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구름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1.11.28.

만화책시렁 379


《하얀 구름》

 이와오카 히사에

 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07.9.5.



  숨빛이 아닌 사람이 없고, 숨결이 아닌 풀꽃나무가 없습니다. 짐승도 헤엄이도 새도, 모두 똑같이 숨소리입니다. 눈을 감고서 바라보면 모든 숨빛을 찬찬히 느낄 만합니다. 귀를 닫고서 들으면 모든 숨결을 알아차릴 만합니다. 몸짓을 멈추고서 마주하면 모든 숨소리가 스며듭니다. 숨은 겉으로 흐르지 않아요. 언제나 ‘빛깔없는 바람’으로 우리 곁에 늘 있다가, 속으로 살며시 깃들어 구석구석 감돌고서 살그마니 빠져나와 ‘파랗게 빛나는 하늘’로 돌아갑니다. 《하얀 구름》은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 어떤 바람(또는 하늘이나 구름이나 빛)이 있는가 하고 돌아보면서 담아낸 그림꽃입니다. 정갈합니다. 요즈막 우리 누리그림(웹툰)은 이 그림꽃이 펼쳐 보이는 붓결이며 마음결을 읽어내기를 빕니다. ‘좋다가 싫으며 다투는 짓’은 사랑하고 아주 멀어요. 사랑이라는 빛에는 ‘좋고 싫음·옳고 그름·맞고 틀림’이 없습니다. 누구를 좋아한다면 누구를 싫어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누구를 사랑한다면 스스로 미움이나 싫음이나 꺼림을 부드러이 녹였다는 뜻입니다. 구름은 왜 흰빛으로 보일까요? 구름이 물방울인 줄, 바다에서 아지랑이로 피어나고 숲에서 살살 올라온 물방울인 줄 어느 만큼 느끼나요? 물방울은 왜 해를 닮은 흰빛일까요?


ㅅㄴㄹ


‘어째서 밤이면 깜짝 놀라는 일이 생기는 거야? 베개 군, 그게 왜 그런 거야? 밤의 어둠이 무섭지만 가끔 포근하다는 기분도 들어.’ (25쪽)


‘나는 마당 한구석에 묻혔다. 나를 묻을 때 할아버지는 그 페트병을 내게 주었다. 그걸 가지고 할머니를 만나러 가야지. 할아버지의 소중한 물건.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만진 물건.’ (51∼52쪽)


“저기 있잖아, 아래층 꽃님∼. 저기요∼. 들어주세요. 우리, 엄마가 됐어요! 우린 쭈글쭈글해지겠지만 새로 태어날 거예요∼.” (126쪽)


“행복이란 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내게 다가오지 않는 거구나라고요. 저요, 지금 행복해요.”(1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티 선생님 1
유쿠에 타카나 지음, 김완 옮김, 티 선생님 원작 / 삼양출판사(만화)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만화책 2021.11.28.

만화책시렁 380


《티 선생님 1》

 티 선생님 이야기

 타카나 유쿠에 그림

 김완 옮김

 삼양출판사

 2020.8.24.



  제 어릴 적은 몇 가지가 모여서 하루를 이룹니다. 첫째, 심부름. 둘째, 놀이. 셋째, 꾸지람을 듣거나 얻어맞기. 넷째, 벅찬 짐(숙제). 아이답게 놀 만한 터전이었나 하고 돌아보면 조금도 아니었을 텐데, 심부름하고 꾸지람하고 짐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놀 틈을 비집고 마련하려 했습니다.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놀이로 터져나왔달까요. 《티 선생님 1》를 들여다봅니다.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를 단출히 그러모읍니다. 웬만한 이야기마다 ‘서로 좋아하기’로 얽혀 틀에 박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아이답게 노는 하루를 그릴 적에는 반짝이는 말과 생각이 흐릅니다. 마땅하게도 아이들인 신나게 놀 적에 눈부시게 자랍니다. 아이들은 놀이가 막힐 적에 ‘애어른’이 되고 말아 웃음도 기쁨도 사라진 채 시커멓습니다. 어른도 이와 같아요. 노닥질이 아닌 놀이를 누리면서 일하는 어른일 적에 비로소 눈부시게 살림을 꾸리면서 말빛도 웃음빛도 노래빛도 반짝여요. 놀이가 없이 일만 하기에 노닥질에 기울면서 그만 스스로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어른이지 싶습니다. 놀이란, 아이한테만 삶밥이지 않습니다. 놀이란, 모든 어른한테도 삶밥입니다. 노닥질 아닌 놀이입니다. 즐거이 몸을 놀리는 삶일 적에 온누리가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선생님, 어떤 집에 살고 싶어?” “성처럼 커다란 집에 살고 싶어.”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집에 살고 싶은데.” (35쪽)


“선생님, 어떡하면 어른이 돼?” “으음, 스무 살이 되면?” “‘아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아닐까?” (69쪽)


“이래서 여자애들은 싫어.” “‘여자애’라고 다 똑같이 보니까 안 되는 거야. 한 명 한 명 다르다구.” (94쪽)


“선생님, 어른들의 ‘잠깐만’하고 애들의 ‘잠깐만’은 다른 거 같아.” (11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1.11.27.

