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눈송이



바라보는 대로 가는 눈길

별을 담아 반짝이는 눈빛

반듯이 다듬어 보는 눈매

반갑게 다시 만나는 눈짓


함박눈은 함박꽃 같아

싸락눈은 싸리꽃 같지

흰눈은 고스란히 흰꽃

눈송이는 노상 꽃송이


겨울눈은 하얗게 포근하고

봄눈은 푸릇푸릇 따뜻하네

잎눈은 싱그러이 반들반들

꽃눈은 마알가니 방긋방긋


손바닥에 얹은 눈송이는

하늘이 내려준 얼음씨앗

가만히 눈여겨보는 꽃송이는

들숲이 베푸는 바람씨앗


ㅅㄴㄹ


작은아이하고 부산으로

책숲마실을 나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실을 못 한

〈동주책방〉에 깃들었고

고흥-부산 시외버스 네 시간

가까운 길에 쓴 노래꽃 가운데

버스 유리창에 부딪히는

눈송이를 아이랑 보다가

문득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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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74 하루글



  하루를 그리면서 여는 새벽은 뜻깊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는지 스스로 그리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짓기 마련입니다. 하루를 누리고 짓는 아침이며 낮은 뜻있습니다. 새벽에 그린 밑틀을 되뇌면서 스스로 놀고 일하고 쉬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하루를 돌아보는 저녁이나 밤은 매우 값집니다. 새벽·아침·낮·저녁을 지나 밤에 이르도록 보낸 오늘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어떠한 마음이었고 생각이었나를 새기지요. 이리하여 ‘하루쓰기(일기)’는, “오늘을 스스로 생각하며 살림한 삶을 사랑하려고 쓰는 글”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하루를 남기는 글”이라고만 하기에는 모자랍니다. “스스로 즐겁게 지으면서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새롭게 돌아보면서 사랑으로 남기는 글”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발자국(역사)을 남기려고 하루쓰기를 하지 않아요. “곧 어제가 될 오늘을 사랑하려고 쓰는 글”이 되도록 하루쓰기를 한다고 봅니다. 어린이한테 이렇게 알려준다면 참말로 즐거이 하루쓰기를 하지 않을까요? 어른한테도 이처럼 들려준다면 어린이 곁에서 함께 하루쓰기를 하지 않을까요? 하루쓰기를 하는 뜻을 짚어낸다면, 이렇게 하루하루 이야기를 스스로 쓰는 눈썰미가 모여 새글을 엮고, 낱말책을 여미는 숨결이 자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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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4.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글, 동녘, 2021.6.30.



바람은 가라앉되 날은 찬 하루이다. 겨울인걸. 겨울은 더 춥고서야 봄볕으로 가려는구나 싶다. 그래, 넌 겨울이야. 난 봄을 그리는 겨울 끝에 섰어. 넌 신나게 바람을 일으키고 눈도 날리고 하늘을 꽝꽝 얼려 보렴. 난 네가 하는 모든 춤사위를 가만히 보면서 이 겨울을 누릴게. 저녁 다섯 시가 넘어도 해는 멧마루 너머에 있다. 참말로 겨울은 저문다. 읍내에 살짝 다녀온다. 함께 나선 작은아이는 꾸벅꾸벅 존다. 나는 언제나처럼 아이한테 어깨를 내주고, 한 손으로 토닥인다. 우리 어머니도 이러셨겠지.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은 오늘날 뜻있고 값진 줄거리를 들려줄 책이 될 만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소리를 앞세우느라 바쁜 탓에 그만 왜 목소리를 내고 누구하고 이야기를 펴려는가를 잊었구나 싶다. 글쓴이는 ‘싸움판(군대)’이 무엇을 하는 데인지 모르고, 싸움판에 끌려간 숱한 사내가 땅개(일반 보병)로 뒹굴면서 어떻게 시달리고 멍울이 맺히고 괴로운가를 모른다. 싸움판에서 휘둘리고 바보가 된 사내 가운데 이 멍울을 슬기로이 다스리는 사람도 있되, 그만 바깥(사회)에서 그대로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왜 나라(정부)는 싸움판(군대)을 키우는가?”를 짚고 따져서 풀어야 해묵은 찌꺼기를 걷어낼 만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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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3.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세!》

 마리오 라모스 글·그림/염미희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4.11.20.



