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2021.11.28.

곁말 22 시골사람



  낱말책에 ‘서울사람·시골사람’이 없습니다. ‘시골내기·서울내기’란 낱말이 있으니 없을 만할까요? ‘-내기’를 붙인 말씨도 퍽 쓰지만, ‘-사람’을 붙인 말씨를 훨씬 자주 쓸 텐데요. 고장이름을 붙여 ‘창원사람·화순사람’이라든지, 나라이름을 붙여 ‘네팔사람·폴란드사람’처럼 수수하게 씁니다. 이때에는 굳이 띄어쓰기를 할 까닭이 없다고 느낍니다. 붙여쓰기일 적에 알아보기 나아요. 저는 인천에서 나고자랐기에 인천사람이기도 하지만,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시골로 옮겨 꽤 오래 살아가기에 시골사람이기도 합니다. 인천에서 살 적에는 ‘골목사람’ 같은 이름을 짓기도 했습니다. 잿빛집(아파트) 아닌 골목마을에서 살았거든요. 앞으로는 숲사람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는데, 오늘 지내는 터전이 시골이다 보니, 이 시골은 어떤 자리인가 하고 되새기곤 합니다. 서울에서 멀기에 시골인가요? 서울사람이 배냇터를 그리는 데가 시골인지요? 시골은 모름지기 밥옷집이란 살림을 누구나 손수 지어서 누리는 터요, 숲이며 들이며 내에 바다나 멧골을 품은 삶터를 가리킨다고 느낍니다. ‘시골 = 손수짓기’라면 ‘서울 = 장사마당’이라 할 만해요. 시골은 살림집이 띄엄띄엄이고, 서울은 살림집이 겹겹에 다닥다닥이며 가게가 넘쳐요.


ㅅㄴㄹ


시골사람 (시골 + 사람 / = 시골내기) : 1. 숲·들·내·바다가 있으면서 물·바람이 맑고 해가 좋아, 삶·살림·사랑을 손수 짓는 터에서 태어났거나 살아가는 사람. 2. 시골에서 살거나,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 3. 서울·큰고장(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거나 살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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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1.28.

헌책집 언저리 : 책집 앞길



  마을책집을 처음 빛꽃으로 담을 적에 이 말 저 말 들려주는 어르신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찍으라고도 하고, 저렇게 찍으라고도 하셨어요. “네, 그렇군요.” 하면서 이 여러 어르신이 들려주는 말씀대로는 아예 안 찍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눈길로는 그 어르신이 손수 찍으면 되거든요. 도움말(훈수)이 싫지 않아요. 그저 여러 어르신은 제가 왜 마을책집을 빛꽃으로 담으려고 책값을 아껴 가면서 필름을 장만하고, 또 종이로 빛꽃을 뽑아서 책집지기님한테 꼬박꼬박 드리는가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사진작가’가 될 마음이 없이, ‘사진으로 돈이나 이름을 벌’ 생각이 없이, ‘멋있는 사진을 선보일’ 뜻이 없이, 마을이 이렇게 아름답게 책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찰칵찰칵 눌렀습니다. 언제나 어느 책집을 찾아가든, 먼저 아주 먼 곳부터 찰칵 담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를 테지만 저는 깨알만큼 작은 책집 알림판을 알아보고서 ‘깨알만큼 작은 글씨’를 담습니다. 이러면서 몇 발짝씩 다가가며 새로 담고, 책집 앞에서 반듯하게 마주보며 찍고, 책집을 지나쳐 옆길로 들어서서 찍습니다. 책집 둘레에서 찰칵이를 들고 움직이면 “뭐 대단한 거라도 있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분이 많습니다. 네, 저한테는 대단하지요. 바로 여기에 책집이 있거든요. 어느 모로 본다면 “오늘은 그냥 지나치시지만, 이다음에는 이 책집을 알아보고 나들이를 해보시라는 마음”으로 책집 곁에서 앞길 모습을 느릿느릿 찍었다고도 하겠습니다.


ㅅㄴㄹ


사진 : 서울 삼우서적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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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11.28. 문득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조금 더 생각을 모아서 추스르면 되겠네 싶으나 “아니야, 넘기자.” 하고 여기면서 하루이틀이나 사나흘이나 보름이나 달포를 묵히는 글이 수두룩합니다. 넘기는 글이 수두룩하듯 오늘쯤 느낌글을 매듭지을까 생각하다가 “아니야, 지켜보자.” 하고 여기면서 몇 해째 자리맡에 쌓은 책이 멧더미입니다.


  기다리는 글하고 책을 서둘러 갈무리하지는 않습니다. 맞춤한 때에 알맞게 갈무리하더군요. 속낯도 민낯도 매한가지예요. 때가 되면 속낯이 환히 드러나고, 곳이 되면 민낯이 불거집니다.


