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9.20.

오늘말. 호강


하루를 아름다이 마주하며 보람차고, 철마다 새롭게 퍼지는 빛살을 맞이하면서 흐뭇합니다. 가을은 나락이 너울을 치는 곁으로 억새가 물결을 칩니다. 가을 한복판은 한가위요, 이날은 누구나 즐겁게 나누고 누리면서 신명을 펴는 잔치예요. 조촐하니 작은마당을 꾸려도 잔치이고, 해낙낙히 큰마당을 펴도 잔치입니다. 한가위나 설이면 서울은 조용하고 시골이 북적입니다. 서울에서 살 적에는 한가위나 설에 호젓해서 좋았다면, 시골에서 사는 오늘은 얼른 한가위나 설이 지나가서 부릉바다가 걷히며 포근합니다. 누가 앞장서서 일을 풀어주고, 스스로 이끌며 천천히 풉니다. 우리 집에서는 다같이 대들보요 꽃입니다. 누구 하나만 기둥이지 않아요. 집을 이루는 뼈대는 여럿이거든요. 다 다르게 빛나는 줄기요, 서로 받치면서 무게를 노느는 사이입니다. 별을 품고 기쁘게 웃습니다. 알을 가꾸면서 사랑으로 반갑습니다. 아이는 으레 몫을 나누어 어버이한테 내밉니다. 어버이는 어느 길을 가든 아이를 안고서 신바람입니다. 함께 호강합니다. 눈호강 귀호강뿐 아니라 살림호강이요 이야기호강입니다. 우리가 있는 자리, 이 보금자리에 빛꽃이 깨어납니다.


ㅅㄴㄹ


길·몫·보람·품·빛·빛꽃·빛살·빛발·기쁨·사랑·좋다·즐겁다·신·신나다·신명·신바람·귀염·예쁨·호강·해낙낙·흐뭇하다 ← 복(福)


고갱이·기둥·벼리·들보·대들보·꽃·대·줄거리·줄기·뼈대·뼈·살·허리·알·알맹이·알짜·알짬·앞·앞장·앞서다·앞세우다·앞장서다·대단하다·바탕·별·서울·꼭두·우두머리·으뜸·이끌다·-만·내세우다·돌아가다·돌다·가운데·복판·한복판·한가운데·커다랗다·크다·큰물·큰마당·큰바닥·큰판·판·마당·바닥·자리·물결·너울·바다 ← 중심(中心), 중심적


무게·허리·굴대·살·뼈·뼈대·받치다·받침·받침판·받쳐주다·받이·꼭지·꼭짓길·꼭짓자리 ← 중심(重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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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9.20.

오늘말. 풀다


아이들한테 내주려고 감을 썰다가 한 조각을 우물우물하는데 그만 감씨를 삼킵니다. 아차 싶지만 벌써 들어갔어요. 감씨는 몸을 돌고돌아 똥으로 내놓올 텐데 조금 고단할는지 몰라도 아찔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훨씬 어릴 적에는 감씨를 하나하나 발라서 내주었다고 떠오릅니다. 가을에 감을 들어 보라며 밥자리에 감그릇을 놓습니다. 아이한테 “감씨를 삼켰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살짝 웃습니다. 하루살림을 돌아보며 몇 가지를 적고, 오늘 쓸 글거리를 살핍니다. 이야기를 펴면서 이웃한테 보여주고 아이들한테 풀어놓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모아 책모임에서 나누기도 하고, 책벗한테 슬쩍 부치기도 합니다. 온누리가 아름답다면 배움불굿은 없을 테고, 배움수렁이란 우리가 스스로 사랑누리보다 죽음누리를 생각하면서 태어나리라 느껴요. 서로 아끼거나 돕는 터전이 아닌,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들볶기에 태어나는 끔찍나라인 배움앓이일 테지요. 벅찬 살아남기보다 즐거이 살아남기로 간다면, 낭떠러지 같은 무시무시한 불가싯길 말고 꽃누리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달라지리라 봐요. 마음을 고이 풀기에 꿈길을 환하게 펼칩니다.


ㅅㄴㄹ


늘어놓다·들다·내놓다·놓다·펴다·펼치다·풀다·풀어놓다·보여주다·보기·죽·밝히다·말하다·얘기하다·읊다·적다·쓰다 ← 열거(列擧)


책모임·책두레·책동아리 ← 북클럽


책벗·책동무·책꾸러기 ← 북클럽 회원


배움불굿·배움 불구덩이·배움불밭·배움수렁·배움앓이 ← 입시지옥


불구덩·불구덩이·불굿·불가싯길·불바다·불바람·불밭·늪·수렁·낭떠러지·끔찍하다·싫다·아찔하다·끔찍나라·끔찍터·끔찍판·어둠누리·어둠터·어둠판·죽음나라·죽음누리·죽음판·무섭다·무시무시하다·살떨리다·고단하다·고달프다·맵다·맵차다·힘겹다·힘들다·버겁다·벅차다·빠듯하다·빡세다·째다 ←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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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어젯밤에 (2021.3.3.)

