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1.14.

오늘말. 맛선


흩어진 조각이라면 찬찬히 보면서 하나씩 짜맞춥니다. 수수께끼를 풀 적에는 어떤 얼개인가 하고 크게 헤아린 다음 차근차근 짚으며 끼워맞춥니다. 조각놀이를 할 적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조각을 가만히 봅니다. 수수께끼란 얼핏 닮았네 싶은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며 생각을 북돋우는 이야기이지 싶습니다. 살살 달래듯 생각을 짓습니다. 맛보기 같은 귀띔을 넌지시 들려주기도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아리송한 길을 찾아나서기도 합니다. 적어 놓은 틀대로 따르면 쉽다고 하지만, 틀박이에 길들면 생각이 사라지고 밋밋한 눈길로 가더군요. 모든 일은 가볍게 풀고 맺으면서 천천히 해보면서 익숙해요. 때로는 틀리고 때로는 어긋나면서 조금씩 눈을 틔우고 마음을 열어요. 여기에 꽃보기가 있고 저기에 아름보기가 있습니다만, 어느 굴레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스스로 짓고 싶습니다. 따라하면 따분하거든요. 똑같이 하면 어쩐지 생각이 닳는 듯해요. 갇힌 굴레가 아닌, 낡은 구닥다리가 아닌, 늘 스스로 하나둘 지으면서 펼치려고 합니다. 손수 짓기에 어른으로서 아이한테 맛선을 보이고 길동무로 섭니다. 몸소 나서기에 어깨동무를 하며 나아갑니다.


ㅅㄴㄹ


보기·꽃보기·아름보기·보이다·보여주다·다루다·맛보기·맛선·선보이다·내보이다·해보다·살며시·살살·살짝·슬며시·슬슬·슬쩍·가볍다·가만히·넌지시·문득 ← 시범, 시범적


그림·판·틀·얼개·짜임새·판박이·틀박이·끼워맞추다·꿰맞추다·짜맞추다·가두다·갇히다·뻔하다·생각없다·굴레·구닥다리·하품·얽매다·얽매이다·매다·동여매다·지겹다·따분하다·딱딱하다·구리다·곰팡내·낡다·닳다·심심하다·얄팍하다·닮다·비슷하다·거의 같다·베끼다·밋밋하다·밍밍하다·맹맹하다·싱겁다·우습다·웃기다·재미없다 ← 도식(圖式), 도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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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2022.1.14.

오늘말. 피붙이


사람 사이에 높고낮은 틀이 없다면 벼슬이 없습니다. 높은벼슬이 있으니 낮은벼슬이 있습니다만, 벼슬이 있기에 높은분하고 낮은이를 가르는 굴레가 불거집니다. 왜 윗자리가 있어야 할까요? 왜 높은자리를 노리는 마음을 키울까요? 한집안을 이끄는 사람은 꼭두자리가 아닌 기둥입니다. 집에는 기둥이 하나가 아니에요. 둘이나 셋도 아닙니다. 적어도 넷을 두어야 하고, 칸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여섯도 여덟도 됩니다. 기둥을 잇는 들보는 기둥 못지않게 든든한 나무입니다. 한지붕을 이루는 피붙이는 서로서로 아름답고 알차며 사랑스러운 숨결이에요. 모두 집님입니다. 마을이나 나라를 이루는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요? 나리가 되거나 벼슬아치란 이름을 얻으면서 콧대를 높이거나 자랑한 지난날입니다. 윗길로 접어들려고 이웃을 밟기 일쑤요, 으뜸자리가 되겠다며 동무를 치는 오늘날이에요. 앞으로는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요. 착하며 참된 마음빛을 서로 보내고 받으면서 아름다이 사랑을 실어나르는 사이로 가기를 바랍니다. 기쁨꾸러미를 나누고, 이야기보따리를 함께 펼 적에 새삼스레 사이좋게 빛나는 온집이 되고 온누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나르다·가져다주다·실어나르다·태우다·찾아가다·찾다·보내다·부치다·오다·집받이·꾸러미·보따리·타래 ← 택배(宅配)


한집·한집안·한지붕·한핏줄·한피·살붙이·피붙이·온집·온집안·온지붕·우리·저희·집·집님·집안 ← 부모형제


꼭두자리·으뜸자리·꼭두벼슬·으뜸벼슬·높은벼슬·높은곳·높곳·높은자리·높자리·높은분·높은이·높은님·높님·나리·벼슬아치·벼슬꾼·벼슬쟁이·벼슬잡이·위·위쪽·윗길·윗무리·윗물·윗자리·윗줄·윗벼슬 ← 고관(高官), 고관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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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2022.1.14.

