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키네 사 형제 5
후지사와 시즈키 지음, 박소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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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4.

만화책시렁 383


《유즈키네 사 형제 5》

 후지사와 시즈키

 박소현 옮김

 학산문화사

 2021.7.25.



  어버이를 일찍 여의어 슬픈 사람이 있고, 일찍 떠난 어버이를 그리되 곁에 있는 언니동생을 바라보며 새롭게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버이랑 사이가 나빠 말조차 안 섞기도 하고, 언니동생이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요. 모든 삶과 살림과 사람은 다르기 마련이라, 어느 집이 낫거나 나쁘거나 좋거나 궂다고 가를 수 없습니다. 《유즈키네 사 형제 5》을 읽으면서 줄거리가 꼬일 대로 꼬인다고 느낍니다. 석걸음까지는 돌이 넷이 한집안을 이루면서 서로 돕고 아끼고 돌보면서 사랑하는 길을 차근차근 그리는데, 넷다섯으로 접어들면서 그림감이 바닥났는지 자꾸 옆길로 샙니다. 밑감이 없다면 굳이 더 그려야 하지 않습니다. 알맞게 마치면 돼요. 또는 훅훅 가로질러서 막내돌이가 열다섯 살 스무 살 서른 살로 나아가는 삶길을 그리면 되어요. 돌에 넷이 서로 따스히 지내는 보금자리라면 억지스러운 웃음이나 낯빛이 없겠지요. 이러한 삶을 담아내려 한다면, 이래저래 늘어뜨리면서 질질 끌지 않기를 빕니다. 아이는 어버이를 보고서 자라기 마련이지만, 둘레 어른이며 또래이며 풀꽃나무 모두를 길동무로 삼습니다. 아이는 바람하고 햇볕하고 흙하고 풀벌레도 길동무로 여겨요. 삶은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스스럼없이 부르면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아저씨.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일도 있어요.” (45쪽)


“하야토.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아빠는 지금 열심히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고 있으니까.” “어딜 봐서? 오늘도 아빤 쿨쿨 잠만 잤어! 엄마가 밖에서 일하고 있는데!” (88쪽)


“하야토에게도 얘기했어요. 혼자 끌어안지 말고 가족과 얘기해서 함께 생각하면 된다고.”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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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만화 장진영 만화모음 1
장진영 지음 / 정음서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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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4.

만화책시렁 391


《민중만화》

 장진영

 정음서원

 2020.10.12.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년에 처음으로 ‘민족문학’이란 이름을 듣고, 1990년에 이르러 ‘민중문학’이란 이름을 듣습니다. 곧이어 ‘노동문학’이란 이름을 듣는데, 갈수록 ‘민족·민중·노동’하고 ‘문학’이란 이름이 머나먼 메아리 같더군요. 이 이름이 나쁘다고 여긴 적은 없되, 이 이름을 내세우는 쪽에 선 사람들을 보면 들풀하고 동떨어진 채 목소리만 높구나 싶어요. 때로는 우르르 모여 뒷주머니를 꿰찹니다. 《민중만화》를 보면서 1980∼90해무렵(년대)에 넘쳐나던 그림꽃을 하나둘 떠올립니다. 저는 그림꽃이라면 늘 모두 들여다보았기에 왼켠·오른켠을 가릴 일이 없습니다. 모든 그림꽃을 들여다보노라니 왼켠·오른켠에 선 이들은 그들끼리 무리를 지어 울타리를 쌓을 뿐, 어린이도 시골도 숲도 모르거나 잊은 채 나아가요. 장진영 님은 살며시 시골그림꽃을 그리기도 했습니다만, ‘민중만화’라는 이름을 붙잡고 싶어하면서 스스로 그림꽃빛을 잃는구나 싶어요. 글도 그림도 그림꽃도 ‘민중’일 까닭이 없고 ‘노동’일 쓸모도 없습니다. ‘들풀그림’이면 되고, ‘살림그림’이면 넉넉해요. 목소리를 내기에 바꾸는 물꼬가 된다고도 하지만, 목소리만 있고 집안일을 안 하거나 시골을 품지 않거나 숲하고 등지거나 어린이를 잊는다면, 무슨 ‘민중’이 될까요? 행주와 부엌칼과 호미를 쥐면 됩니다.


