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72 알기 앞서



  알았기 때문에 “알기 앞서”를 생각합니다. 알지 않았으면 “알기 앞서”가 없습니다. 모르던 때에는 늘 “모르는 오늘하고 어제”만 있을 뿐 “모르기 앞서”조차 없어요. 다만 “모르기 앞서”라 한다면, 모르는 줄조차 모르던 때라면, 아직 이곳에 태어나지 않고서 푸른별을 떠도는 조그마한 빛씨앗이라고 하겠지요. 알았기 때문에 “알기 앞서”가 있고, “알기 앞서·알고 나서”가 나란히 있는 터라, 어느덧 한 뼘이 자란 마음을 마주할 만합니다. 무언가 알아낸 우리는 “알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안 하기”도 하지만 “알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새롭게 하기”도 합니다. “알았기 때문에 알기 앞서처럼 군다면 어떻게 새길이 나는가를 미리 어림”하기도 하는데, 알기 앞서처럼 굴더라도 오늘과 똑같은 길을 가지는 않더군요. 몰랐어도 알았어도 우리가 나아가는 삶이라는 길은 늘 달라요. “알기 앞서로 돌아가지 못하는 줄 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알기 앞서로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는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늘 마음에 따라 다르고, 마음에 심는 생각에 따라 다르니까요. 아이가 넘어지고 깨지고 다치면서도 씩씩하게 자라는 하루를 늘 지켜보노라니, “알다·알기 앞서·모르다”는 모두 우리 스스로 친 그물이더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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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2021.12.3.

오늘말. 새롬이


나라일은 나라지기한테 맡긴다고 합니다만, 어린이한테 맡기고 어른은 곁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거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는 오직 ‘일을 일답게 하는가’ 하나를 살피겠지요. 앞에서 내세우는 말하고 뒤에서 하는 짓이 다른 이는 어른뿐이거든요. 벼슬판에 나오는 새내기라고 해서 참말 처음내기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꼬마둥이일 적부터 차근차근 곁다짐을 지키면서 슬기롭고 참하게 목소리를 낸 분이 아니라면 우리한테 꽃사람이나 보임꽃이 될 만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기에 나라일을 안 해야 하지 않아요. 배움어른이요 익힘어른이라면, 배움꽃이자 익힘꽃이라면, 나이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 오롯이 사랑이라는 숨빛으로 슬기롭게 길을 열려고 나서는 이야말로 새롬이요 나라빛이며 참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보기로 삼을 사람이 일을 해야겠지요. 거울을 보며 티끌이 없는 사람이 일을 맡아야겠지요. 티없는 사람이 없다면 아예 모든 일을 멈추면 어떨까요? 해맑은 사람이 풋풋하게 나올 때까지 나라를 멈추고, 배움터를 그치며,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고 갈고닦으면서 새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일꾼입니다.


ㅅㄴㄹ


새내기·새롬이·새사람·새롭다·첫내기·처음내기·꼬마·꼬마둥이·병아리·햇병아리·풋풋하다·풋내기·글병아리·글새내기·어리다·어린이·아이 ← 신인작가, 신진작가


다짐·곁다짐·다짐글·다짐말·내세우다·밝히다·밝힘말·말·목소리·목청·소리·외침 ← 공약(公約), 매니페스토(manifesto)


거울·보기·꽃보기·꽃순이·꽃돌이·꽃사람·배움꽃·배움빛·배움어른·익힘꽃·익힘빛·익힘어른·보임빛·보임별·보임꽃·보임님·아름보기·참빛·참꽃·참길 ← 귀감,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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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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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12.3.

그림책시렁 831


《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권남희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1.4.1.



  아이가 싫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싫다’를 언제 배웠을까요? 아이가 밉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밉다’를 어디에서 보았을까요? 아이가 투덜거립니다. 아이는 ‘투덜질’을 누구한테서 겪었을까요? 활짝 웃으면서 하루를 그리는 어버이 곁에서 싫다고 말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스스로 노래하며 춤추는 어버이 곁에서 밉다고 말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보금자리를 손수 가꾸고 돌보고 지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버이 곁에서 투덜거리는 아이는 없습니다. 《불만이 있어요》를 읽으면 ‘투덜대는 아이’ 곁에 ‘투덜대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골내는 어른’ 옆에 ‘골내는 아이’가 있어요. 아이는 참다가 또 참다가 드디어 터뜨립니다. 아이는 봐주고 다시 봐주다가 끝내 왈칵합니다. 아이는 견디다 못해 울컥 치밉니다. 어버이·어른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조용히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어버이·어른을 지켜보면서 고스란히 배웁니다. 아이 말씨가 거칠면 어른 말씨가 거칠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무슨 잘못을 일삼으면 어른을 흉내낸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터전이 아니라 짜증스러워도 ‘돈·이름·힘’을 내려놓기 싫어서 버티지 않나요? 이제는 ‘버틸 곳’이 아닌 ‘사랑할 곳’에서 아이랑 오순도순 지내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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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웃기는 이야기 내 친구는 그림책
우치다 리사코 글, 사사키 마키 그림 / 한림출판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1.12.3.

