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5 누구나 한다



  어느 일이건 누구나 합니다. 아무 일이라면 아무나 할 테고요.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아이를 낳아서 돌보거나 이웃 아이를 알뜰히 보살핍니다. 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뿐 아니라 즐겁게 써요. 책으로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틔운 사람은, 이웃이 쓴 책을 손에 쥐면서 눈빛을 밝힙니다. 푸르게 우거지는 숲이 이 별을 아우르는 숨결을 읽는 사람이라면 풀꽃나무를 포근히 어루만지면서 스스로 푸르게 노래합니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있기에 글을 쓰거나 낱말책을 엮지 않습니다. 솜씨종이(자격증)를 땄기에 길잡이(교사) 노릇을 하거나 어버이가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있어 생각을 짓는 누구나 합니다. 말 한 마디에 온사랑을 담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즐겁게 생각씨앗 한 줌을 나누려는 마음이 있기에 누구나 합니다. 모든 ‘일’은 ‘누구나’ 합니다. 모든 ‘심부름’은 ‘아무나’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처음으로 깨어나 흐르는 몸짓이기에 ‘일(일다·일어나다)’이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가는 몸짓이기에 ‘심부름(시킴·싣다)’입니다. 아직 서툴어 누가 시키는 틀을 따를 수 있습니다만, 좀 모자라거나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하면 다 다르게 빛나며 즐거운 낱말꾸러미가 태어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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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할매식당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이정선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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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12.10.

그림책시렁 796


《쌍둥이 할매 식당》

 우에가키 아유코

 이정선 옮김

 키위북스

 2012.7.20.



  마음을 새롭게 짓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안 즐겁습니다. 하루를 스스로 그리는 사람은 기쁩니다. 남이 맡기거나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기쁨을 맛볼 일이 없습니다. 《쌍둥이 할매 식당》은 짝둥이(쌍둥이)인 두 할머니가 차린 밥집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러 이웃은 두 할머니는 사랑하지요. 두 할머니는 늘 스스로 생각하며 하루를 그리지요. 여러 이웃은 두 할머니랑 만날 적마다 마음을 새롭게 짓는 눈빛을 느끼지요. 길은 쉽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면 돼요. 걷다가 넘어지면 일어나면 됩니다. 걷다가 새똥이 머리에 떨어지면 “와! 어떻게 새똥을 다 맞지? 이렇게 놀라운 일이!” 하면서 춤추고서 씻으면 됩니다. 아플 적에는 고이 돌보고, 앓을 적에는 푹 쉬면 됩니다. 일이 술술 풀리면 신바람으로 노래하면 됩니다. 늘 이뿐입니다. 풀꽃이 햇볕하고 바람에 마르면서 새롭게 깨어납니다. 풀꽃이 햇빛하고 빗물을 머금으면서 새롭게 자라납니다. 그저 보기로 해요. 마음을 보고 생각을 보면서 삶을 보고 살림을 봐요. 느긋이 보기로 할까요.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면서 바다랑 숲을 나란히 봐요. 함부로 시키지 말아요. 스스로 하도록 다독이고, 스스로 꿈꾸도록 곁에서 손잡거나 어깨동무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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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려요
이와사키 교코 지음, 도이 카야 그림, 김수정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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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12.10.

그림책시렁 838


《봄을 기다려요》

 이와사키 교코 글

 도이 카야 그림

 김수경 옮김

 키위북스

 2019.3.15.



