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4.


《Q.E.D. 48》

 카토 모토히로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10.25.



바람이 자고 햇볕이 포근히 퍼지는 하루로 돌아선다. 이제 숨을 돌린다. 여름에는 무더위가 잇다가도 바람이 불어 고맙다면, 겨울에는 된바람이 잇달다가 가벼이 가라앉으며 고맙다. 사름벼리 씨가 까마귀떼 그림을 건넨다. 어느덧 열다섯 해째 새를 지켜보고 그림으로 담았으니, 해가 갈수록 그림이 새롭게 빛난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도 스스로 즐겁게 담아내는 그림은 더없이 눈부시다. 아이는 배움터에 가야 배우지 않는다. 아이는 모두 보금자리에서 배운다. 빼어난 스승이 가르쳐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해보면서 스스로 배운다. 숱한 길잡이(교사)가 ‘가르치다·가리키다’를 가려서 쓰지 못한다. 이른바 ‘국어교사’도 엉터리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럴 만하다. ‘가리킴질 = 가르침질’이니까. 바탕은 같다. 《Q.E.D. 48》까지 읽고서 이 그림꽃책이 훌륭하다고 비로소 밝히기로 한다. 줄거리도 이야기도 얼거리도 그림결도 어린이부터 함께 읽을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Q.E.D.》 다음으로 그린 《CMB 박물관 사건목록》도 무척 잘 그렸다고 느낀다. “증명종료” 꾸러미를 읽으면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그림꽃책이 얼마나 아쉽고 얄궂은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삶을 보는 눈이 삶을 바꾸고 새롭게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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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3.


《몰리와 메이》

 대니 파커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9.29.



된바람을 맞으며 우체국을 다녀온다. 마을 앞들은 눈이 흩날리고 우리 집은 조용하다. 가만히 보니 앞들은 넓게 트인 자리요, 우리 집이 있는 마을은 뒷메가 포근히 감싸기에 바람이 휭휭 불면 눈송이가 마을에 떨어질 틈이 없다. 드센 맞바람에 자전거가 거의 안 나간다. 시골길을 하느작하느작 달린다. 문득 까마귀떼가 머리 위로 가볍게 천천히 날면서 돈다. 땅바닥에서는 바람이 센데, 하늘은 다를까? 하늘을 가르는 새는 센바람이든 여린바람이든 가벼이 타고서 신나게 놀까? 아예 자전거를 세워서 쳐다본다. 300이 넘는 까마귀떼는 날갯짓조차 없이 빙글빙글 춤춘다. “용쓰지 마. 바람을 즐겨. 바람을 읽고 느껴서 하나가 되렴.”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몰리와 메이》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아이답게 뛰놀며 사귀는 길을 그린다. 아이들은 열린터(공공장소)이니까 얌전하거나 조용해야 할까? 남한테 나쁘지 않도록(피해를 안 끼치도록) 해야 하기는 하겠으나, 아이는 껍데기를 안 살핀다. 아이는 누구한테나 말을 트고, 마음을 열며, 생각을 나눈다. 아이는 허울이 아닌 속마음하고 사랑을 보며 홀가분히 놀려고 한다. ‘교육·훈육·양육‘ 같은 한자말에 깃든 ‘육(育) = 기름’이요, ‘길들임’인 줄 느껴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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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나는 말꽃이다 70 노래꽃



