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이해인 지음, 이규태 그림 / 샘터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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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9.18.

책으로 삶읽기 702


《친구에게》

 이해인 글

 이규태 그림

 샘터, 2020.6.25.



뭐 필요한 거 없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말해!

네 말에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너만 필요하다고 대답했지.

그런데 왜 너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을까. (16쪽)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하다는 나의 친구야.

오늘은 나랑 같이 사장에 가자.

꼭 무엇을 사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흥정하는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를 듣고 (38쪽)



《친구에게》(이해인·이규태, 샘터, 2020)를 읽었다. 짤막한 글에 그림을 곁들여 도톰하게 엮었다. 두멧시골로 삶터를 옮기고부터 동무를 만나는 일은 한 해에 몇 날 될까 말까 한다. 더 생각하면 어릴 적 동무는 딱 하나만 만나는데 인천에 살고, 서울에는 어느덧 동무 사이가 된 이웃이 있다. 나는 동무한테 “너만 있으면 돼” 같은 말을 안 한다. 동무도 나한테 이런 말을 않는다. 나하고 동무로 지내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설이나 한가위라고 딱히 쪽글을 보내지 않을 뿐더러, 난날(생일)을 챙기는 일조차 없다. “그럼 동무란 뭔데?” 하고 묻는다면, “옆집에 살든 머나먼 곳에 떨어져 살든 늘 마음으로 부르면서 속삭이는 사이”라고 하겠다. 마음으로 불러서 속삭이고 만나는 사이인 터라 몇 해 만에 얼굴을 보든 한 해에 하루쯤 말을 섞든 대수롭지 않기도 하거니와 ‘늘 함께하는 줄 느낀’다. 그리고 나도 동무도 서로 “뭐 바라니?(뭐 필요한 거 없니?)” 하고 물은 적이 여태 아예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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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4.


《위국일기 4》

 야마시타 토모코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1.1.15.



8월이 저물고 9월로 접어들면서 해를 보는 날이 적다. 구름이 아주 넘실거린다. 이렇게 듣다가 멎는 비는 함박스럽기도 하지만 가늘기도 하다. 가볍게 살랑이는 바람과 비를 돌아본다. 빗물에 손낯을 씻는다. 비가 퍼부으면 온몸을 씻지.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몸을 빗물질 한다. ‘빗물질’. 그렇다. 새말을 짓는다. ‘빗물싯이 = 빗물질’이네. 물에서 놀하거나 일하며 물질이듯, 빗물로 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달래면 ‘빗물질’이다. 《위국일기 4》을 읽었다. 어린이하고 보기에는 좀 어려우나, 푸름이하고는 읽을 수 있으려나. 그러나 스무 살까지는 굳이 안 보이고 싶다. 틀어막고, 부여잡고, 억누르고, 조이면서, 스스로 괴롭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잔뜩 나온다. 그렇다고 줄거리를 얄궂게 짜지는 않았다. 온통 스스로 마음을 누리는 길에 선 사람들이 나올 뿐이다. 곰곰이 보면 ‘아침 연속극·숱한 소설’이 이 같은 줄거리일 테니, 소설이나 연속극을 즐기는 이웃이라면 이 그림꽃책이 재미있겠다고 본다. 책을 덮고 빗소리를 듣는다. 책을 읽으면 빗소리를 못 듣는다. 부엌일을 하고 다리를 쉰다. 아이들하고 하루쓰기를 하고 어둑살을 바라본다. 이제 하루가 저문다. 잠자리에 들 즈음 꿈그림을 다시 바라보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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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3.


《서점, 시작했습니다》

 쓰지야마 요시오 글/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11.10.