ㅅㄴㄹ


“민중의 힘으로 군사독재 타도하자!” (38쪽)


“아가씨. 좋은 말 할 때 저리 가 있어.” “야! 그게 좋은 말이니? 돼먹지 않은 게.” “어. 이년 봐라.” (78쪽)


민족문학 운동계열에서 만화를 거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민중문학, 노동문학 계열도 마찬가지다. 가장 노동문학적인 만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 만화의 역사에서조차 민중만화를 주목하는 글을 보지 못했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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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1 - 프로포즈, 영희와 철수 사랑에 빠지다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김영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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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4.

만화책시렁 396


《사랑해 10》

 김세영 글

 허영만 그림

 채널

 2001.2.15.



  사람이기에 사랑을 하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어떤 숨빛인지 살피지 않거나 사랑이 어떤 빛살인지 헤아리지 않으면 ‘살부빔’에 갇히거나 ‘순이돌이 갈라치기’에 빠집니다. 2000년 언저리에 ‘스포츠신문’에 실었고, 2007년에 ‘김영사’란 곳에서 새로 펴낸 《사랑해》는 그린이가 어떤 눈길로 삶·사람·살림을 바라보는 웃사내(가부장제)인가를 환히 드러냅니다. 아무리 너덧 살 아이를 내세운다지만, 아이가 속옷을 들추면서 예쁘냐고 묻는 그림을 버젓이 싣고, 순이는 언제나 집안일을 하고 돌이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얼거리에,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을 ‘이기주의’라고 얕보는 마음이요, 돌이는 툭하면 추근질(성추행)을 일삼는 눈빛이나 손길이나 몸짓입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그냥 막놈이요 쓰레기인 모습인데 “사랑해”란 이름으로 그리니, 오늘날 이 나라를 넌지시 비꼬거나 나무라려는 생각일까요? 아니면 그린이 스스로 사랑에는 아무 마음이 없고 생각이 없다는 민낯을 환히 보여주는 셈일까요? 지난날 총칼나라(군사독재)에 이바지하는 그림을 그렸다손 치더라도, 이제는 어깨동무(성평등)라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부디 살림돌이라는 자리를 바라보기를 빌 뿐입니다. 살림을 하지 않기에 고인물이요, 살림을 등진 눈으로는 사랑을 터럭만큼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ㅅㄴㄹ


“당신 시골에서 살아 본 적 있어? 이런 오지에서 살 자신 있어?” “음. 지우 때문에 안 되겠네. 이제 곧 유치원도 보내고 학교도 보내야 하잖아!” … ‥하지만 자신들의 가난한 행복을 위해 자식을 포기한다는 게 과연 욕심 없는 마음일까? 그건 또 다른 형태의 이기주의 아닐까?” (47, 49쪽)


“우리들은 모두 여자에게서 태어났어.” “그래서?” “내가 여자들을 쳐다보는 것은 고향 하늘을 쳐다보는 것과 같은 거야.” (77쪽)


“바람이 나쁜 게 아니야. 바람이 돌을 사랑해서 수천만 년 동안 쓰다듬어 주고 뽀뽀해 주고 그래서 돌의 모습이 저렇게 변한 거야.” “엄마, 나한테 뽀뽀하지 마! 지우고 저렇게 못생겨지면 어떡해!” “하하! 사랑은 괜찮아. 뽀뽀하면 할수록 이뻐지는 거야.” (116쪽)


“뭘 그렇게 넋을 잃고 쳐다봐? 저런 거 처음 봐?” “음. 여자를 응원하고 있었어. 여자가 계속 이겨서 높이높이 올라가면 팬티가 보일지도 모르잖아?” “윽! 치한 같으니!” “흐흐.”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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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6.