그림책시렁 714


《먹고 마시고 웃기는 이야기》

 우치다 리사코 글

 사사키 마키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1989.9.30.



  먹으면 먹으면서 즐겁습니다. 굶으면 굶으면서 재미있습니다. 마시면 마시면서 신납니다. 목마르면 목마른 대로 새롭습니다. 기뻐서 웃고, 반가우니 노래합니다. 하루는 온갖 이야기로 흐르고, 날마다 새삼스레 짓는 손길로 왁자지껄합니다. 《먹고 마시고 웃기는 이야기》는 종달새랑 늑대랑 사람이 어우러지는 살림길을 들려줍니다. 보금자리를 틀어 새끼를 낳으려는 종달새는 종달새대로 생각을 짓고, 늑대는 늑대대로 놀이를 지으며, 사람은 사람대로 우르르 다닙니다. 곰곰이 짚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엉뚱하구나 싶은데, 삶이라는 길은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짓이 섞여 엉뚱하지만 사랑스럽고 즐겁게 흐르지 싶습니다. 틀에 박은 대로 태어나지 않는 아기입니다. 틀에 박은 대로 길들일 수 없는 아이입니다. 틀에 박아서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는 사랑입니다. 무엇을 하면서 즐거운지 돌아봐요. 무엇을 하기에 안 즐거운지 헤아려요. 서로 무엇을 바라는 삶인지, 오늘 무엇을 그리는 아침인지, 이제 무엇을 마음에 담으며 잠드는 밤인지 차근차근 밝혀 봐요. 하늘하고 땅 사이를 오가면서 날다가 ‘새 숨결을 낳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보금자리를 틀고서 고요히 꿈을 짓는’ 이웃은 언제나 노래하면서 푸르게 숲을 가로지릅니다.


ㅅㄴㄹ

#內田莉莎子 #くったのんだわらった #ポ-ランド民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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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29
카지카와 타쿠로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1.12.3.

책으로 삶읽기 713


《노부나가의 셰프 29》

 카지카와 타쿠로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9.30.



《노부나가의 셰프 29》(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을 읽으며 지난날 일본이 어떠한 나라였나 하고 돌아본다. 이러면서 그무렵 조선은 어떠한 나라였나 하고 어림한다. 나라란 틀을 세우고 보면, 감투를 놓고 다툼판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감투다툼을 힘으로 다스리는 이가 있고, 슬기로이 달래는 이가 있고, 바깥으로 터뜨려 눈길을 돌리는 이가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나라는 이어간다’. 어느 쪽으로 가든 ‘감투다툼은 안 사라진다’. 조선은 이웃나라로 쳐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되, 스스로 돌보는 길을 가지도 않았다. 일본은 스스로 싸움나라가 되는 길을 갔고, 이웃나라도 서슴없이 쳐들어갔다. 두 길을 가만히 보면, 어느 길이었든 여느 들사람은 숱하게 죽었고 다쳤고 사라졌다. 칼과 총을 쥐면 누구나 바보가 된다. 이런 바보들 사이에서 ‘밥 한 그릇’은 바보스러운 길을 사르르 녹이는 노릇을 한다.


ㅅㄴㄹ


1570년대에 일본에 온 포르투갈인 선교사 조안 로드리게스는, 저서 《일본 교회사》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명이나 조선은 외국인에 대해 ‘자국을 침략해 오는 게 아닐까’ 하며 경계하고 경멸했다. 하지만 일본은 완전히 반대로 외국인에게 환대와 호의를 보이며 마음대로 자기 나라에 들어오게 했다. 그것은, ‘침략할 수 있겠느냐’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105∼107쪽)


일본은 침략당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침략을 시키지 않은 사람들이 이 시대에 있었던 것이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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