새벽 여섯 시가 아직 환하지는 않으나 제법 밝다고 느낀다. 아침 일곱 시면 둘레가 환하다. 저녁 여섯 시에도 꽤 밝다. 이제는 일곱 시쯤 되어야 어둡다. 구름은 가벼이 하늘을 덮으며 썰물처럼 흘러간다. 이러한 하루를 느끼면서 끝겨울을 맞이한다. 한겨울부터 ‘곧 봄이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끝겨울에 이르면 ‘막바지 추위가 오겠구나’ 하고 느낀다. 하루하루 새롭게 흐르기에 빛난다. 모든 날은 다르게 우리를 감싸고, 스스로 그리는 생각에 따라서 천천히 오늘을 누린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세!》는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아이들도 나도 반가이 읽고 되읽는다. 자리맡에 놓고서 이따금 들추고 또 들춘다. 그림책은 되읽으며 재미있기에 손에 쥔다고 느낀다. 적잖은 어른들은 그림책에 ‘어린날 응어리’를 풀어내려고 하는데, ‘그림책으로 응어리 풀기’가 나쁘지는 않되, 아이들한테 ‘응어리’를 물려주고서 ‘미움·짜증’을 자꾸 생각하도록 부추기고 싶을까? 어둠은 나쁘지 않다. 응어리는 어둠빛이 아니다. 늑대는 나쁜놈일까? 우리가 저마다 겪은 삶을 아이에 앞서 어른부터 스스로 새롭게 깨닫고 사랑하여 가꾸는 길을 담기에 비로소 그림책이요 어린이책일 테지. 린드그렌 할머니는 어떻게 멍울을 아름다이 녹였을까 생각하자.


#MarioRamo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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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는 아기란다 평화그림책 11
변기자 글, 박종진 옮김, 정승각 그림 / 사계절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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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2.15.

그림책시렁 767


《춘희는 아기란다》

 변기자 글

 정승각 그림

 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6.4.5.



  변기자(1940∼2012) 님은 1990년에 《춘희라는 이름인 아기》라는 글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일본살이 쉰 해를 돌아보면서 적바림한 글은 2016년에 《춘희는 아기란다》로 나옵니다. 이분은 우리나라 어린이책을 일본글로 꾸준히 옮기셨는데, 스스로 삶을 밝혀 적바림한 다른 글이 틀림없이 있을 텐데 차곡차곡 여미어 한글로 선보일 날은 언제쯤이려나 궁금합니다. 우리말로는 “춘희는 아기란다”로 옮겼는데, 왜 “춘희라는 이름인 아기”로 안 옮겼을까요? 두 말은 확 다릅니다. 책이름 하나로 줄거리를 다르게 읽습니다. “春姬は赤ちゃんだそうだ”가 아닌 “春姬という名前の赤ちゃ”란 이름으로 쓴 글이 왜 다른가를 읽어내지 않는다면, ‘남녘한겨레’하고 ‘일본한겨레’ 사이에 맺힌 고랑뿐 아니라, 일본한겨레가 ‘일본사람’ 사이에서 고단하게 얼크러지면서 조용히 꿋꿋이 터전을 닦으며 아이를 낳아 돌본 길을 못 읽으리라 느낍니다. 고된 일본살이를 치우고서 남녘이나 북녘으로 돌아가지 못한 멍울을 모르고서는 춘희를 비롯한 순이돌이 마음을 모를밖에 없습니다. 남북녘 모두에서 삶터를 빼앗기고 짓밟혀 일본에서 뿌리를 내린 마음이, 그렇지만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려는 숨빛이  ‘-라는 이름인’인 ‘という名前の’에 흘러요.


ㅅㄴㄹ

#卞記子 #ピョンキジャ 

春姫という名前の赤ちゃ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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