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12.16.

오늘말. 덧돈


무어라 하는 사람은 노상 있습니다. 이 말에 휘둘리면서 새길을 찾는 마음으로 다독일 수 있고, 이 말은 흘리면서 꿋꿋하게 스스로 지을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냥 고개돌리는 사람은 늘 있어요. 이 모습이 싫어 주눅이 들 수 있고, 이 모습을 아랑곳할 까닭이 없이 의젓하게 우리 길을 차곡차곡 가꿀 수 있습니다. 우두머리가 서고 벼슬아치가 끓던 나라에서는 으레 종장사를 했습니다. 사람을 마구 사고팔았어요. 우리나라도 지난날 종팔이를 했습니다. 위(우두머리·벼슬아치)가 있으니 아래(종)가 있어요. 오늘날에도 나라지기(대통령)에 벼슬꾼(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공무원)이 있기에 종(국민)이 있습니다. 스스로 ‘사람’으로 살지 않고 ‘꾼(힘꾼·돈꾼·이름꾼)’으로 등지는 이들은 아름다움하고도 등지고 사랑하고도 등돌립니다. ‘꾼’이 아닌 ‘사람’으로 서며 서로 꽃돈하고 바라지돈을 나눌 줄 아는 사이일 적에 미움도 시샘도 털면서 반갑고 빛납니다. 우리 숨결은 사람이기에 눈부십니다. 자랑하지 말고 보람을 속으로 기쁘게 누려요. 따스히 바라보며 덧글을 쓰고, 포근히 품으며 덧돈을 주고받습니다. 스스로 대견해서 하늘넋입니다.


ㅅㄴㄹ


종장사·종팔이 ← 노예무역


곁돈·포근돈·꽃돈·뜻돈·보람돈·덧돈·덧두리·도움돈·보탬돈·바라지돈·이바지돈 ← 성금(誠金), 연금(捐金), 의연금(義捐金), 찬조금


밉다·미워하다·시샘·싫다·싸우다·다투다·치고받다·때리다·까다·고개돌리다·얼굴돌리다·꺼리다·등돌리다·등지다 ← 반목(反目), 반목적, 비우호적


보람·자랑·대견하다·당차다·다부지다·의젓하다·씩씩하다·꿋꿋하다·빛나다·눈부시다·아름답다·높다·드높다·기쁘다·반갑다·좋아하다·사랑하다·얼·넋·마음·이름·숨결·눈빛·기운 ← 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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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2.16.

오늘말. 오랜글빛


처음 글을 읽던 때를 떠올립니다. 한창 놀기만 하던 아이는 어린배움터에 깃들며 글씨가 있는 줄 비로소 깨닫습니다. 한글을 익힌 뒤로는 어머니 손을 잡고 저잣마실을 다녀올 적마다 모든 글씨를 읽어내려 합니다. 가게이름도 새뜸(신문)에 적힌 글도 수다쟁이가 되어 읽습니다. 이제 겨우 글씨를 익힌 아이인데 배움터에서는 ‘일기·숙제·독후감·감상문·표어·웅변·위문편지’처럼 낯선 이름을 자꾸 들먹이며 글을 지으라고 시킵니다. 벼루에 먹을 갈아 붓글씨를 그리라 하고, 글붓(연필)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몽당글붓이 수북히 쌓일 만큼 쓰고 또 씁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하루쓰기·풀잇거리·읽은느낌·느낌글·다짐글·외침말·보듬글월’을 쓰도록 시켰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참 오래오래 글을 쥐며 살았지 싶습니다. 내로라하는 글꾼은 아닐 테지만, 그저 오래내기로 살았고, 복판에 설 만하지 않더라도 어느덧 어버이로서 아이 곁에 오래빛으로 지내는구나 싶습니다. 글을 쓴다면 글꽃지기이기를 바랍니다. 살림을 짓는 살림님처럼 지음님이 되자고 생각합니다. 먹물스럽기보다는 숲다운 오랜글빛으로 이 보금자리부터 푸르게 가꾸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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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내기·오랜빛·오랜님·오랜이·오랜지기·오래내기·오래빛·오래님·오래지기·오래글님·오래글빛·오랜글님·오랜글빛·가운데·가운자리·한가운데·복판·한복판 ← 중견(中堅), 중견작가, 중진(重鎭)


글님·글꾼·글바치·글지기·글잡이·글쟁이·글일꾼·글쓴이·글쓴님·쓰는이·쓰는사람·쓴님·글길·글꽃님·글꽃지기·지은이·지은님·지음이·지음님·짓는이·짓는님·짓님·먹물·먹물꾼·먹물글님·먹물스럽다·-바치·붓일꾼·붓잡이·붓꾼·붓님·붓바치·붓쟁이·붓지기·수다꾼·수다님·수다쟁이·수다꾸러기·수다잡이·수다지기 ← 작가(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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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곁말 25 눈엣가시



