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1.


《월간토마토 vol.172》

 이용원 엮음, 월간토마토, 2021.11.1.



읍내 법무사에 간다. ‘글뭉치(등기 서류)’ 두 가지를 받는다. 참말로 끝난 땅종이(토지문서). 우리 집이 고스란히 우리 집이로구나. 시골에는 ‘등기’가 안 된 땅이 수두룩하다. 곰곰이 보면 굳이 ‘등기’를 할 까닭은 없다. ‘등기 = 세금’일 뿐이다. 또한 ‘등기 = 개발’하고 잇닿는다. 숲에 깃들어 조용히 살아가는 길이 아름다운데, 숲을 누리려면 오늘날에는 이 땅종이를 늘려서 부릉이나 풀죽음물(농약)이나 도둑이 얼씬거리지 않도록 둘러야 한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서 살면서 지켜보니, 땅종이가 있어도 우두머리(군수)가 뒷돈을 챙겨서 어디에다 막삽질을 하려고 나서면 삽차로 싹 쓸더라. 푸른터(국립공원)조차 아랑곳하지 않더군. 《월간토마토 vol.172》을 대전마실을 하며 장만했고 다달이 받기로 했다. 고장마다 펴내는 책에는 애써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를 안 실어도 된다. 엄청난 ‘문화·예술·역사·건축’은 엄청난 분들이 하라고 맡기고, 마을책은 마을살림을 수수하게 여미면 즐겁다. 요새는 눈뜨는 이웃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취재’를 하면 글이 망가진다. ‘취재’는 집어치우고 ‘함께살’면 된다. 스스로 마을사람이자 시골사람으로 살림을 짓고 놀고 노래하면 모든 이야기는 저절로 신나게 샘솟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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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0.


《마리와 양》

 프랑소아즈 글·그림/정경임 옮김, 지양사, 2004.1.5.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간다. 서울에 서둘러 보낼 글꾸러미가 있다. 이 때문에 서울마실을 생각해 보았는데, 작은아이가 “서울 가지 말고 우체국으로 가요.” 하고 말하기에 우체국으로 간다. 일찌감치 우체국 일을 보고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순천으로 가려다가 벌교로 시골버스를 타고 간다. 돌림앓이를 핑계로 시외버스가 엄청 줄어서, 고흥·순천을 오가는 시외버스를 타기가 까다롭다. 순천 낙안에는 〈형설서점〉이 있다. 낙안도 순천이니 그곳에 가자. 나는 책을 읽고, 작은아이는 책집 앞 너른터를 달리거나 걸으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해질녘에는 다시 시골버스로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사람도 부릉이도 드문 외진 시골길을 까뒤집고 넓히는 삽질이 한창이더라. 돈을 이렇게 퍼붓는구나. 삽질나라에서는 삽질로 뒷돈을 챙기는 짓이 끝없이 넘치는구나. 《마리와 양》을 읽었다. 상냥하면서 따스하게 흐르는 줄거리이다. 가만히 보면 온누리 어느 곳이나 수수한 어버이는 수수한 아이들한테 수수한 살림빛으로 말을 가르치고 셈을 물려주었다. 외우도록 닦달하지 않고, 부드러이 이야기를 지어 아이랑 노래하는 나날이었다. 오늘 우리는 아이들을 배움터에 몰아넣지만 무엇보다 ‘사랑’이 빠졌다. 사랑이 없으면 모두 눈가림에 눈속임이다.


#JeanneMarieCountsHerSheep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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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9.


《이치고다 씨 이야기 1》

 오자와 마리 글·그림/정효진 옮김, 학산문화사, 2010.10.25.



다시 낮볕은 포근하고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싱그럽다. 해마다 포근한 겨울이 되는지 아닌지는 안 쳐다보기로 했다. 포근하면 포근한 대로 반기고, 얼어붙으면 얼어붙는 대로 즐기는 겨울을 맞이한다. 읍내를 다녀오는 해날(일요일)이다. 우리 집은 부릉이를 건사하지 않고 시골버스를 타기에, 시골버스에서 시골 푸름이를 스칠 적마다 이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막말(욕)에 귀가 아프다. 푸른돌이도 푸른손이도 말끝마다 막말이다. 곁님하고 이 대목을 얘기해 보는데, “그 아이들은 아마 욕인 줄 모르고 그냥 입에 붙은 말 아닐까요?” 하는 말에 “아, 그렇겠네.” 하고 느꼈다. 어른이나 아이 모두 ‘식빵 굽기’를 늘 하는 우리나라인걸. 《이치고다 씨 이야기 1》를 새삼스레 읽었다. 홍성에 사는 이웃님 큰아이한테 건네고 싶어서 헌책을 어렵사리 장만했다. 그러나 여섯걸음 가운데 석걸음만 겨우 찾았다. 뭐, 석걸음이라도 ‘착하고 참한 그림꽃책’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오자와 마리 님 그림꽃책이 우리말로 다 나오지는 않았으나, 몇 가지 나온 책만 보아도 이토록 ‘착한 이야기·그림·말’을 담을 수 있나 싶어 늘 놀란다. 누리그림꽃(웹툰)이 그렇게 잘 팔리고 돈이 된다는데, 우리나라 누리그림꽃을 보면 숨이 막히고 끔찍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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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12.30. 새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언제나처럼 바지런히 말꽃엮기(사전편찬)를 하다가 부엌일을 하고, 밥을 차리고, 빨래를 마쳐서 널고, 숨을 돌리고, 밥을 먹을까 말까 하다가 먹으니 낮 두 시에 이릅니다. 이제 슬슬 졸릴 때이지만, 새해 첫날을 앞두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이튿날 12월 31일은 읍내가 몹시 북적대거든요. 오늘 볼일을 보고서 며칠을 조용히 시골집에 머물자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우체국에 다녀오지 않으면 한동안 글월을 못 부치겠습니다.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다가 막힌 곁님이 이모저모 실랑이를 들려줍니다. 한참 듣고 나서 곁님한테 들려줄 말은 한 가지입니다. “스스로 알아들은 대로 옮겨요. 남들한테 알려줄 생각은 하지 마요.” 남(사회)이 어떻게 알아차리도록 도울까 하고 생각할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알아듣고 새긴 만큼 옮기면 됩니다. 이른바 애벌옮김입니다.


