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12.17.

오늘말. 삶얼


마음이 텅 빈 날은 바깥일로 돌아다니기보다는 조용히 집에 머물면서 삶길을 돌아봅니다. 스스로 잘못했구나 싶기에 마음 한켠 빈자리를 알아봅니다. 냇가라면 조그마한 돌을 쥐어 팔매를 던지면서 멍하니 있겠지요. 사는 까닭을 문득 잊기에 마음에서 빛이 사그라들면서 기운이 없기 마련입니다. 왁자지껄한 곳에서 사람물결에 휩쓸리며 움직이다가 문득 넋을 차리기도 하고, 맨발로 가랑잎이며 들풀을 밟고서 숲길을 걷다가 얼핏 얼을 찾기도 합니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돌아나올 노릇이요, 가다가 벼랑끝에 서면 천천히 뒤돌아서든지 날개를 펴고서 구름 너머로 훨훨 날아야겠지요. 날개가 없다는 생각은 스스로 짓습니다. 모자라거나 안된다는 생각도 스스로 짓습니다. 삶얼이란 삶을 바라보는 꽃빛이지 싶습니다. 삶넋이란 삶을 마주하는 별빛이지 싶어요. 왜 태어나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서로 어떤 사람인지 헤맬 적에는 둥그렇게 돌고도는 별을 떠올립니다. 해도 푸른별도 둥그스름하게 돌아요. 한사람으로서 나란히 별이 되어 팔매금처럼 돌다 보면 어느새 바깥쪽도 안쪽도 아닌 이곳을 찾아낼 만해요. 손에 붓을 쥐어 글을 씁니다. “나를 사랑하자” 하고.


ㅅㄴㄹ


비다·빈자리·모자라다·적다·빠지다·줄다·없다 ← 결원(缺員)


뜻·사는뜻·사는 까닭·살림넋·살림얼·삶길·삶꽃·삶멋·삶맛·삶넋·삶얼·삶뜻·왜 사는지·왜 있는지·있는뜻·있는 까닭 ← 존재이유, 존재가치, 존재근거, 존재사유, 존재의미, 존재의의


돌아다니다·움직이다·일하다·바깥일·바깥사람·바깥쪽·사람·사람들·한사람·여느사람 ← 사회인


글·글씨 ← 글자(-字)


팔매·팔매금·팔매줄·활·휘다·둥그러미·둥그렇다·둥그스름 ← 호(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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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7.

숨은책 591


《富民文庫 6卷 앙고라 飼育과 採毛法》

 중앙산업기술교도소 교도국 엮음

 국민계몽선전사

 1966.8.6.



  어릴 적에 토끼를 기르는 이웃이 많았습니다. 토끼를 기르는 집은 ‘먹는 쪽’이 아닌 ‘파는 쪽’입니다. 동무가 기르는 토끼를 보려고 신나게 풀을 뜯고 배춧잎·무청을 주워서 찾아갔습니다. 동무네가 토끼를 팔면 토끼털을 얻고, 이 토끼털로 실을 꼬아 어머니가 뜨개질을 해서 뜨개옷을 팔았습니다. 이러다 어느 해부터 토끼를 기르는 집이 싹 사라집니다. 오리털이 넘치고 훨씬 값산 아크릴실이 퍼집니다. 《富民文庫 6卷 앙고라 飼育과 採毛法》을 읽으며 어릴 적 보고 겪은 일이 환히 떠오릅니다. 겉에 적은 “새로운 輸出産業 앙고라 兎毛生産, 1000萬弗의 外貨가 節約되고, 1000萬弗의 外貨가 獲得된다.”는 말처럼 마을이며 배움터에서 토끼를 참 널리 길렀습니다. 토끼고기를 구경도 못하고 토끼털로 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일군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 책 뒤쪽에는 “1. 토끼기르기 2. 食用개구리 養殖法 3. 副業事典 4. 토끼의 利用과 加工法 5. 西洋松耳 人工培養法 7. 카나리야 飼育法 8. 크로렐라 飼料 培養法”처럼 ‘돈 되는 길’을 알리는 책이 여럿 있다고 나옵니다. ‘부민(富民)’이란 이름부터 돈길이니까 무엇이든 돈으로만 바라보고 움직여야 할까요. 책 안쪽에 붙은 ‘종로서적’ 자취가 새삼스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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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7.

숨은책 589


《섭 no.1 코로나 시대의 사람》

 김정희·권지현·이도 엮음

 tampress

 2021.10.15.



