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8 사랑으로



  글을 술술 쓰는 길은 언제나 하나. 스스로 사랑이 되려는 생각을 마음에 심으면, 오늘까지 살아온 나날에 듣고 보고 겪고 한 숱한 이야기가 노래처럼 쏟아집니다. 우리는 이 가운데 하나쯤 살며시 골라서 신나게 웃고 춤추면서 옮기면 되지요. 스스로 사랑해 보셔요. 그러면 글쓰기가 매우 쉬워요. 스스로 사랑하시나요? 그러면 빨래하기·밥하기·걸레질·비질이 참말 쉬워요. 스스로 사랑하기로 해요. 그러면 우리가 붙잡는 모든 일은 “새롭게 일어나는 바람”처럼 푸르고 싱그럽더군요. 바로 이곳부터 스스로 사랑이 되어 눈을 새로 떠요. 그러면 우리가 읽는 모든 책에 깃든 “민낯과 허울과 껍데기와 속살과 속빛과 숨결”을 남김없이 알아채고 느낀답니다. 한결같이 스스로 사랑빛으로 살기로 해요. 그러면 온누리 어떠한 미움도 시샘도 응어리도 멍울도 포근하게 달래고 녹여서 나비 날갯짓마냥 눈부신 꽃춤으로 바꾸어 내는 글 한 줄이 문득 태어나요. 우리말꽃을 쓰는 길은 여느 글쓰기하고 같습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말을 바라보고 읽고 느끼고 생각해서 다루”면 됩니다. 틀(이론)에 맞추면 말빛이 죽습니다. 굴레(규칙)에 가두면 말씨앗이 마릅니다. 사랑이라는 살림길로 말을 돌보고 품을 적에 비로소 낱말책을 여미어 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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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걸음마다 (2021.10.29.)

― 서울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사람마다 다르니 마을이 다르고, 살림집이 다르고, 책집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글씨가 다르고, 말결이 다르고, 몸짓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너랑 나랑 이름이 다르고, 노래가 다르고, 춤사위가 다릅니다.


  우리는 이름이 있기에 스스로 새로운 줄 깨닫습니다. 우리한테 이름이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 빛을 잃고 숨결을 잊습니다. 꽃이름도 풀이름도 나무이름도 함부로 지은 적이 없는 모든 겨레입니다. 먹물붙이나 임금붙이가 지은 풀꽃나무 이름이 아닙니다.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숲을 품은 수수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붙인 풀꽃나무 이름입니다. 풀벌레한테도, 헤엄이한테도, 새한테도, 뭇짐승한테도, 수수한 숲사람(시골사람)은 사랑을 오롯이 기울여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오늘날에는 겨레마다 다르고 고장마다 다르고 마을마다 다른 이 풀꽃나무 이름을 ‘배움이름(학명)’에 맞추곤 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을 깎아내리지요. 우리 스스로 먹물붙이가 다시 매긴 배움이름에 휘둘려요.


  일본은 총칼로 우리나라로 쳐들어오고 배움터를 새로 열면서 아이들한테 1·2·3 같은 셈값(번호)을 붙였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지우고 셈값으로 불렀는데, 이 굴레는 일본이 물러난 뒤에도 오래도록 이었어요. 1970년부터는 ‘주민등록번호’를 내밀어 사람들을 가두는 틀을 짰습니다. 나라(정부·정치권력)는 들꽃 같은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저 ‘억누르거나 다스릴 셈값(번호)’으로 여겼습니다. 나라일꾼을 뽑는다는 자리에 가면 ‘선거인명부’란 셈값이 줄줄이 붙어요.


  영천시장 곁에서 책빛을 밝히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찾아갑니다. 작은아이는 책집 앞골목이 비탈이 져서 재미있습니다. 영차영차 올라갔다가 바람처럼 화다닥 내리달립니다. 한참 달리기놀이를 하다가 책집에 다락이 있는 줄 알아채고는 다락놀이를 잇습니다.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은 모름지기 놀이하는 숨결에서 태어났다고 느낍니다. 어릴 적부터 누린 놀이를 이야기로 옮깁니다. 어버이란 이름을 얻어 아이하고 소꿉살림을 지으면서 돌본 하루를 글로 적습니다. 옛사람이 풀꽃나무한테 붙인 이름을 되새기면서 오늘에 맞게 새이름을 헤아립니다.


  이름은 말입니다. ‘이르다 + ㅁ = 이름’이니, 마음에 담은 생각을 소리로 터뜨려 말로 피어나면 비로소 이름으로 퍼집니다. 서울 곳곳을 밝히는 마을책집은 ‘마을 + 책 + 집’이란 이름으로 작은별입니다. 작은별은 작은씨앗이요, 작은씨앗은 작은손길이요, 작은손길은 잿빛나라를 푸르게 바꾸는 즐거운 사랑입니다.


《Town Mouse·Country Mouse》(Jan Brett, G.P.Putnam's sons, 1994.)

《Blueberry Girl》(Neil Gaiman 글·Charles Vess 그림, HarperCollins, 200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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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르르 와그르르 - 우리 집에 악어가 산다!
네지메 쇼이치 지음, 고마쓰 신야 그림, 고향옥 옮김 / 달리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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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0.