  애벌옮김이 있어야, 이 애벌옮김으로 두벌옮김을 하고 석벌옮김을 거쳐 비로소 ‘애벌손질’에 이릅니다. 애벌손질까지 오면 두벌손질하고 석벌손질을 하지요. 이렇게 여섯걸음을 지나갔으면 ‘우리말로 풀어내기’를 합니다. ‘애벌옮김’도 ‘애벌손질’도 ‘아직 우리말스럽지 않기 마련’입니다. 무늬는 한글이되 우리말이 되려면 갈 길이 한참 남았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풀어내기’도 석벌쯤 하고서, 바야흐로 혀에 얹어서 아이하고 도란도란 말을 나누어 보면 ‘바야흐로 남한테도 이야기를 펼 만큼 안다’고 할 만한가 하고 짚습니다.


  어렵게 말하자면 ‘적어도 열벌 손질·되쓰기를 거쳐야 번역원고라고 할 만하다’는 뜻입니다. ‘열벌 손질 = 직역’입니다. 열한벌 손질째로 접어들어야 비로소 ‘의역’이란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열벌 손질까지 이르지 않고서 ‘직역인가 의역인가 하고 다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옮기는(번역) 사람은 하나도 없지 싶어요. 이렇게 옮겨서 책을 내는 곳도 없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숲노래 씨는 우리나라 옮김책(번역책)을 안 믿습니다. ‘우리말로 풀지 않은 글이지만, 이럭저럭 속내를 새기도록 두벌옮김을 해주기만 해도 훌륭하다’고 여깁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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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나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지음, 클레르 르그랑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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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12.30.

맑은책시렁 261


《할아버지 나무》

 다니엘 포세트 글

 클레르 르그랑 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2002.11.11.



  《할아버지 나무》(다니엘 포세트·클레르 르그랑/최윤정 옮김, 비룡소, 2002)를 가만히 읽으면, 아이하고 할아버지하고 배움터하고 길잡이(교사)하고 동무가 얽힌 실타래를 엿볼 만합니다. 배움터 길잡이가 아이를 슬기롭게 달래면서 할아버지하고 동무 사이를 잇는 줄거리를 들려주는데, 막상 삶자리에서는 이 어린이책 줄거리대로 흐르지는 않는다고 느낍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도 ‘시골스럽다 = 부끄럽다’로 여기는 눈길이로구나 싶어요. 앞에서는 “그래, 너희 할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사냥꾼으로 훌륭하구나. 프랑스 파리에서도 사냥꾼 노릇을 하면 되겠지.” 하고 이야기할 어른이나 길잡이가 있을까요? 흙을 만지면서 호미랑 낫을 쥔 할매 할배한테서 배우는 곳은 없다시피 합니다. 어린배움터가 흙할매한테서 배우나요? 푸른배움터가 흙할배한테서 배우나요? 열린배움터에서 젊은이를 가르치는 시골 할매 할배가 있는지요?


  아기를 집에서 어떻게 낳아서 세이레를 돌보는가를 가르치거나 배울 곳은 어디일까요? 어머니가 아기를 낳아 몸을 살피는 사이에 아버지는 집안일을 어떻게 맡아서 슬기롭고 사랑스레 아기랑 곁님을 보살펴야 하는가를 가르치거나 배울 곳은 어디일까요? 엄마돌봄집(산후조리원)을 따로 세울 일이 아닙니다. 모든 돌이(아버지)가 ‘엄마돌봄(산후조리)’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순이(어머니)는 아기를 세이레 동안 곁에 두면서 바깥손을 타지 앟도록 토닥일 줄 알아야 하지요.


  씨앗 한 톨을 건사하는 길을 나눌 배움터를 오늘날 어디에서 찾아볼까요? 나무처럼 즈믄해를 훌쩍 살아내는 사람 몸뚱이가 아니라면, 나무를 함부로 건드리는 짓이 아니라, 나무한테서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서 나무를 사랑하는 길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할 노릇입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으면서 ‘서울 일거리’만 ‘꾼(전문가)’이 되도록 길들이는 곳이 배움터라는 이름이라면, 이 나라도 이웃나라도 앞길은 새카말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할아버지, 애들이 놀리면 어떡해요? 카라모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할아버지밖에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애들한테 이 할아비 이름의 뜻이 ‘사자 사냥 대장’이라고 가르쳐 주면 되잖아. 얼마나 멋있어, 안 그러냐?” “네, 그렇기는 한데……. 사자를 사냥하던 때나 그렇죠.” (18쪽)


“맛있기는 하지만 할아버지는 쿠스쿠스를 손으로 먹잖아요. 학교에서 음식을 손으로 먹으면 혼난단 말이에요! 음,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할아버지 이름을 모리스라고 하고 소시지 가게 주인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2쪽)


“나는 여러분에게 사막의 바람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를 해주러 왔다.” 둥! 둥! 둥! 내 심장 뛰는 소리도 꼭 저 탐탐 소리만큼이나 큰 것 같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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