  겨울이면, 또 겨울을 앞두면 벌써부터 봄을 기다리는 말이 오갑니다. 겨울은 얼마나 서운할까요? 이렇게 겨울 어귀나 한복판에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면, 겨울은 슬퍼서 눈물이 흐르고, 또 아파서 생채기가 날 만합니다. 겨울은 안 나쁘고, 봄은 늘 좋기만 하지 않습니다. 철마다 다른 빛이 흐를 뿐입니다. 《봄을 기다려요》는 겨울잠에 빠져들 곰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겨울을 겪은 적이 없는 아이는 겨울이 몹시 궁금합니다. 겨울을 겪은 어버이는 겨울에 깊이 잠들어 새길을 꿈꾸러 가고 싶습니다. 이제 해가 기울었으니 얼른 씻고 옷 갈아입고 하루를 마무리하고서 눕자고 말한다면, 아이는 고분고분하기 어렵습니다. 마땅하지 않나요? 아이를 재울 적에 어버이가 같이 자나요? 어버이는 늦도록 안 자면서 아이만 재우려 하지 않나요? 아이는 실컷 놀고 나면 신나게 잡니다. 제대로 놀지 못한 아이는 제대로 잠들지 않아요. 마음껏 논 아이는 어버이가 늦게 자건 말건 아랑곳 안 하고 꿈나라로 날아가요. 겨울이 궁금하고 눈을 구경하지 못한 아이라면, 겨울을 실컷 맛보고 눈놀이도 잔뜩 해보면 됩니다. 곰한테 겨울바람이 얼마나 스산한가 느끼고, 눈으로 즐기는 새 놀이를 만나면 되어요. 우리는 “겨울을 노래할” 노릇입니다.


ㅅㄴㄹ


글밥이 조금 아쉬운 그림책.
어머니가 아이랑
눈밭에서 노는 이야기를
곁들였다면
무척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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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빔밥 - 동시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9
신현득 지음, 이호백 그림 / 재미마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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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12.10.

노래책시렁 205


《통일비빔밥》

 신현득 글

 이호백 그림

 재미마주

 2019.6.15.



  나하고 다른 네가 서로 하나로 가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둘은 틀림없이 다른데 어떻게 할 적에 하나일까요? 다른 둘은 하나일 수 없습니다. 다르거든요. 다른 사람을 틀에 짜맞춘다면 억지로 하나로 가겠지요. 그러나 틀·짜맞춤·억지는 서로 안 즐겁습니다. 서로 괴롭습니다. 남녘·북녘은 일본·미국·중국·러시아 입김 탓에 갈린 나라로 걸어왔다지요. 하나인 터전이 뜬금없이 갈리고 말았으니 아프고 멍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일입니다. 순이돌이(일반인·백성)가 잘못했을까요? 아니지요. 우두머리가 잘못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잘못한 이들은 ‘통일’이란 이름을 내세우지만, 정작 ‘하나’가 무엇인지 안 살펴요. 이는 글바치도 매한가지입니다. 나라힘을 쥔 이도, 글힘을 부리는 이도, 살림빛이나 사랑하고 등진 ‘겉발림말’만 외쳤습니다. 《통일비빔밥》을 읽으며 노래님이 ‘구경눈’으로 글을 쓰는구나 하고 짙게 느낍니다. ‘엄마 손’이 몇이어야 하나 구경하지 말고, ‘아빠 손’으로 집일하고 집살림을 하면 됩니다. 말장난을 멈추고 아기를 돌보는 아버지로 살면 이런 글은 안 씁니다. 총칼나라(군사독재)하고 사이좋게 지낸 발자취로 ‘동심천사주의 통일만세’를 외친들, 참사랑하고 어깨동무랑 멀기만 할 뿐입니다.


ㅅㄴㄹ


엄마께 손이 몇 개면 좋을까? / 밥 짓다가 아기 울 때 / 두 개 손으론 너무 부족해. // 엄마 어디쯤에서 / 아기 보는 손 한 쌍이 / 쏙, 나왔다가, 일 마치고 / 쏙 들어갔음 좋겠어. // 바쁜 엄마께는 / 빨래하는 손, 뜨개질하는 손이 / 따로 따로 있었음 해. (엄마는 손이 부족해/22쪽)


전쟁을 하고도 / 통일이 되지 않자, / 강아지 이름을 통일이라 하다가 / 송아지 이름을 통일이라 지었다 // …… ‘통일벼’로 보릿고개 내쫓고 / 한강에다 기적을 불러오고도 / 통일이 아득했다. 그러자 // …… 통일그릇에 나눠서, / 통일숟가락으로 / 통일비빔밥을 맛나게 나눠 먹고, / 그 힘으로 다시 외친다. // 통일을 믿자, 믿어라! / 통일에 힘을 모으자, 모아라! / 우리 이 소원, 통일을 이루자! (통일비빔밥/9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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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벼’로 보릿고개를 내쫓았다니.

