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고트(goat)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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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4.

읽었습니다 61



  타카노 후미코 님 그림꽃책 《노란 책》을 보고서 《막대가 하나》를 볼 때까지는 제법 읽을 만하네 싶었으나 《친구》를 보고서 ‘아, 내가 잘못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22000원짜리 그림꽃책을 마지막 쪽까지 펼치고서 어느 곳에서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고 느끼면서, ‘때로는 이런 일도 있겠지.’ 하고 새삼 되뇌었습니다. ‘마스다 미리’를 앞세워 ‘여자 만화’란 이름으로 장사하는 책은 언제까지 나올까요? 참다운(?) ‘여자 만화’는 ‘여자’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80세 마리코》나 《이 세상의 한 구석에》 같은 책은, 또 《은빛 숟가락》이나 《카나타 달리다》 같은 책은, 그야말로 ‘여자’를 내세우지 않으나, 이 땅에서 순이란 자리가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차분히 짚고 밝히면서, 낡은 틀이 아닌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서 짓는 삶빛을 들려줍니다. 무엇보다도 순이를 헤아리는 그림꽃책은 ‘수수한 자리에서 풀빛이 묻어나는 손길’입니다.


《친구》(타카노 후미코 글·그림/정은서 옮김, goat, 2019.9.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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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옮기는 사람 제안들 37
다와다 요코 지음, 유라주 옮김 / 워크룸프레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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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4.

읽었습니다 66



  곰곰이 읽다가 내려놓은, 아니 그래도 끝까지 읽은 《글자를 옮기는 사람》을 덮으며 책값을 다시 봅니다. 100쪽을 살짝 넘기고, 글쓴이 해적이를 느슨하면서 길게 달아 놓으면서 두꺼운종이를 대고서 13000원입니다. 글님이 쓴 다른 책 《여행하는 말들》을 꽤 재미나게 읽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골랐으나, 줄거리로도 책값으로도 뒷통수를 잇달아 맞았네 싶습니다. 옮기는 일이라고 하지만, 새로짓기라고 해야 옳지 싶은 길은, 스스로 고단하다고 여기면 고단하지만, 스스로 징검다리를 놓는다고 여기면 즐겁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 있겠지요. 두 말 사이를 넘나들다가 지친다면, 다 내려놓고서 별밤을 바라보기를 빕니다. 별은 어느 곳에서나 별입니다. 마감이 빠듯해 힘겹다면 하루쯤 전화를 끄고서 들판에 드러누워 풀내음을 맡기를 바라요. 풀내음은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다 다르면서 모두 똑같이 퍼지면서 스미는 푸른 숨결이거든요.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 글/유라주 옮김, 워크룸 프레스, 2021.4.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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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부터 펴는

사진잔치를 알리는 글입니다.

이제서야 걸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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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빛책

― 헌책집·골목·아이들, 그리고 서울 〈골목책방〉


때 : 2021.12.7. ∼ 2022.2.27.

곳 : 서울책보고 (잠실나루역 곁)


  헌책을 다루기에 ‘헌책집(헌책방)’입니다. 책을 다루는 곳을 ‘책방’이라고들 하는데, 우리 삶자락에 깃드는 여러 ‘집(가게)’을 돌아본다면, 찻집·쌀집·밥집·떡집·옷집·빵집처럼, 책을 다루는 곳도 ‘책집’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라볼 때이지 싶습니다. 살림을 이루며 포근히 누리는 터전인 ‘집’처럼, 책이라는 살림으로 포근히 이야기 숨결을 누리는 터전이기에 ‘책 + 집’, 여기에 헌책을 다루는 곳이라면 ‘헌책집’이라는 이름이 걸맞다고 느낍니다. 더 생각해 보면, 헌책이란 “손길을 타서 읽힌 뒤에 새롭게 읽힐 책”입니다. “사람들 손길을 돌고돌면서 새삼스레 읽혀 옛빛에서 새빛을 얻도록 잇는 책”이 헌책이라 할 만하기에, 우리 나름대로 ‘헌책 = 손길책·손빛책’이라 할 만하고, ‘헌책집 = 손길책집·손빛책집’이라 하면 퍽 어울립니다.


  ‘손빛책’은 ‘헌책’을 새롭게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오늘 우리 손길을 닿아 빛나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헌책집으로 책을 만나러 나들이를 다녀온다고 할 적에는, 오늘 우리 손길을 뻗어서 새삼스레 빛날 책을 하나하나 누리고 느끼면서 눈망울을 밝힌다는 뜻이에요.