《모던인천 시리즈 1 조감도와 사진으로 보는 1930년대》

 김용하·도미이 마사노리·도다 이쿠코 엮음, 토향, 2017.8.15.



바람이 잠든 추위로 바뀐다. 바람이 휘몰아치면 엄청나게 추웠을는지 모르나, 바람이 잠들어 주니 손발낯이 얼어붙는다 싶어도 그렇게까지는 안 춥다. 얼음은 더 두껍다. 바깥물도 언다. 그러나 걱정스럽지 않다. 곧 추위가 사그라들어 포근볕이 찾아올 줄 아니까. 별빛은 오늘도 밝다. 첫봄부터 한가을까지는 풀꽃나무를 지켜보는 나날이라면, 늦가을에는 구름밭을 바라보고, 겨울에는 별을 그리는 밤이로구나 싶다. 한겨울은 해가 일찍 떨어지니 예닐곱 시만 되어도 별바라기를 하고, 여덟아홉 시면 별빛물결이요, 열열한 시에는 미리내가 너울거린다. 우리가 날마다 미리내를 보는 밤빛을 누린다면 생각을 얼마나 환하게 틔울까? 날마다 풀꽃빛도 별빛도 등지는 터에서 살기에 생각이 갇히거나 막히는 삶 아닐까? 《모던인천 시리즈 1 조감도와 사진으로 보는 1930년대》는 총칼로 짓밟히던 무렵 인천 곳곳에 서던 일본집을 하나씩 짚으면서 1930해무렵(년대)을 짚는다. 엮은이가 집짓기(건축)하고 얽힌 일을 하는 일본사람이기에 ‘일본집’을 눈여겨보기도 하겠으나, ‘관광도시 인천’으로 돈벌이를 꾀하는 벼슬아치(공무원)하고 글바치(작가·지식인)도 일본집만 쳐다본다. 골목을 이룬 수수한 사람들 살림집을 눈여겨보는 이는 아직도 아주 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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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5.


《크리스마스트리》

 미셸 게 글·그림/강경화 옮김, 시공주니어, 2002.11.25.



밤부터 바람이 휭휭. 낮에도 바람이 휭휭. 겨울이 겨울답도록 새삼스레 추위가 닥치는구나. 한 해 내내 빛날(생일)로 여기고, 언제나 꽃날(기념일)로 삼으니, 12월 25일이라고 해서 다를 일이 없다. 빛나고 꽃다운 삼백예순닷새 가운데 하루이다. 바람을 실컷 마시고서 다시 맞이하는 저녁에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누린다. 별이 돋으면 슬금슬금 아이들한테 다가가서 묻는다. “별 보러 걷지 않을래?” 여름에 만나는 여름별, 겨울에 마주하는 겨울별, 봄가을에 어우러지는 봄가을별은 늘 새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푸른별도 스스로 돌기에 가만히 보는 별길은 천천히 흐르는 빛줄기이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머니하고 딸이 상냥하면서 오붓이 짓는 살림길을 들려준다. 굳이 아버지를 안 그렸을 수 있지만, 꼭 다 그려야 하지 않지. 어이딸 살림길도, 어비딸 살림빛도, 어이아들 살림꽃도, 어비아들 살림노래도 아름답다. 섣달꽃(크리스마스)을 기리거나 반기는 그림책이기에 뭘 주고받는 얼거리나 ‘산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숲에 들어가서 나무를 베거나 얻어서 집까지 실어나르는 줄거리로도 알차다. 스스로 사랑하기에 스스로 빛나고, 스스로 짓기에 스스로 즐겁고, 스스로 꿈꾸기에 스스로 춤추며 노래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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