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2021.10.14.

곁말 3 난날노래



  서른 몇 살 무렵부터 ‘난날’을 세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느 하루만 난날이 아니라고 느꼈고, 한 해 모든 날이 새롭게 난날이자 ‘빛날’이고 ‘온날’이며 ‘사랑날’이라고 생각했어요. 둘레에서는 난날을 맞이해 영어 노래인 “Happy Birthday to You”를 “생일 축하합니다”로 바꾸어서 부르곤 하지만 이 노래도 영 마음에 안 들어요. 판박이요, 어린이는 ‘축하(祝賀)’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왜 어린이가 못 알아들을 말을 노래로 불러야 할까요? 저는 ‘난날노래’를 안 부르지만, 둘레 어린이한테 노래를 불러야 할 일이 있다면 “기쁘게 온 날, 반갑게 온 날, 사랑스레 온 날, 고맙게 온 날.”처럼 부르자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왔고, 반갑게 왔네. 사랑스런 ○○○, 고맙고 기뻐.”처럼 부를 수도 있어요. 모든 말은 스스로 쓰면서 둘레에 빛이나 어둠을 퍼뜨려요. 한결 어울리는 말은 즐겁게 생각하면 어느 날 문득 나타난다고 느낍니다. 난날노래를 부를 적에도 그때마다 다르게 손보면서 다 다른 우리 아이들하고 이웃하고 동무를 헤아리면 새롭게 말과 넋과 삶이 빛나리라 봅니다. 어린이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려는 마음이라면, 이렇게 태어난 말은 어른 삶터에서도 눈부시게 피어날 만합니다.


ㅅㄴㄹ


- 기쁘게 온 날, 반갑게 온 날, 사랑스레 온 날, 고맙게 온 날.

- 즐겁게 왔고, 반갑게 왔네. 사랑스런 ○○○, 고맙고 기뻐.

- 별에서 왔지. 꽃에서 왔네. 아름다운 ○○○, 기쁘게 왔어.

- 신나게 웃자. 노래하며 놀자. ○○○가 태어난, 고마운 오늘.

- 별처럼 노래해. 꽃처럼 춤을 춰. ○○○가 태어난, 기쁜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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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2021.10.14.

오늘말. 노란쪽


지난날에는 누구나 볏섬을 지고 쌀자루를 날랐으나, 어느 때부터인가 ‘섬·자루’ 같은 낱말이 ‘푸대·포대’나 ‘봉투’란  한자말에 밀립니다. ‘꾸러미’가 ‘세트’한테 쓰임새를 잃으며 ‘꾸리·꿰미’는 더더욱 설 자리를 잃으니, ‘천바구니’로 조금 살아난다 싶은 말씨도 ‘에코백’ 앞에서 힘을 못 쓰더군요. 우리말도 넉넉히 보따리요 넘실거리는 타래입니다. 일본 한자말에 노란쪽을 매기거나 영어에 빨간종이를 붙여야 하지 않아요. 노랑도 빨강도 검정도 풀빛도 파랑도 무지개처럼 어우러지는 빛종이로 삼아서 누리면 됩니다. 글월을 담아 글월자루에 글자루요, 실꾸리나 달걀꿰미뿐 아니라, 책바구니에 생각보따리에 이야기타래를 엮을 만합니다. 이웃나라에서 쳐들어와 우리말을 짓밟은 적이 있습니다만, 스스로 우리 살림을 사랑하지 않을 적에는 스스로 때려부수거나 짓찧는다고 느껴요. 모든 말에는 살림을 가꾸면서 사랑스레 펴는 삶이 흘러요. 고운 텃말을 살리는 길보다는 일바탕을 잡고 살림머리를 추스르는 밑자락으로 말빛을 살피기를 바라요. ‘노랗다’하고 얽히는 ‘노을·누리·높·너울·넉넉’으로 이으면 ‘너’도 ‘나’도 만납니다.


ㅅㄴㄹ


주머니·자루·꾸러미·꾸리·꿰미·바구니·보따리·타래 ← 봉투(封套)


노란종이·노란쪽·노랑종이·노랑쪽·노랑·노랑빛·노란빛·노랗다 ← 옐로카드


짓밟다·짓이기다·짓뭉개다·짓찧다·얻어맞다·두들기다·깨부수다·때려부수다·퍼붓다·쏟아붓다·쏟아지다·들이붓다·몰아붙이다·몰아세우다·몰아치다·휘몰아치다·마구·마구잡이·불벼락·벌떼 ← 융단폭격


일바탕·일터전·일터·일집·일자리 ← 근로여건, 근로조건, 근무여건, 근무조건, 노동여건, 노동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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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0.14.

