 꽤 멀리 떨어졌다고 할는지, 가까이 있어 흔하고 쉬우니까 아예 젖혀 놓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받으니 사랑이라고 안 느끼는 어머니 품일 수 있겠지요. 한결같이 누리니까 믿음이라 깨닫지 못하는 어버이 숨결일 수 있을 테지요.


  그림꽃책 《고양이 동네》는 ‘숨쉬니 기쁘다’고 말하는 엄마 삶을 차분히 담아 주어 반갑습니다. ‘옆에 있으니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를 고이 실어 주어 따스합니다. ‘애쓰기보다 사랑해 주자’고 말하는 엄마 손길을 느끼도록 해주어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와, 이 아이예요?” “네, 마지막 한 마리예요. 괜찮으세요?” “네. 열심히 키울게요.” “열심히는 안 해도 되니까, 많이 귀여워 해 주세요.” “네.” (165쪽)


“있잖아, 아빠, 오늘 타이츠가 …….” “그랬어?” “그래서 있잖아. 엄마 잘못이니까. 새 옷 사 달라고 그랬어.” “리쿠, 요즘 엄마가 새 옷 입은 거 본 적 있니?” “응?” “엄마는 늘 똑같은 옷만 입는 것 같지 않니?” “그런가?” (123쪽)


“리쿠는 잘 있니?” “아, 응. 이제 5학년이라 웬만한 건 혼자 알아서 해.” “어머, 기특해라.” “이대로 리쿠도 타이츠도 점점 어른이 되어 가겠지.” “벌써부터 쓸쓸해 하지 마.” “쓸쓸해 한 거 아니거든!” “그러셔?” “괜찮아. 둘 다 자립해도. 나도 어른인걸. 안 놀아 줘도 괜찮아.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쓸쓸해 하는 거 맞구먼.” (67쪽)


“응? 타이츠? 밤에 보는 넌 아이돌만큼이나 귀엽구나. 혹시 엄마 기다린 거니?”(60쪽)


 “네가 창가에서 자는 걸 보면 왠지 안심이 돼. 하지만 익숙해지면 또 그런 생각이 들겠지. 할 일도 많은데. 가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말야. 리쿠 아빠도, 리쿠도 많이 사랑해. 하지만 조금 지친 걸까. 응? 타이츠.”(23쪽)


“어머, 타이츠도 왔니? 응? 저리 가. 타이츠. ……. 엄마가 졌다.” ‘숨쉬고 있구나. 그것만으로도 기뻐.’ (170∼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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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ねこみち #岩岡ヒサ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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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버거 1 - S코믹스 S코믹스
하나가타 레이 원작, 사이타니 우메타로 만화, 김일례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1.9.17.

만화책시렁 366


《오늘의 버거 1》

 하나가타 레이 글

 사이타니 우메타로 그림

 김일례 옮김

 소미미디어

 2018.8.8.



  씨앗이 트고, 바람을 타거나 물살에 얹혀서 곳곳으로 퍼집니다. 모든 씨앗은 그곳에만 있지 않습니다. 한 뼘씩 천천히 옆으로 번지기도 하고, 훅 날아서 제법 멀리 뻗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주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더라도 온누리를 푸르게 덮는 싱그러운 숨결로 자리를 잡습니다. 《오늘의 버거 1》를 읽고서 고기빵(햄버거)을 제법 다루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두걸음이며 석걸음을 읽다가 멈췄습니다. 갈수록 줄거리를 헤매면서 잔소리와 군소리가 너무 많습니다. 더욱이 그림꽃책에 나오는 순이(여자)를 죄다 큰가슴 아가씨로 그려대며 자꾸 응큼길로 기울더군요. 고기빵 하나만 놓고도 온갖 이야기가 쏟아질 텐데, 그림꽃님은 왜 샛길로 빠질까요? 이 그림꽃책 첫머리에 나오는 말처럼 “고기빵은 온누리 누구나 즐기는 밥”입니다. 안 먹는 분은 안 먹겠지만, 나라와 겨레마다 다 다르게 손질해서 다 다르게 누려요. 이름은 ‘고기빵’이어도 속을 ‘고기 아닌 다른 먹을거리’로 얼마든지 채웁니다. 씨앗 한 톨은 들하고 숲하고 멧골에서 다 다르게 싹터요. 우리는 자리하고 때를 살펴 다르게 생각하면서 새롭게 말길을 틉니다. 그대로 가는 길도 좋고, 새롭게 가는 길도 신납니다. ‘길을 가면’ 됩니다. 뭐, 헤매는 길도 길이겠지만.


ㅅㄴㄹ


“야마나카 씨는 햄버거가 어느 나라 요리인지 아시나요?” “그거야 당연히 미국 요리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햄버거는 세계 요리예요.” (15쪽)


“당시의 햄버거 장인들은 생명과도 같은 소고기를 쓸 수 없게 됐어도, 최대한 머리를 짜내, 손님들을 만족시킬 만한 햄버거를 꾸준히 만들어냈던 거예요!” (84쪽)


“손님들은 바보가 아녜요.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을 해나간다면, 분명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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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 상점 1
카니탄 지음, 김서은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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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1.9.17.

만화책시렁 351


《개굴 상점 1》

 카니탄

 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5.30.