  이리하여 이 손빛책을 다루거나 사고파는 손빛책집 이야기를 빛그림(사진)으로 여미어 봅니다. 먼저 손빛책집·헌책집을 수수하게 바라보는 빛그림을 펼칩니다. 손빛책집·헌책집이 깃든 골목하고 마을을 돌아보는 빛그림을 나란히 폅니다. 손빛책집·헌책집을 스스럼없이 드나들며 책빛을 누리는 아이들을 마주하는 빛그림을 함께 놓습니다. 그리고 1970년부터 2021년 봄까지 손빛책집·헌책집 살림길을 이은 서울 〈골목책방〉 자취를 빛그림으로 곁에 둡니다.


  이 손빛책집·헌책집은 아주 오랜 마을책집이기도 합니다. 책이 드물고 값비싸던 지난날에는 새책을 쉽게 만나기 어려웠고, 손길을 탄 책을 물려받거나 얻어서 읽곤 했어요. 그런데 헌책이 있으려면 반드시 새책이 있어야 하고, 새책 하나는 두고두고 돌고돌면서 숱한 사람들한테 새삼스레 눈빛을 밝히는 길동무 노릇을 해주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나라 곳곳에 책숲(도서관)이 알뜰하고 알차게 섭니다만, 책숲이 고루두루 선 자취는 아직 짧습니다. 손빛책집·헌책집은 “값싸게 책을 사서 읽는 책집” 구실뿐 아니라 마을하고 골목에서 조촐히 책숲(도서관) 노릇도 해왔습니다. 마을을 싱그럽게 살리고, 마을을 산뜻하게 가꾸고, 마을을 기운차게 일으키는 밑힘을 지피는 조그마하면서 야무진 자리를 오래도록 조용히 맡아 왔어요. 오늘날 나라 곳곳에 하나둘 태어나는 여러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은 바로 숱한 손빛책집·헌책집이 오래오래 든든히 닦은 터전에서 움텄다고도 할 만합니다.


  작은 ‘마을헌책집’을 드나들던 숱한 ‘마을사람(어른아이)’ 발자취하고 손빛을 헤아려 봅니다. 작은 ‘마을헌책집’에서 초롱초롱 눈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누리던 손자취하고 다리품을 떠올려 봅니다. 책먼지를 옴팡 뒤집어쓰면서 캐내고 되살린 헌책 한 자락을 손질하고 가다듬어서 새롭게 책동무한테 이어준 손빛책집·헌책집 살림살이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2021년 봄에 쉰두 해라는 헌책집 살림을 접은 서울 〈골목책방〉은 무척 오래 “이름없는 헌책집”이었습니다. 따로 알림판(간판)도 없이 꾸리던 마을책집이었어요. 이곳을 자주 드나들던 책손 가운데 한 사람이던 분이 “골목에 있으니 ‘골목책방’이란 이름이면 어울리겠다”고 여겨서 알림판을 조촐히 새겨서 건네준 이야기는 제법 알려졌습니다.


  굳이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헌책집은 언제나 뒤켠에서 가만히 책빛을 여미었습니다. 이 밑힘이, 이 마을살림이, 이 손길이 흐르고 모여서 온누리를 포근하게 어루만지는 푸른숲 같은 이야기꽃이 되었구나 싶습니다.


  더 좋거나 낫거나 훌륭한 책이어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즐겁거나 신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마음을 북돋우면서 눈망울을 밝히는 책 한 자락이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품을 책 한 자락이면 흐뭇하다고 느낍니다. 반드시 물려주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스스로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사랑을 노래하는 살림꽃을 피우는 숨결을 헤아리도록 징검다리를 이루는 책 한 자락이면 푸짐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빛그림 사이사이에 글을 여미어 놓으려고 합니다. 손빛책집·헌책집을 둘러싼 글이 있고, 손빛책집·헌책집을 노래하는 글(동시)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동시라는 글은 ‘빛글’이라 이름을 붙여도 되겠지요. 사진이란 빛을 담은 그림이라 ‘빛그림’이라면, 어린이하고 손잡고 꿈꾸는 글인 동시라면 ‘빛글’이리라 생각합니다. 빛그림하고 빛글로 손빛책을 새록새록 읽고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ㅅㄴㄹ


사진·글 : 숲노래(최종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 《내가 사랑한 사진책》, 《우리 말과 헌책방》, 《생각하는 글쓰기》, 《책빛숲》, 《책빛마실》,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모든 책은 헌책이다》, 《책 홀림길에서》, 《사진책과 함께 살기》, 《자전거와 함께 살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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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바람빛


