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노래

책하루, 책과 사귀다 69 술배



  저를 처음 보는 어린이가 “왜 남자가 머리가 길어?”, “남자야? 여자야?”, “선생님은 주량 어떻게 돼요? 우리 엄마는 맥주 되게 좋아하는데.”, “와, 알통맨이다! 알통맨이야! 선생님 알통 어떻게 키웠어요?” 하고 묻더군요. 집에서 어버이가 늘 보이거나 말하는 결에 따라 어린이 생각이 고스란히 자랍니다. 어린이는 왜 머리카락에 따라 순이돌이(남녀)를 가를까요? 집에서 어버이가 그렇게 사람을 가르거든요. 설거지나 빨래를 하는 사내를 처음 보는 어린이도 “왜 남자가 설거지를 해?”, “왜 남자가 빨래를 해?” 하고 묻습니다. 스무 살이 되도록 부엌칼을 쥔 적이 없거나 밥을 차린 적이 없는 젊은이를 만나고, 짝이 있고 아이를 낳았으되 서른 살이 넘도록 걸레를 빨아서 바닥을 훔친 적이 없는 분도 만나는데, 이러한 삶길에 서면 어린이는 어버이한테서 무엇을 배울까요? 걸어다닌 적이 없고, 골목놀이를 한 적이 없고, 아름다운 그림꽃책(만화책)을 쥔 적이 없고, 풀꽃하고 말을 섞은 적이 없고, 맨발로 풀밭을 거닌 적이 없고, 빗물을 혀로 받아서 먹은 적이 없는 어린이는 무엇을 물어보고 생각할 만할까요? 술배(주량)를 묻는 아이한테 빙그레 웃으며 “즐기고 싶은 만큼만 마셔.” 하고 얘기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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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곁말 18 별님



  둘레에서 어떤 말을 쓰든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다 어느 낱말을 쓰더라도 굳이 따라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잘 안 쓰더라도 마음으로 와닿는 말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 쓰는 낱말이라지만 스스로 사랑을 담아서 즐겁게 짓곤 합니다. 둘레에서는 ‘장애인·장애아’ 같은 낱말을 쓰지만, 저는 이런 낱말을 안 써요. 제 나름대로 새말을 지었어요. 먼저 ‘별님’이나 ‘별아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별순이·별돌이’나 ‘별빛아이·별빛사람’ 같은 낱말도 지어서 써요. 저는 이 ‘별님·별아이’라는 이름을 ‘스타·에이스·히어로·신데렐라·천사·인재·영웅’을 가리킬 적에도 씁니다. ‘인디고 아이들’을 가리킬 적에도 함께 써요. 문득 생각해 보니, 둘레에서는 ‘발달장애아’ 같은 이름을 쓰기도 하던데, 저는 이 아이들한테 ‘어린별님·어린별꽃·어린별이’ 같은 이름을 새롭게 지어서 불러요. “어린별님은 오늘 무엇을 보았니?” “어린별꽃은 어제 무슨 놀이를 했어?” “어린별이는 풀꽃나무랑 어떤 말을 속삭였을까?” 하고 혀에 얹습니다. 겉으로 눈부신 별이 있습니다. 속으로 환한 별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앞장서는구나 싶은 별 곁에, 한결같이 고요히 밝은 별이 있어요.


별님 (별 + 님) : 1. 별을 높이거나 포근하게 여기거나 느끼면서 가리키는 이름 2. 아름다우면서 눈부신 사람 3. 겉으로는 크거나 대단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로는 밝으면서 맑은 숨빛을 품은 사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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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1.16.

오늘말. 빌려쓰다


하지 않을 사람한테는 아무리 을러대더라도 시킬 수 없습니다. 주먹을 휘두르면서 내몬다면 어찌어찌 억지로 하는 시늉을 보이겠지요. 다그치면서 으르렁하면 얼핏 무서워하면서 고분고분 따를 테고요. 윽박으로는 무엇을 지어낼까요? 몰아붙여서 올려세우는 모든 것은 살림길이 아닌 죽음길로 나아가지 싶습니다. 차근차근 살피면서 상냥하게 어깨동무하기를 바랍니다. 그대로 살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맞잡기를 바라요. 모자라면 빌려쓰면 돼요. 넉넉하면 나누면 돼요. 도리기를 하면서 하루가 즐겁고, 가없이 노래하는 잔치판 같은 일판으로 일구기에 서로 찾아가고 찾아오면서 반갑습니다. 일손을 얻으면서 일손을 돌려줍니다. 손길을 받으면서 손빛을 건넵니다. 들풀이 죄 스러지는 겨울 어귀에 새삼스레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동백나무가 있습니다. 흰눈이 송두리째 덮는 겨울을 기다리면서 찬찬히 온힘을 그러모은 숨빛이 꽃빛으로 이어가는구나 싶어요. 동백꽃 곁에 앉는 동박새를 찾습니다. 마당으로 나가서 찬바람을 시원하게 쐽니다. 비바람은 들을 샅샅이 훑으며 지나간다면, 눈바람은 들을 몽땅 보듬으면서 겨울잠으로 나아갑니다.