  빗물 머금은 꽃은 언제나 아름다워요. 새벽에 부추꽃을 톡 따서 살살 씹으면 부추내음에 이슬내음하고 비내음이 어우러지면서 알싸하게 스며듭니다. 어른이 쓰는 ‘시(詩)’는 ‘노래’요, 어린이랑 어른이 쓰는 ‘동시(童詩)’는 ‘노래꽃’이라고 느껴요. 여느 글이라면 삶을 그리듯 ‘삶글쓰기’이면 되고, 어른으로서는 삶을 사랑하듯 ‘삶노래쓰기’이면 되고, 어린이랑 어른은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삶노래꽃쓰기’이면 된다고 느껴요. 글쓰기가 어렵다면 억지가 끼어든 셈이지 싶습니다. 노래쓰기·노래꽃쓰기가 힘들다면 어거지를 부린 셈이지 싶습니다. 흘러나오는 숨결대로 쓰고, 바라보는 눈빛대로 쓰고, 마주하는 사랑대로 쓰고, 스스로 짓는 살림대로 쓰고, 오늘을 누리는 삶대로 쓰고, 서로 만나는 이웃이랑 동무 마음을 고스란히 쓰고, 해바람비를 푸르게 옮기고, 숲을 싱그러이 노래하면, 이 푸른별에서 즐겁게 나눌 노래가 태어나고 노래꽃이 피어납니다. 겉모습이나 옷차림을 꾸미는 삶이라면 글도 겉치레로 흘러요. 마음빛이며 사랑길을 살피는 오늘이라면 글도 속으로 알차면서 저절로 빛나요.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며 그리는 꿈을 씨앗으로 심기에 문득 깨어나는 글’입니다. 글꽃, 노래꽃, 살림꽃, 사랑꽃으로 함께 가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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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24.

숨은책 611


《春園文庫 7 사랑의 東明王》

 이광수 글

 문선사

 1955.10.30.



  푸른배움터에 들어간 열네 살인 1988년에 ‘이광수’ 이름을 듣고 《흙》 《무정》 같은 책이름을 들었으며, 배움수렁에서 살아남자면 이 글을 읽어야 했는데 1980년 끝자락에 나온 숱한 글보다 훌륭하구나 싶었습니다. 이이가 일본 앞잡이를 했다는 말을 듣고는 “글만 쓰는 똑똑한 놈이 가장 먼저 알랑거릴까?” 싶었어요. 살림짓기하고 등진 채 글바라기일 적에 어리석은 길을 갈 테지요. 《春園文庫 7 사랑의 東明王》을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경복중학교 도서관, 등록번호 21668’이란 자국이 남은 책은 “빌린이 없음”이요, 경복중 배움책숲은 “표어 : 독서는 향상의 길, 주의 : 책장을 넘길 때 손에 침칠을 마십시오”란 글자락을 남깁니다. 그런데 책은 ‘읽은 손때’가 잔뜩 뱄어요. 지난날 경북중학교 푸름이는 ‘이광수 글’은 읽되 ‘읽은 이름’만 안 남겼지 싶더군요. 그나저나 이광수 글을 ‘노벨문학상’으로 보내자고 생각한 이가 있었다니, 이육사·심훈·한용운·윤동주 글도 아닌 헛것을 치켜세우려는 이들은 ‘고은 노벨문학상’을 외치기까지 했지요.


“그러나 春園先生은 六·二五動亂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消息이 묘연하여 生還을 빌고 있거니와, 그 밖에도 두가지의 슬픈 사실이 있다. 하나는 先生의 存命中에 ‘노오벨賞’을 받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이요, 또 하나는 아직까지 ‘春園全集’이 成就되지 못한 일이다.” (춘원문고 발간취지 1955.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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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찾는 책은 (2021.10.29.)

― 서울 〈글벗서점〉



  모든 책은 스스로 찾아나서는 사람한테 문득 눈에 뜨이면서 손에 쥘 만합니다. 스스로 찾아나서지 않는 사람한테 덥석 안길 책은 없습니다. 마음을 열고, 눈길을 기울이고, 생각을 쓰고, 품을 바치고, 돈하고 말미를 들이기에 비로소 책 하나를 건사해서 새롭게 읽어 오늘을 노래한다고 느낍니다.


  빨리 죽을 생각은 없는 터라 책을 빨리 읽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저더러 “글을 빨리 쓴다”고 말합니다만, 저는 글을 빨리 안 씁니다. 제 머리를 거치고 마음을 지나 눈빛에 닿고 손끝으로 옮겨서 반짝반짝 글씨로 태어날 때를 기다리다가 넌지시 샘물처럼 길어올릴 뿐입니다.