― 인천 〈수봉정류장〉



  인천 미추홀구(남구) 숭의4동은 곧 통째로 거의 사라진다고 합니다. 어쩌면 조금쯤 남을는지 모르나 “사람이 살며 풀꽃나무가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푸르게 노래하던 터전”이라는 숨빛은 가뭇없이 삽차로 찍어낸다지요. 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삽질판입니다. 이 나라지기나 저 나라지기나 똑같이 삽질을 사랑했습니다. 이른바 ‘집길(부동산정책)’은 순 “잿빛집(아파트) 높이 쌓기”에 머뭅니다.


  돌림앓이판이 불거지는 곳은 숲이 아닌 큰고장입니다. 서울이거나 서울을 닮은 데에서 사람이 죽어나고 아프며 골골대고 쓰러집니다. 서울이거나 서울을 따라가는 데에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고 싸우고 다투고 겨루며 밟습니다.


  숲에서는 돌림앓이가 없습니다. 숲을 낀 두멧자락이나 시골에도 돌림앓이가 번질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틈새두기’라는 거짓질을 멈출 노릇입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틈새에 숲을 두기”입니다. “집하고 집 사이에 풀꽃나무를 건사하기”로 살아가고, “높다른 잿빛집이 아니라, 나즈막한 골목집을 일구고, 모든 골목집이 마당을 누리는 길”로 나아가야지요.


  맨발로 풀밭을 걷지 못하니까 앓아요.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지 못하니까 아파요. 숲이 푸르게 우거져야 숨을 제대로 쉬는 줄 ‘머리(지식)’로 알면 뭐 할까요? 손수 씨앗을 묻어 돌볼 “우리 집 나무”가 없이 어떻게 나무를 배우거나 알거나 사랑할까요? ‘삽질사랑’이 아닌 ‘숲사랑’일 적에야 이 거짓질을 끝냅니다.


  그나저나 인천 제물포 한켠에 알뜰살뜰 여민 〈수봉정류장〉은 채 한 해를 잇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하는데, 참말로 어쩔 길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인천지기(인천시장)이라는 벼슬아치 머리에서는, 또 인천에서 벼슬꾼(공무원)으로 지내는 사람들 손에서는, 마을을 통째로 밀어내고서 잿빛집을 높이 올릴 생각만 있을까요?


  이제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잿빛집은 ‘다닥다닥’입니다. 숨쉴 틈이 없어요. 잿빛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는 뛰지도 춤추지도 노래하지도 못합니다. 삶이 없고 놀이가 없어요. 어른이라고 다를까요? 집집마다 사이에 골목을 두고 마당을 거느리면서 나무를 심어 돌볼 틈이 있을 적에 비로소 두레나 품앗이가 저절로 피어나고, 모든 사람이 즐겁게 웃으면서 튼튼하기 마련입니다.


  어젯밤(3.2.)에 〈수봉정류장〉 지기님하고 숭의4동 골목을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천천히 거닐며 “빈집에 남은 이름판·주소판·상하수도판” 같은 조그마한 자취를 몇 떼었습니다. 통째로 사라지기 앞서 “사람이 살았네” 같은 이야기를 이 작은 조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당과 숲과 마을이 없다면 벼슬아치도 나라도 뭣도 다 부질없습니다. 삽질만 해대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양진채, 강, 2021.1.30.)

《수봉산 둘레 마실길》(수봉정류장 엮음, 미추홀구 시민공동체과, 2020.12.31.)

《월간 수봉 1호》(수봉정류장 엮음, 수봉정류장, 2021.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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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첫발로 잇는 첫걸음 (2021.7.28.)

― 수원 〈책 먹는 돼지〉



  수원 마을책집 〈책 먹는 돼지〉는 2021년 7월을 끝으로 새터로 자리를 옮깁니다. 오래도록 책벗으로 함께 지낸 마을책숲(마을도서관)이 새터로 옮기면서 마음앓이를 하셨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맞춤한 자리가 나와서 옮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열흘쯤 앞서 자전거로 제주 마을책집을 돌아다니느라 기운을 많이 쓴 몸이지만, 기차·시외버스·택시를 사뿐히 타면 되겠거니 여기면서 수원마실을 합니다. 고흥부터 수원으로 가는 길에 하늘은 구름 없이 맑기도 하고, 구름이 가득하기도 합니다. 남문 곁 헌책집 〈오복서점〉에 들르니 소나기도 옵니다. 재미있어요.