그림책시렁 762


《와그르르 와그르르》

 네지메 쇼이치 글

 고마쓰 신야 그림

 고향옥 옮김

 달리

 2019.5.6.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들었으나, 이를 왜 어떻게 닦을 적에 이랑 잇몸이 오래오래 튼튼할 뿐 아니라 몸이 즐거운가를 제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예 못 듣다시피 했습니다. 잇솔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올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래도록 ‘딱딱하거나 억센 솔’이었습니다. 더구나 돼지털이나 말총처럼 흙으로 돌아갈 만한 솔이 아닌 플라스틱이었어요. 막대도 플라스틱이고요. 숲에서 태어난 살림이 아닌 뚝딱터(공장)에서 찍어낸 것을 몸에 오래도록 대면 이나 잇몸이나 몸은 어떻게 바뀔까요? 《와그르르 와그르르》는 아이들한테 이닦기를 놀이처럼 들려주는 대목은 재미나다고 하겠으나, 이를 너무 세게 박박 문지르는 얼거리입니다. 이돌봄집(치과병원)에서는 이 그림책을 반길는지 모르나, 아이가 이·잇몸이며 몸을 돌보는 길을 ‘고단한 일’이 아닌 ‘가벼운 놀이’로 맞아들이도록 바라보기를 바라요. 살갗을 박박 문지르면 살갗이 벗겨집니다. 머리를 박박 감으면 머리카락이 뽑힙니다. 이랑 잇몸은 어떨까요? 우리 몸은 ‘박박질’이 아니라 ‘보듬질’로 가꿀 적에 빛나요. 노래하면서 몸을 돌보고, 보들보들 즐겁게 하루를 가꾸는 살림길을 그림책으로 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コマツシンヤ #ねじめ正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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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비룡소 유아 그림책 3
헬리나 즈마틀리코바 그림, 에두아르드 페티슈카 글, 권재일 옮김 / 비룡소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2.1.10.

그림책시렁 828


《사과나무》

 E.페티슈카 글

 H.즈마틀리코바 그림

 권재일 옮김

 비룡소

 2001.6.22.



  1970년에 나온 《사과나무》를 가만히 읽습니다. 아이가 어린나무를 지켜보고 함께 돌보면서 겨울눈도 꽃도 잎사귀도 마주하다가 열매를 얻으며 즐거운 삶길을 나아가는 얼거리를 부드러이 담았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능금나무에 풀죽임물을 잔뜩 치는 대목이 깃들어서 놀랐습니다. 밭에 풀죽임물을 친 지는 얼마 안 되었는데, 이렇게 풀죽임물을 ‘꼭 쳐야’ 벌레를 잡으면서 사람한테 이바지한다고 그린다면, 아이는 무엇을 보거나 배울까요? 나무한테 꼬이는 벌레는 나쁠까요? 벌레가 맡은 길은 무엇일까요? 벌레는 언제부터 꼬일까요? 숱한 벌레는 잎도 열매도 갉지만, 사람이 남긴 찌꺼기나 똥도 갉습니다. 숱한 벌레는 가랑잎도 갉고 풀벌레나 짐승 주검도 갉아요.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으면 어느새 벌레는 땅속에서 주검을 살살 갉으면서 새롭게 흙으로 돌아가도록 북돋웁니다. 벌레가 없다면 사람은 몽땅 죽을 뿐 아니라, 열매를 못 얻어요. 먼먼 옛날부터 구태여 풀죽임물을 안 친 까닭을 생각할 노릇입니다. 콩 석 알을 사람·새·벌레가 나눈다는 옛이야기처럼 저마다 맡은 삶길이 있어요. 우리가 참말로 어른이라면, 아이가 받아들이고 배울 슬기로운 살림을 글·그림·이야기에 사랑으로 담을 노릇입니다. 작은 귀퉁이로 여기지 맙시다.


ㅅㄴㄹ

#OJablonce #EduardPetiska #HelenaZmatlik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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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을까? 다를까? 개구리와 도롱뇽 - 2018 북스타트 선정, 2018 책날개 선정, 한우리 필독서 선정, 2017년 책날개, 북스타트 선정도서 바람그림책 44
안은영 글.그림, 이정모 감수 / 천개의바람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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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0.

그림책시렁 829


《같을까? 다를까? 개구리와 도룡뇽》

 안은영

 천개의바람

 2016.2.20.



  시골에서조차 개구리가 확 줄어듭니다. 밭개구리나 멧개구리도 있습니다만 논개구리가 무척 많은데, 갈수록 논에 풀죽임물을 무시무시하게 뿌릴 뿐 아니라, 언제나 시끄럽고 묵직하게 파헤치는 흙수레(농기계)가 널리 퍼진 탓입니다. 어떤 올챙이나 개구리는 흙수레가 지나갈 적에 옆으로 물러서거나 비키지만, 적잖은 올챙이나 개구리는 흙수레 삽날에 그대로 걸려서 죽습니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 풀죽임물을 좍 뿌리면 올챙이나 개구리도 꼴까닥 숨이 넘어가지만, 제비도 참새도 멧새도 나란히 고꾸라집니다. 벌나비도 풀죽임물에 몽땅 떨어지는걸요. 《같을까? 다를까? 개구리와 도룡뇽》을 읽으며 자꾸자꾸 오늘날 우리 논밭 민낯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이 책으로도 개구리랑 도룡뇽을 갈라서 헤아리도록 이끄는 책은 알찬데, 삶자리나 마을이나 보금자리 곁에서 개구리하고 도룡뇽을 늘 마주하도록 이 나라를 확 뒤집어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구리가 사라진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도룡뇽이 몽땅 죽은 나라는 어떤 빛일까요? 숲살림을 담아내는 오늘날 그림책이라면 이 대목을 더욱 상냥하면서 포근히 짚으면서, ‘어리석은 어른’을 가볍게 나무라고 ‘자라나는 아이’한테 들빛하고 숲빛을 품도록 이끌어 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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