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12.28.

오늘말. 파란바다


하늘빛을 오롯이 담는 바다는 파란바다입니다. 속살림이 붉게 타들어 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붉은바다입니다. 새빛으로 가득하여 싱그러운 바다는 파랑바다요, 마치 불꽃처럼 죽음빛이 북새통인 붉바다입니다. 사람한테도 버겁다면 바다한테도 벅찹니다. 사람한테도 새롭게 싱그럽다면 바다한테도 새바람으로 찾아들어요. 삽질로 새터를 닦기보다는, 나무를 돌보고 들꽃을 사랑하면서 새물결을 일으키기를 바라요. 너른바다를 바라보면서 너른마음으로 다스려요. 너른터에서 누구나 신나게 뛰어놀고 땀흘려 일하는 자리를 가꾸면서 이 이야기를 글로 옮겨요. 어렵게 꾸민 글에 풀이를 달기보다는, 즐거이 여민 글에 새록새록 덧글을 달기를 바랍니다. 글 몇 줄을 적었다면, 이제는 그림을 담아 볼까요. 종이 한 자락이어도 어울리고, 두툼하게 종이꾸러미를 챙겨서 그리고 또 그리고 다시 그리고 새로 그려도 아름답습니다. 까다롭게 굴 까닭이 없어요. 나긋나긋 어우러지면 됩니다. 이웃한테 힘들게 굴면 누구보다 스스로 힘들겠지요. 어린이가 생각을 편 그림꾸러미를 고이 건사합니다. 어버이로서 생각을 지은 글꾸러미를 어린이한테 물려줍니다.


ㅅㄴㄹ


바다·파란바다·파랑바다·너른바다·너른터·열린터·열린자리·새롭다·새터·새길·새빛·새물결·새너울·새바람 ← 블루오션


붉바다·붉은바다·북새통·북적이다·복닥거리다·복닥길·북적길·불꽃튀다·불꽃이 튀다·불꽃판·불꽃터·불꽃마당·불꽃바다·불꽃물결·불꽃너울·피튀기다·까다롭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버겁다·벅차다 ← 레드오션


글·글씨·밑글·덧글·풀이·풀이글 ← 자막(字幕)


그림꾸러미·그림꿰미·그림모둠·그림묶음·그림담기·그림담이·종이꾸러미·종이꿰미·종이모둠·종이묶음·종이담기·종이담이 ← 스케치북, 사생첩, 드로잉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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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곁말 27 들딸 멧딸 밭딸



  어머니 옛집을 어릴 적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요새는 휙휙 가로지르는 길이 곳곳에 뚫립니다만, 예전에는 한참 돌아요. 인천부터 당진 사이도 굽이굽이 멀디멀고, 어머니랑 저는 멀미로 애먹습니다. 오며가며 지치지만 큰고장하고 사뭇 다른 시골에서는 뛰놀 들하고 멧자락이 있고, 시골 누나하고 언니는 “넌 서울(도시)서 살아 다 모르는구나?” 하며 깔깔거리다가도 사근사근 알려주었어요. 딸기꽃을 여덟아홉 살 무렵 처음 보았지 싶어요. “딸기꽃이야. 딸기꽃도 몰라?” “…….” “이다음에 오면 딸기가 빨갛게 익겠네. 그때는 밭에서뿐 아니라 숲에서도 딸기를 딴단다.” 어린 날에는 가게에서 사먹는 딸기만 보았으니 딸기가 어떻게 맺는 줄 모르기도 했습니다. 이 딸기는 딸기꽃이 지고 나서 맺는 열매라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더구나 밭하고 들하고 숲하고 다른 딸기가 있는 줄은 어림도 못 했고요. “하하하, 너는 개암도 모르겠네? 메뚜기는 먹을 줄 아니? 개구리는? 그래도 메추리알은 먹겠지? 저기 처마에 메추리집이 있어서 가끔 메추리알을 하나씩 꺼내서 먹지.” 맨발로 나무를 타고 맨손으로 숲을 누비고 맨몸으로 들바람을 마시면서 ‘딸기’란 이름이 얼마나 달콤한가 하고 돌아봤어요. 들딸·멧딸·밭딸을 비로소 만났어요.


들딸 (들 + 딸기) : 들에서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면서 자라는 딸기.

멧딸 (메 + ㅅ + 딸기) : 멧자락이나 숲에서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면서 자라는 딸기.

밭딸 (밭 + 딸기) : 사람이 따로 밭에 씨앗을 심어서 기르는 딸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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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랑가 창비시선 94
김해화 지음 / 창비 / 199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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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12.28.