  낮나절에 모로 누워서 하루쓰기를 하다가 “민낯을 본대서 나쁘게 여길 까닭도, 그렇다고 좋게 감쌀 까닭도 없다”는 대목을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남을 볼 일이 아닌 우리 길을 그릴 노릇이니까요. ‘남획’이란 한자말을 풀어내다가 보름 남짓 묵히는데, 곧 끝내겠지요. ‘규모’란 한자말을 가볍게 풀려는데 마음에서 “아니야, 더 살펴.” 하는 소리가 들려 보기글을 하나둘 모으는 사이에 ‘규모’란 한자말을 사람(어른)들이 얼마나 엉터리로 아무 데나 쓰는가를 한결 넓게 들여다보았습니다. 한자말 ‘치사’는 네 가지로나 쓰지만, 넷 모두 쉽고 부드러이 쓸 우리말이 버젓이 있어요.


  말이란, 우리 생각을 비추는 마음입니다. 아무 말이나 쓴다면, 스스로 익숙하다고 여겨 어느 낡은 말씨를 붙잡는다면, 이이는 낡은 굴레를 마음에 씌우는 셈입니다. 바른말을 들려주는 이웃이나 동무가 없기에 스스로 쳇바퀴에 갇히는 분도 많지만, 바른말을 꺼리거나 자르거나 손사래치거나 싫어하거나 미워하기까지 하면서 스스로 수렁에 잠기는 분도 참 많습니다. 바르게 생각할 적에 마음에 별빛이며 햇빛을 바를 수 있어요. 바르게 생각하려고 말을 가다듬기에 밝게 트이는 마음으로 나아가고요.


  우리말 ‘말·마음’이 말밑이 같고, ‘바르다·밝다’가 말밑이 같습니다. ‘말·마음’은 ‘물’로 말밑이 뻗고, ‘바르다·밝다’는 ‘별’로 말밑을 잇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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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겨울이란 (2021.2.28.)

― 부산 〈주책공사〉



  달종이가 2월에서 3월로 가기에 겨울이 저물지 않습니다. 달종이가 11월에서 12월로 가더라도 겨울로 접어들지 않습니다. 철은 바람을 따라서 흐르고, 철빛은 들꽃하고 나뭇잎 사이로 퍼집니다. 사람들이 보금자리에 마당이 있다면, 손수 돌보는 나무하고 풀꽃을 마주하면서 철을 읽어요. 사람들이 마당이 없이 켜켜이 쌓은 똑같은 잿빛집에서 지낸다면, 마루에 꽃그릇을 잔뜩 놓더라도 철을 읽지 못합니다.


  철은 바람빛으로 스밉니다. 철바람은 풀잎에 깃듭니다. 풀빛은 철마다 다르게 물듭니다. 빛살은 언제나 새롭게 우리한테 찾아듭니다. 사람들이 시골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림집을 짓고서 아이를 낳아 돌보던 무렵에는 달종이도 때바늘(시계)도 없이 하루를 읽고 철을 알았어요. 사람들이 시골을 버리고 서울·큰고장에서 돈을 벌기로 하면서 달종이를 보고 ‘모든 다른 날’을 ‘모두 똑같은 셈(숫자)’으로 짜맞추어서 움직이는 틀에 스스로 사로잡혔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스스로 날·하루·때·철을 읽던 지난날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뛰놀면서 날씨를 알았고, 철을 읽었으며, 때를 가누고, 하루를 누렸어요.


  문득 부산으로 건너와서 하룻밤을 보냈고, 고흥으로 돌아가기 앞서 〈주책공사〉를 들릅니다. 날마다 책으로 새롭게 살림을 지피는 이곳은 ‘부산으로 치면 옛골목’이라지만 ‘시골로 치면 복닥골목’입니다. 거리마다 줄줄이 가게가 잇닿고, 길에는 부릉부릉 끊이지 않으며, 오가는 걸음이 부산스럽습니다.


  책집 앞에서 겨울햇살을 느끼고서 조용히 들어섭니다. 책집 미닫이를 열고 들어서면 새누리로 한 발짝 옮긴다고 느낍니다. 책이 있기에 새누리로 가기도 하지만, 책을 쓰다듬는 손길이 있어서 새누리로 갑니다. 책을 잇는 손빛을 헤아리면서 새누리로 성큼 나아갑니다.