낮에 먹는 하늘숨하고 밤에 마시는 하늘빛은 다르면서 같습니다. 아침에 누리는 바람빛하고 저녁에 마주하는 숲빛은 새롭습니다. 높기만 한 하늘같지만, 가볍기만 한 바람같지만, 곰곰이 보면 우리는 누구나 하늘이라는 넋을 담아서 바람이라는 가벼운 놀이로 거침없이 내달리면서 헌걸차게 날아오른다고 느껴요. 몸무게가 잔뜩 나가는데 어떻게 날아오르느냐고 걱정스럽다고요? 네, 걱정하니까 못 날아요. 힘이 이렇게 없는데 날아서 뭘 하느냐고요? 네, 스스로 놀며 나는 기운찬 마음일 적에 비로소 온몸에 싱그러이 사랑이 흘러요. 떠돌이로 살아도 아름다우며 즐겁습니다. 맴돌이로 지내도 따스하면서 신나요. 보금자리에서도 샘솟는 기쁨이요, 골골샅샅 어디서나 야물게 피어나는 노래예요. 처음 한 발짝을 내딛기까지 오래 걸릴는지 몰라요. 높다란 마루에 서지 않아도 되니, 커다랗게 첫자리를 열지 않아도 넉넉하니, 함께 첫발을 디뎌 봐요. 우렁찬 목소리가 아니어도 즐거워요. 조그마한 목소리로 사근사근 속삭이면서 어느덧 의젓하게 나아가는 몸짓이 됩니다. 오늘도 하늘을 품고, 언제나 바람을 안고, 서로서로 생각을 담기에 산뜻하게 샘물로 이어갑니다.


ㅅㄴㄹ


하늘빛·하늘같다·하늘·하늘숨·하늘넋·바람같다·바람·바람빛·숲빛·드높다·높다·크다·커다랗다·씩씩하다·거침없다·걸걸하다·다부지다·당차다·야무지다·야물다·시원스럽다·산뜻하다·싱그럽다·우렁차다·의젓하다·찰지다·헌걸차다·기운차다·힘차다 ← 호연지기(浩然之氣)


처음·첫걸음·첫발·첫발짝·첫금·첫줄·첫밗·첫자리·첫자락·꼭두·마루·샘·샘물·샘솟다 ← 스타트라인(スタ-トライン)


떠돌마당·떠돌판·떠돌이·맴돌마당·맴돌판·맴돌이·바람마당·바람판 ← 유랑극단, 순회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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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2.14.

오늘말. 뾰로통


이제 일본말 ‘대합실’을 걷어냈는데, 더 마음을 기울여 ‘맞이칸·맞이나루’나 ‘손님칸·손님마루’처럼 한결 즐거이 쓸 만합니다. 나루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머무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을 바꾸던 그즈음 “오래도록 쓰던 ‘대합실’이란 말을 바꾸면 사람들이 헷갈린다”며 손사래친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른만 그 일본말이 익숙하겠지요.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안 익숙하고, 앞으로 어른이 될 사람한테도 갑갑한 노릇입니다. 생각을 열지 않기에 답답합니다. 생각날개를 펴지 않으면 끓어오릅니다. 얄궂은 말씨를 붙잡는 길은 그치고서 꽃을 담는 그릇처럼 우리 마음에도 꽃빛 같은 말씨를 품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잘 앓으면서 못 먹는 밥이 많았고, 달콤이(케익)조차 벅찼어요. 그런데 돌돌 만 빵은 그럭저럭 나았어요. 다만 돌돌 만 빵을 가리키는 이름 ‘롤케익’에서 겹 ‘ㄹ’을 소리내기 힘들어 “저기, 동글게 만 빵이요.” 하고 말했습니다. 겨울바람에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생각합니다. 스스로 톡톡 두들겨서 쓰기에 톡톡판입니다. 뾰로통하는 마음으로는 새말을 못 지어요. 투덜대지 않고 틔운 마음으로 새빛을 폅니다.


ㅅㄴㄹ


맞이나루·맞이마루·맞이칸·손님나루·손님마루·손님자리·손님칸 ← 대합실


갑갑하다·깝깝하다·답답하다·먹먹하다·숨막히다·끓다·끓어오르다·바글바글·울뚝밸·발칵·벌컥·왈칵·울컥·뾰로통·쀼루퉁·성나다·투덜대다·애타다·애끓다·속타다·앓다·속앓이·마음앓이 ← 화병(火病)


꽃병·꽃담이 ← 화병(花甁)


돌돌말이·돌돌말이빵·동글말이·동글말이빵·동글이 ← 롤케익(롤케이크)


톡톡판·스스로판·손수판 ← 키오스크(kiosk), 무인단말기, 무인계산대


머리·머리카락·머리칼·머리털 ← 두발(頭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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