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 상점 2 - 완결
카니탄 지음, 김서은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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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4.

읽었습니다 76



  두걸음으로 짤막하게 끝낸 《개굴 상점 2》을 읽었습니다. 줄거리를 억지로 늘이지 않아서 산뜻하지만, 이야기를 조금 더 부드러이 풀어내면서 어린이가 보아도 될 만큼 가다듬으면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풀어내면 대여섯걸음이나 열걸음 즈음 이야기를 이을 수 있어요. ‘개굴지기’ 아저씨하고, 푸른순이가 맺는 새길을 상냥하게 엮으면 얼마든지 하루하루 새삼스럽게 피어나는 살림꽃을 펼 만합니다. 글책이건 그림책이건 그림꽃책이건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수수한 줄거리를 바라보는 눈빛을 가다듬을 노릇이요, 수수한 삶을 사랑하는 손길을 추스를 노릇이에요. 엄청나거나 놀랍거나 드문 줄거리를 찾을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짓는 살림을 그리고, 스스로 나누는 사랑을 펴면 모든 책은 다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짓는 살림이 없이 구경만 하는 줄거리이기에 따분합니다. 스스로 나누는 사랑이 없이 살부빔이나 겉치레로 흐르니 억지스러워요.


《개굴 상점 2》(카니탄/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5.30.)


ㅅㄴㄹ

#かわずや #蟹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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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2.23.

오늘말. 활개


가볍기에 날개를 달고서 날지 않습니다. 날개가 없더라도 마음이 홀가분할 적에 가뿐하게 날아요. 마음이 무겁다면 커다란 날개를 달고서도 날아오르지 못해요. 마음을 바람처럼 다스리기에 활개를 펴요. 망설이지 않고서 노래할 줄 알고, 얼마든지 신명을 타고서 춤출 줄 알기에 바람처럼 한바탕 휘몰아치면서 구름을 탑니다. 아무렇게나 하면 아무래도 막혀요. 함부로 할 적에는 갇혀요. 눈빛을 맑게 가누며 실컷 노는 사람이 훨훨 날아요. 눈길을 곱게 가다듬으며 틀에 가두지 않으니 시원스레 가슴을 폅니다. 미닫이도 여닫이도 활짝 젖혀 봐요. 울타리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달려 봐요. 쳇바퀴를 돌지 말고 제대로 한 발짝씩 나서 봐요. 멋스럽지 않아도 돼요. 누가 돕기를 기다리지 말고 홀로 차근차근 해요. 잔뜩 이루어야 멋나지 않습니다. 호젓이 지으면서 숨돌리는 하루는 아름답습니다. 햇볕을 잔뜩 쬐고, 별빛을 가득 누립니다. 톡톡 듣는 빗방울을 날름 마셔요. 앙금이 있으면 툭툭 털고서 호젓하게 들녘에 서요. 빙그레 짓는 웃음이 흘러 즐겁습니다. 이야기를 한 올씩 풀어 가니 신나요. 고삐로는 사랑을 키우지 못해요. 가만히 놓아주면서 씨앗이 싹틉니다.


ㅅㄴㄹ


가볍다·가뿐하다·거뜬하다·무게없다·사뿐히·톡톡·가두지 않다·기지개를 켜다·시원하다·거리끼지 않다·고삐 풀다·놓아주다·놔주다·묶지 않다·날개·날갯짓·날다·날아오르다·한바탕·활개·활갯짓·활개치다·널리·넘나들다·누리다·실컷·얼마든지·우리길·마음·맘대로·마음대로·제대로·제멋·멋·멋스럽다·바람같다·바람처럼·벗어나다·열다·트다·틈·풀다·풀어놓다·호젓하다·혼자·홀로·홀가분하다·활짝·활활·후련하다·훨훨·놀다·놀이·신나다·신바람·신명·즐겁다·마구·마구잡이·아무렇게나·함부로·망설임없다·숨돌리다·쉬다·얼마든지·잔뜩·잘·한껏 ← 자유, 자유롭다, 자유화, 자유주의, 자유주의적,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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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12.23.