오늘말. 홑채


시골에 난 시골길입니다. 시골에서 사는 할매랑 할배는 시골어른입니다. 시골에서 시골살이를 누리고, 혼자서 홀살림을 짓습니다. 여럿이 모여 살아간다면 모둠집일 테고, 혼자 조용히 살아 조용살림에 홑집입니다. 마을 한복판에 살림집이 있고, 마을하고 멀찍이 떨어진 홑채가 있습니다. 서로 도우며 모둠살이요, 스스로 기운내어 차곡차곡 여미는 홀로살기입니다. 붐비는 곳이 좋아 서울 한복판에 깃드는 사람이 있다면, 호젓한 곳이 오붓해 숲터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사람이 있어요. 왁자지껄 모여서 살아가는 서울이나 큰고장은 숨을 돌릴 틈을 내려고 마을숲이나 쉼터를 꾸립니다. 하루 내내 부릉부릉 소리가 넘치고 잿빛만 너울거린다면 숨막히고 어지럽겠지요. 숲정이를 품기에 바람이 푸릅니다. 숲뜰을 돌보기에 사람도 새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아늑하게 어우러집니다. 집집마다 마당이나 꽃뜰이 있다면 한결 포근히 살림을 지으리라 생각해요. 우리 집하고 이웃집 사이에 마을숲이 있고 쉼뜰을 둔다면 한결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낯익은 듯 보이는 들꽃이어도 해마다 새롭습니다. 여름이 접어들며 저무는 들꽃은 겨울 지나 새봄이 오면 다시 만납니다.


ㅅㄴㄹ


혼살림·혼살이·혼삶·혼자살다·혼자살기·혼자살림·혼자가 좋다·홀살림·홀살이·홀로살다·홀로살기·혼집·혼집안·혼잣집·홑집·홑집안·홑채·혼길·혼잣길·홀길·조용살이·조용살림 ← 1인가구


낯익다·익다·익숙하다·이웃·알다·알려지다·만나다·또 만나다 ← 구면(舊面)


마을어른·마을어르신·시골어른·시골어르신·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 ← 촌로(村老)


시골길 ← 촌로(村路)


고을숲·마을숲·숲뜰·숲정이·숲터·숲터전·숲울·숲울타리·쉼터·쉬는곳·쉬는터·쉴곳·쉴자리·쉼뜰·쉼땅·쉼밭 ← 공원(公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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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9 부정적



  언뜻 보면 어느 낱말은 좀 안 좋아(부정적) 보인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나 모든 낱말은 좋고 나쁨이나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모든 낱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모습·몸짓·생각·마음·느낌·소리·하루를 고스란히 담아서 알려줄 뿐입니다. 어느 낱말이 좀 안 좋다고(부정적) 느낀다면, 우리가 스스로 어떤 낱말을 바탕으로 가리킬 삶을 안 좋게(부정적) 굴리거나 다루거나 억누르거나 짓밟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힌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절름발이’는 “다리를 저는 사람”을 가리킬 뿐인데, 사람들은 ‘절름발이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거나 놀리거나 괴롭힐’ 뿐 아니라, 생각이 외곬인 사람을 빗댈 적에 써요. ‘외눈’은 그저 “눈이 하나(외)인 사람”을 가리킬 뿐이지만, 이 낱말도 사람들이 얄궂게 빗대는 자리에 씁니다. 모든 낱말은 우리 삶을 꾸밈없이(있는 그대로) 담습니다. 꾸밈없이(있는 그대로) 담는 말이기에 속내나 민낯이 들키면서 그만 ‘얄궂은 삶’이 아닌 ‘애먼 낱말’한테 화살을 돌리는 일이 잦습니다. 다만, 애먼 낱말한테 화살을 돌렸기에 뜻밖에 한결 새롭게 삶을 바라보며 새말을 곱게 짓기도 하지요. 말로 보자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늘 새롭게 스스로 생각을 키우며 나아가는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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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열두 가지
박정미 지음, 김기란 그림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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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13.


