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잠깨비



늦게 자고 늦게 깨는

넌 잠순이 잠보 잠깨비

일찍 자고 일찍 깨는

난 새벽돌이 새벽빛 새벽깨비


“너만 왜 ‘빛’이야?”

“동트는 새벽을 보거든.”

“나도 한밤 별빛을 봐.”

“어, 그럼 ‘잠별’로 할까?”


먹기를 즐겨 먹보 먹깨비

밥짓기 즐겨 밥님 밥깨비

놀며 즐거워 놀둥이 놀깨비

뛰며 신나니 뜀꽃 뜀깨비


“넌 도깨비 안 무섭니?”

“도깨비도 그저 빛이야.”

서로 똑똑깨비 슬기깨비 되자

같이 숲깨비 노래깨비 되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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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코흘리개



나더러 콧물 쿨쩍인다며

코흘리개라 놀리는 너는

자고 일어나면 침범벅이니

침흘리개로구나


남말 남탓 잇는 너는

말흘리개일 테고

툭하면 돈을 잃는 너는

돈흘리개일 테지


바람 맑고 물 싱그럽고

꽃내 향긋한 곳이라면

코도 튼튼 몸도 튼튼

콧노래 가득하겠지


‘코흘림이’라는 이름 안 싫어

그냥 코가 나올 뿐인걸

네가 밥흘림이여도 반가워

우린 사이좋은 동무이잖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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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83 더위 추위



  제 입에서 “아, 덥다!”나 “아, 추워!” 같은 말이 얼결에라도 터져나온 적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고 느낍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춥니?” 하고 물으시면 “음, 아니요. 그런데 손이 좀 어네요.”처럼 말하고, “덥니?” 하고 물으면 “글쎄, 딱히 덥지는 않은데 땀은 좀 나네요.”처럼 말했어요. 다치면 ‘아, 다치는 일이란 이렇구나’ 하고, 곁에서 그러면 힘들다고 알려주면 ‘아, 힘들다고 하는 느낌이란 이렇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여름에 덥거나 겨울에 춥다고 느끼지 않아요. 더위와 추위란 이렇구나 하고 배웁니다. 땡볕에서는 땀이 이렇게 쏟아지는구나 하고 느낄 뿐입니다. 자전거를 오래 많이 타서 이튿날 아침에 팔다리가 뻑적지근하면 이처럼 자전거를 타니 몸이 뻑적지근하네 하고 느끼지요. 이리하여 이럴 때에는 어떻게 마음을 가다듬어 새롭게 기운을 내어야 오늘 하루를 새몸으로 신나게 누릴 만한가 하고 생각합니다. 누가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면 “저분은 저분이 걸은 삶에서 이런 줄거리를 아름답게 여기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글 한 줄이어도, 우리는 모두 다르게 보고 살며 하루를 짓기에 다 다르게 읽기 마련입니다. 보고 느끼고 겪으며 배우고, 배우며 삶이 되어 사랑으로 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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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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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에 (2022.1.20.)

― 익산 〈그림책방 씨앗〉



  언제나 아이들한테 묻습니다. “같이 갈래?”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서 말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안 갈래.” 하든 “갈래.” 하든 아이들 스스로 짓는 하루를 지켜봅니다. 한자말 ‘육아’를 우리말로는 ‘아이돌봄’으로 옮길 만한데,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입니다. 돌아가듯 보는, 두루 보는 결이 ‘돌아보다·돌보다’예요. “아이를 돌보다 = 아이한테 뭘 시키거나 해주는 길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그리고 생각해서 짓는 소꿉살림을 사랑으로 지켜보기”라고 할 만해요.


  아이를 돌아보는 동안 어버이로서 어떻게 하루를 그리고 지어서 살림을 일굴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읽어냅니다. 어버이란 “즐겁고 아름답게 살림짓는 자리”라고 느껴요. 즐겁고 아름답되 사랑으로 가기에 어버이예요.


  작은아이하고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섭니다. 읍내를 거쳐 순천으로 가고, 칙칙폭폭 갈아타고서 익산에서 내립니다. 버스하고 택시를 망설이다가 조금 걷자니 택시가 척 옆에 섭니다. 그래, 택시로 가자.


  아침에 일찍 〈그림책방 씨앗〉에 닿습니다. 책집은 아직 안 엽니다. 요즈음에는 느긋이 여신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습니다. 미리 여쭙고 마실을 한다면 헛걸음을 안 할 테지만, 딱히 헛심을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집을 둘러싼 마을이 아침빛을 어떻게 머금는가를 헤아렸고, 책집 곁에서 서성이며 다리를 쉽니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길에서 ‘태우다·잠깨비·코흘리개·텃씨’ 이렇게 노래꽃을 넉 자락 지었습니다. “산들보라 씨, 이 넷 가운데 씨앗지기님한테 어떤 노래꽃을 드릴까요?” “음, ‘코흘리개’?” 산들보라 씨가 뽑은 대로 노래꽃판을 책집 여닫이 손잡이에 슬그머니 꽂습니다. 이따가 책집을 열려 나오실 적에 즐겁게 맞이하면서 책집아이가 함께 누리고, 책집손님도 나란히 누리기를 바랍니다.