오늘말. 토


한꺼번에 해내어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한몫에 해내자는 생각보다는 하나씩 풀어 가자고 생각합니다. 이모저모 손을 대어도 안 나쁘지만, 여러 가지를 느슨히 풀어놓고서 천천히 살피자고 생각해요. 애써서 해볼 만하지만, 억지로 쥐어짜고 싶지는 않아요. 힘써서 이룰 만하더라도, 들이밀고 싶지 않습니다. 없기에 없습니다. 없는데 있는 척할 까닭이 없습니다.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면 즐겁습니다만, 굳이 무리를 지어서 밀어붙일 뜻은 없어요. 가볍게 하고 싶어요. 마구마구 하기보다는 노래하면서 넉넉히 하고 싶습니다. 소리치면서 닦달하면 고단해요. 부드러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바람을 쐬며 하고 싶습니다. 너랑 나랑 짝을 이루면 반가운데, 떼거리 힘을 내세우려고 끼리끼리 노는 몸짓이라면 달갑지 않아요. 힘을 빼고 마음을 담아요. 토를 달지 말고 사랑을 얹어요. 귀청이 떨어져라 외치지 말고 나긋나긋 말해요. 가을날 흩날리는 가랑잎이 내려앉은 숲길을 천천히 걷듯, 여름날 머리카락을 날리는 싱그러운 바람이 스미는 들길에 서듯, 서로 따사로운 손길로 감싸려 합니다. 넉살은 없더라도 익살스레 한마당을 폅니다.


ㅅㄴㄹ


풀다·풀어헤치다·풀어놓다·헤치다·흐트러지다·흐트리다·흩다·흩뜨리다·흩어지다·흩날리다·날리다·휘날리다 ← 산발(散髮)


끼리끼리·끼리질·끼리짓기·끼리끼리 놀다·끼리끼리 어울리다·끼리끼리 만나다·떼짓기·떼를 짓다·떼질·무리질·무리짓기·무리를 짓다·힘타래 ← 카르텔


없는 척·있는 척·척하다·체하다·핑계·토·토씨·아웅·억지·어거지·말·말씀·말하다·얘기·소리·소리치다·외치다·둘러대다·둘러치다·에두르다·감싸다·싸다·싸고돌다·싸돌다·내밀다·내세우다·들이밀다·떼밀다·떠밀다·너름새·넉살·너스레·밀다·밀어대다·밀어붙이다·마구·마구마구·마구잡이·막하다 ← 강변(强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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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뎐 - 위로와 공감의 책방, 잘 익은 언어들 이야기|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작
이지선 지음 / 오르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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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2021.12.23.


책집지기를 읽다

4 전주 〈잘 익은 언어들〉과 《책방뎐》



  시골에는 “책집이 없다”고 말할 만합니다. 곁배움책(참고서)을 다루고, 몇 가지 달책을 들여놓고, 잘난책(베스트셀러)을 조금 놓는 책집은 있습니다만, 이 세 가지를 밀쳐내고서 마을살림을 북돋우고자 마음을 기울이는 책집은 드뭅니다. 이 세 가지를 밀쳐내면 장사가 안 된다고도 하지만, 이 세 가지에 기대어 돈을 번다면, 책을 책이라 말하지 못하는 나날을 부채질할 테지요.


  스무 살을 넘어 비로소 가림몫(투표권)을 얻는데, 나고자란 인천이란 고장에서 밀어줄 만한 사람을 아무도 못 봤습니다. 둘레에서는 “덜 나쁜 사람을 뽑으면 돼.” 하고 말하는데, “좋은 사람”조차 아닌 “덜 나쁜 사람”을 뽑으라니, 덜 나쁘건 많이 나쁘건 끔찍하게 나쁘건 똑같이 “나쁜 사람”을 뽑는 셈 아닐까요?


