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9.28.

오늘말. 차꼬


깊이 배우거나 많이 알아야 일할 만하다고 여긴다면 사슬터입니다. 일이란,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며 놀 줄 아는 사람이 해요.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짓누르거나 내리누르듯 시킬 수 없는 일입니다. 시킬 적에는 ‘시킴질’이요, 이때에는 ‘심부름’입니다. 재갈을 물거나 고삐를 달거나 멍에를 쓰거나 차꼬를 찬 몸으로는 아무 일을 못 해요. 총칼을 앞세운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에요. 찧거나 쪼는 우두머리나 힘꾼 등쌀에 밀려 억지로 심부름을 합니다. 남이 시키기에 할 적에는 스스로 숨결을 갉아먹습니다. 스스로 일어나서 움직이는 일일 적에는 모든 울타리나 담벼락을 허물고서 종수렁을 씻어냅니다. 아이는 아직 어려 일보다 심부름을 한다지만, 아이는 어른을 거들려는 맑은 눈망울로 기꺼이 심부름을 맡을 뿐이에요. 아이들은 재미나게 소꿉을 하면서 재잘재잘 노래합니다. 어른이란 몸은 소꿉놀이로 키운 살림빛을 일머리로 가다듬는 슬기로운 숨빛입니다. 심부름이란 굴레로 가두지 마요. 심부름에 잡아먹히지 마요. 종노릇이 아닌 저마다 다르면서 빛나는 지기로 나아가요. 스스로 지킴이로 서고 신나게 어깨동무하는 놀이로 가꾸어요.


ㅅㄴㄹ


고삐·재갈·재갈질·재갈나라·재갈판·굴레·굴레살이·멍에·날개꺾다·종굴레·종노릇·종살림·종살이·종수렁·종살이땅·종살이터·삼키다·잡아먹다·집어삼키다·갉아먹다·갉다·가두다·가둠터·닫힌터·사슬·사슬살이·사슬터·차꼬·차꼬나라·차꼬판·총칼나라·총칼질·총칼수렁·총칼굴레·칼나라·칼누리·칼굴레·칼수렁·울·울타리·담·담벼락·억누르다·묵사발·뭉개다·깔아뭉개다·내리누르다·누르다·짓누르다·짓뭉개다·짓밟다·짓이기다·짓찧다·언땅·얼음땅·얼음나라·우려먹다·갈겨먹다·벗겨먹다·쪼다·찧다·힘으로·힘으로 먹다·힘을 내세우다 ← 식민, 식민화, 식민지, 식민지화, 식민주의, 식민지주의, 식민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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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잠버릇의 비밀 그림책 마을 43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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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9.27.

그림책시렁 776


《내 잠버릇의 비밀》

 요시타케 신스케

 유문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0.12.10.



  풀벌레나 나비가 풀잎을 붙잡고서 잠듭니다. 파리나 모기가 담에 붙은 채 잡니다. 잠든 풀벌레 곁에 쪼그려앉아 물끄러미 지켜보면 잠을 문득 깨고서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뭘 놀라니? 자다가 깼을 뿐인걸?” 그러나 누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놀랄 만하겠지요. 풀꽃도 자고 나무도 잡니다. 돌도 자고 물방울도 바람도 잡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자는 숨빛을 느낄 만할까요? 잠든 구름을 알아보면서 자장노래를 불러 주는가요? 잠든 아기를 살살 어르며 토닥이듯 잠든 책이며 붓을 가볍게 쓰다듬을 수 있나요? 《내 잠버릇의 비밀》은 아이가 잠든 사이에 누가 다녀와서 “잠든 몸”을 구경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모든 숨붙이는 넋을 내려놓은 채 먼먼 나들이를 다녀옵니다. 오직 넋으로 다녀올 나들이를 즐기려고 몸을 살포시 내려놓아요. “잠든 몸”이란 “벗은 옷”입니다. 여느 때에 잘 입고 다닌 옷을 어떻게 벗어서 어디에 어떻게 두나요? 넋으로 신나게 나들이를 가는 동안 “우리 넋이 입고 돌아다니던 옷”인 몸은 얼마나 고이 건사하는지요? 우리 넋이 몸에서 나와 놀러가면, 이 몸은 빈 껍데기라 할 테니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지요. 넋이 바깥마실을 하고 돌아올 적에 깜짝 놀라지 않도록 잠자리를 고이 여미어 봐요.


ㅅㄴㄹ

#ヨシタケシンスケ #ねぐせのしく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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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 문학의전당 시인선 318
최준렬 지음 / 문학의전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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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9.27.

노래책시렁 197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

 최준렬

 문학의전당

 2020.2.27.