노래책시렁 204


《우리들의 사랑가》

 김해화

 창작과비평사

 1991.6.5.



  집짓는 곳에서 쇠막대를 잡는 일을 해온 발자취를 글로 옮긴 김해화 님은 노래책을 몇 자락 남깁니다. 《우리들의 사랑가》는 땀흘린 하루를 잇고 새로 이어도 헤어나지 못하는 가난살림을 그립니다. 땀을 노래한 글은 아름답습니다. 다만, ‘문학’이 아닌 ‘글’이기만 하다면, ‘시’를 쓰려는 생각이 아닌, ‘삶’을 ‘노래’하려는 생각이라면, 땀글(노동문학)은 이슬처럼 반짝입니다. 땀흘려 일하는 하루이니, 땀을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글바치처럼 꾸미거나 보태야 하지 않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노동문학’이라는 이름을 얻으려고 하면 글도 노래도 망가집니다. ‘노동문학을 하려고 노동자로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얼빠진 짓일까요? 그런데 땀글을 땀글로 읽지 않는 이들이 많아요. 말꾼(평론가)은 ‘땀흘려 일하지 않는 자리에 있으면서 땀글을 놓고서 이리 따지고 저리 잽’니다. 말꾼 가운데 삽일(막노동)뿐 아니라 집안일을 해본 이는 몇이나 될는지요? 김해화 님이 여민 땀글은 갈팡질팡합니다. ‘일하는 사람 눈길대로 쓰면 넉넉한’데 자꾸 ‘노동문학이 되려는 글치레’로 가려 합니다. 글쟁이도 글바치도 만나지 않으면서 땀흘리기만 했다면 얼마나 빛났을까 싶더군요.


ㅅㄴㄹ


누구를 위해 집을 짓는가, 45평 54평 / 1,200세대, 이 아파트를 짓고 나면 / 우리들의 마을은 마을 밖으로 밀려나 (13층 위에서/89쪽)


“함께 좀 가시죠.” / 따라 들어간 곳 / 컴퓨터 조회 끝에 / 15년 전 앞뒷마을 패싸움나 벌금낸 것 끄집어내 / “전과자로군. 깡패 아냐?” / 저희들 멋대로 가방을 뒤지며 / “노가다 치고 우범자 아닌 놈들 없어.” / “어쭈, 노동법 해설이라? 놀고 있네.” / 이 책 저 책 들춰보고 노트도 떠들어보고 / “불온유인물 같은 것 없나 잘 봐. 노동법 들먹이는 놈들 치고 빨갱이 아닌 놈들 없으니까.” (칼쿠리/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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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갈대꽃 창비시선 69
오봉옥 지음 / 창비 / 1988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시읽기 2021.12.28.

노래책시렁 206


《지리산 갈대꽃》

 오봉옥

 창작과비평사

 1988.7.1.



  나라(정부)에서는 말을 자꾸 뒤집으면서 바늘(예방주사)을 맞고 또 맞고 다시 맞으라고 합니다. 숱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나라는 입을 싹 씻습니다. 나라가 입을 씻더라도 글바치(지식인·작가)라면 입을 씻지 말 노릇입니다. 그러나 입을 여는 글바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더구나 이 나라는 2022년부터는 ‘백신패스 딩동’을 밀어붙입니다. 사람들이 웃을 일이 없기에 웃기려고 벌이는 바보짓일까요? 사람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을 뿐더러 촛불을 들 생각이 없어 보이니, 일본과 박정희가 총칼로 억눌렀듯 신나게 짓밟으려는 셈일까요? 《지리산 갈대꽃》을 내놓은 노래님은 한때 ‘국가보안법을 어긴 탓에 가싯길을 걸어야’ 했다지만, 이제는 열린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둘로 갈린 나라가 하나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뜻을 글(시)에 담던 지난날 글돌이(남성 작가)를 보면, 하나같이 ‘이쁜 북녘 순이를 안고 핥고 부비는 줄거리’를 적었습니다. 요즈음 눈길로만 엉큼질을 글에 담은 셈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지난날 눈길로도 거북합니다. ‘-더란다’ 같은 말씨처럼 구경하는 자리에 선 글바치란, 갈라치기로 미움(분노)을 일으켜 서로 싸우도록 내모는 글줄이란, 왼켠도 오른켠도 똑같이 나라 떡고물을 받아온 길입니다.