  날씨란, 글씨랑 말씨랑 마음씨처럼 ‘-씨’가 붙는 낱말입니다. 하늘을 살피고 하루(날)를 읽을 적에 숨결(씨)을 헤아리며 살아온 옛사람 넋이 ‘날씨’란 말마디에 고이 흐르는구나 싶어요. 한자말이기 때문에 ‘기상·기후’를 안 쓰지 않습니다. 우리말 ‘날씨(날 + 씨)’에 서린 밑뜻하고 숨결하고 발자취를 어린이도 함께 읽기를 바라기에 이 낱말을 즐겨씁니다. “날이 좋다”고만 수수하게 말하기도 해요. ‘날’은 ‘하루’이자 ‘오늘’이요, 내(나)가 살아가는 즐거운 길입니다.


  삶을 돌아보면, 처음이나 끝은 따로 없습니다. 모든 끝은 처음이요, 모든 처음은 끝입니다. 더구나 처음하고 끝은 찬찬히 나아가는 길 가운데 꼭짓자리 하나예요. 이곳에서 보낸 책집 이야기는 며칠 뒤에 접지만, 저곳에서 누릴 책집 이야기는 며칠 뒤부터 차곡차곡 여밉니다. 한 걸음씩 이어가면서 오늘이 새삼스럽습니다.


  버스랑 버스랑 기차로, 다시 버스에 택시로 〈책 먹는 돼지〉까지 찾아가는 길에 노래꽃 “책 먹는 돼지”를 썼습니다. 책을 머금는, 책이 머무는, 책으로 멋스러운 터전에 흐를 풋풋한 바람줄기를 얹어서 건네고 싶어요.


  글은 스스로 오늘을 쓰려고 하니 저절로 쏟아집니다. 책은 스스로 오늘을 읽으려고 하니 저절로 알아봅니다. 사랑은 스스로 오늘을 지으려 하니 저절로 피어납니다. 살림은 스스로 오늘을 돌보려 하니 아이하고 함께 누려요. 그나저나 덜 쉰 몸으로 수원까지 오느라 해질녘에 졸음이 몰려듭니다. 어느 길손집에 깃들까 하고 기차나루 곁을 거닐다 처음 들어간 곳에서 쇠흙해(금토일) 아닌 물날(수요일)인데 7만 원을 부릅니다. 더구나 “아홉 시 넘어서 오셔야 자리가 있겠는데요?” 합니다. “그렇군요. 아홉 시까지 헤매다가 와야 하는데, 자는 삯도 만만하지 않네요.” 하고 돌아서려니 “저기, 기다려 보셔요.” 하더니 35000원짜리를 내줄 수 있을 듯하다고 말합니다. 커다란 등짐차림 아저씨는 이럭저럭 한 칸을 얻습니다. 얼른 씻고 빨래를 마치고서 드러눕습니다. 술 마시는 젊은이들 소리로 시끄럽지만 잘 잡니다.


《돼지구이를 논함》(찰스 램/송은주 옮김, 반니, 2019.11.15.)

《방귀 사전》(스틴 드레이어·헤나 드레이어 글, 마리아 버크만 그림/최지영 옮김, 노란돼지, 2021.6.25.)

《친구에게》(이해인 글·이규태 그림, 샘터, 2020.6.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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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옥 안아 줄게 웅진 세계그림책 176
스콧 캠벨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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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9.19.

그림책시렁 771


《Hug Machine》

 Scott Campbell

 Little Simon

 2014.



  아이는 어른을 안으며 모든 마음을 읽습니다. ‘아이로 살다가 자란 어른’은 아이를 안으며 모든 마음을 읽을까요? 아이 눈빛을 잊거나 잃지 않은 어른이라면 아이를 안을 적에 아이 마음을 모두 읽어요. 아이다움을 스스로 잊거나 버린 어른이라면 아이를 안으면서 아무 마음을 못 읽고요. 《Hug Machine》은 《꼬옥 안아 줄게》(2018)란 이름을 붙여 우리말로 나온 적 있습니다. 굳이 ‘틀(Machine)’이란 이름을 붙인 까닭이 있는데, 설익은 말씨로 옮겼구나 싶어요. 적어도 ‘안기쟁이·안기꾸러기’쯤으로는 옮길 노릇인데요. 또는 ‘척척안기’나 ‘모두안기’ 같은 이름도 어울립니다. 아이는 그야말로 모두 안아요. 어른도 아이도, 돌도 나무도 벌레도, 고슴도치도 안을 줄 압니다. 그런데 ‘안을’ 적에는 ‘안긴 숨결’한테서 기운을 받기도 하지만, 으레 ‘안기는 숨결’한테 제 기운을 내어주기 마련입니다. ‘척척안기’를 하는 아이는 둘레 숨결한테서 기운을 받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제 기운을 기꺼이 내주어요. 자, 신나게 모든 이웃을 안으면서 활짝 웃고 노래하는 아이는 슬슬 기운이 다합니다. 후들거리고 졸립지요. 이제 아이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요? 아이는 어떡해야 기운을 새로 차리면서 웃고 노래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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