  마을책집을 다닙니다. 큰책집을 다니지는 않습니다. “큰책집에 가면 책이 더 많을 텐데, 뭣 하러 작은책집에 가나?” 하고 묻는 분한테 “마을책집에 가면 책집지기가 가려서 놓은 책을 알맞게 만나요. 큰책집은 어느 고장이든 다 똑같은 책차림이라서 오히려 책을 못 누려요. 마을책집은 다 다른 책차림이기에 책을 새롭게 만나고요.” 하고 대꾸합니다. 열일곱 살에도 마흔일곱 살에도 눈앞에 읽을 책이 한가득입니다. 그렇게 끝없이 읽어대어도 ‘읽은 책’보다 ‘읽을 책’이 훨씬 많습니다. 바다만큼 있는 ‘읽을 책’을 헤아리다가 “끝없이 읽기보다는 티없이 읽을 적에 즐겁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눈길을 밝히면서 삶을 읽고, 눈빛을 맑게 다스리면서 사랑을 읽는다면, 오늘 마주하는 책이 언제나 새록새록 스미리라 생각해요. 대구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에서 《섭 no.1 코로나 시대의 사람》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마을새뜸도 엮고 마을책도 묶습니다. “대구는 큰고장이지 무슨 마을이냐?”고 묻는 분한테 “살아가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가꾸어 마을을 이룰 뿐입니다.” 하고 속삭입니다. 더 큰 곳을 보아도 안 나쁘되, 우리가 어우러지는 마을을 보면 즐거워요. 아름다운 빛은 우리 보금자리부터 피어나더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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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7.

숨은책 593


《월간토마토 vol.173》

 이용원 엮음

 월간토마토

 2021.12.1.



  2007년부터 태어난 달책 《월간토마토》는 2021년 12월로 173걸음에 이릅니다. 씩씩하게 내딛는 걸음은 2022년으로도 이을 테고 2030년이며 2040년을 찬찬히 바라볼 테지요. 마을·고을에서 짓는 달책은 다달이 그 마을·고을에서 살아가는 숨결을 담습니다. 이달이 지나면 어느새 묵은 이야기로 여기지만, 이해가 지나면 어느덧 아련하면서 새롭게 바라볼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그달그달 우리 마을·고을 살림살이를 이웃하고 도란도란 나누는 자리에서 누린 이야기는 해가 갈수록 ‘옛이야기’ 아닌 ‘오늘이야기’로 자란다고 느낍니다. 오늘 우리는 ‘옛이야기’란 이름을 쓰지만, 아주 오래도록 누구나 수수하게 ‘이야기’라고만 했습니다. 다른 곳을 쳐다보기보다 스스로 오늘을 마주하며 차곡차곡 지은 삶을 옮긴 이야기인 터라 두고두고 싱그러이 되새길 만해요. 이야기는 보금자리에서 태어나거든요. 이야기는 남이 아닌 내가 지어요. 대전 이야기를 담으면서 “다달이 대전”이라 안 하고 ‘토마토’란 이름을 넣은 눈길이 재미있습니다. 그럼요, 삶은 재미지게 누리면서 나누려는 하루인걸요. 돋보일 까닭이 없이 도란도란 가는 길입니다. 내세울 일이 없이 나긋나긋 날갯짓을 하는 하루입니다. 투박할수록 빛나는 우리 얼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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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9.


《책의 사전》

 표정훈 글, 유유, 2021.8.14.



홍성에서 이틀 이야기꽃을 마쳤다. 이야기꽃 바깥마실을 할 적에는 말밑찾기 갈무리를 제법 한다. 집에서는 낱말책을 조금 여미다가 으레 집안일을 하고, 또 조금 엮다가 다시 집안일을 하기에 톡 끊기지만, 길손집에서는 오롯이 할 일만 바라본다. 아침 일찍 서울에 닿는다. 글붓집(문방구)에 들러 종이를 잔뜩 산다. 〈서울책보고〉에 간다. 12월 7일부터 이듬해 2월 27일까지 이곳에서 빛꽃잔치(사진전시)를 연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헌책집 모습을 담은 빛꽃을 730자락 즈음 펼친다. 부산 보수동 책골목에서 빛꽃잔치를 펼 적에 200자락 즈음 펼쳤다면, 〈서울책보고〉에서는 한꺼번에 몇 곱을 선보이는구나. 《책의 사전》을 읽으며 매우 서글펐다. “책을 말하는 사전”이라지만, 정작 책이라는 길을 넓거나 깊게 다루지 않고, 글쓴이가 내키는 대로 자잘하게 엮더라. ‘헌책방’이라는 꼭지만 해도, ‘여승구·공진석·안치운·박상준’ 같은 분이 어떤 몫을 했는지 아예 없고, ‘최종규’란 이가 헌책집 이야기를 어떻게 퍼뜨리고 나누려 했는가를 하나도 못 짚는다. 공진석 님 〈옛책사랑〉을 읽으며 〈헌책사랑〉이란 혼책(독립출판물)을 썼고(1998), 박상준 님 ‘헌책방 순례’를 읽으며 ‘헌책방 나들이’란 이름을 지었다(199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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