  어린 날부터 아이를 낳아 돌보는 오늘에 이르도록, 저는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여 알아낸 대로 말합니다. 안 보거나 못 본 모습은 말하지 않고, 안 느끼거나 못 느낀 대목도 말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거짓말은 도무지 안 하며 살아요. 누구를 속인다는 생각도, 속여야 할 까닭도 못 느껴요. “에그, 그럴 때는 모르는 척해야지.” 하는 핀잔을, “좀 숨기면 안 돼?” 하는 짜증을 으레 들어요. 바른말을 하며 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모르는 척하거나 숨길까요. ‘바른말’을 어렵게 바꾸면 ‘정론직필·내부고발’입니다. 우리 삶터는 바른말을 매우 꺼려 ‘눈엣가시’로 삼더군요. 온통 꾸밈말에 감춤말에 속임말이 판치지 싶습니다. 바르거나 곧거나 참하거나 착한 말을 싫어하니 저절로 눈가림말이 넘칠 테지요. 아이들도, 저랑 마주하는 이웃님도, 적어도 우리부터 참말이랑 착한말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참말을 눈엣가시로 여긴다면 “달콤한 딸기이기에 서둘러 먹으면 배앓이하기 쉬우니 가시가 있어요.” 하고 속삭입니다. 착한말을 자꾸 손사래치면 “고운 꽃찔레(장미)에 가시가 잔뜩이랍니다. 아름다운 꽃빛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눈코귀로 가만히 느끼라는 뜻이에요.” 하고 들려줍니다.


눈엣가시 (눈 + 에 + ㅅ + 가시) : 눈에 박히거나 찔리는 가시. 눈에 가시가 박히거나 찔릴 때처럼 싫거나 밉거나 꺼리거나 치우고 싶은 일·사람·자리·때. 마주하거나 보거나 듣거나 겪거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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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5.

숨은책 580


《現代歐州》

 伊達源一郞 엮음

 民友社

 1914.2.15.



  헌책집을 다니다가 어쩐지 묵은 일본책이 보이면 쉬 지나치지 못합니다. 일본 책집에서 만나는 일본책이라면 일본사람이 읽은 책이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 책집에서 만나는 묵은 일본책이라면 ‘총칼로 억눌리던 무렵에 일본글로 새길을 배운 한겨레’ 자취를 읽어낼 만합니다. 《現代歐州》를 얼핏 보면 일본책인지 아닌지 아리송합니다. 우리나라도 꽤 오래도록 책에 한자만 까맣게 박았거든요. 책을 펴니 일본이 하늬녘(유럽) 여러 나라가 얼마나 나라살림을 일으켜서 옆나라를 차지하려고 애쓰는가 하고 차근차근 밝힌 줄거리가 가득합니다. 일본 벼슬꾼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우려먹을 밑밥’이었구나 싶어요. 그나저나 이 책 속종이하고 여러 곳에 수수께끼 같은 글씨가 있습니다. “C.D.L. 類別·番號·大正 年 月 日 購入·備考. 中東文庫”라 나옵니다. ‘C.D.L.’이 무엇일까요? ‘中東文庫’가 귀띔일 테지요. 둘을 맞물려서 살피니, 1922년에 처음 연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라는 중동고등학교에 깃든 자국입니다. ‘大正 年 月 日 購入’이란 자국만 있고 날을 안 적었기에, 1914년에 나온 책을 중동고등학교에서 언제 받아들였는 지까지는 모릅니다. 그무렵 누가 읽었는지도 몰라요. 그저 이 책은 기나긴 날을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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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5.

숨은책 590


《셈본 5-1》

 문교부 엮음

 문교부·한국인쇄주식회사

 1952.5.30.



  1982∼1987년을 다닌 어린배움터에서 배움책(교과서)을 받으면 어떻게든 겉종이를 챙겨서 싸야 했습니다. 그무렵 집에 달종이(달력)가 없는 동무가 많고, 날종이(일력)라도 있으면 이 얇은 종이로 겉을 쌉니다. 안 싸면 배움책을 싸서 나오는 날까지 두들겨맞아요. 봄에 받아 여름에 내놓고, 가을에 받아 겨울에 내놓지요. 길잡이(교사)는 하나하나 보며 뭔가 끄적인 자국을 안 지웠으면 ‘안 지운 만큼’ 때렸습니다. 늘 맞으면서 배운 나날인데, 한겨레가 서로 싸우던 때에 미국이 베푼 종이로 묶은 《셈본 5-1》를 보던 옛 어린이는 어떤 하루였을까요? 차분히 즐겁게 배우도록 어린이를 이끄는 어른이 그립습니다.


* 책을 아껴 씁시다. 이 책은 다 배운 다음에 아우들에게 물려줄 책입니다. 깨끗하게 아껴 써서 물려받은 아우들의 마음을 즐겁게 합시다. 물건을 아껴 쓰는 것도 전쟁에 이기는 생활의 하나입니다. 국제 연맹 한국 재건 위원단(운끄라)은 한국의 교육을 위하여 4285년도의 국정 교과서 인쇄 용지 1,540톤을 문교 부에 기증하였다. 이 책은 그 종이로 찍은 것이다. 우리는 이 고마운 원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층 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한국을 재건하는 훌륭한 일군이 되자. (대한 민국 문교 부 장관 백 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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