  오랜 벗님이 제가 그자리에서 덥석덥석 손으로 쉬잖고 한 쪽을 다 채우는 글쓰기를 보시더니 “숲노래 씨는 옮겨쓰기(필사)를 하는 사람보다 빨라요. 이야기를 새로 쓰는 사람이 어떻게 더 빠르지요?” 하고 묻습니다. 곰곰이 생각했어요. 저도 ‘옮겨쓰기’입니다. 이 푸른별에 늘 흘러다니는 빛줄기를 글로 담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느새 글감이 머리에 마음에 눈에 손에 쏟아져요. 저 혼자만 알아보기를 바라지 않기에 되도록 반듯반듯 옮겨적으며 아이들도 읽기를 바라고, 이 글을 글판으로 두들겨서 여러 고장 이웃님도 넉넉히 읽도록 풀어놓습니다.


  틀림없이 ‘글쓴이 이름 : 숲노래’일 테지만, 저는 제가 쓴 글을 혼자 썼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풀꽃나무가 곁에서 속삭이고, 멧새가 옆에서 노래합니다. 곁님하고 아이들이 보금자리에서 신나게 놀면서 웃음빛으로 알려주고, 숱한 이웃님이 이녁 삶으로 일깨울 뿐 아니라, 온나라 모든 책집에서 알뜰히 건사해서 징검다리로 이어주는 책을 만나니 느긋이 배우면서 ‘옮겨쓴다’고 여깁니다.


  서울 이웃님 한 분한테 서울에 있는 아름책집 몇 곳을 알려주려고 〈글벗서점〉을 함께 찾아갔습니다. 따지자면 모든 마을책집이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꼭 어느 책집을 자주 찾아가야 하지 않습니다. 가벼운 차림새로 가까이 드나들 마을책집을 자주 오가면 즐거워요. 전남 고흥 두멧시골에서 사는 저로서는 어디나 다 먼길이라 며칠치 길삯하고 책값을 모아서 한꺼번에 돌아볼 뿐입니다.


  요즈막에 새로 태어나는 적잖은 마을책집 책차림은 꽤 엇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이렇더라도 하루하루 흐르는 사이 스스로 다 다른 눈썰미를 펼쳐서 여러 해 뒤에는 그야말로 다 다른 책차림으로 빛난다고 느낍니다. 처음부터 책을 다 알거나 잘 알아서 책집을 여는 분은 없고, 읽님(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르’기에 찾아서 읽고, 찾도록 다리를 놓으며, 찾도록 글을 새록새록 쓰기도 합니다.


ㅅㄴㄹ


《러시아의 역사》(C.H.스이로프/기연수 옮김, 동아일보사, 1988.9.15.)

《인부수첩》(김해화, 실천문학사, 1986.9.30.)

《우리들의 사랑가》(김해화, 창작과비평사, 1991.6.5.)

《咸錫憲 全集 5 西風의 노래》(함석헌, 한길사, 1983.9.30.)

《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는가?》(강경화·김유신·신승철·강창민·마광수·안경원, 유림, 1978.12.25.첫/1988.10.31.넉벌)

《追憶祭》(강은교, 민음사, 1975.6.15.)

《미국노동운동비사(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리처드 O.보이어·허버트 M.모레이스/박순식 옮김, 인간, 1981.5.7.)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곽차섭, 푸른역사, 2004.1.10.)

《600년 서울 땅이름 이야기》(김기빈, 살림터, 1993.12.30.)

《내가 만드는 요리》(김성수 엮음, 소년생활사, 1979.1.15.)

《新註 墨場必携》(洛東書院, 1930.2.15.첫/1941.10.15.넉벌)

《Better English everyday Junior 2》(홍봉진, 일심사, 1956.3.20.첫/1959.4.10.넉벌)

《체육 6》(교육부 엮음,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7.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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