  오늘 〈주책공사〉로 찾아가자고 생각하면서 새벽에 ‘바람’이란 이름을 붙여 노래꽃을 한 자락 지었습니다. “모든 틈에 흐르는 / 모든 들에 퍼지는 / 바람 한 줄기는 / 숨을 살리네”로 첫머리를 엽니다. 들에는 들바람이 있고, 숲에는 숲바람이 있고, 책집에는 책집바람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흐르는 피 한 방울은 하늘바람을 먹고서 싱그럽습니다. 모든 책에 서리는 이야기 한 자락은 눈빛을 먹고서 새롭습니다. 모든 길에 마주치는 이웃살림이며 이웃마을은 노래를 먹고서 즐겁습니다.


  겨울에 겹겹으로 꿈을 그립니다. 봄을 떠올리며 거듭거듭 꿈을 품습니다. 얼어붙는 겨울이기에 눈을 꾹꾹 뭉쳐 눈놀이를 하고 눈사람을 굴려요. 겨울이기에 새하얗게 눈망울을 밝히며 눈빛을 듬뿍 머금습니다. 


ㅅㄴㄹ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박지원, 싸이드웨이, 2019.12.5.)

《행운분식 연중무휴 24시》(이은주, 인디펍, 2020.4.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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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아이들은 (2021.4.23.)

― 포항 〈민들레글방〉



  어른들은 갈 곳이 많습니다. 어른들은 돈을 벌어서 쓰니까 이곳도 가고 저곳도 갑니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돈을 받아야 어디인가 갈 만하지만, 아이 스스로 다닐 만한 데는 마땅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오락실’이었다면 요새는 ‘피시방’일 텐데, 이곳은 아이한테 얼마나 즐겁거나 밝은 터전일까요? 아이한테 맞추는 곳은 없이 오직 어른한테만 맞추지 않나요?


  지난날에는 마을 곳곳에 빈터가 있고 골목이 있어 아이들이 숨을 돌리거나 놀 틈을 찾았습니다. 지난날에는 서울·큰고장에도 풀숲이며 나무에 냇가가 있어 들놀이를 스스로 누릴 만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어디이든 부릉이가 뒤덮고 빈터란 아예 없으며 나무도 냇가도 아이한테 트인 자리하고 멉니다.


  포항 〈달팽이책방〉 곁에서 〈민들레글방〉은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느긋이 머물면서 책으로 쉴 만한 터전이지 싶습니다. 그림책도 꽃글책(동화책)도 넉넉하지만, 책집 앞에 빈터가 있고, 책집 곁 빈집이 돌보던 텃밭이 있어 풀내음·꽃내음을 살짝 누릴 만합니다. 여기에 나무 몇 그루 우람히 선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책만 읽어서는 슬기롭게 자라지 않습니다. 햇볕에 타서 까무잡잡한 살갗이 되고, 마음껏 뛰놀며 구슬땀을 흘리다가 문득 쉴 참에 책을 펼 수 있다면 슬기롭게 자랍니다. 나라 곳곳에 책숲(도서관)이 꽤 들어서는데, 마당을 널찍하게 두면서 아이도 어른도 맨발로 실컷 뛰놀고 나무를 타며 풀밭에 드러누워 낮잠을 누릴 만하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데는 아직 하나도 없다고 느낍니다.


  책은 책대로 살뜰히 살피고 건사하고 솎아서 아이한테 건넬 어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배움수렁이 있는 탓에 어린이한테 아름책만 베풀려는 펴냄터만 있지 않아요. 또한 나라(정부)가 꾀하는 틀대로 길들이려는 책으로 장사하는 펴냄터도 있어요. 이런 갖은 책을 어른·어버이가 눈을 밝게 뜨고서 가려내어야 아이들이 새록새록 배울 만합니다.


  마을 한켠에 아이들이 뛰놀다가 쉬면서 책을 쥘 만한 터전을 일구는 어른이 있다면, 이 마을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은 목돈으로 가꾸지 않아요. 마을은 아이를 사랑하는 숨결로 가꿉니다. 마을은 삽차가 부릉부릉하면서 뭘 뚝딱뚝딱 세워야 살아나지 않습니다. 마을은 슬기로이 살림짓는 어른·어버이가 오롯이 사랑이란 마음으로 아이를 품고 돌보면서 함께 배울 적에 비로소 살아납니다.


  아이한테 책을 읽히기 앞서 한나절 뛰놀 틈을 내요. 아이한테 글을 가르치기 앞서 풀밭하고 숲하고 바다하고 들하고 냇가를 실컷 누빌 짬을 내요.


ㅅㄴㄹ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다라 매커널티/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3.25.)

《살아 있는 모든 것들》(신시아 라일런트/부희령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5.4.18.)

《내 안에 나무》(코리나 루켄/김세실 옮김, 나는별, 2021.4.7.)

《마사이족의 영혼》(로라 버클리/송호빈 옮김, 주니어북스, 2010.5.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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