오늘말. 즈믄해


땅을 다지듯 마음을 다집니다. 땅이 단단하도록 돌보듯 마음이 늘 단단하도록 다스립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말 한 마디부터 합니다. 부드러이 흐르는 이야기에는 스스로 나아가고픈 꿈을 고이 담기 마련입니다. 누가 해주기를 바라는 꿈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똑 떨어지기를 바라는 꿈이 아니에요. 두고두고 다독이면서 오래오래 이루면서 즐거울 꿈입니다. 반드시 이루겠다고 어깨에 얹는 짐이 아닌, 가만히 마음에 새기면서 돌아보려는 꿈입니다. 이 꿈은 하루아침에 이루기도 하고, 즈믄해가 걸리기도 합니다. 내내 답답하다가 어느 때에 확 피어나기도 하고, 내처 고단하다가 문득 눈을 뜨고서 노래하는 샛별로 일어서기도 하지요. 솜씨가 좋아야만 글님이나 노래님이 되지 않아요. 꽃솜씨가 아니어도 글꽃을 펴거나 노래꽃별이 될 만해요. 마음으로 아로새기고 참으로 기쁘게 하루를 누리는 발걸음이기에 언제나 차곡차곡 꿈길을 바라볼 만합니다. 오랫동안 가기도 하고, 깊이 보기도 하고, 아직 멀었다 싶기도 하지만, 곁다짐을 하면서 만날 새길이란 설레면서 빛난다고 느껴요. 천천히 밝혀 봐요. 스스로 지어 봐요.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한 걸음을 떼어 봐요.


ㅅㄴㄹ


다짐·다짐하다·곁다짐·말·말하다·밝히다·얘기·이야기·만나다·만남·하다·해주다·맺다·새기다·아로새기다·꼭·꼭꼭·반드시·참말·참말로·참으로 ← 약속


노래님·노래꾼·노래지기 ← 가수


노래별·노래샛별·노래꽃별 ← 인기가수


즈믄해·고이·마땅히·길이·깊다·한결같이·아직·언제까지나·그렇게·그토록·마냥·내처·내내·꼬박·노상·노·늘·두고두고·언제나·오래·오래오래·오래도록·오랫동안 ← 천년, 천년만년, 천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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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 2022, 2023 북스타트 선정작 글로연 그림책 21
이윤희 지음 / 글로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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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10.14.

그림책시렁 786


《걷다 보면》

 이윤희

 글로연

 2021.2.25.



  찰칵 하고 담는 틀은 모두 같습니다만, 이 찰칵이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빛이 다르게 스밉니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곳에 서서 찰칵 누른다고 하더라도 1/10초나 1/100초마다 다 다르게 빛살이 스며듭니다. 뚝딱뚝딱 똑같이 찍어낸 찰칵이인데, 이 틀을 쓰는 사람 손길에 따라 조금씩 빛결이 바뀌어요. 손길을 타면서 오직 하나만 있는 눈빛으로 나아갑니다. 붓하고 물감하고 종이도 그렇습니다. 처음 뚝딱 찍어낼 적에는 똑같았으나, 누가 건사하면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빛그림이 확 달라요. 《걷다 보면》은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걷다가 문득 만날 만한 빛살을 들려줍니다. 걷기에 보는 빛살이라지요. 그런데 요새는 바삐 걷는 사람이 많아서 “걷다 보면” 그냥 이 빛살을 만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천천히 걸어”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으면 못 봐요. 스스로 풀꽃나무스럽게 걸을 적에 비로소 풀빛에 꽃빛에 나무빛을 봅니다. 스스로 바람스럽게 걸어야 드디어 바람빛을 읽어요. 스스로 구름스럽게 걸어야 마침내 구름빛을 알아챕니다. 나무그늘하고 구름그늘은 다른데, 잿빛집이나 부릉이(자동차)가 내놓는 그늘도 다릅니다. 숨만 쉰대서 목숨이 아닌, 걷기만 한대서 느끼지 않는, 그러니까 푸르게 꿈꾸어야 숨쉬며 느끼는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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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 코끼리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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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10.14.

그림책시렁 785


《철사 코끼리》

 고정순

 만만한 책방

 2018.12.20.



  나하고 너는 다릅니다. 너랑 나는 달라요. 다르니까 다른 몸을 입을 뿐 아니라, 다르기에 이 몸에 다른 빛인 넋을 품습니다. 모든 목숨은 늘 하나이면서 둘입니다. 물을 떠올리면 알 만합니다만, 오늘 우리는 물하고 아주 떨어진 채 미워하기까지 합니다. 매캐하고 지저분한 푸른별을 말끔히 씻어 주려고 비가 오지만, 이 비를 ‘게릴라성’이라느니 ‘폭탄’이라느니 몰아세울 뿐 아니라, ‘산성비·방사능비’라는 이름까지 붙여요. 그렇지만 빗물이 돌고돌기에 이 푸른별은 목숨을 건사할 뿐 아니라, 모두 한몸이면서 다르게 나아가는 길인 줄 배웁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르기에 만나고, 만나고 싶기에 다른 삶을 짓습니다. 《철사 코끼리》에 나오는 아이는 쇠줄로 코끼리를 엮습니다. 쇠줄이나 살점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두 겉모습이자 옷이에요. 넋은 쇠줄에도 옷에도 깃들 수 있습니다만, 쇠줄이나 옷 스스로는 넋이지 않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한테 삶이며 죽음이며 몸이며 넋이며 마음이며 빛이며 어둠이 무엇이라고 얼마나 차근차근 들려줄 짬을 내면서 하루를 지을까요? 우리 숨결부터 찬찬히 짚지 않고서 어린이집에 맡기고 배움터로 떠밀고 그저 배움수렁에서 살아남도록 닦달하지 않나요? 틈을 놓거나 못 보기에 껍데기를 잡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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