  아는 말도 많지만 모르는 말도 많습니다. 삶자리에 놓는 말이라면 자꾸 들여다보고 다시 생각하기에 ‘새로 아는 길’이 있으나, 삶자리에 안 놓는 말이라면 하나도 안 보고 생각조차 없으니 ‘새로 알 길’이 도무지 없어요. 이를테면, 풀꽃나무를 둘러싼 이야기는 파고 또 파고 다시 파면서 더 알아간다면, 부릉이(자동차)나 옷이나 가르침(학습·강의)에는 아무 마음이 없기에 이런 길하고 얽힌 말은 거의 모르다시피 합니다. 이웃님한테 한 손을 거드느라고 곁돈을 보내면서 ‘성금’ 같은 한자말을 새삼스레 마주하면서 풀어냈어요. ‘곁돈’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여태 ‘보험’을 든 적이 없을 뿐더러 생각조차 안 하니, ‘보험’ 같은 말은 제 머리에 아예 없고, 굳이 풀어내자는 마음마저 없습니다. 《개굴 상점 1》를 읽으며 이 ‘보험’이 문득 떠오릅니다. 무언가 밑돈이나 밑동을 마련해야 앞길이 걱정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노래하며 즐기는 마음이라면 앞길이든 먼길이든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밑돈으로 걱정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노래하는 하루로 걱정을 씻는 사람이 있어요. 어느 쪽이든 좋아요.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나도 고스란히 사랑하”면 됩니다.



“짜잔. 집에 가기 전에 들렀어요.” (168쪽)


“가게에 별일 없었나요? 오래 쉬어서 죄송해요. 내일부터 제대로 복귀할게요. 그렇지. 기념품 사왔어요. 휴대폰 스트랩이랑 그림엽서. 그리고 과자! 생과자니까 냉장고에 넣어 두세요. 자, 여기요! 정말 엄청났다니까요. 연습이 힘들어서 욕조에서 그대로 잠들기도 하고. 점장님?” (169쪽)


“뭐 좋은 일 있으세요?” (170쪽)


ㅅㄴㄹ

#かわずや #蟹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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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곁돈 (2021.9.16.)

― 제주 〈노란우산〉



  어제 낮에 제주 〈책약방〉 지기님이 전화해 주셔서 몇 마디를 나누다가 서귀포에 있는 〈노란우산〉이 불타서 안타깝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루를 지난 아침에 〈책약방〉 지기님이 누리글집에 쓴 글을 읽고서 어떤 이야기인가를 조금 어림했습니다. 열 몇 해 앞서 서울 용산 〈뿌리서점〉이 통째로 물에 잠겨서 책을 모두 버려야 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달삯을 내고 지내는 〈뿌리서점〉은 집임자(건물자)한테서도 보험회사한테서도 한 푼을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빗물이 마구 새서 책이 다 젖더라도 ‘시민단체’인 집임자는 팔짱을 꼈고, 보험회사는 ‘화재보험’만 들었을 뿐 ‘수재보험’이 아니기에 도울 수 없다는 말만 했다더군요.


  얼마나 이바지할는지 모르지만, 살림돈을 조금 덜어서 한손을 거들었습니다. 뜻을 모으고 싶은 분은 ‘성금’을 보내면 좋겠다고 하던데, 어쩐지 ‘성금(誠金)’이란 한자말은 안 쓰고 싶습니다. 제가 짓는 우리말꽃을 거드는 이웃님이며, 제가 꾸리는 책숲(도서관)을 돕는 이웃님은, ‘이바지돈’이나 ‘뒷배’ 같은 이름을 씁니다. 문득 새말을 하나 지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럴 적에 ‘도움돈’이나 ‘보탬돈’ 같은 말을 제법 씁니다. 이 말도 좋으나 다른 말을 더 그립니다. 뜻을 모은다는 얼거리로 ‘뜻돈’이란 이름을 지어 봅니다. ‘뜻돈’도 꽤 마음에 들지만 더 생각해 봅니다. 꽃길을 걷듯 꽃살림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꽃돈’이라 해볼 만합니다. 이런 이름 저런 이름 다 마음에 드는데 더 생각해 보다가 ‘곁돈’을 떠올립니다.


  제가 올해에 새로 낸 《곁책》이 있기도 하고, 함께 살아가는 님한테 ‘곁님’이란 이름을 새로 지어서 붙이기도 했듯, 제가 쓸 새말이라면 ‘곁 + 돈’이 한결 어울리겠구나 싶습니다. 즐거운 자리에서도, 궂긴 자리에서도 이 말 ‘곁돈’을 쓰자고 생각합니다. ‘축의금·찬조금·부의금·후원금’ 모두 이 ‘곁돈’으로 갈음해 보자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씨앗돈’ 같은 이름을 씁니다. 조그맣게 모아서 함께 큰일을 해보자고 할 적에는 ‘씨돈·씨앗돈’ 같은 이름을 써요. 그때그때 헤아리면서 우리 삶을 꽃다이 가꾸려는 뜻을 모은다면, 흔히 쓰는 낱말 하나부터 새롭게 갈무리한다면, 우리 오늘은 더욱 푸르면서 아름답겠지요. 곁에서 마음을 기울이는 이웃은 온누리 곳곳에 물결처럼 들꽃처럼 가을바람처럼 흐르리라 생각합니다.


곁돈 모으기 → 신한은행 100 034 125904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정병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사진은 뿌리서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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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1-09-17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쓰고 나서 12시간 뒤, 그림책집 <노란 우산>을 돕는 곁돈(성금)이 5천만 원 넘게 모였다고 합니다. 모두들 깜짝 놀랄 만큼 꽃돈이 되었구나 싶어요. 그래서 곁돈 모으기는 벌써 마친다고 합니다. 온나라 책손길이 따사로이 모이면서 아름물결을 이루었구나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