ㅅㄴㄹ


으르다·을러대다·몰아세우다·몰다·몰아붙이다·내몰다·다그치다·닦달·딱딱거리다·윽박·으름장·주먹·주먹다짐 ← 협박


꾸다·빌리다·빌려쓰다·얻다·받다·도르다·도리기 ← 대여(貸與), 대부(貸付)


모두·모조리·몽땅·온·온통·다·끝까지·가없이·끝없이·꾹꾹·싹·송두리째·통째로·낱낱이·샅샅이·죄다·죄·남김없이·숨김없이·고스란히·곧이·구석구석·그대로 ← 전(全), 전부


빼내다·찾다·나가다·빠지다·뽑다·찾아가다·찾아오다 ← 인출(引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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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주주브 웅진 세계그림책 64
앤 윌즈도르프 지음, 이정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1.11.16.

그림책시렁 712


《소중한 주주브》

 안느 빌스도르프(앤 윌즈도르프) 글·그림

 이정임 옮김

 웅진주니어

 2001.2.25.



  새로 나오는 그림책도 반갑지만, 곁에 두고 되읽는 그림책도 반갑습니다. 곁님도 아이도 없던 무렵에 혼자 누리던 그림책을 이제는 곁님하고 아이랑 함께 즐기는데, 어느 그림책은 스무 해가 흘러도 사랑받고, 어느 그림책은 어느 즈음에 판이 끊어집니다. 펴냄터 ‘웅진주니어’는 아름책을 한때 꽤 펴내었으나 어쩐지 쉬 판을 끊더군요. 새책을 밀려고 오래책을 자른달까요. ‘Jujube’라는 이름으로 수수하게 태어난 그림책은 2001년에 《소중한 주주브》로 나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나고자란 분이 아프리카 아이들 마음을 담은 이 그림책은 아홉 아이가 돌보는 ‘새 아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를 아홉 낳은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한테서 삶과 살림을 배우면서 사랑을 깨달았지 싶습니다. 아홉 아이는 저마다 어머니한테서 삶과 살림을 물려받으면서 새빛으로 사랑을 속삭였구나 싶어요. 삶·살림·사랑은 가르치지 못합니다. 그저 누리다가 문득 눈빛을 틔워 받아들이고 북돋웁니다. 배움터에서 ‘성교육’을 하지만 ‘사랑길’이지는 않아요. 배움터도 마을도 집도 그저 삶하고 살림을 나누는 하루라면 시나브로 아이어른 모두 사랑을 깨달을 텐데, 좀처럼 이 길로는 안 갑니다. 아기는 모두 아기요, 모든 숨결은 맑게 빛나며 곱습니다.


ㅅㄴㄹ

#AnneWilsdorf #Juj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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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는
이토우 히로시 지음 / 그린북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1.11.16.

그림책시렁 711


《구름이는》

 이토우 히로시

 이소라 옮김

 그린북

 2003.2.25.



  지난 보름 사이에 구름잔치를 누렸습니다. 구름놀이는 언제나 있습니다만, 시월이 저물고 십일월로 들어서는 보름 사이에 하늘이 쨍쨍 빛나다가 구름이 와락 몰려들어 벼락비를 뿌리다가, 다시 구름이 사라졌다가 또 소나기를 좍 뿌리는, 이런 날씨가 잇달았어요. 하늘을 갑작스레 잔뜩 덮은 구름을 보며 내내 비가 오려나 했으나 감쪽같이 사라지고는 어느새 슬금슬금 구름밭이 되는 하늘은 우리더러 함께 바람을 마시면서 놀자고 불렀구나 하고 느낍니다. 《구름이는》은 책이름처럼 구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늘에서 파랗게 날면서 노는 구름을, 이러다가 뭍으로 찾아드는 구름을, 어느새 온갖 모습으로 거듭나는 구름을, 어린이 곁에서 놀이동무로 지내는 구름을 보여주어요. 구름은 바라보기만 해도 아늑합니다. 구름은 지켜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푸른별이 태어나고부터 구름은 똑같은 무늬나 크기나 모습인 적이 여태 없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요. 숱한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데, 똑같은 삶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 다른 구름을 틀에 짜맞출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사람을 틀에 가둘 수 없어요. 그런데 2021년 이 나라는 ‘백신패스’란 이름으로 다 다른 사람을 돌림앓이판에 가두려 합니다. 부디 구름빛을 보기를 빕니다.


ㅅㄴㄹ

#いとうひろし #くもく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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