  이제 어찌할까 하고 생각하며 걷습니다. 해가 드는 자리를 골라서 걸으려는데, 골목에도 길가에도 부릉이가 넘칩니다. 거님길을 온통 가로막는 부릉이입니다. 부릉부릉 다니는 사람은 안 걸어다니기에 아무 데나 세울는지 몰라요. 아니, 부릉부릉 다닐 적에는 해도 바람도 비도 눈도 잊기 쉬우니 커다란 쇳덩이를 길가에 부리고서 잊겠지요.


  거님길에는 부릉이가 아닌 들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야지 싶습니다. 거님길은 골목을 이루고 마을살림이 빛나야지 싶어요. 이곳 마을아이도 저곳 마을동무도 마음껏 뛰고 달리고 소리치고 춤출 만한 골목일 적에 우리 삶터가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헤아리지 않는 나라는 숲을 잊고 말아 죽음길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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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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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차림 (2022.1.20.)

― 군산 〈마리서사〉



  서울에서는 어디나 가깝습니다. 서울에서는 모든 시골로 길을 뚫어요. 시골에서는 어디나 멉니다. 시골에서는 이웃 시골로조차 길이 없곤 합니다. 서울살이란 모든 새살림(현대문명)을 듬뿍 누리는 길입니다. 시골살이란 웬만한 새살림을 등지면서 숲살림을 느긋이 누리는 길입니다.


  이쪽이 낫거나 저쪽이 나쁘지 않습니다. ‘낫다·나쁘다’는 말밑이 ‘나’로 같고, ‘너·나’로 가르면서 ‘나·남’으로도 가르며, ‘날다·남다’를 이루는 말밑이에요. 아주 마땅히 ‘나’란 말밑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고, 오롯이 ‘나’라는 숨결을 그립니다. ‘나누다·노느다’ 말밑도 ‘나’인걸요.


  서울은 서울대로 재미납니다. 시골은 시골대로 신나요. 서로 다르면서 새롭게 어우러지기에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이따금 서울마실을 합니다. 저한테 아직 아이들이 안 찾아오던 지난날 혼자 날마다 책집마실로 살아가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던 무렵에 제 등짐이며 손짐은 온통 책입니다. 걸으면서 읽고, 자전거를 달리다가 다리를 쉬며 읽고, 자다가 읽어나서 읽고, 먹으면서 읽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다가 읽고, 모임(회의)을 할 적에도 으레 책을 펴고, 이야기(강의)를 듣는 자리에서도 노상 딴 책을 펴서 함께 듣고 읽었습니다.


  군산을 밝히는 〈마리서사〉는 조촐하면서 가볍게 짠 책주머니를 내놓았고, 겉에 “패션의 완성은 손에 책”이란 글씨를 새겼습니다. “책차림은 멋차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늘 읽어서 멋스럽지 않습니다. “책읽기 = 이웃 생각을 귀담아듣기 + 동무 마음에 눈빛 틔우기 + 푸른별 새길을 사랑으로 찾기”를 밑바탕으로 놓는다고 여겨요. 문득 《남성복을 입은 여성들》을 읽습니다. 옷이란 그저 옷이요, 우리말 ‘바지·치마’는 순이나 돌이가 입을 옷으로 안 가릅니다. 발을 넣고 여미기에 바지요, 통으로 두르기에 치마입니다. 오랜 우리말을 곰곰이 읽으면 ‘순이돌이 어깨동무 발자취’를 물씬 익히면서 새길을 찾을 만해요. 우리말은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에 ‘가시버시’입니다. 늘 순이가 앞입니다.


  이른바 ‘사내옷(남성복)’은 그저 사내가 입는 옷이라기보다 ‘사내힘(남성권력 + 가부장권력 + 통치권력)’이지 싶습니다. 순이가 굳이 멋없는 사내차림을 한 까닭은 사내끼리 바보스레 울타리를 세운 그악스런 가시울타리를 허물려는 뜻이라고 느껴요. 저는 곧잘 치마차림을 합니다. 돌이로서 ‘순이차림’ 아닌 ‘치마차림’을 하면서 “옷이란 모두 옷일 뿐, 껍데기 아닌 알맹이에 흐르는 사랑어린 삶을 보자”는 뜻을 보이는 셈입니다. 오늘 작은아이하고 군산마실을 처음으로 하면서 높다란 잿빛집하고 다르게 조촐히 여미는 골목집에 깃든 책빛을 듬뿍 누렸습니다.


《오직 하나뿐》(웬델 베리/ 배미영 옮김, 이후, 2017.9.7.)

《womankind vol 14》(나희영 엮음, 바다출판사, 2021.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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