지난 쇠날(금요일) 받은 쌀(위문품)을 이웃님한테 보내기로 한다. 달날(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쌀을 꾸러미로 담는데 등짐에 안 들어간다. 한가위를 앞두고 얼른 보내야겠는데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에는 못 갈 듯하다. 짊어지고 시골버스를 탄다. 읍내 우체국으로 가서 부치려는데 줄이 길다. 한참 기다린다. 뻑적지근한 어깨를 풀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등짐은 새삼스레 묵직하다. 아이들이 마을 앞으로 나와서 짐을 나누어 받는다. 새삼스레 멋지고 반갑다. 《서점, 시작했습니다》를 천천히 읽었다. 일본이기에 이렇게 새책집을 열고 꾸릴 만할 수 있고, 일본이라서 이처럼 책집일꾼으로 지낸 발자취를 더듬어 새길을 찾을 만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대로 새길을 찾고 짜고 여밀 만하다.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는다고 하더라도, 책사랑이도 제법 많을 뿐 아니라, 책을 곁에 안 두거나 못 두는 이웃을 헤아리며 더 느긋하게 마을을 가꾸는 길을 가면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책을 덜 읽어 책집이 확 줄었다고도 하지만, 책집 스스로 거듭나는 길로 나아가지 않은 대목도 살펴야지 싶다. ‘책인 척’하는 종이꾸러미가 아닌 ‘고스란히 책’인 꾸러미를 사랑하고 돌보는 손길은 새롭게 가꾸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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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2.


《키오스크》

 아네테 멜레세 글·그림/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2021.6.30.



곧 한가위가 다가오는구나 싶다. 설이나 한가위라면 우리 집은 어디에도 안 가고 조용히 지낸다. 어디를 간다면 설이나 한가위가 아닌 여느때에 간다. 아이들을 이끌고, 또 아이들 옷가지나 살림까지 짊어지고서, 버스나 기차나 전철을 갈아타면서 움직이자면 설이나 한가위에는 거의 죽음길이다. 안 다녀 본 사람은 하나도 모르리라. 그렇다. “안 해본 사람, 안 겪은 사람”은 모른다. 가난한 적이 없던 이는 가난을 모르고, 가멸찬 적이 없는 사람은 가멸참을 모른다. 풀꽃하고 속삭인 적이 없으면 풀꽃이 말을 하는 줄 모를 테고, 바람을 타고 논 적이 없으면 바람놀이를 못 알아보겠지. 《키오스크》를 펴면, ‘키오스크’도 똑같이 집이기에 이 집에 고이 머물면서 살아가고플 만하다. 굳이 집을 떠나거나 버릴 까닭이 없다. 그리고 애써 집에만 머물러야 하지도 않다. 느긋이 눕고 쉬고 일하는 데도 집일 테지만, 이 푸른별이 통째로 우리 집일 만하고, 너른 별누리가 모조리 우리 집이기도 하다. 이 끝에서 저 끝을 쉬잖고 오가야 하지는 않지. 가고픈 데가 있으면 가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면서 하루를 노래하면 즐겁다. 저녁바람을 쐰다. 저녁별을 본다. 저녁구름을 헤아린다. 저녁마다 찾아드는 풀벌레 노래잔치를 누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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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1.


《쳇, 고양이 따위가 뭐라고! 1》

 스기사쿠 글·그림/백수정 옮김, 지식의숲, 2013.6.30.



다시 셋이서 골짜기를 다녀온다. 골짜기에 물은 적으나 느긋이 오래 걸었다. 걸으면서 느긋이 하늘을 바라보고 들빛을 마주하며 숲냄새를 품는다. 모든 마을을 숲과 골짜기가 둘러싸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모든 터전에 숲과 골짜기가 가까우면 얼마나 즐거울까. 저녁에는 자전거도 탄다. 이러고서 폭 곯아떨어진다. 《쳇, 고양이 따위가 뭐라고! 1》를 뒤늦게 읽었다. 이런 책이 있는 줄 여태 몰랐다. 《묘한 고양이 쿠로》를 그린 분 뒷삶을 새록새록 읽는다. 처음부터 그림꽃(만하)을 그릴 생각이 없었고, 형 곁에서 도움이 노릇을 하며 그냥그냥 하느작하느작 살다가 하루아침에 먹을거리도 일거리도 없어 쫄쫄 굶던 무렵, 형이 “네가 만화를 그려 보면 어때?” 하는 말에 비로소 붓을 쥐었다고 한다. 얼결에 넘겨받은 길고양이 둘하고 살다가, 하도 먹을거리가 없어서 고양이한테 주던 먹이를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끼니를 잇다가, 길고양이 둘 가운데 수컷이 먼저 죽고 나서, 문득 이 길고양이 이야기라도 그려 보고서 죽든지 살든지 하자고 다짐했는데, 길고양이를 그린 그림꽃이 널리 사랑받았다지. 고양이를 들려주는 이야기책 가운데 몇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애틋하면서 따사롭구나 싶은 줄거리가 흐른다고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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