책집지기를 읽다

7 순창 〈책방 밭〉과 《한그루 열두 가지》



  사흘거리(삼한사온)는 이제 사라졌다고 합니다.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 이레이고 열흘이고 보름이고 잇다가, 포근한 겨울이 이레에 열흘에 보름을 잇달곤 합니다. 그렇지만 사흘거리가 사라졌다기보다 ‘사흘거리를 헤아리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야 알맞다고 느껴요. 우리 삶은 달종이에 맞추는 길이 아니지만, 어쩐지 달종이대로 흐르는 서울살림입니다. 우리 하루는 스물네 눈금으로 쪼개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쉬는 틀이 아니지만, 어쩐지 스물네 눈금으로 움직이는 물결입니다.


  큰고장에서 그대로 살아가는 몸이라면 어쩔 길이 없이 달종이랑 스물네 눈금에 맞출밖에 없습니다. 큰고장은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틀을 바라보거든요. 나라지기(대통령)나 벼슬꾼(공무원)은 사람이 아닌 셈값(숫자)만 바라보고요.


  다 다른 나무이기에 다 똑같이 다루다가는 나무가 고단합니다. 다 다른 풀꽃이기에 다 똑같이 쳐다보다가는 풀꽃이 시듭니다. 볕바른 자리랑 그늘진 자리가 다르기도 하지만, 흙이 다르고 비바람이 다르고 해랑 별이 다르고 높낮이가 달라요. 다 다른 삶을 느끼면서 다 다른 풀꽃나무를 하나씩 알아차리는 살림이라면, 우리는 다 다른 키로 재미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활짝 웃는 하루를 지으리라 생각합니다.


  전북 순창 동계면에 깃든 〈책방 밭〉은 순창 시골사람으로 하루를 돌보면서 논일에 밭일을 하고, 마을일을 슬며시 거들고, 투박한 손길로 마을책집이자 시골책집을 꾸리는 곳입니다. 시골하고 서울을 잇는 손길로 열두 달 살림길을 가꾼 보람을 《한그루 열두 가지》라는 책으로 여미어 2021년 끝날에 가만히 선보입니다.


  풀이름은 시골사람이 붙였습니다. 꽃이름도 나무이름도 시골사람이 지었습니다. 하늘을 흐르는 ‘구름’도, 구름이 흐르는 ‘하늘’도, 바다를 가르는 ‘고래’도, 고래가 살아가는 ‘바다’도, 하나같이 시골사람이 지은 이름입니다. 사람이 나누는 ‘사랑’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사람을 품는 ‘숲’도, 숲에 안긴 사람이 가꾸는 ‘살림’도, 모조리 시골사람이 붙인 이름이에요.


  이러한 낱말은 서울에서 살더라도 이럭저럭 어림하면서 알 만하지만, 스스로 숲이나 시골에 깃들어 풀꽃나무를 가만히 맞아들이는 푸른 눈빛이 되어야 속으로 깊고 넓게 헤아려서 사랑으로 누릴 만합니다.


  시골사람은 말을 어렵게 꾸밀 까닭이 없습니다. 서울사람이 되는 탓에 그만 달종이랑 스물네 눈금에 매여서 자꾸 옷차림을 꾸미고 집을 꾸미며 부릉이(자동차)를 꾸밉니다. 시골사람을 넘어 숲사람으로 나아가면 말을 쉽게 풀어낼 뿐 아니라, 새롭게 맞이하는 살림을 스스로 싱그러이 짓기 마련입니다. 숲사람이기에 사투리를 스스로 지어서 써요. 《한그루 열두 가지》는 〈책방 밭〉 지기라는 자리로 시골사람을 여미는 동안 열두 이웃한테서 배우며 열두 가지로 소꿉놀이를 하는 사이에 찬찬히 알아차리는 살림빛을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해마다 열두 가지 살림노래를 부르면, 이렇게 한 해 두 해 차곡차곡 여미면서 ‘한그루’가 ‘온그루’로 나아갈 테지요.



《한그루 열두 가지》(박정미 글·김기란 그림, 책읽는수요일, 2021.12.30.)



집도, 직장도 정하지 않고 시골로 내려온 저에게 마을이웃이 밭 하나를 내어주었습니다. 이곳을 내가 살아갈 터로 여길지, 앞으로 농부로 살 것인지,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을 때 얻게 된그 밭은 저를 이곳에서의 첫 계절을 살아 보게 했습니다. (11쪽)


수많은 논과 밭을, 어르신들의 다음을 그들이 이어받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곳의 풍경은 또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39쪽)


벼를 키우는 것도 파는 것도 초보인 농부가 세 해째 무사히 농부일 수 있는 까닭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벼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꼭 사람 농사를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5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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