  앞에서는 깨끗한 척하고 훌륭한 척하며 바른말을 하는 척하지만, 정작 뒷돈을 챙기고 뒷짓을 일삼은 사람들이 나라지기·나라일꾼으로 가득가득합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쪽이든 매한가지입니다. 나라일(정치·행정)이란 ‘심부름꾼’이 아닌 ‘법을 내세워 뒷돈 후리기’일는지 몰라요.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서울로 떠나고, 서울을 떠나 충주 멧골에서 살다가, 인천으로 돌아갔다가, 이제 모든 큰고장을 등지고 전남 고흥에서 살아가는 몸으로 돌아보면, 어느 곳이건 마음이 시커먼 이들이 차지하더군요. 시커먼 이들을 안 보고 싶어 책만 파면서 살아가자니 책마을에도 시커먼 이들이 잔뜩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조차 덮고 고요히 숲에 깃들어야 파란하늘에 하얀별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끙끙대며 마을책집을 그럭저럭 다니던 어느 날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이야기를 이웃님한테서 들었고, 2019년 12월 8일에 첫걸음을 했습니다. “잘 익은”이란 이름은 책집지기 스스로 “덜 익은” 숨결인 줄 안다는 뜻입니다. “덜 익은” 줄 알아서 “잘 익은” 길을 바라는 사랑을 이름에 담았다는 얘기예요.


  가만히 보면 모든 막짓놈은 스스로 덜 익은 줄 모르는 채 잘난질을 일삼아요. 스스로 덜 익은 줄 알아 “잘 익은” 길을 바라보는 눈빛이 터럭만큼이라도 있다면, 나라지기·나라일꾼이 엉터리일 까닭이 없어요. 잘 익고픈 꿈을 키우는 하루를 갈무리한 《책방뎐》은 마땅히 “덜 익은” 책입니다. 다만, “덜 익은” 책이기에 첫걸음을 내딛고, 차근차근 무르익는 하루를 지으려는 마음을 폅니다. 노래하고 춤추고 수다꽃을 짓노라면, 시나브로 잘 익은 마을빛이 씨앗으로 퍼지겠지요.


《책방뎐》(이지선 글, 오르골, 2021.11.22.)


“잉, 전주의 거시기 책방지기는 팔고 싶은 책을 쫙 깔아놓고선, 사람들 오라고 춤도 추고 그런디야!” (17쪽)


“아니, 이 먼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셨어요? 어찌 이리 불편한 선택을 하셨던 말입니까?” “여기까지 오는 길을 여행한다 생각했어요.” (135쪽)


남들이 ‘책방으로 먹고살기 힘들 거야’라고 여기는 그 관념을 넘어서고 싶다. (205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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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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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3.

읽었습니다 75



  문득 생각해 보니, 지난날 우리나라 어린이책은 으레 시골아이가 노는 모습, 시골아이가 서울로 가서 겪는 고단한 나날, 서울아이가 쳇바퀴에 갇힌 채 헤매는 삶을 으레 담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어린이책은 으레 서울아이가 잿빛집(아파트)에서 부대끼는 모습, 배움터(학교)에서 괴롭거나 따돌리는 굴레, 가끔 바람쐬러 시골로 놀러가는 삶을 으레 담아요.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를 내건 《고양이 해결사 깜냥 1》를 읽고서, 이 책이 앞으로 쉰 해쯤 뒤에 태어나 자랄 아이한테는 어떻게 읽히려나 어림해 봅니다. 우리는 쉰 해 뒤에도 서울에 얽매여 잿빛집에 스스로 가둔 하루를 보낼까요? 땅을 밟지 않고도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삶이기에, 해바람비 없이 비닐집·유리집에 가둔 ‘스마트팜’에서 값싸게 사다 먹으며 ‘비건’도 되겠지요. 고양이가 고양이스럽지 않고 사람처럼 구는 줄거리란, 생각날개가 아닌, 서울살이(도시생활) 틀에 아이들 마음을 가두는 장삿길이로구나 싶습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1》(홍민정 글·김재희 그림, 창비, 2020.3.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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