숨은책 581


《국민학교 국민교육 헌장 풀이 5·6학년》

 문교부 엮음

 동아교과서주식회사

 1970.6.1.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배움칸마다 ‘나라지기(대통령) 얼굴·태극기·배움터 어른(교장) 얼굴’을 칠판 위쪽에 나란히 붙였습니다. 나라지기가 인천에 온다고 하면 어린이는 경인고속도로 앞으로 나가 우르르 줄을 서서 한나절(4시간)을 태극기를 흔들며 기다렸어요. 날마다 길잡이(교사)는 아무나 몇씩 찍어서 ‘애국가 외우기·국민교육헌장 외우기’를 시키고, 한 마디라도 어긋나거나 더듬으면 바로 뺨을 갈기고 골마루에 나가서 한 시간 동안 손을 듭니다. 박정희 때가 아닌, 전두환 때 이야기입니다. 2021년 11월 23일에 전두환이란 할배가 저승길로 갔습니다. 광주를 총칼로 짓밟은 막놈으로만 떠올리는 분이 많으나, 그이가 나라지기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어린이·푸름이는 언제나 숨죽이고 억눌리고 얻어맞고 막말을 들으면서 시름에 잠겼습니다. 그 할배는 광주뿐 아니라 온나라 사람한테, 누구보다 어린이·푸름이한테 엎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무렵 어린이·푸름이를 때리고 괴롭히고 막말을 일삼고 짓누른 숱한 어른도 나란히 엎드릴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두머리 한 놈만 있는 총칼나라가 아닌, 밥그릇을 챙기려고 빌붙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국민학교 국민교육 헌장 풀이 5·6학년》을 들추며 새삼스레 서글픕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1.11.27.

숨은책 579


《漢文の學び方 考へ方と解き方(新訂第四版)》

 塚本哲三 글

 考へ方硏究社

 1919.4.25.첫/1941.6.20.166벌



  우리는 한글을 씁니다. 우리끼리 조용히 산다면 한글로 넉넉합니다. 이웃나라를 사귈 적에는 바깥말글(영어·한문)을 익혀요. 사투리는 고장이며 마을마다 다릅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하고 이웃이 사는 마을은 삶터가 다르니 말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이웃이 사는 고장이라면 말씨도 삶결도 훨씬 다르고, 이웃이 사는 나라라면 더더욱 벌어집니다. 《漢文の學び方 考へ方と解き方》은 1919년에 첫벌을 찍고 1941년에 166벌을 찍었다는데, 그 뒤로도 엄청나게 찍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문을 배우는 길, 생각하고 푸는 길”이라는 책은 배움책(참고서)인데, 글을 쓰며 한자나 한문을 몰라서는 안 될 옆나라 일본사람으로서는 종이가 마르고 닳도록 펴면서 배워야 했겠지요. 우리는 중국을 섬기던 조선 500해에, 옆나라 일본한테 짓눌리며 따르던 마흔 해 가까운 나날을 보냈어요. 이 사슬도 저 굴레도 푼 지 일흔 해가 지나는 사이, 우리 글살림은 얼마나 피었을까요? 한문 배움책을 쓴 일본사람은 ‘일본글 = 國文’이라고 또렷이 밝힙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국어국문학’ 같은 이름을 못 떨칩니다. ‘국어’도 ‘국문’도 옆나라가 총칼로 찍어누르며 퍼뜨린 말씨인 줄 알아차리지 않으면 ‘한글살림·한글꽃’은 피어나기 어렵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1.11.27.

숨은책 578


《木賊 內二十二ノ三》

 觀世元滋 訂正

 檜大瓜堂

 1923.8.15.



  헌책집을 다니다가 “무슨 책일까?” 궁금해서 집어들어 펴다가 놀라는 책이 꽤 됩니다. 《木賊 內二十二ノ三》은 일본에서 나온 책입니다. 곱게 엮었고 종이가 반드르르하며, 꾸밈새가 정갈합니다. 그나저나 ‘木賊’이 뭘까 싶어 살피니 ‘속새’란 풀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요, 일본에서는 ‘쇠뜨기’를 가리키기도 한다더군요. 그렇지만 수수께끼는 아직 못 풉니다. ‘손질(訂正)’을 했다는 ‘觀世元滋’가 누구인가 찾아봅니다. ‘노가쿠(能)’를 하고 노가쿠 이야기를 글로 갈무리해서 책으로 여미었다는 ‘칸제 모토시게(かんぜ もとしげ 1895.12.18.∼1939.3.21.)’란 사람이라고 합니다. 《木賊 內二十二ノ三》은 우리로 치자면 ‘판소리 밑글(대본)’이라 하겠어요. 우리로서는 시큰둥할 만한 책이지만, 이웃나라로서는 값진 책이지 싶습니다. 일본 국회도서관은 엮은이가 선보인 《木賊》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갈무리(스캔)해서 올려놓았더군요. 우리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도 ‘판소리 밑글’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올려놓았을까요? 고장마다 다르게 했을 소리를, 사람마다 다르게 펼쳤을 판소리를 얼마나 찾아서 들을 만할까요? 한켠은 부러운, 다른켠은 부끄러운 우리 민낯 가운데 하나일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