어처구니없어도

이렇게 어처구니없을 수 있을까.


엄마 손이 잔뜩 있어야 한다고?

엄마만 아기를 보고 일만 하나?

어이없어도

이토록 어이없을 수 있는가.


‘어린이문학 어른'이란 이름으로 보여주는

딱한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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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온살림 (2021.12.6.)

― 대전 〈다다르다〉



  우리말에서 ‘다’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모두·온’하고 비슷한 ‘다’이지만, 세 낱말은 안 같습니다. 비슷하기에 다릅니다. ‘다르다’라는 낱말은 말밑이 ‘다’하고 ‘달’입니다. 그런데 ‘-다’를 말끝에 붙이면 ‘하다·보다·있다·주다·놀다’처럼 바탕말(기본어휘)을 이루는 뼈대 노릇을 해요.


  누가 ‘다다르다’를 말하면 저는 먼저 ‘닿다’를 그립니다.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닿으려 하는가 하고 생각해요. 이 다음에는 “모두 새롭다 = 다 다르다”를 떠올립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 낱말책은 “비슷한말이란 다른말이다”라는 수수께끼이자 놀이를 이웃님한테 들려주려는 뜻을 듬뿍 담았어요.


  말결을 더 살피면 ‘다르다’는 ‘닮다’하고 맞물려요. “닮기에 다릅”니다. “다르기에 닮아”요. 언뜻 보면 어긋나다고 여길 테지만, 곰곰이 보면 우리 삶자리를 이루는 실마리하고 속빛이 ‘다르다·닮다’에 있습니다.


  오늘은 충남 홍성까지 가려는 길입니다. 새벽바람으로 고흥에서 나섰고, 순천을 거쳐 칙칙폭폭 달린 다음에는, 버스를 타고 책집 둘레에 내립니다. 서대전나루부터 걸을까 하다가 버스를 타는데, 걷기에는 조금 먼 듯합니다. 부릉부릉 왁자한 큰길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니 호젓합니다. 고작 몇 뼘 떨어진 셈이나, 이곳하고 저곳은 다른나라입니다. 〈다다르다〉에 들어섭니다. 여섯 시간을 들여 이곳에 다다랐습니다. 겨울빛이 스며드는 책집에서 반짝이는 책을 쥐어 펼칩니다. 어느 책을 등짐에 얹어 바깥마실을 하고서 보금자리로 데려가면 즐거울까 하고 살핍니다.


  요사이 ‘제로 웨이스트’가 물결치는데, 껍데기나 겉치레를 치우며 우리 터전을 정갈하게 돌보자는 뜻이라면 ‘제로 웨이스트’ 같은 말씨도 치우면 어떨까요? “쓰레기 줄이기”나 “안 버리기”처럼 수수하게 써도 되고, 마음을 가만히 기울여서 ‘온살림’처럼 새말을 지어도 됩니다.


  우리는 오롯이 살림을 하기에 빛납니다. 옹글게 생각을 가꾸어 오달지게 삶을 누리기에 즐겁습니다. 아직 어설프다면 얼마나 어설픈가를 찬찬히 보면서 천천히 추슬러서 거듭나면 되어요. 글은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책은 잘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즐겁게 쓰면 아름답고, 책은 즐겁게 읽으면 사랑스럽습니다. 마을은 즐겁게 깃들어 살림을 꾸리기에 빛나고, 우리는 저마다 새롭게 눈뜨면서 만나기에 반갑습니다. 아주 쉽습니다. 쉬운 길이 쉽습니다. 굳이 말을 어렵게 돌리거나 꾸미지 마요. 겉치레를 치우는 ‘온살림’처럼 어린이랑 동무하는 상냥말을 생각해 봐요.


《수어》(이미화, 인디고, 2021.8.1.)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양상규, 블랙피쉬, 2020.9.28.)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유라주 옮김, 워크룸 프레스, 2021.4.5.)

《월간 토마토 172》(이용원 엮음, 월간 토마토, 2021.11.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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