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10.1. 사놓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대구 태전도서관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가는 길에 여수하고 진주를 들르기로 합니다. 여수에서는 마을책집 〈낯 가리는 책방〉을, 진주에서는 〈형설서점〉하고 〈동훈서점〉을 찾아가려고 생각했고, 세 곳을 모두 잘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장만한 책을 한밤에 읽으며 이모저모 헤아리다가, 《現行朝鮮語法》(鄭國采, 宮田大光堂, 1926)이란 책에 깃든 숨결이 무엇인지 오래오래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책이 있다는 얘기는 얼추 스무 해쯤 앞서 듣기는 했으나 막상 책으로는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지요. “큰일이다! 드디어 이 책을 만났어! 그런데 책값은 얼마나 될까? 아, 이튿날 태전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펴면서 받을 일삯을 다 쏟아부어도 이 책을 못 사지는 않을까? 아니야. 지레 걱정하지 말고 이 책값부터 여쭈자.”


  책집지기님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혼자 쓰는 시골내기’를 어여삐 여기시면서 책값을 무척 덜어 주겠노라 말씀합니다. 더없이 고맙지요. “사장님. 언제나 이렇게 알차고 아름다운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이곳에 건사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참말로 고맙습니다. 이다음에는 사장님이 마음에 매긴 값대로 이 책꾸러미를 모두 장만할 수 있도록 돈을 넉넉히 벌어서 오겠습니다.”


  어느새 온(100) 해 가까이 묵은 《現行朝鮮語法》은 조선총독부가 앞장서서 뒷배를 한 책이요, 책을 쓴 이라든지 돈을 댄 이는 모두 한겨레(조선사람)입니다만, 더구나 책쓴이는 한힌샘 님한테서 우리말길(국어문법)을 배운 사람이지만, ‘내선일체’를 헤아려 ‘일본사람이 한글을 익히는 길잡이’로, 또 ‘일본글을 익혀 아직 한글을 모르는 한겨레한테 한글을 가르치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숨은 발자취요, 고린내가 풀풀 나는 발자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삶에는 빛과 어둠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빛이기에 좋고 어둠이기에 나쁘지 않아요. 빛자취 곁에 어둠자취가 있을 뿐입니다. 그들(친일부역자)이 아무리 불사르고 치우고 없애더라도 어딘가에 책 한 자락이 남아서 이렇게 돌고돌다가 헌책집 책시렁에 깃들었고, 때마침 제 눈에 뜨이고 제 손에 들어올 뿐입니다.


  환하게 피어나는 새벽에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책값을 무시무시하게 썼기에, 아침에 여러 이웃님한테 말씀을 여쭈어 ‘책값을 보태어’ 달라고 해야겠구나 싶어요. 이미 책값은 치렀되 살림돈을 많이 덜었거든요.


  불살라 없애려던 책이 자취를 감추지 않고 남았기에 기꺼이 찾아내어 손에 쥡니다. 아무튼 사놓고 볼 노릇입니다. 오늘을 생각하고 어제를 돌아보며 모레를 그리는 길에 징검다리가 될 책 하나일 테니까요. 이 책을 온 해 가까이 건사하다가 내놓아 준 어느 분이 고맙고, 이 책을 알아보고 책시렁에 놓아 준 책집지기님이 고맙고, 이 책을 장만하느라 목돈을 쓴 아버지를 헤아려 주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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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6.


《ROBOT dreams》

 사라 바론 그림, 세미콜론, 2010.12.15.



아침 일찍 일산에서 서울로 버스·전철을 갈아타고 들어선 다음, 다시 버스로 상주로 달린다. 작은아이는 그제 책집마실을 할 적에 책집지기님이 건넨 그림꽃책(만화책) 《ROBOT dreams》를 재미있게 읽었다며 줄거리를 줄줄줄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그제에 이어 어제도 오늘도 마을책집을 찾아간다. 사흘째 들른 마을책집에서 작은아이는 몹시 쀼루퉁하다. “오늘 멧숲(산골)에 간다며? 언제 가는데?” 작은아이 얼굴을 보니 더는 책집에 머물 수 없다. 이다음에 혼자 느긋하게 오자고 생각하며 때를 보니 12시 59분. 화북면 입석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13시 10분하고 16시 40분에 있다. 부리나케 찰칵이(사진기)를 들고서 1분 만에 몇 자락을 찍는다. 짐을 1분 만에 단단히 여민다. “산들보라 씨, 우리 달리기를 할까? 끌짐(여행가방)은 숲노래를 줘.” 아버지란 사람이 드디어 책집에서 빠져나와(?) 저랑 달리기를 하니 낯빛이 확 살아난다. 조금 앞서까지 말 한 마디조차 않던 작은아이는 달리며 종알종알 수다꾼이 된다. 6분 동안 신나게 달려 시골버스를 아슬아슬하게 탄다. 상주시에서 화북 입석으로 가는 시골버스는 멧자락을 두루 돈다. 2000원으로 누비는 멧길마실. 깊디깊이 멧숲으로 들어서니 작은아이는 마음을 풀고 실컷 뛰고 달리며 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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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5.


《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권남희 옮김, 김영사, 2021.4.1.