ㅅㄴㄹ


늙은 애비 헛간에서 죽었더란다 / 두 섬 쌀마지기 숨겼다고 쪽발이놈 죽였더란다 / 고운 아내 골방에서 죽었더란다 / 벌건 대낮에 강간하고 양키놈이 죽였더란다 (지리산 갈대꽃―아버지 10/22쪽)


이웃나라 북한여자와 결혼을 했어 /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 우린 이 옷 저 옷 팽개치고 속살로 만났지 / 아픈 허리 휘어감고 밤새 뒹굴었어 / 무에 더 필요 있을까 / 달덩이 같은 방뎅이 이렇게나 푸짐한데 / 요건 분명 외국산이 아니었지 / 한라에서 백두까지 몇천번 핥아도 / 다시다시 엉기고 싶은데 (난 너의 남편이야/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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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가운데 (2021.7.9.)

― 인천 〈문학소매점〉



  일본이 총칼로 우리나라에 쳐들어와서 억누를 적에, 고장마다 ‘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로 가른 이름을 썼습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으레 ‘중구’였습니다. 그들이 차지한 나라에서 어느 고장에 밀려들어 마을을 바꾸려 하며 ‘총칼잡이를 가운데에 둔’ 셈입니다. 인천이나 부산을 가만히 보면 ‘중구가 가운데가 아니라 할’ 만합니다. 지난날에는 인천도 부산도 그리 안 넓었습니다. 조그마한 고장이 차츰 넓게 뻗자 ‘가운데 아닌 왼쪽’에 치우친 자리인데 ‘중구’요, 오른쪽 아닌 왼쪽이나 가운데에 있는데 ‘동구’란 이름입니다.


  ‘동서남북’도 ‘구(區)’란 이름도 걷어치울 만합니다. 일본 총칼(제국주의) 찌꺼기이거든요. 인천 남구는 ‘미추홀’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인천 동구라면 ‘배다리’로, 인천 중구라면 ‘싸리재’로 고칠 만합니다. ‘미추홀골·배다리골·싸리재골’ 같은 이름이 어울려요. ‘골←區’입니다.


  동쪽이 아닌 ‘동인천역’하고, 밑쪽이 아닌 ‘하인천역(인천역)’ 사이에 깃든, 가운데 아닌 ‘중구청’ 곁에 〈문학소매점〉이 태어났습니다. 인천은 이 둘레를 ‘문화관광특구’처럼 내세우지만, 막상 중국집하고 장삿집을 빼면 알맹이가 없습니다. 더구나 일본스러운 껍데기로 꾸미고서 ‘근대문화유산’이라 하더군요.


  우리는 새마을바람이 일기 앞서까지 인천조차 ‘풀집(초가)’이 있었습니다. 일본 총칼잡이가 세운 집도 ‘근대문화유산’에 넣을 만하지만, 이 작은고장에서 손수 집을 짓고 살림을 돌본 수수한 사람들이 돌본 골목마을하고 골목집이야말로 ‘근대문화유산’이라고 느껴요. 하루에 대여섯 벌씩 골목을 슥슥 쓰는 할매할배 몽당빗자루야말로 ‘근대문화유산’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골목집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습니다. 그리고 작고 좁아요. 골목아이는 여름겨울 안 가리고 ‘덥고 추운 집’에서 빠져나와 골목을 달리면서 놉니다. 인천 벼슬꾼(공무원)이 책상맡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골목사람으로 살며 골목빛을 헤아린다면, 이곳은 천천히 빛나는 살림터로 나아갈 만합니다. 책도 이와 같아요. 글보람(문학상)을 받아야 글꽃이지 않아요. 오늘 이 터전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가다듬은 글을 차곡차곡 여미기에 글꽃입니다.


  글(문학)도 살림(문화예술)도 없이 시끌벅적한 허울뿐이던 인천 가운데(중구) 아닌 싸리재골 한켠에 조촐히 골목꽃을 돌보며 골목책집으로 이어가는 〈문학소매점〉이리라 생각합니다. 책이란 대단하지 않습니다만, 숲하고 사람 사이에 살그머니 있는, ‘사이’라서 얼결에 ‘가운데’에 있는, 멋스런 이야기꾸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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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인천 시리즈 1 조감도와 사진으로 보는 1930년대》(김용하·도미이 마사노리·도다 이쿠코 엮음, 토향, 2017.8.15.)

《소설가의 사물》(조경란, 마음산책, 2018.8.25.)

《살려고 서점에 갑니다》(이한솔, 이한솔, 2020.1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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