  호미질을 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옮기는 노래는 포근합니다. 도마질을 하는 살림을 그대로 들려주는 노래는 따스합니다. 아기를 품에 안고서 토닥이는 나날을 찬찬히 읊는 노래는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하고 숲길을 걸으며 풀꽃나무를 누리는 노래는 아름답습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이러한 노래를 펴는 글바치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미질을 안 하고 도마질을 안 하며 아기를 스스로 안 돌보고 맨몸으로 가벼이 숲으로 깃들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를 읽으면서 ‘골프채 쥐는 글’을 자꾸 마주합니다. 요새는 골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얼마든지 노래로 옮길 만합니다만, 이 책에 흐르는 ‘골프채 쥔 이야기’는 하나부터 끝까지 겉멋을 지나치게 부립니다. 남한테 자랑하려고 골프채를 쥐나요? 골프채를 쥐며 논다고 우쭐거리고 싶어 글을 쓰나요? 빗자루부터 쥐고서 마루를 쓸어 보기를 바랍니다. 손에 아무것도 쥐지 말고 맨발로 풀밭에 서서 나비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비오는 날에 맨몸으로 비를 맞으면서 빗물맛을 느껴 보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치레하는 하루가 아닌, 삶이 비롯하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숨결을 처음부터 새롭게 맞아을이는 눈길로 다스리고서 앞길을 내다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엄마는 찾지 않는데 / 기억에도 없는 엄마를 아이는 왜 찾는 것일까 // 남의 일처럼 건조하게 물으면서 / 내 마음을 다독거린다 (진료실에서/23쪽)


꽃 다칠까 / 연습장에 가서 영점 조정하듯 / 샷을 벼르고 나간 골프장 // 저공비행하는 나비를 피해 / 높게 띄워 보내는 골프공 // 나무들 연두빛 레이스 옷 들출까 / 봄바람처럼 스윙을 한다 // 여린 새싹 다치지 않게 / 몇 번의 궁리 끝에 내려친 / 골프채에 묻어 있는 / 봄의 연둣빛 피부 (봄의 골프/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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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야!
최명란 지음, 정은영 그림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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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동시읽기 2021.9.27.

노래책시렁 203


《해바라기야!》

 최명란

 창비

 2014.3.1.



  큰고장에서 나고자라는 아기를 안고서 걷습니다. 이 아기는 두리번두리번하다가 “저기 자동차.” 하더니 “저기 자동차 간다.” 하고 말합니다. 아기 어버이는 부릉이를 몰고, 아기 어버이가 사는 잿빛집에는 부릉이가 가득할 뿐 아니라, 잿빛집 둘레에도 언제나 부릉이가 넘실거립니다. 가만 보면 오늘날 아이어른 모두 부릉이한테 둘러싸입니다. 사람이 걸을 길은 매우 좁을 뿐 아니라, 거님길에 올라선 부릉이마저 수두룩합니다. 아기가 내내 ‘자동차’란 낱말을 읊을 만합니다. 아기를 안고 나무 곁에 서서 함께 줄기를 쓰다듬으며 “여기 나무.” “여기 줄기.” “여기 들꽃.” “여기 작은나무.” 하고 자꾸 말을 겁니다. 드디어 아기는 “저기 나무.” 하다가 “저기 나무 있다.” 하고 말합니다. 《해바라기야!》를 읽다가 오늘날 숱한 아이들이 바라보면서 눈망울에 담고 생각으로 심는 모습에 쓸쓸합니다. 노래꽃조차 이렇게 서울스럽기만 해야 할까요. 노래꽃조차 아이들한테 삶을 노래하는 길을 못 밝혀도 될까요. 노래꽃조차 틀을 세우고 짜증을 부리고 시샘을 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심어도 될까요. 아이들을 서울에 가두어 부릉이랑 잿빛집이란 높은 울타리로 막아버린 어른부터 스스로 ‘노래라는 꽃’을 잊거나 잃었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나비는 배고파 꽃밭으로 가고 / 자동차는 배고파 주유소로 가고 / 나는 배고파 라면 먹으러 간다 (희망사항/16쪽)


온다는 말도 없이 / 전화도 없이 / 문자 한 통도 없이 (소나기/32쪽)


너, 왜 그러냐? / 왜 만날 넘어다보는 거냐? / 또 커닝하는 거냐? / 동그란 얼굴에다 / 그렇게 총총 많이 받아써 놓고는 (해바라기야!/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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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9.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21.8.15.



밤하늘을 본다. 달빛하고 별빛을 생각한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서 풀빛하고 꽃빛을 비롯해, 별빛하고 숲빛을 늘 바라보고 생각한다. 이 빛살은 모든 숨붙이가 다 다르면서 즐겁도록 북돋운다. 이 빛발은 모든 숨결이 새롭게 피어나도록 품는다.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를 맺지 않으면 쌀밥도 빵도 없고, 사람을 비롯해 숱한 숨붙이가 죽는다. 꽃이 피려면 풀벌레나 애벌레나 딱정벌레나 개미나 벌나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꽃이 피려면 바람하고 비가 늘 알맞게 흘러야 한다. 꽃이 피려면 온누리에 골고루 해가 드리워야 한다. 꽃이 피려면 해가 진 밤에 캄캄해야 한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를 읽으면서 순이모임(여성단체)를 돌아본다. 총칼에 억눌리던 지난날 순이모임이 얼마나 의젓하면서 야무졌는가. 오늘날 적잖은 모임은 창피하다. 나라지기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할 뿐 아니라, 밥그릇에 사로잡힌 모임이 넘친다. 다만, 모임만 이렇지 않다. 열린배움터(대학교)는 진작 나라(정부)한테 잡아먹혔고, 글바치(작가·지식인)도 잡아먹힌 지 오래인걸. 앞날은 우리 빛살일까? 앞길은 우리 꿈이자 사랑일까?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은 우리 어른한테서 어떤 눈망울과 손길과 발걸음과 몸차림과 넋과 숨결과 꿈사랑을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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