작은아이는 오늘도 가는 책집이 도무지 못마땅한 낯빛이다. 틀림없이 너한테 얘기했지. 숲노래 씨는 바깥일을 보러 갈 적에 죄다 책집 언저리요, 하루 내내 책집에 머문다고. 그러나 아이가 신나게 달리고 뛰면서 땀을 뺄 만한 자리를 함께 생각해야지. “이제 책집에서 그만 나가자”고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아이하고 전철을 타고서 일산으로 건너간다. 이모네에 닿는다. 짐을 내려놓는다. 아이 옷을 빨래한다. 해질녘에 조카 셋이랑 놀이터로 간다. 네 어린씨는 곳곳을 신나게 누빈다. 큰고장에서는 놀이터 하나로도 좋을는지 모르나, 어린이가 쉬거나 놀 자리가 너무 좁다. 큰고장이든 시골이든 부릉이가 끔찍하게 차지한다. 마을도 골목도 들도 모두 아이들한테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부릉이를 몽땅 걷어치우든지 땅밑으로 내려보내고서 두 발로 디딜 땅바닥은 늘 어린이 차지이도록 갈아엎을 일 아닐까? 《불만이 있어요》를 떠올린다. 아이들은 어른이 얼마나 못마땅할까. 나도 곰곰이 생각한다. 책집 곁이 푸른숲으로 드넓기를 꿈꾼다. 책집에서 1시간을 보낸다면 푸른숲에서 23시간을 보내도록 책집(책가게)하고 책숲(도서관) 얼개를 고치기를 꿈꾼다. 맨손으로 나무를 타고, 맨발로 풀밭을 달리는 곳 곁에 책을 슬쩍 놓기를 꿈꾼다.


ㅅㄴㄹ


#ふまんがあります #ヨシタケシンス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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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 읽기 2021.9.24.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시마 고이치로 글/김정미 옮김, Kira, 2019.3.20.



인천 부평에 있는 〈북극서점〉으로 가는 날이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를 따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엊저녁부터 짐을 꾸린다며 싱글벙글 얼굴로 부산했다. 큰아이는 예전에 아버지 따라 어디로든 함께 움직이다가 요새는 큰고장에서 입가리개를 해야 할 뿐 아니라, 버스나 기차에서 오래도록 시달리기 싫어서 시골집에서 호젓이 논다. 작은아이는 둘레 여러 모습을 구경하면서 그림에 담기를 즐긴다. 두 아이한테 똑같이 말한다. “우리 이쁜 아이들아, 우리가 무엇을 보든 우리를 물들이지 못해. 우리가 스스로 파란하늘처럼 꿈을 안 그릴 적에는 물들지. 우리가 스스로 파란하늘에 푸른숲이란 꿈을 늘 마음에 품으면 어떤 곳이나 사람도 우리를 못 건드려.”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는 얼핏 뜻있으면서 어쩐지 목소리가 크구나 싶다. 책이름을 우리나라에서 바꾸었을까. 책을 사고파는 데도 책집이지만, 장만한 책을 건사해서 느긋이 누리는 보금자리도 ‘책집(책으로 가꾸는 집)’이다. ‘책’이란 ‘꾸러미’요, 숲에서 온 꾸러미이고, 삶이란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이다.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스스로 삶과 살림과 사랑을 읽는 이도 ‘책읽기’를 늘 한다고 여길 만하다. 종이만 들춰야 책읽기가 아닌 줄 알면, 누구나 책숲에 깃들었다고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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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3.


《푸른 끝에 서다 1》

 고영일 글·그림, 새만화책, 2009.7.20.



어제 나른 크고 넓은 책자리를 마당에 놓고서 작은아이하고 공치기(탁구)를 한다. 넓고 묵직한 책자리 하나쯤은 집으로 데려올 생각이었다. 공치기를 하는 판은 이 책자리를 넷 더해야 하나, 아이하고 가볍고 톡톡 공을 치기에는 이 하나로도 좋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바닥에 맞고 톡 튀어오른 공을 따라가며 맞추기가 만만하지 않으나 천천히 손에 익을 테지. 저녁에는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린다. 어제 외상을 진 가게에 갚으로 건다. 어제는 작은아이가 등짐을 꾸려 주었는데 쌈지만 빠뜨렸더라. 오늘은 쌈지를 잘 챙겨서 간다. 어두운 들길을 천천히 달리며 별바라기를 한다. 시골에서도 큰고장에서도 밤이라면 별바라기이지. 별을 몇 송이 보느냐는 안 대수롭다. 언제 어디에서나 뭇별이 우리를 감싸는 줄 알아채면서 하나하나 사랑하면 된다. 《푸른 끝에 서다 1》를 읽었다. 이 그림꽃책이 나온 2009년 무렵만 해도 싸움판(군대)은 떠올리기도 싫어 밀쳤으나 이제는 차분히 돌아본다.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내모는 싸움판이요, 안 멀쩡한 사람은 더 얼뜨기가 되도록 밀어넣는 싸움판이다. 싸움판은 싸움만 일으킬 뿐, 아늑길(평화)하고 멀다. 싸움연모로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거짓말이 참말로 거짓말인 줄 우리는 언제쯤 깨달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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